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들썩한 동네잔치, 즐거운 아이들
떠들썩한 동네잔치, 즐거운 아이들
  • 이승봉기자
  • 승인 2004.07.27 13: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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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들썩한 동네잔치, 즐거운 아이들

넝쿨 어린이 도서관 개관1주년 생일잔치 열리다.

  

 

 

 

▲넝쿨 아이들이 동네 평상에서 바닷속 용궁을 협동화로 그리고 있다ㅣ.

 

   넝쿨 어린이 도서관이 올해만해도 두 번이나 동네를 떠들썩하게 만든다. 이번 행사는 도서관 개관 1주년을 맞이하여 벌이는 생일잔치다. 도서관을 찾는 우리 아이들, 그리고 동네 어르신들까지 모두 모시고 흥겨운 잔치가 벌어졌다. 이 행사는 넝쿨 도서관이 1년 동안 어떤 일을 했는지, 1년이 지난 지금은 도서관에 대해서 주위에서 어떤 관심들을 가지고 있는지 알아보는데 의미를 두었다. 평소 자잘한 프로그램이나 덩치가 큰 행사들이 대부분 아이들을 위한 행사였다면, 이번에는 아이들을 도서관에 보내는 부모님들, 그리고 도서관을 지켜보시는 주위 어른들을 모시고 도서관이 해온 일들에 대해 알리고 관심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행사를 치르고 싶었다.

 

 

▲ 행사가 본격화되기전 도서관에서 책을 보고 있는 아이들

 

  이번 생일잔치에는 평생학습원의 지원으로 목요일마다 진행해오던 전래놀이 프로그램을 마감하는 행사도 포함되었다. 전래놀이의 주제는 심청이 이야기다. 전래놀이 선생님들과 생일잔치에 대한 내용, 시간 등을 짜고, 말을 맞추어 나갔다. 광명 YMCA 생협 풍물 동호회 ‘해마루’에서는 풍악을 맡아주시기로 하셨다. 평생학습원에서는 ‘할아버지 할머니께서 들려주는 심청이 이야기’를 준비해 주었고, 전래놀이 선생님들은 심청전과 관련된 놀이를 몇 개 준비해 오시기로 하셨다.

생일잔치 일정은 5시부터 풍물패 해마루의 풍악소리로 시작하여, 5시 30분부터는 할아버지 할머니가 들려주는 심청이 이야기, 7시까지는 장님 기차놀이, 용궁 만들기, 어깨동무 씨동무로 짜여진 전래놀이를 마치고, 고사를 지내기로 했다. 그리고 신나는 강강수월래를 끝으로 막을 내리기로 되어 있었다.

 

 

▲ 아이들이 만든 작품을 전시하고 있다.

 

  생일잔치 날 1주일 전까지는 장맛비가 계속 이어졌다. 이어지는 비로 인해 준비가 수월치 못했다. 드디어 생일잔치가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다. 다행히 장마도 서서히 물러가기 시작했고, 준비하는 자원봉사 아줌마들의 손길이 바빠졌다. 보는 아이들마다 붙잡고 홍보물을 그리고, 쓰고, 만들고, 먹거리 장만하고, 조금이라도 친근한 볼거리를 제공하고자, 심청이 이야기도 그리고, ....인스턴트식품을 배제하고 몸에 좋은 신토불이 우리 음식을 내자는 정신으로 더위 속에서도 하루 종일 식혜 만들고, 김치 담고, 생일날 아침까지 솔비네는 밥하고, 오이냉국, 새우젓 무치느라 정신없고, 지원이네는 풍물놀이에 들고 다닐 멋진 생일잔치 깃발도 만드느라 진땀을 뺏다.

 

 

▲ 아이들이 준비된 생일잔치 음식을 먹고 있다.

 

  드디어 7월 23일 금요일 아직도 뜨거운 해가 온 동네를 비추고 있는 5시...풍악이 울리기 시작했다. 덩덩 더 쿵더 쿵, 덩덩 더 쿵더 쿵...풍물패가 아이들을 한 무더기 몰고 신나게 한바탕 놀았다. 아이들이 60여명 쯤 모여들고, 동네 어른들도 무슨 일인고? 고개를 내미실 쯤 두 번째 프로그램으로 이어졌다. 검은 선글라스를 끼신 할아버지 한분과 할머니 두 분이 정말 구성지고 실감나는 심청이 이야기를 구연동화로 해 주셨다. 아이들이 쏙 빠져들고, 호응이 좋아지자, 할아버지 할머니께서도 신이 나신다. 손발이 척척 맞는 심청이 이야기였다.

