『나는 조용히 미치고 있다』
『나는 조용히 미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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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7.02.11 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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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나는 조용히 미치고 있다’ (단권) / 지은이 : 이정익
컨셉 : 인권으로 본 한국 현대사
분야 : 만화, 역사
판형 : 46변형
면수 : 184쪽
정가 : 9800원

『나는 조용히 미치고 있다』출간
- 서울애니메이션센터 2005년 제작 지원작 -

○ 동일방직 분뇨사건과 KTX여승무원 파업

…또한 잊혀 버리는 일 역시 마찬가지로  두려운 일이 아닐까?
왜냐하면 다시 반복 될지도 모르기 때문에.
-한국예술종합학교 애니메이션과 박재동 교수의 추천사에서 발췌

잊힌다. 그리고 다시 반복된다. 1976년 자신들이 마땅히 누려야 할 권리를 요구했을 뿐인 동일방직의 여성 노동자들에게 사용자 측의 답으로 돌아온 것은 매서운 한겨울의 더러운 분뇨였다. 그로부터 꼭 30년이 지난 2006년 겨울, KTX 여승무원들에게 돌아온 것은 대답 없는 한국철도공사와 길바닥에서 맞는 매서운 한겨울 찬바람이다. 분명히, 과거는 반복되고 있다.

○ 성장이라는 구호 아래 반복되는 비극

우리 학생들은 그 꿈같은 지금의 이 자유가
그 선배들의 피와 얼룩진 고통과 땀으로 이루어 진 것을 아는지…
우리 학교 제자 정익이가 그 이야기를 하겠다고 했을 때 얼마나 놀랐고
반가웠던가!
-한국예술종합학교 애니메이션과 박재동 교수의 추천사에서 발췌

작가는 50여년의 한국 현대사 중에서도 가장 숨 가쁘게 산업화가 진행된 1970년대, 그 중에서도 인권사에 주목한다. 작가의 예민한 눈에 IMF 이후 오늘날까지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구조조정과 비정규직화가 30여 년 전, ‘군사적 성장주의’를 위해 ‘산업전사’로 동원되어 가혹하게 착취당했던 민중의 모습과 포개어 보였던 것이다. 이렇게 두 현상을 - 현재와 과거 - 함께 보게 된 것이야말로 작가가 71년 광주 대단지 사태에서 80년 광주 민주화 항쟁까지의 10년을 다룬 결정적인 이유다.

1978년생인 작가는, 현재의 상황과 본질 면에서 유사하다는 측면에서 자신이 태어나기도 전의 과거를 찾는다. 그리고 그 탐색의 흔적을  30여 년 전의 악몽과도 같은 압축 경제성장 시기의 정권 차원에서 저질러진 인권 탄압의 역사를 끄집어낸다. “선배들의 피와 얼룩진 고통과 땀으로 이루어 진” 이 사회가 “꿈같은 지금의 자유”에 도취해 끔찍했던 과거로 돌아가서는 안 된다는 사명감을 갖고서 작품을 만들어낸 것이다.

작가는 이 작품이 다큐멘터리로서 독자에게 다가서길 원한다. 한 치의 왜곡 없이, 직접 독자에게 과거에 있었던 일들을 자신이 가장 잘 할 수 있는 ‘만화’로 전하고자 했다. 사실성을 살리기 위해 현대사 관련 책자들로부터 직접 인용해 책에 담았다. 또한 당시 사건과 관련된 사람들을 직접 만난 작가의 경험 역시 책에 담았다. 작품 속에 직접 작가와 관련자가 만나 대화하는 장면을 삽입해 넣기도 하였다. 박홍규 교수와 홍세화 한겨레 편집위원이 바로 그것이다. 그 외에도 비록 직접 만화에 등장하지는 않지만, 많은 사람들로부터 이야기들이 이 책에 담겨있다.

○ 작품의 구성 

총 7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 중, 작가의 창작 동기를 밝힌 [Prologue]와 원고를 마치고 나서 작가 자신의 감상을 담은 [Epilogue], 두 장을 제외하면 한국 현대사를 다룬 것은 나머지 다섯 장이다.

[1장 광주…]에서 다루고 있는 ‘광주 대단지 사건’은 1971년, 경기도 광주군(현 성남시)에 서울의 빈민들을 수용할 대규모 단지를 조성하는 과정에서 일어난 사건이다. 아무런 대책도 없이 감언이설에 속아 이주해 온 주민들이 실상을 깨닫고 문제 해결을 요구하며 시위를 했다. 이에 기동경찰이 투입되어 강경한 진압이 벌어지자, 반발한 주민들로 인해 난동으로까지 격화된 사건이다.

[2장 동일방직…]에서 다루고 있는 두 사건 중, ‘동일방직 분뇨 사건’은 1976년 동일방직이라는 회사의 여성 노동자들이 어용노조의 개선을 요구하자, 이에 사측이 활동 탄압을 위해 일부 남성 노동자들을 동원해 여성 노동자들에게 분뇨를 퍼부은 사건이다. 

두 번째 ‘인혁당 재건위 사건’은 1974년 중앙정보부가 조작한 사건으로 인해 무고한 국민 8명이 사형 판결이 내려진 지 20시간 만에 형이 집행된 일종의 ‘사법 살인’ 사건이다.

[3장 지식인들의…]는 어떤 특정 사건이 아니라 70년대 언론인, 지식인, 학생들과 같은 식자층의 두 얼굴을 다루고 있다. 폭정으로 고통 받는 서민들을 위해 들고 일어난 지식인들의 모습과, ‘유정회’로 불리는 권력과 결탁한 지식인층의 모습이 바로 두 얼굴이다.

[4장 유신정권…]은 박정희 대통령을 정점으로 하는 광적인 종교집단이 되어버린 권력집단이 저지른 악랄한 고문의 실상을 다른 장이다. 당시 생존자들의 증언을 토대로 하나의 장으로 만들어낸 부분이다.

[5장 광주…]는 1980년 ‘광주 민주화 항쟁’을 다룬 장으로, 작가가 가장 많은 분량을 할애하고 있다.(56쪽) 박정희의 갑작스런 암살 직후, 12․12 쿠데타를 통해 정권을 잡은 전두환이 정국을 안정시키기 위해 희생양으로 삼은 광주에서 벌어진 끔찍한 사건의 진행 과정을 처음부터 끝까지 다루고 있다.

○ 작가 소개 

작가 이정익은 1978년에 태어난 서울토박이로 2004년에 한국예술종합학교 애니메이션과를 졸업했다. 이후 다큐멘터리 '바그다드로 가는 길'의 오프닝 애니메이션과 MBC 드라마 '떨리는 가슴'과 '태릉선수촌'의 일러스트를 맡은 바 있다. 현재 ashubia 애니메이션 스튜디오의 프로듀서를 맡고 있다. 작가는 이 책의 이후에 해당하는 80년대 이후부터 오늘날까지의 역사에 대해서도 다루고 싶다고 한다.

모두가 현실의 일들로 바쁜 이 즈음,
부담스러운 것은 생각하고 싶어 하지 않은 이 즈음,
저 하늘의 수많은 별들이 모두 자신의 일로 소근거리는 이 밤,
아무도 보고 싶어 하지 않는 그 고통과 눈물을 이야기 하는 어느 한 작은 별이 있어
아아, 그 별 하나가 있어, 이 밤 하늘이 공허하지 않아,
나는 희망의 작은 기쁨에 그 별과 함께 맑은 눈물을 떨군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애니메이션과 박재동 교수의 추천사에서 일부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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