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진단] 2·13 합의 이후의 한반도와 동북아
[심층진단] 2·13 합의 이후의 한반도와 동북아
  • 정욱식대표
  • 승인 2007.03.07 1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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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냉전, 이번엔 마침표 찍힐까

지난 6자회담에서 2·13 합의가 나온 이후 북핵 문제 해결이 급물살을 탈 조짐을 보이고 있다.

북한의 김계관 외무성 부상이 3월 초에 미국을 방문해 북미관계 정상화 문제를 집중적으로 논의할 예정이고, 북한 핵폐기를 감시·사찰할 역할을 맡을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이 북한의 초청으로 평양을 방문할 예정이다.

2002년 10월 북미간의 핵갈등이 재발한 이후 지난 4년 반동안 답답함과 불안감이 팽배했던 때와는 판이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특히 '위기는 기회'라는 말을 실감케 하듯, 한반도 핵위기는 역설적으로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과 동북아 신질서 구축의 계기를 제공하고 있다. 합(合)으로 승화되지 못한 채, 정(正)과 반(反)이 악순환을 반복해왔던 한반도 냉전의 역사도 이제 그 종말의 징후가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번 기회를 잘 살리지 못하면 위기는 얼마든지 재발할 수 있다. 이것이 바로 한반도 위기와 기회의 변증법적 특징이다.

모처럼 조성되고 있는 역사적인 기회를 살리기 위해서는 2·13 합의의 특징을 잘 포착하고, 걸림돌이 될 수 있는 변수들에 대한 대비책을 미리 세워야 한다. 또한 한반도의 合의 시대가 동북아의 반(反)의 출현과 충돌하지 않도록, 한반도와 동북아 문제의 선순환적 해결 구도를 그려 나가야 한다.

2·13 합의, 위기로 돌아가지 않을까
 
[특징①-단계적·포괄적 해결] 2·13 합의는 크게 세 가지 측면에서 중요한 특징을 담고 있다. 첫째는 단계적이면서도 포괄적인 해결을 추구하고 있다는 점이다.

위에서 설명한 것처럼, 일정을 포함한 구체적인 이행 조치는 60일 이내에 북한이 영변 핵시설를 폐쇄·봉인하고 IAEA의 감시를 허용하기로 한 것과 이에 발맞춰 한국·미국·중국·러시아가 5만톤의 중유를 제공하기로 한 것이 유일하다.

반면 북한 핵시설의 불능화 조치 및 이에 대한 상응조치로서의 95만톤의 중유 및 식량 지원에 관한 일정은 나와 있지 않으며, 북한이 보유한 것으로 추정되는 핵무기와 플루토늄, 그리고 우라늄 농축 문제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는 담겨 있지 않다.

이는 북핵 해결이 단계적으로 이뤄질 수밖에 없다는 점을 보여준다. 그러나 북한이 60일 이후에 9·19 공동성명에 명시된 모든 핵 프로그램의 신고하는데 동의하고, 여타 국가들이 대규모의 에너지 및 경제 지원뿐만 아니라 테러지원국 해제, 북미·북일관계 정상화, 한반도 평화협정 체결 논의도 병행하기로 한 것은 문제 해결을 위한 접근 방식으로서의 '포괄성'을 보여준다.

이는 결국 이행은 단계적으로 하되, 합의는 포괄적으로 함으로써 미래의 기대이익을 통한 현재의 합의 사항에 대한 원활한 이행을 도모하는 메커니즘이 구축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특징②-5만톤 중유만으로 합의] 둘째는 북한이 핵동결의 보상 조치로 5만톤의 중유를 받는 수준에서 합의에 동의했다는 점이다.

이는 1994년 제네바 합의 당시 핵동결의 직접적인 보상조치로 50만톤의 중유를 받은 것이나, 북한이 이전 6자회담에서 요구했던 핵동결의 대가, 즉 경수로 2기에 해당하는 에너지 지원을 요구했던 것과 비교할 때 대단히 낮은 수준이다.

북한이 이러한 조치에 합의한 배경은 크게 두 가지로 볼 수 있다.

