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 마음에는 저마다 다른 무궁무진한 글감이 흐르고 있다.
사람들 마음에는 저마다 다른 무궁무진한 글감이 흐르고 있다.
  • 강찬호
  • 승인 2007.04.23 22: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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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중기획> 평생학습마을-학습동아리 ‘글새미’를 찾아서.



▲ 글새미 회원들이 준비해 온 간식과 차를 나누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

“샘을 방언으로 ‘새미’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샘물은 겉으로 흐르는 물이 아니고 지하 깊숙이 흐르다가 땅 위로 솟는 물입니다. 그것도 한꺼번에 많이 솟거나 멎지도 않은 채 가뭄에도 홍수에도 물의 양은 한결 같습니다. 시원하고 해가 없어 갈증나거나 허기진 사람들에게는 생명을 이어주는 물입니다. ‘글새미’는 글이 솟아나는 샘입니다. 사람들의 마음에는 저마다 각각 다른 무궁무진한 글감이 흐르고 있습니다. 이 글감들이 솟아 머무를 샘을 만드는 곳이 바로 ‘글새미’입니다.”

2007년 4월 23일 오후2시 평생학습원 4층 동아리방. 수필 동아리 글새미를 취재하기 위해 방문했다. 말이 취재지, 몇 년을 해온 동아리를 찾아 그 짧은 만남의 시간으로 취재를 한다는 것은 결국 수박 겉핥기다. 살짝 들여다보고, 그 모임을 스케치하는 정도다. 그럼에도 취재에 응해주는 것도 고마운 일인데, 때론 환대다. 더욱 몸둘바 모를 때는, 오히려 상대 쪽에서 같이 몸둘바 모를 때다.

글새미는 글이 솟아나는 샘입니다.

이번 글새미 경우가 딱 그렇다. 기자가 방문하니, 회원 3명이 모였다. 평소 모임에는 7~8명이 꼬박 꼬박 나오는데, 이날은 인원이 쭉 빠졌다. 그런 날이 있다. 인원이 많은 동아리는 아니지만, 모양새가 그럴듯하게 나와야 하는 데, 회원이 빠졌으니 여간 입장이 난처한가 보다. 그래서 괜히 더 미안한 기색이다. 한 명은 지병인 암으로 치료차 병원에 갔고, 다른 회원 역시 지병으로 빠졌다. 모임을 이끄는 홍일점 남자 전직 교장 선생님 역시 이날은 다른 일정으로 참여하지 못했다. 홍일점 손장석 교장 선생님은 이 모임에서 모임을 이끄는 자체 지도자다. 그런 교장 선생님마저 빠졌으니, 아무래도 모임 진행이 어려운 것이다. 그러니, 이를 어쩌나? 자연스레 다음 모임을 기약하는 것으로 이야기는 흘렀다. 그리고 이런저런 이야기가 오고갔다. 기자는 당연히 모임에 대한 질문을 했다. 글새미 뜻이 뭐죠? 모임은 언제하나요? 진행방식은요?

글새미 뜻을 묻는 질문에 최옥분 대표는 한 권의 책자를 건냈다. ‘살아가는 노래(3) 수다도 약이다’라는 제목이 붙은 자체 문집이다. 2004년도에 펴낸 글 새미의 세 번째 활동 결과물이다. 그리고 그 안에 글새미를 소개한 글이 있다는 것이다. 그 내용을 위에 인용했다. 누구나에게 흐르고 있는 글감과 글을 샘솟게 하는 모임이라고 한다. 용비어천가 2장을 인용했다. 글을 통해 서로 삶을 나누고, 글 쓰는 재미를 느끼는 모임이다.

2002년 강좌 후속 모임으로 시작해, 지금까지 활동 이어져...

2002년도 모임이 시작됐다. 평생학습원(당시 평생학습센터)에서 글쓰기 강좌를 열었고, 이 강좌 수강생들 중 동아리 활동을 희망하는 이들이 모여 글새미는 시작됐다. 강좌를 통해 지도강사가 있었고, 강좌 후 후속 활동을 희망하는 이들이 동아리 활동에 참여하는 방식이 유지되는 동안에 글새미는 나름대로 전성기를 구가했다. 매년 수업을 통해 정리한 글을 묶어서 문집으로 내기도 하고, 발표회도 가졌다. 그러나 일정 기간 후 해당 강좌가 더 이상 진행되지 않으면서, 모임은 그야말로 동아리 활동으로만 남게 되었다. 그리고 지금까지 모임을 이끌고 왔다.

이들은 한 달에 두 번 2째주, 4째주 월요일에 격주간으로 모인다. 두 주간 동안 각 회원들은 각자의 글을 써온다. 물론 바쁘거나 글이 써지지 않아 빈손으로 오는 경우도 있다. 모임에서 각 자 써온 글을 서로 읽고 이야기 해준다. 각 자가 써온 글이 주제가 되고, 화두가 되는 것이다. 때론 하나의 주제가 부여되기도 한다. 그렇게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서로의 생각과 삶을 나누게 된다. 글 쓰는 능력을 자연스레 배우며 채워가는 시간이 되기도 한다. 회원들은 개별적으로 문단에 등단을 하거나 대회에 나가 수상을 하기도 한다.

대화가 진행되자 적은 인원에 행여 모임 소개에 누가 될까 싶어 걱정하던 눈들은 어느 새 사라지고, 간식으로 싸온 인절미가 책상위에 올랐다. 뜨거운 물에 녹차와 커피도 등장했다. 그리고 회원들의 안부가 오고갔다. 대화 사이사이 기자의 질문에도, 열심히 대답한다. 인원이 적으면, 좀 더 깊이 들여다 볼 수 있고, 인원이 많으면 한발 물러서 취재를 할 수밖에 없는 경우라면, 이  참에 글새미를 소개할 요량으로. 그리고 마련된 떡과 차를 마신 후 기자는 ‘저 이거 글 나름대로 정리해서 올릴 겁니다’하고, 인사 후 동아리방을 빠져 나왔다.

“미사여구로 된 번지레한 글을 원하는 사람은 이 글을 읽지 않아도 됩니다. 매끄럽지 못하여 군데군데 군더더기가 보여도 거짓이 없는 삶의 향기를 맡고 싶다면 이 글을 몇 번이라도 읽기를 권합니다.” 글새미 세 번째 문집 ‘끄트머리 글’에서 인용한 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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