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가게의 '정정당당' 매니저
아름다운 가게의 '정정당당' 매니저
  • 이진선
  • 승인 2007.02.01 14: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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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명 일꾼 인터뷰> 아름다운 가게 광명하안점 류정은 매니저

<광명시민신문>에서는 광명의 여러 기관에서 활동하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는 '광명 일꾼'이라는 코너를 연재합니다.

지난 29일 광명하안점 아름다운 가게 첫돌 잔치가 열리던 날, 가게를 담당하고 있는 류정은 매니저와 인터뷰를 하기 위해 말을 걸었다. 하지만 행사 날이라 바빴고 이틀 후 겨우(?) 아름다운 가게 사무실에서 인터뷰를 할 수 있었다. 류 매니저는 행사날 시간을 못 낸 것이 미안했는지 먼저 전화를 걸어왔다. 

사람을 만나 이야기 하는 것은 참 즐겁다. 인터뷰라 하면 딱딱할지도 모르겠지만 류매니저와는 ‘인터뷰’라기 보다는 ‘수다’를 떨었다. 역시 아름다운 가게의 매니저다웠다. 

아름다운 가게 1년의 감동

인터뷰를 하기 위해 사무실에 들어서자마자 지난 일주년 행사 때 보여주지 못했던 한 영상을 보여 주었다. 아름다운 가게 1년간의 행사 사진을 모아 만든 영상이었는데 류매니저는 '정말 오랜만에 느껴보는 감동이었다'고 말한다.  

첫돌의 의미는 사람에게도, 한 기관에서도 의미가 크다. 아름다운 가게의 경우 시작을 잘 이끌어내야 한다는 부담감과 제일 바빴던 시기가 아니였을까. 그래서 류매니저와 아름다운 가게의 천사(이 곳에서는 자원봉사 하는 사람들을 '천사'라고 부른다)들은 '우리 정말 열심히 일했구나'의 감탄사를 연발했다고 한다. 가게의 상근자로는 류매니저 혼자이지만 천사들이 함께했기에 가능했다. 그들이 느낀 감동은 아무나 느낄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지난 1년간 아름다운 가게와 함께 한 사람들만이 느낄 수 있는 감동이었다.

류매니저가 가장 기억에 남는 행사는 지난 어린이날 열렸던 '병아리떼 쫑쫑쫑' 프로그램. 광명실내체육관에서 어린이 벼룩시장의 개념으로 열렸는데 71팀의 어린이들이 참가했다. 이런 프로그램을 중소도시에서 개별적으로 한다는 것은 참 어려운 일인데 이 당시를 회상하며 류매니저는 “매니저 일을 시작한 지 1년도 안된 '병아리 매니저'가 '병아리 행사'를 했었죠”라고 웃으며 말한다.  

이 당시 그는 ‘맨 땅에 헤딩하는 식’으로 일에 덤벼들었다. 장롱에서 잠자고 있었던 면허를 꺼내 들고 직접 운전에도 나섰다. 좋은 행사였기에 소문이 금방 났고 많은 사람들의 도움으로 행사를 잘 마무리 할 수 있었다. 프로그램에 참가한 아이들은 판매 수익금의 20%이상을 기부해 장애아들을 도왔다. ‘병아리’들의 힘이었다.


같이 웃고, 울면서 지내는 가게, 사랑방

현재 시민들이 아름다운 가게로 기증하는 물품이 많지 않다. 류매니저는 양을 떠나 직접 가지고 오는 사람들의 마음 씀씀이에 감동을 받는다고 한다. 동사무소에 있는 전단지를 보고 전화를 걸어오고, 옷을 직접 정성스럽게 다림질해 오는 사람 등 작지만 따뜻한 관심으로 아름다운 가게가 훈훈해지고 있다.

정기적으로 찾아오는 천사들이 30-40명씩 있어야 하지만 현재 가게에는 20명이 조금 넘는다. 자율방범대, 하안성당 등 단체로 오는 경우도 있지만 단체봉사는 지속성이 부족하고 교육하는데 힘이 들기 때문에 개인적으로 찾아오는 천사들이 많아졌으면 하는 바람을 류매니저는 가져본다.