하나는 제네바 합의 때와는 달리 북한이 이미 핵무기와 다량의 플루토늄을 보유하고 있어 여타 국가들의 관점에서 볼 때 북한의 핵동결의 가치가 과거보다 크게 떨어졌다는 것이고, 북한의 관점에서 볼 때에는 미국 등의 약속 이행과 추가적인 협상을 가능케 하는 지렛대를 남겨두게 되었다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미국이 북한의 핵심적인 요구 사항인 테러지원국 해제, 관계정상화, 평화협정 체결 등 근본문제에 대한 협의를 개시하는데 동의했다는 것이다. 북한이 에너지 등 경제지원보다는 미국과의 관계정상화 등 근본 문제의 해결를 선호해왔다는 점을 고려할 때, 미국의 이러한 태도 변화는 북한으로 하여금 일단 소량의 중유를 받으면서 핵동결 조치를 수용하게 된 배경이라고 할 수 있다.

[특징③-근본문제 협의하려는 미국]셋째는 미국이 테러지원국 해제 및 관계정상화, 그리고 정전협정의 평화협정으로의 대체 등 이른바 '근본 문제'에 대한 협의 개시 시점을 대폭 앞당기는 데 동의했다는 점이다.

미국은 이전까지 이들 근본문제의 해결 시점을 북핵 문제가 해결된 '이후'로 제시했다. 그러나 2·13 합의에서 이들 문제에 대한 협의를 북한의 핵포기 초기 조치와 연동하는데 합의함으로써 중요한 자세 변화를 보여주었다.

특히 관계정상화와 관련해 북핵 문제 이외에도 인권, 탄도미사일 및 생화학무기, 재래식 군사력 등 다른 이슈와 연계시켜, 이들 문제가 전반적으로 해결된 이후에 관계정상화가 가능하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그러나 2·13 합의에서는 일단 북핵 문제에 초점을 맞춰, 이와 연계된 북미 양자대화를 갖기로 했다. 북미 양자대화에서 미국이 북핵 이외의 다른 문제를 제기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으나, 과거보다 북핵 문제에 대한 집중도가 높아진 것은 분명해 보인다.

이러한 태도 변화는 부시 대통령의 임기, 즉 2008년까지 북핵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근본문제에 대한 유연성을 보여주지 않으면 안된다는 점을 비로소 수용했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아직 낙관은 이르다

2·13 합의가 북미 양측의 정치적 신뢰 회복을 바탕으로 첫단계 동시 행동에 합의하고 포괄적인 문제 해결의 방향성을 담고 있다는 점에서 그 의의는 결코 작지 않다. 특히 대북강경책으로 일관했던 부시 행정부가 임기 내에 북핵 문제 해결 및 이를 위한 상응조치로 근본문제의 해결 의사까지 피력하고 있다는 점에서 60년 넘게 한반도를 짓눌러온 분단체제의 해체가 본격화될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낙관하기에는 아직 이르다. 9·19 공동성명의 완전한 이행을 어렵게 할 걸림돌들은 여전히 많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우선 2차 북미 핵갈등의 원인이었던 우라늄 농축 문제가 있다. 2·13 합의에서는 첫단계 이행조기 기간인 60일 동안 북한이 "공동성명에 명기된 모든 핵프로그램의 목록을 여타 참가국들과 협의"하고, 다음 단계에서는 "모든 핵프로그램에 대한 완전한 신고"를 하는데 동의했다.

이에 따라 북한이 신고 대상에 우라늄 농축을 포함시킬 것인지가 중대 변수가 될 전망이다.

