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만장자라도 혼자는 못 먹고 사는 법이야.’
‘백만장자라도 혼자는 못 먹고 사는 법이야.’
  • 강찬호
  • 승인 2007.02.07 22:11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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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광명재래시장 이용하 어르신, 재래시장 나몰라하는 정치인들에게 일침

광명재래시장 골목에서 작은 식당을 운영하고 있는 이용하(72, 광명7동) 어르신은 이마트가 입점이 된다고 해도 자신이 운영하는 식당은 당장 직접 타격을 받는 것은 아니라고 한다. 이 식당을 찾는 손님들이 아름아름 단골이 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이용하 어르신은 이마트 입점 반대 활동에 누구보다도 열심히 임하고 있다. 재래시장에서 함께 살아가는 사람의 도리를 다해야 한다는 소신 때문이다. 지금까지 그렇게 살아왔고, 장성한 자식들에게도 그렇게 가르쳐왔기 때문이다.

“백만장자라도 혼자 못 먹고 사는 법이다. 그렇기 때문에 상인들, 조합을 돕는 것이다. 이곳에서 17년 동안 장사를 해왔다. 지난 달 24일 프레스센터 기자회견 장에도 쫓아갔었다.”

이용하 어르신은 재래시장 현대화사업을 해 놓고서 이마트를 허가하는 것은 경우에 맞지 않다고 주장한다. “길 건너편에 이마트가 들어서는 것이라면 다를 것이다. 시장 안에다 이마트를 넣는 이유가 도대체 이해가 안 간다.”

‘백만장자라도 혼자는 못 먹고 사는 법이야.’

이마트가 ‘지하 2층 매장 외에는 더 이상 확대하지 않겠다.’는 것에 대해서도 칠순 연세에 아랑곳 하지 않고 단호한 입장을 취한다. 살아온 경험이 판단의 근거다. “어린 아이 젖 먹어. 6개월 지나면 밥 먹어. 안 그래. 전 층 확대할 것이야.”

앞으로 벌어질 일에 대해서도 한 수 훈수다. “크로앙스 건물 분양 받아 들어 온 사람들, 이마트 들어오면 이마트가 프리미엄 붙여서 자신들 매장을 인수할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오산이야. 분양 받은 가격보다 더 낮게 이마트가 인수하게 될지도 모를 일이야. 이마트만 장사되지, 다른 층 물건 안 팔려. 결국 영업 안 되면 털고 나설 것이야. 그렇게 되면 심각해지는 것이지.” 개인적인 견해라고 하지만, 나름대로 상황에 대해서 경험적으로 통찰을 한다. 시장 상인들 간에 떠도는 소문이나 민심도 어느 정도는 반영된 이야기로 들린다.

재래시장도 이마트 입점으로 타격을 받을 것이라고 말한다. “벌써 점포 나온 곳이 있다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해. 정육점, 슈퍼마켓은 매출이 기존에 3분의 1도 안 된다고 해. 이러다가는 6개월도 안 갈지 몰라. 시장 골목으로 사람만 다니지, 물건을 사는 사람들은 줄었어.”

여기에 모자라, 다른 대형마트가 인근 지역에 생겨 이마트하고 대형마트가 경쟁하고 있다. 그 사이에 낀 재래시장 상인들만 중간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래도 새로 생긴 대형마트는 봐줄 만하다는 것이다. 문제는 이 대형마트와 경쟁하면서 이마트가 가격을 내리면, 역시 그 불똥은 재래시장 상인들에게 튄다는 것이다. 여러 측면에서 재래시장과 이마트는 경쟁이 안 되는데, 거기에 가격 할인까지 이어지면 문제는 더욱 심각해진다.

“내 밭은 내가 갈아야 하는 것이야. 목에 칼이 들어와도 안 되는 것은 안 되는 것이야.”

이용하 어르신은 이마트가 개장하는 날 입점 반대 시위를 하는 상인들을 위해 막걸리 10말을 기꺼이 기증하기도 했다. 이마트가 입점이 되어 상황은 어려워지고 있는데, 정작 나서지 않는 광명시장이나 시의원들에 대해서는 노골적인 불만과 분노를 표시했다.

“시 차원, 정부 차원에서 해결할 일이야. 우리 힘으로 어려워. 관공서라는 것이 재래시장 살리자고 해 놓고, 뒷구멍으로 허가해주는 격이야.”

이용하 어르신은 해당 지역구 시의원에 대해서도 ‘일침’을 놓았다. “그 사람이 상인들이 내 놓은 시의회 결의안에 대해서 (의회에서 채택하는 것에 대해) 찬성한다고 해도 이마트 안 나가. 그걸 왜 몰라. 그러나 감정 문제지. 당이 위에서 안 된다고 해도, 버텨야 하는 것이지. 내 밭은 내가 갈아야 하는 것이야. 목에 칼이 들어와도 안 되는 것은 안 된다고 버텨야지. 물에 물 탄 듯, 술에 술 탄 듯 그래서야 되겠어.”

이효선 광명시장 선거 당시 명함을 아직도 지갑에 가지고 다녀....느는 것은 실망감과 분노.

자신이 직접 뽑았던 정치인들이 재래시장 문제에 나서지 않는 모습을 보면서 강한 실망감을 들어냈다. 심지어 아직도 지갑에 가지고 다니는 이효선 광명시장의 선거 당시 명함을 꺼내 보여주기도 한다. 자기가 지지했던 사람인데, 조용히 만나서 이야기라도 할 생각이었지만, 행보가 맘에 안 든다는 눈치다.

“재래시장 상인들이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 알기나 하는가. 밤낮 가리지 않고 뛰는 사람들이다. 우리 집 앞에서 나물을 파는 할머니도 새벽 3시에 새벽 장을 본다. 연세가 76세다. 비싸던, 싸던 상인들끼리 팔아주기도 한다. (이 재래시장이) 저 분이 먹고 사는 곳이다. 술도 몇 잔씩 대접해 드린다. 막걸리 10말 기증했다. 나는 참여 안 해도 되는 사람이지만, 발 벗고 나서고 있다. 나만 먹고 사는 것이 아니라, 다 같이 먹고 사는 것이 이치이기 때문이다. 내 것만 가지고 벌벌 떨어서는 안 되는 것이다.”

‘저 분이 먹고 사는 곳이다.’

이용하 어르신은  재래시장에서 막걸리를 직접 빗어 팔면서 식당을 운영하고 있다. 오며가며 막걸리 한잔 걸치고 가는 이들이 제법 많다. 재래시장 이용자들, 이곳을 찾는 서민들의 작은 쉼터 같은 곳이다. 낮에 손님들 중에는 일반 주부들도 꽤 많다고 한다. 손님맞이에도 바쁘지만, 재래시장 상인들 전체 일에 대해서 함께 발 벗고 나설 때는 나서야 한다는 것이 사람의 도리라고 생각하는 어르신이다.

나이가 먹어가면서 담이 오기도 하지만, 정작 가슴이 아직도 뻐근한 것은 지난 번 시위에서 손자 벌 되는 전경들과 몸싸움에서 얻은 후유증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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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명시민 2007-03-23 11:03:13
이궁 ~~~ 막걸리 물타고 비싸기만 하던데 ,,,,,
광명시장 다른가게 막걸리에 빈대떡 집들은 얼마나 푸짐한데
위의 그어르신 식당은 부침게도 어설프면서 더비싸요
글구 막걸리는 직접 제조한다면서 물을많이타고 비싸기도하고
암튼 그랬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