  다음은 전래놀이 시간이 이어졌다. 각 학년별로 모둠을 나누고, 장님기차놀이를 해가며 우리 동네 원두막이 있는 쪽으로 아이들은 움직였다. 그곳에 모인 아이들은 커다란 셀로판 종이에 바닷 속 용궁을 만들어 가기 시작했다. 물고기도 만들어 붙이고, 미역도 그리고, 불가사리도 그리고...멋진 용궁이 만들어 졌다.

 

 

▲ 넝쿨도서관의 발전과 아이들의 씩씩한 성장을 비는 축문을 낭독하고 있다.

 

  전래놀이를 끝낸 아이들은 떡과 고기, 식혜, 김치, 수박으로 배를 채웠다. 방학을 하는 날이라서 학교가 일찍 끝난 아이들은 12시부터 도서관에 와서 생일잔치가 시작하기만을 기다린 터라 배가 무지 고팠을 것이다. 아이들 배가 어느 정도 차고, 초대한 어른들이 다 오시고 나서 고사상이 차려졌다. 처음 지내보는 고사인지라, 엇비슷하게 준비는 했는데 영 어색하다. 어른들도 신기한데 아이들은 오죽 신기하랴. 돼지머리가 진짜인지 만져보고, 켜놓은 촛불은 연신 꺼대고, 올려놓은 모든 것들이 신기한가 보다. 무엇보다도 돼지머리의 인기가 최고였다. 어쨌든 돼지머리가 어디로 가야하는지 과일은 어디에 놓는 것인지... 정말 어설프게 고사상을 차리고 나서 도서관  지킴이 아줌마가 절을 하시고, 도서관의 밝은 앞날과 아이들의 건강을 비셨다. 평생학습원 원장님, 생협 이사장님, 동화 읽어주시는 선생님, 전래놀이 선생님 모두 절을 하시고, 돈으로 가득 찬 돼지얼굴이 환하게 웃을 때쯤 마지막 풍악이 울리고 모두 손을 잡고 강강술래를 하며 생일잔치를 마쳤다.   

 

▲ 여름 해는 서서히 넘어가고.. 잔치는 끝나간다.

 

  생일잔치를 마친 도서관 뒷마당의 기나길던 여름 해는 어느새 넘어가 버리고 어둑어둑 해졌다. 서둘러 청소를 마치고 뒷정리를 해 놓고 보니 10시가 다 됐다. 남은 밥 한 그릇씩 푸고 남은 막걸리 한잔씩 받아들고는 하루를 돌아보았다. 어른들이 많이 올 것이라고 생각하고 준비한 막걸리가 그냥 남아서 아깝기도 하고, 생각보다 동네 어르신들이 많이 안 오셔서 서운했지만, 모두 저녁 할 시간이라서 어쩔 수 없었다는 의견, 더워서 아이들이 고생스러웠겠지만 먹기는 너무 잘 먹는다는 의견, 아이들은 생각보다 많이 모였다는 의견, 심청이 이야기 구연동화 해주시던 할아버지 할머니가 가장 인상 깊었다는 의견, 전래놀이 선생님들이 너무 잘 이끌어 주셨고 ,분위기를 잘 띄워주셨다는 의견, 고사지내는 것이 어설펐지만 그래도 재미있었고 색다른 경험이었다는 의견들을 주고받았다.  

   우리가 알고자 했던 넝쿨 도서관에 대한 동네 어르신들, 부모님들의 반응을 직접적으로 들어볼 수는 없었지만, 우리 아이들의 꿈을 열어주는데 넝쿨 도서관이 한발자국 더 나아가는 계기가 되어준 것 같다. 내년 7월 23일이 되면 넝쿨 도서관의 식구 같은 아이들, 부모님, 동네 어르신들이 더 많이 생길 것이라고 자부해도 될 것 같다고 조심스럽게 생각해 본다.

 

 
<2004. 7. 26  넝쿨 어린이 도서관 자원봉사자 문성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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