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원봉사자들을 최고로 예우할 것이다.’
'자원봉사자들을 최고로 예우할 것이다.’
  • 강찬호
  • 승인 2007.04.09 23:09
  • 댓글 8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광명시자원봉사센터 이문찬 신임소장 인터뷰.

광명시자원봉사센터 이문찬(56, 철산4동) 신임소장을 만나 인터뷰했다. 오랫동안 자원봉사자로 활동을 해온 그의 이력은 자원봉사센터라고 하는 기관을 운영함에 있어 현장 위주의 정책을 펼칠 수 있는 장점을 가지고 있는 듯 했다. 자원봉사센터 소장으로서 역점 사업을 어디에 둘 것이냐는 물음에 대해, 그는 “자원봉사자들에게 최선의 서비스를 제공하도록 하겠다”고 답했다. “자원봉사자들이 자원봉사센터를 내 집처럼 편하게 찾아 올 수 있다면, 자신의 소임을 다한 것이다. 자원봉사자들을 최고로 예우를 한다면, 자원봉사자들은 신나서 자원봉사를 할 것”이라고 말한다. 자원봉사자들이 좋아서 찾아오는 자원봉사센터가 돼야 한다는 것이다.

“자원봉사자들이 힘이다. 그들을 최고로 예우할 것이다.”

이렇게 확신을 갖는 데는 나름대로 이유가 있다. “자원봉사자들이 힘이고, 그들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자원봉사센터는 존재할 수 없다.” 자원봉사센터의 역할과 존재의 근거에 대해, 이 소장은 자원봉사자로 오랫동안 현장 활동을 해온 경험적 판단에 근거한 것이다. 현장의 경험을 살려, 자원봉사센터를 자원봉사자들의 한 가운데 놓겠다는 것이다. “자원봉사센터는 물이 잘 고이도록 하는 역할만 하면 된다. 그러면 그곳으로 모이게 된다. 그동안 느낀 것을 실천하겠다.”

자원봉사센터는 지역에서 자원봉사를 활성화시키고, 이를 위해 자원봉사기관이나, 단체 그리고 이들을 필요로 하는 자원봉사 수요처들을 서로 만나게 해주고 협력하도록 하는 역할을 한다. 자원봉사자들을 교육하기도 하고, 적정한 곳에 연결을 해주기도 한다. 지역의 곳곳에서 이뤄지는 자원봉사 현장과 밀접한 관련을 맺는 곳이기도 하다. 자원봉사자들을 발굴하기도 하고, 그들을 교육하기도 한다. 자원봉사 현장의 요구도 알아야 한다. 자원봉사센터가 해야 할 역할은 많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가장 중요한 것은 자원봉사자들의 이해와 요구를 파악하는 것이다.

자원봉사 현장의 경험과 감각을 자원봉사센터 운영과 접목하는 것.

따라서 스스로 자원봉사자이기도 하고, 자원봉사단체에서 활동을 한 이 소장의 경험들은 현장 중심의 자원봉사센터 활동을 기대해 볼 수 있는 부분이다. 누구나 만능이 될 수는 없다. 그가 가진 색깔이 곧 그의 리더십이 될 것이다. 기자는 이문찬 소장의 강점을 그의 현장 경험에서 찾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해보았다.

한편 이문찬 소장과의 인터뷰는 나름대로 인터뷰의 재미를 느끼는 시간이 되었다. 이 소장의 이력 때문이다. 우선 이 소장은 광명시에 거주한 것이 오래 되었다. 처음 광명시에 들어 온 것이 68년도. 광명시가 허허벌판인 때다. 안양천에 줄다리가 놓여 있고, 배로 강을 건너던 때라고 한다. 당시 광명에 대해 질문하고 싶었지만, 일단 본론이 아니기에 유보했다. 이 소장의 부친은 기독교 신자였고, 부친의 친구가 광명에서 목회를 했다. 친구와 같이 살자며 부친이 친구에게 제안을 해서 광명으로 이사를 오게 된 것이라고. 

