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할 때 자원봉사 10,000시간 채우고 싶다!
건강할 때 자원봉사 10,000시간 채우고 싶다!
  • 강찬호
  • 승인 2007.04.23 20:59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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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사와 배움으로 일주일이 바쁜 하안1동 한영순 여사

한영순 어르신을 인터뷰하면서, 광명에서 살아가는 기쁨을 경험했다. 백 마디 말보다, 한 번의 실천이 더 힘 있는 일인지 모른다. 행함이 앞서는 이들 앞에서, 백 마디 말이 무슨 소용이 있을까?

말 보다 행함의 힘을 몸소 보여 주는 이가 한영순 여사다. 올해 73세다. 하안1동에 거주한다. 늘 신나고 기쁜 인생을 살고 있다. 사는 것이 각박하다보니, 우리 삶에 ‘행복’이라는 말이 주는 힘이 새삼스러운 때다. 때론 정글의 법칙이 작용하는 사회에서 살다보면 우리의 모습은 어느새 일그러진 자화상이고, 그런 자화상을 서로 마주하며 그 속에서 이겨보겠다고 살아가는 것이 우리의 일상인지도 모른다. 그런 때니, 행복을 외치는 이들은 사회적으로 주목의 대상이자, 부러움의 대상이 되는 요즘이다. 그 틈을 비집고 행복이 하나의 사회적 트랜드이자, 유행어로 주목받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정말 중요한 것은 진정한 행복을 누리는 것이다. 행복의 진정성이 필요하다. 아마도 한영순 여사는 생짜(!)의 행복한 삶을 살아가는 이가 아닐까 싶다. 행복을 보여주는 이들은 여럿이겠지만, 한영순 여사처럼 행복을 보여 준다면.

‘인생에서 이보다 더 나을 수 없다’...지금의 삶이 너무 행복하다.

서두가 길었다. 본론으로 들어가기에 앞서 한영순 여사를 만난 감회를 더 많이 전하고 싶다. 그러나 이쯤에서 누르기로 했다. 왜, 한영순 여사는 인생이 즐거운가? 봉사다. 봉사의 삶과 학습의 삶을 통해 인생의 기쁨을 누리고 산다. “인생에서 이 보다 나을 수 없다”고 단언한다. 일주일 내내 한 여사는 봉사와 학습의 일정을 빼곡하게 지니고 산다.

월요일 한 여사가 찾는 곳은 성애병원과 평생학습원. 성애병원에서 오전 9시부터 오후2시까지 봉사활동을 한다. 건강검진을 돕는 등 병원을 찾는 이들에게 도움을 주고 있다. 병원에서 병원을 찾는 지인들을 종종 만나는데, 이들이 반갑다. 병원 봉사 활동을 마친 후, 평생학습원으로 향한다. 컴퓨터를 배우기 위함이다. 현재 배우고 있는 것은 포토샵 과정. ‘어려운 것을 왜 배우냐’는 질문에, 봉사 활동에 다 쓰이게 된다고 대답한다. 배우는 것과 봉사가 별개가 아니다. 

화요일은 도서관 독서모임에 참여한다. 빛누리 독서모임. 올해 12년째 참여하고 있다. 한 달에 두 번 모임을 갖고, 두 권의 책을 회원들과 함께 읽는다. 책을 읽지 않는 세태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종종 매스컴을 통해 보도된다. 향후 책을 읽지 않는 국민들이 맞이하는 사회의 모습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가 끊이지 않지만, 한 여사는 모임을 통해 독서를 꾸준하게 이어가고 있다. “책 사는 것 아깝지 않다. 다 읽은 후에는 자녀들이나 손자들에게 준다.” 한 개의 모임이 오랫동안 지속되는 것은 쉽지 않다. 누군가, 그 모임을 버티고 서있는 버팀목 같은 존재들이 있기 마련이다. 한 여사는 빛누리 독서회의 버팀목이다. 

월·화·수·목·금 그리고 주말...난 매일이 배움과 자원봉사의 나날.