이와 관련해 한국 정부 관료는 북한의 핵프로그램 신고 대상에는 "핵물질, 관련 설계도, 시설, 핵무기 등이 다 이에 해당하며 플루토늄 프로그램 뿐만 아니라 우라늄농축 핵프로그램도 이에 포함된다"며, "북한이 얼마나 성실하고 신의있게 신고하느냐에 따라 '2·13 합의'가 우여곡절을 겪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지금까지 북한이 존재 자체를 부인해왔다는 점에서 신고 대상에 이를 포함시킬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이럴 경우 북한의 우라늄 농축 프로그램 존재를 확언해온 부시 행정부와의 갈등이 불가피해진다. 이를 눈감고 넘어가기에는 이 문제로 인해 지금까지 치른 비용이 너무 클 뿐만 아니라, 미국 내 강경파들의 거센 반발에 직면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특히 부시 행정부가 후세인 정권의 대량살상무기 개발 의혹을 조작·과장한 것이 이미 드러난 상황에서, 북한의 우라늄 농축 문제마저 허위나 과장으로 드러날 경우 부시 행정부가 입게 될 정치적 타격은 상당히 클 것이라는 점에서 부시 행정부가 이 문제에 대해 어느 정도의 유연성을 보여줄 것인지는 미지수이다.

9·19 공동성명에서 '미래의 의제'로 넘긴 경수로 문제 역시 난제이다. 북미 양측이 이 문제에 대해 양보를 했다거나 타협점을 모색하고 있다는 징후는 아직 발견되지 않고 있다. 2.13 합의에서도 경수로 문제는 언급되지 않았다. 이에 따라 북한의 핵무기 및 플루토늄에 대한 폐기 논의가 시작될 때, 경수로 문제가 핵심적인 쟁점으로 또 다시 부상할 가능성이 높다.

또한 정치적으로나 기술적으로 가장 까다로운 검증 문제도 남아 있다. 1993년 1차 북핵 위기의 직접적인 촉발 요인이 북한의 신고한 플루토늄 양과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사찰을 통해 추정한 양 사이의 '불일치'에서 비롯되었다는 점과, 앞으로의 검증 과정은 이 때보다 훨씬 복잡할 것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검증 과정에서 또 다시 갈등이 폭발할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

미국, 테러지원국 해제할까?

걸림돌은 '북핵 요인'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대표적으로 미국이 북한을 테러지원국에서 해제하고 적성국 교역법 적용 대상에서 북한을 빼줄 것인지가 관심사이다. 우선 미국 국무부는 테러지원국을 지정할 때 전년도를 평가 대상으로 삼아왔다는 점에서 2007년 2월 13일 합의를 근거로 올해 북한을 제외시키는 것 자체가 어려울 수 있다.

또한 2·13 합의 직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부보좌관인 엘리엇 에이브럼스가 아시아 정책 및 비확산 담당 관리들에게 이메일을 보내, 미국이 북한을 테러지원국에서 해제하는 과정을 시작하기로 한 것을 강력히 비판한 것에서도 알 수 있듯이 미국 내 불만세력도 만만치 않다.

아울러 일본이 자국인 납치 문제가 해결되기 전까지 북한을 테러지원국에서 해제해선 안 된다며 부시 행정부를 설득·압박할 가능성도 높다.

만약 부시 행정부가 2007년에도 북한을 테러지원국에서 해제하지 않거나, 해제에 준하는 경제제재 해제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북한의 강력한 반발과 맞물려 9·19 공동성명 이행은 또 다시 삐거덕거릴 수 있다.  


2·13 합의 이후의 한반도와 동북아 
    
2.13 합의를 계기로 한반도는 물론이고 동북아 평화에 대한 기대감이 어느 때보다 높아지고 있다. 실제로 9.19 공동성명과 2.13 합의가 품고 있는 역사적 기회의 크기는 결코 작지 않다. 두 합의를 통해 한반도는 물론이고 동북아에도 20세기와는 '다른 미래'를 설계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되었기 때문이다.

특히 같은 하늘 아래에서 공존할 수 없었던 것처럼 보였던 북한의 김정일 정권과 미국의 부시 행정부 사이의 모순관계가 지난 6년간의 격렬한 충돌을 딛고 관계 개선의 문턱에 도달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보수적인 부시 행정부의 임기 내에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체제 구축의 큰 틀이 마련되면, 이를 되돌리기란 쉽지 않다. 민주당이 장악한 의회가 제동을 걸고 나설 가능성도 낮고, 2008년 11월 미국 대선 결과에 따라 북미간의 합의가 위기에 봉착할 가능성도 낮기 때문이다.