이문찬 관장의 본업은 태권도다. 운동이다. 65년도부터 태권도를 했고, 지금은 태권도 최고봉이라 할 수 있는 9단 유단자다. 더 이상 오를 곳이 없다. 처음에는 체육관이 없었기에, 마당에 터를 닦아 배우고 싶은 아이들을 대상으로 시작했다. 그리고 76년도에 태권도장 문을 정식으로 열었다. 1남 1녀 자녀들 역시 이 소장의 태권도를 배웠다. 아들은 아버지를 이어, 샛별 태권도장을 이어갈 것을 약속했으나, 지금은 미국에서 태권도장을 운영하고 있다. 아들은 한발 더 적극적이다. 딸 역시 아버지로부터 배운 태권도와 수화를 가지고, 직장에서 나름대로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본업은 태권도. 말할 수 없는 농아인들과 의사소통위해 수화 배워

태권도만 놓고 보면, 이문찬 소장은 한 명의 운동인일 뿐이다. 그런데 이것으로 멈추지 않았다. 80년도를 전후해, 철산동 지금의 쌍마한신아파트 자리가 있던 그곳에 사회복지법인  명휘원이 있었고, 이곳에서 자원봉사를 하면서 농아인들을 만나게 되었다. 명휘원은 조선왕조 마지막 황태자 영친왕후, 이방자 여사가 사회복지 사업을 하던 곳. 이곳에서 이 소장은 지역봉사단체 회원들과 함께 봉사활동을 시작했다. 그러나 말을 할 수 없고, 글을 쓸 수 없는 그들과 의사소통이 문제였다. 그래서 시작한 것이 수화였다. 수화를 통해, 태권도를 가르치기 시작한 것이다. 

81년 한국농아인협회가 결성되었다. 운보 김기창 화백이 설립했다. 그리고 같은 해 처음으로 전국장애인체육대회가 열렸다. 이문찬 소장은 명휘원 농아인 26명을 출전시켜, 30개의 메달을 따 태권도에서 전국 1등을 했다. 이듬해인 82년도에는 한국수화통역자원봉사단을 결성해, 장애인 관련 행사나 대회에서 수화 통역을 전담했다.

특히 85년도 콜럼비아에서 열린 세계장애인기능대회 참가 경험은 수화의 가치에 대해 더욱 확신을 갖는 계기가 되었다. 이 소장은 이 대회에 참여한 3명의 한국인 농아인 선수들의 통역자로 동행했다. 외국어로 의사소통을 해야 하는 부담을 안은 채. 그리고 우연히 일본인 선수들을 만나게 되었고, 언어의 장벽을 경험하게 되었지만, 수화로 서로 의사소통이 가능한 경험을 했다. 이일로 자신감이 생겼다. 동양의 수화와 서양의 수화가 한문과 알파벳에 각각 그 기원을 달리 두고 있음에도, 생활적이고 기본적인 수화는 서로 통했다.

수화의 교육적 효과, 가능성에 주목. 수화 확산에 적극적으로 나서기 시작.

수화의 교육적 효과에 주목하기 시작한 것이다. 수화가 지역이나 국내만이 아니라, 세계와 통할 수 있는 잠재성을 본 것이다. 이에 86년 1기 수화교실을 열었다. 그리고 이 수화교실은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현재 27기다. 22년째 이어진 것이라고. 이후 이 소장의 태권도와 수화의 영역은 필요한 곳곳으로 연결되었다. 광명시에서 이 소장이 농아인들을 돕는 소식이 외부에 알려지면서, 외부에서 농아인들이 광명으로 들어오기도 했다. 88년 장애인올림픽 당시 개회식과 폐회식 수화통역을 담당하기도 했다. 경기도에 있는 운보원에서 85년도부터 88년도까지 농아들에게 태권도를 가르치는 자원봉사를 하기도 했다. 87년도에는 철산여자중학교에서 학생들에게 수화를 가르치기도 했다.