수요일. 적십자 활동을 통해 하안1동 푸드뱅크 봉사 활동에 참여한다. 독거노인들에게 음식을 나눠주는 일을 한다. 푸드뱅크를 찾는 독거노인들은 한 여사를 보고, “오히려 당신이 도움을 받아야 하는데...”라고 말한다. 한 여사의 나이도 그들 못지않기 때문이다. 이곳저곳에서 기증된 푸드뱅크 음식을 필요한 이들에게 전달하는 중간 일 역시 보람이지만, 오히려 자신을 걱정하는 독거노인들을 만나는 것 역시 말로 할 수 없는 보람이다.

목요일. 한 여사는 하안동 보건소 치매노인요양센터로 향한다. 치매로 기억을 잃어버린 노인들을 대하며, 말벗이 되고 활동을 거든다. 다양한 손작업, 손놀림 프로그램을 통해 이들이 기억을 회복하는 일을 돕기도 한다. 이곳을 찾아갈 때면 빈손으로 가지 않는다. 뭐라도 먹을 것을 들고 가, 이들과 나눈다.

금요일. 고속철도 광명역사에서 안내 봉사 활동에 참여한다. 이곳에서 봉사활동을 하는 금빛평생교육봉사단 일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2004년 7월 개통이후 줄 곧 활동해 오고 있다. 하루 5시간 봉사 활동을 한다. 동양 최대의 역사에서 봉사를 할 수 있다는 것은 자긍심이다. 그래도 KTX는 여행용은 아니란다. 기차여행은 차창 밖으로 지나는 경관을 즐겨야 하는 데, KTX는 너무 빨리 간다. 무궁화호가 더 낫다고 말한다.

주말. 봉사의 재미에 푹 빠진 한 여사에게 주말은 별도의 의미를 갖지 않는다. 주말 역시 봉사 활동을 하는 평일의 연장일 뿐이다. 남산 한옥마을이 봉사활동 터전이다. 이곳에서 한옥마을 안내를 맡고 있다. 올해로 6년째다. 외국인 관광객이 많이 방문하는 곳이기도 하다. 일본인을 만나면 일어 회화를 통해 안내가 가능하지만, 다른 나라 외국인의 경우는 손짓이나 눈짓 등 몸짓 언어를 동원한다. 언어의 한계는 애로사항이지만, 그 동안 자원봉사 경험과 연륜을 이용한다. 자원봉사자들에게 나오는 8천원의 식대나 교통비도 받지 않는다.

가족보다 자원봉사 우선에 가족들 서운하다고? 그러나 오해일 뿐...더 젊을 때 활동하고파.

처음에는 광명에서 함께 시작한 이들이 있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자녀 문제 등 집안일 등을 이유로 중도하차해, 지금은 광명에서는 혼자만 남아서 꿋꿋하게 자리를 지키고 있다. 시작하면 끝장을 보는 성격도 작용하는 것 같지만, 무엇보다도 봉사 일이 재밌고, 참여하면서 배우고 만나는 사람들이 곧 자신의 친구라고 여기기 때문이다.

이쯤이면 가족들은? 가족들보다 봉사 활동을 우선하는 한 여사에 대해 자녀들의 불만이 없는 것은 아니라고. 봉사 활동이 더 우위에 있는 것 같아 서운해 하는 기색이 있지만, 오해일 뿐이란다. 좀 쉬면서 인생을 돌보는 것이 5남매 자녀들이 바라는 바지만, 한 여사는 오히려 바깥으로 움직이고 활동하는 것이 더 신나고 기쁘다. 자녀들이 걱정할 것 같아 외부 활동의 전부를 알리는 것은 아니지만, 자녀들도 눈치로 알고 있을 것이란다.

그러나 한 여사가 이렇게 활동에 박차를 가하는 데는 나름대로 이유가 있다. 하루라도 건강할 때 봉사를 하겠다는 것이다. “낮잠 자고 공상하면 뭐하나. 머리가 희든, 나이가 먹든 상관없다. 마음이 젊다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며, 할 수 있을 때 하겠다는 것이다.

또 하나는 신뢰다. 자신이 선택한 자원봉사 현장에서 만나는 이들과의 약속을 소중하게 생각한다. 지각하지 않고, 결석하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당연 개근이다. 자신의 끈기에 스스로가 놀라기도 한다. 직장처럼 생활한다. 어찌 보면 직장 그 이상의 성실함인지도 모르겠다. 자신을 ‘자원봉사에 미친 사람’이라고 자평하면서, 웃음을 짓는다. 그 만큼 이 일이 재밌다.