이는 1994년 제네바 합의 직후 공화당이 상하원을 장악하면서 의회의 제동에 직면했던 것이나, 2000년 북미관계 정상화 문턱에서 부시의 당선으로 한반도 평화프로세스가 중단되었던 것과는 상당히 다른 정치적 환경이 미국 내에서 조성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6년 전 부시 행정부의 등장이 6.15 남북 공동선언과 북미 공동선언으로 대표되는 정(正)의 시대를 반(反)의 시대로 되돌린 계기였다면, 지난 6년간 표출된 부시 대북정책의 모순은 역설적으로 한반도의 합(合)의 시대를 열 수 있는 밑거름이 되고 있는 것이다.

대북포용정책은 합(合)의 시대를 열어갈 토대
 
그러나 한반도 문제의 정·반·합의 변증법은 보다 거시적인 통찰과 전망을 요구한다. 우선 남북관계 차원이다. 94년 제네바 합의가 부여한 합(合)의 기회가 유실된 데에는 역사적 기회를 포착하지 못한 김영삼 정부의 책임이 결코 작지 않다.

반대로 9.19 공동성명과 2.13 합의가 나올 수 있었던 데에는 김대중-노무현 정부로 이어져온 대북포용정책의 성과가 결코 작지 않다. 만약 두 정부가 한미관계의 반(反)을 두려워해 부시의 대북강경책에 편승했다면, 오늘날의 '지연된 기회'는 오지 않았을 것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1차 핵위기 때와는 질적으로 달라진 한국의 대북정책과 남북관계는 합(合)의 시대를 열 수 있는 중요한 토대라고 할 수 있다. 동시에 2007년 12월 대선 결과에 따라 또 다시 역사적 기회가 유실되지 않도록, 대북포용정책에 대한 국민적 합의와 초당적 협력의 기초를 튼튼히 해야 할 과제가 우리 앞에 놓여있다.

북핵 문제를 비롯한 이른바 '한반도 문제'는 동북아 차원에서 상호 모순적인 특징을 갖고 있다. 한반도 문제는 그 자체가 동북아 질서의 최대 불안 요인으로 인식되어왔다. 동시에 역설적으로 한반도 문제는 동북아의 다른 전략적 갈등의 표출을 억제하는 기능을 해오기도 했다.

이는 '북핵 문제 해결과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이후의 동북아는?' 이라는 질문을 낳게 한다.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체제 구축은 동북아의 최대 불안 요인을 해결한다는 긍정적인 측면을 안고 있다. 그러나 동시에 그동안 한반도 문제에 가려져 있거나 한반도 문제를 구실로 용인되어왔던 여러 가지 문제들을 드러내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후자, 즉 동북아에서 반(反)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 전자, 즉 한반도 합(合)의 과정이 위태로워질 수 있다. 이는 앞으로 우리가 직면하게 될 근본적인 딜레마가 될 것이다. 모처럼 찾아온 역사적 기회를 제대로 살리기 위해서는 한반도를 넘어선 상상력이 필요한 까닭이 바로 여기에 있다.

먼저 미중 관계 차원에서 최근 한반도 문제를 바라볼 필요가 있다. 2차 북핵 문제의 발생과 전개과정, 그리고 9.19와 2.13 등 일련의 합의 배경에 미국과 중국 사이의 갈등과 협력관계가 투영된 것이라면, 합(合)의 형태를 규정할 힘의 중심에는 미중 관계가 존재한다고 할 수 있다.

최근 미국 단일패권주의가 쇠퇴할 조짐을 보이고, 중국의 하드파워와 소프트파워가 급성장하고 있는 시기와 한반도 질서의 근본적인 재편 시점이 중첩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단일패권에 집착하고 있으나 과유불급(過猶不及)의 우를 범하고 있는 미국과 그 의도와 관계없이 강해질수록 그 의도를 의심받게 되는 중국 사이의 갈등과 협력 관계가 교차하는 시점에 한반도의 근본적인 질서 재편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더구나 이들 나라는 각기 남북한의 동맹국이자 6자회담의 핵심적인 당사자이며 한반도 정전협정으로 평화협정으로 대체할 평화포럼의 참가국이다. 이는 미국과 중국의 개별적인 정책과 미중관계의 향방이 한반도의 미래상에 중대한 변수가 될 것임을 예고한다.

