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날 유감
어린이날 유감
  • 노신복
  • 승인 2007.05.02 2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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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노신복(구름산산행학교 교장, 광명경실련 공동대표,목사) 
   
이 기고글은 구름산산행학교 노신복 교장이 이 학교 홈페이지를 통해 지난 해 어린이날을 맞이하여, 올린 글입니다. 올해 어린이날 행사를 맞이하여 글을 요청했고, 노신복 교장은 올해도 같은 맥락에서 어린이날을 음미해보자는 취지로 동일 글을 본지에 기고했습니다. 광명지역에서 어린이날 행사 추진 방식을 두고 논란이 있기도 하지만, 이 글은 어린이날 의미, 그 자체에 대해 다른 시각으로 볼 것을 주문하고 있습니다. 독자들과 나누고자 합니다. <편집자주> 

대학시절. 미국 유학을 다녀오신 교수님이 강의 시간에, 유학 가서 그 나라 말에 빨리 익숙해 질 수 있는 좋은 방법을 가르쳐 주셨다. 그 비결은 ‘어린이를 친구로 만드는 것’ 이었다.

학교 운동장이나 공원에 가면 많은 어린이들이 농구나 야구 등 운동을 하면서 놀고 있는데 그 어린이들과 어울리는 것이다. 특히 혼자서 외롭게 있는 어린이의 놀이 친구가 되어 준다면 더욱 좋다. 놀이 친구가 된 어린이는 반드시 가정에 초대를 하게 되고, 그 가정의 귀한 손님이 되어 부모와 그 이웃들과 친분을 갖게 되며, 그 결과 그 나라 언어(문화)에 익숙하게 된다는 것이다.

미국에는 엄마의 날(마더데이), 아빠의 날(파더데이)은 있지만 어린이날은 없다. 365일이 어린이날이기 때문이다. 어린이의 천국이다. 
우리나라는 어떤가!
책가방이 가장 무거운 나라, 조기교육에 시달리는 나라, 부모의 과욕 때문에 혹사당하고 있는 어린이의 지옥...

몇 년 전 철산도 모아파트에 사는 4학년 어린이가 우리 학교에 등록을 했었다. 운전 중, 차 안에서 어린이들의 대화를 듣고 있었는데, 그 내용이 방과 후 몇 군데 학원에 가느냐였다. 4학년 어린이는 11곳에 다녔는데 지금은 6곳이란다. 이름을 대보라 했더니 5곳은 아는데 한 곳은 알아내지 못했다. 수영,골프,검도,미술,피아노,영어,수학,논술,과학, 하모니카, 바둑, 요리, 컴퓨터....나는 속으로 ‘얼마 가지 못 하겠군’ 했는데 1년 다니고, 그만 두었다.
12번째 경험을 위해 그만 두었으리라.

한 달 전 광명시민단체협의회(시민협)에서 핸드폰으로 문자가 왔다. 어린이날 행사를 위한 준비모임에 산행학교도 참여해 달라는 내용이었다. 나는 교사회를 열어 행사에 참여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당시 나는 시민협의 상임공동대표이다. 물론 대표로서 행사에 참여해 인사는 하겠지만, 학교 어린이들과 학부모를 동원시키지는 않을 것이다. 누굴 위한 행사인가? 어린이! 시장! 시민단체 또 하루, 어린이를 혹사시키는 날...? 어린이 뿐 아니라 온 가족이 혹사당하는 날 이다. 여러 단체들의 경쟁적인 자기 알리기, 소음, 먼지,..

어린이를 소중하게 여김을 어린이가 느낄 수 있도록 어린이를 귀하게 여기는 분들과 함께 조용히, 차분하게 보내야 하지 않을까?

어린이를 위해 비싼 외식을 하고, 선물을 사 주고 번잡한 놀이 공원을 찾고 특별 이벤트를 하느라  온 가족을 고달프게 만드는 어린이날이 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무슨 날이 되면 밖으로 나가는 이벤트성 행사가 아니라, 가정에서 친지들과 함께 조촐하지만 의미 있게 보내는 생활 문화를 창출 해 내야 할 때이다. 무슨 날이 되면 밤일 마을 음식집에 메어지는 모습을 보면서 한심하다는 생각이 든다.

나는 어린이를 좋아해서 어느 지역에 살든지 그 지역에 학교 운동장을 찾아 어린이들과 어울리며 야구를 가르쳐 주곤 했었다. 특히 30년 전 잠실 4단지에 살 땐 4년간 살면서 공휴일이나 주일이면 야구를 했었는데 한 번도 어린이의 초대를 받은 적이 없었고, 오히려 이상하게 여기는 것 같았다. (부모들이) 목사가.... 어른이 할 일 없어서....

광명시 어린이날 행사에 참여할 필요가 없게 되었다. 시에서 어린이날 행사를 공모 했는데 하안복지관에서 주관하게 되었단다. 광명YMCA에선 별도로 행사를 하고, 다른 시민단체들은 별도의 행사를 하지 않기로 했다.

365일 어린이를 소중하게 여기는 가정·사회·국가가 되어, 참으로 천국 같은 행복한, 희망이 넘치는 세상이 되게 하자

제자들: “하늘나라에서는 누가 가장 위대 합니까? ”
예수님: “ 내가 분명히 말해둔다. 너희가 변화되어 어린아이와 같이 되지 않으면 결코
               하늘나라에 들어가지 못할 것이다. 
               그러므로 하늘나라에서 가장 위대한 사람은 이 어린이처럼
              자기를 낮추는 사람이다.(마1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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