가끔 류 매니저 혼자 가게를 지킬 때가 있는데 그럴 때마다 누군가 홀연히 나타난다고.

“'일손이 부족하다'고 생각하면 예상치 못한 분들이 찾아와 도와주세요. 제가  SOS, 일명 긴급천사들을 부르기도 하는데 정말 '천사'들이에요”

천사들과 매니저의 관계는 단순히 사무적인 면을 떠나 '이상적'이다. 서로 스스럼 없이 대하고 그 속에서 따뜻함을 주고받는 자매지간 같다. 류 매니저가 일에 지쳐 힘들면 근처 천사 집으로 달려가 잠시 피곤을 달래고, 음식도 오순도순 나눠먹는 그런 사이다.

가게에 찾아온 천사들과 슬픔을 나누기도 한다. 한번은 다양한 사연을 가진 3명의 천사들과 얘기하다 하루에 3번이나 울었다고. 그만큼 가게는 동네의 ‘사랑방’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대로변, 역세권 지역에 위치한 다른 아름다운 가게와 달리 아파트 단지 내에 있기에 가능한 일이기도 하다.

비록 수익적인 매출액은 다른 곳에 비해 떨어지지만 정이 넘치고 관계가 원만하기에 무엇보다 자부심이 강하다. 아름다운 가게가 진정 지향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게 해준다. 특히 쇼핑의 기회가 적은 장애인과 어르신들을 위해 휠체어가 다닐 수 있도록 폭을 넓게 만든 세심한 배려는 아름다운 가게의 진정성을 보여준다.


정정당당하게! 재밌게!

자신의 말투를 '아줌마 화법'이라고 칭하는 류매니저는 별칭이 '정정당당'이다. 이유를 묻자 "저하고 잘 어울리지 않아요?"라며 소탕하게 웃는다. 이유불문하고 정말 어울린다. 30대 후반인 그가 그 동안 해왔던 일 얘기를 들으면 단번에 이해할 수 있다.

어린이 집, 시민단체, 화장품 회사, 고용안정센터, 천주교 수도원 등 그 동안 거쳐간 곳을 전부 기억해 내기 힘들 정도다. 비슷한 직종도 아니고 정말 다양한 곳에서 이런저런 일을 해왔다. ‘금전 지향적인 일’과 ‘가치 지향적인 일’ 사이에서 많은 생각을 했고, 여러 경험을 바탕으로 '돈을 번다'는 생각을 가지고 일에 임하면 재미가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고.

일을 벌이는 것을 좋아해 가끔 감당하기 힘들 때도 있지만 일이 재밌기에 가능하단다. 무슨 일을 하더라도 대충 쉽게 가느냐 아니면 어렵지만 재밌게 가느냐. 그 선택선상의 길에서 그는 ‘어렵지만 재밌는 일’을 선택하고 있다. 그래서 지금 그가 무엇을 지향하는지 짐작할 만하다. 

비정규직으로 일했던 한 직장에서는 겁 없이(?) 정규직 사원과 말다툼을 하다 해고를 당했단다. 그런 에피소드를 얘기하며 '고분고분하지 않고 드센' 것이 자신의 성격이란다. 그래서 아름다운 가게에서도 가끔 술 먹고 행패를 부리는 사람은 몸으로(?) 직접 막는다고. 
“제 성격이 아름다운 가게와 잘 맞는 것 같지 않아요?”

아름다운 가게의 매니저를 선발한다는 신문의 공고를 보고 '필이 꽂혔었다'는 류 매니저는 단번에 많은 경쟁률을 뚫고 정정당당히 이 일을 맡게 되었다.

앞으로 독거 노인들을 위해 영정 사진을 찍어주고, 아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나눔 교육’을 펼치고 싶다는 그는 지역 안에서 할 수 있는 일에 대해 깊이  고민하고 있다.  

그가 있어 아름다운 가게는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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