동맹의 역설

다음으로 일본의 선택도 중요한 변수가 될 것이다. 일본인 납치 문제에 매달린 나머지 외교정책까지 납치당한 일본이 과연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에 동참할 것인가의 여부는 한반도뿐만 아니라 동북아 질서 전반에 상당한 변수가 될 것이다.

무엇보다도 미일동맹의 문제가 남는다. 북핵 문제 해결과 북미·북일 관계 정상화가 이뤄지는 합(合)의 과정은 역설적으로 중국 대(對) 미일동맹 사이의 모순관계를 극명하게 드러내는 반(反)의 과정을 내포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점에서 최근 러시아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확대 및 미국이 폴란드와 체코에 미사일방어체제(MD)를 배치하는 것에 격렬히 반발하면서 '제2의 냉전'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상황은 동북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그것이 실제로 있든 과장된 것이든, 지난 수년간 미국이 한미·미일동맹을 재편하고 MD 구축에 박차를 가할 수 있었던 데에는 '북한위협론'이 존재했기 때문이다. 일본의 우경화 및 군사대국화 역시 이러한 맥락과 닿아 있다. 그리고 중국이 이에 불만을 품어온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한반도의 냉전해체는 한미동맹과 미일동맹, 그리고 미국 주도의 동아시아 MD 체제에 대한 중국의 의구심을 증폭시키는 결과를 낳게 될 것이다. 북한이라는 '커튼'이 걷어지는 순간, 한미동맹과 미일동맹은 중국과 맞닥뜨리게 될 운명에 있는 것이다.

바로 이 지점에 '동맹의 역설'이 존재한다. 미국 주도의 동북아 동맹체제의 최대 위기는 한반도 냉전구조의 해체에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러한 '동맹의 역설'을 어떻게 해결하느냐는 한반도의 합(合)의 기운과 동북아의 반(反)의 기운 사이의 충돌이 또 다른 반(反)을 낳게 될지, 아니면 더 큰 합(合)으로 귀결될 지를 결정할 핵심적인 변수가 될 것이다.

합(合)의 시대에 직면한 세 가지 과제

결국 한반도 합(合)의 시대의 개막은 크게 세 가지의 과제를 어떻게 수행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할 수 있다. 첫째는 '북핵 해결과 이에 대한 상응조치 사이의 복잡하고도 까다로운 방정식을 어떻게 풀어갈 것인가'라는 미시적인 과제이다.

둘째는 '한반도 합(合)의 시대가 다가올수록 모순이 크게 나타날 수 있는 동북아의 잠재적 대결 구도를 어떻게 슬기롭게 풀 것인가'라는 거시적인 과제이다. 한반도는 그 지정학적인 특성상 동북아 질서의 안정 여부에 상당한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특히 이 두 가지 과제 사이의 선순환적 연결 고리를 발견하고 이를 극대화하는 것이 대단히 중요하다. 6자회담을 동북아 다자간 안보대화의 틀로 발전시키는 것은 기본이다. 이미 그 운명이 다한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를 동북아에너지협력기구로 확대·발전시키고, 한반도 비핵화를 넘어 동북아 비핵지대를 추진하는 것은 선순환적 연결고리의 핵심에 해당된다. 또한 동북아에서 군비경쟁을 억제하고 군사적 신뢰구축과 군비축소를 모색할 수 있는 동북아 군비통제 기구의 창설도 적극 검토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끝으로 이 두 가지 과제 수행을 위한 가장 기본적인 과제가 있다. 우리 안에 남아 있는 냉전적 사고를 극복하고 한반도와 동북아의 선순환적 관계를 구축할 수 있는 탈냉전적 상상력이 바로 그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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