자원봉사하면서 드는 생각, 역시 배워야...그들의 친구가 되기 위해.

스스로 재밌고, 말할 수 없는 보람을 느끼는 봉사인 만큼, 한 여사는 또 다른 마음 자세를 가지고 있다. 배움이다. 계속해서 배우는 자세가 결국 자원봉사에 도움을 준다는 것이다. “곰곰이 생각했는데 자원봉사하면서 드는 생각은 역시 배워야 한다는 것이에요. 자원봉사 하면서 만나고, 그들과 친구가 되려면 배워야 해요. 마중물이 되려면 배워야 해요.” 봉사가 봉사로 그치지 않고, 배움으로 이어지고, 사람들과 만나며 친구가 되는 이치를 깨달은 것이다. ‘자원봉사만’으로 분리된 것이 아니다.

당연히 소망도 있다. 이렇게 재밌는 일, 오래 할 수 있도록 건강했으면 좋겠다는 것이다. 지난해까지 한 여사가 참여한 자원봉사 활동 누적 시간은 3천여 시간이다. 월 평균 120시간은 자원봉사를 한다. 건강할 때 1만 시간을 채우는 것이 목표다. 그의 자원봉사 활동 시간은 광명시자원봉사센터를 통해 관리되고 있다. 

그의 자원봉사 활동 이야기는 그의 자원봉사 활동 시간만큼이나, 무궁무진해 보인다. 지역에 거주하는 새터민을 1:1로 만나 후견하는 역할, 문화원 어르신도우미 활동, 지역 사회복지 시설 사랑의집에서의 봉사 활동, 어린이도서관에서의 동화구연 등. 인터뷰 시간관계 상 다 들을 수 없었고, 기록할 수도 없었다.

자원봉사 1만 시간 채우고 싶다.

자원봉사가 우리 사회, 우리 지역에 넓게 확산되는 것은 누구나 바라는 일이다. 한영순 여사의 활동 이야기가 학교 현장이나, 지역 현장에 직접 생생하게 전해져, 그 주체할 수 없는 기쁨이 전해졌으면 하는 생각이 인터뷰 중간에 들었다. ‘이렇게 살수도 있구나, 자원봉사라는 것이 이런 것이구나’하고, 각박하게 살아가는 우리 삶의 한 부분으로 스며들었으면 하는 바람이 생겼다.

한 여사는 5남매를 혼자 힘으로 키우기 위해 억척스럽게 살았다. 학창시절에는 배구선수로 뛰었다. 학창시절 별명은 ‘인형’이었다. 친구들이 그렇게 불렀다. 한 때 운동을 했으니. 운동신경은 자신 있다. 탁구도 재미 붙여, 시판자격증까지 땄다. 등산도 해볼 만큼 했다. 사는 일이나 자원봉사에 누구보다도 억척스럽게 참여하고, 책임감을 갖는 것에는 살아온 흔적들이 베여 있는지도 모른다.

독서회 버팀목인 그에게, 책 읽는 사회를 위해 감동있게 읽은 책 한권을 추천받았다. ‘싯다르타’다. 깨달음을 얻기 위해 스승을 찾아 나서는 이야기. 그리고 깨달음은 유유히 아래로 흘러가는 강물과 그 강물을 건너는 뱃사공을 만나며 얻게 되었다는 이야기라고 소개한다. 법정스님의 ‘무소유’ 역시 추천한다.

“책 속에 길이 있다. 책 속에 있는 여러 사람들에게서 배울 것이 많다.” 맘 비우고, 열심히 몸으로 사는 인생의 길을 한 여사는 마냥 신나게 걷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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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대 2007-04-25 19:36:52
한영순회장님! 저 박국장입니다
여전히 열심이시네요
늘 건강하시고 행복하세요

이문찬 2007-04-24 22:15:49
광명시민신문에 대하여 감사의 말씀을 드리며 숨은 봉사자들을 찾아 미담을 실어 주심으로 많은 사람들에게 귀감이 되게 해주심 너무 좋습니다 특별히 한영순 여사님은 73세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나보다 남을 위해 생활 하심을 보람과 행복으로 생각하시고 실천 하시는 모습이 너무 아름답습니다 더욱 건강하시고 많은 봉사활동을 통해 위해 건강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