이 소장의 자원봉사 활동이 알려지면서, 상이 주어지기도 했다. 89년도 광명교육청으로부터 광명교육대상을 수상했다. 91년도에는 광명시민 봉사대상을 수상하는 영예도 안았다. 95년도에는 공무원들 교육과정에 수화교육을 포함하기도 했다. 전재희 전 시장 재직당시다. 농아인들의 민원처리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 이후 98년도에는 경기도소방학교 119구급 대원을 대상으로 수화교육을 실시하기도 했다. 농아인들의 사고에 대처하기 위한 것이다. 이 소장의 활동은 수화의 교육 필요성을 더욱 확대시켜 대학 강단까지 문을 열었다. 97년, 98년도에는 한신대학교에서 수화 강의를 했고, 99년도부터는 고려대 교양과목으로 수화가 개설되어, 현재까지 오고 있다. 수화 강의는 나름대로 인기를 얻고 있다.

이 소장은 자원봉사센터 소장으로 부임하기 전까지 수화 교육과 태권도 지도로 바쁜 일정을 보내던 터였다. 지역의 여러 기관에서 요청이 있었기 때문이다. 또 지역의 대표적인 봉사단체 중에 하나인 광명적십자의 회장을 맡고 있었다. 자원봉사센터 소장 공모 소식이 접해지고, 주위에서 강력하게 권했다. 적임자라고. 그러나 이 소장은 많이 망설였다. 그리고 지금은 자원봉사센터 소장으로 부임했다. 

지역에서 오랫동안 태권도장을 운영하면서, 많은 태권도 제자들이 양성되기도 했다. 샛별태권도장을 거쳐 간 많은 이들은 샛별회를 만들어, 우의를 다지기도 한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이들 중에는 이문찬 관장의 교육에 힘입어, 수화와 태권도를 통해 봉사를 실천하는 이들이 있다. 지역 곳곳에서 이문찬 소장과 태권도나 수화로 사제의 인연을 맺은 이들은 이 소장의 보이지 않는 후원자임과 동시에, 이 소장이 새로 맡은 일에 대해 결코 소홀히 할 수 없는 또 다른 책임감을 부여하는 존재들이기도 하다. 앞선 이의 길은 뒤따라오는 이들의 길이 되기 때문이다.

‘당신은 나의 희망과 기쁨입니다.’

‘당신은 나의 희망과 기쁨입니다.’ 이문찬 소장의 명함에 새겨진 글귀다. 자원봉사자들을 예우하는 글귀다. ‘나 보다 먼저 남을 생각하고, 내가 좀 더 수고하면 남이 편해진다.’ 이 소장의 부친에게서 배운 봉사 정신이자, 다시 제자들에게 전해지는 배움이다. 무엇보다도 건강이 최우선이고, 건강해야 자원봉사도 할 수 있다는 것. 새삼스러울 것도 없지만, 이것이 진리임을 부인할 사람도 없다. 가까운 곳에 있는 행복을 찾자고 이 소장은 말한다. 한국전쟁 당시 고아들을 부친은 집에 데리고 와 돌봐주었고, 그런 부친의 삶의 흔적들은 이 소장을 봉사의 삶으로 이끌었다. 그리고 그에게는 기독교적 신앙이 바탕에 있다. 이웃을 사랑하며, 섬기는 봉사의 정신. 이문찬 소장은 기본교육을 강조한다. 기본기다. 그리고 어르신들의 지역사회 참여를 위해, 어르신들이 가진 역량이 지역에서 활용될 수 있도록 애쓰겠다고 한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자원봉사자들에게 최선의 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한다. 그의 포부다. 현장의 감각과 자원봉사센터가 결합하는 것은 어떤 모습일지. 더불어 살아가는 자원봉사마을, 광명을 기대해보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8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이미경 2007-04-24 13:35:12
소장님 축하드립니다. 봉사의 손길 아름답구요. 섬김에 더욱 하나님의 축복이 임하시길...

2007-04-10 15:37:44
우리 소장님, 최고에요...! 기대합니다...!

광명 2007-04-10 13:26:12
광명시 봉사자의 대명사 이문찬소장님의 취임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광명시민 2007-04-10 23:42:17
소장님 취임을 축하드립니다!!

변함없이 자원봉사자 사랑이 이어지길 소망합니다.

소하동수화교실회원 2007-04-13 21:51:09
소장님 취임을 축하드립니다!!
처음하는거라 잘모르지만
세월을 두고 꾸준히 하다보면
잘 하리라 생각해요
열심히 할테니깐 열심히 가르쳐 주세요 ^ ^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