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31년 공직생활 점수는 60점. 정말?
나의 31년 공직생활 점수는 60점. 정말?
  • 강찬호
  • 승인 2007.06.05 01:34
  • 댓글 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정년퇴임 강신일 전 국장 퇴임 인터뷰



강신일 광명시의회 전 사무국장은 지난 4일 광명시장을 비롯해 간부 공무원들이 참석한 가운데 진행된 명예퇴임식을 끝으로 광명시에서 28년간의 근무를 포함 공직생활 31년간의 생활을 마감했다. 정년퇴임 당일 강신일 전 국장을 만나 전격 인터뷰했다. 그의 공직생활 철학과 소감, 퇴임의 변 등을 들었다.

강신일 전 국장은 자신의 공직생활에 대해 농담을 섞어 가며 60점을 주었다. 물론 농담일 것이다. 자신이 공직생활을 무사히 마치고 정년퇴임을 할 수 있었던 것은 선배와 후배 공직자들 덕분이라며 무탈하게 퇴임할 수 있었던 것에 대해 감사의 마음을 동료들에게 전했다.

인터뷰 내내 그는 차분했고, 공직 생활에 대해 만족한 표정이었다. 28년간 광명시에 근무하면서 그는 기술직 분야를 제외하고 30개 부서에서 근무를 했다. 강한 카리스마의 지도자이기 보다는 온화하고 합리적인 쪽을 선택했다. 공직자로서 지켜야 할 원칙을 지키기 위해 노력했다.

시민들의 눈높이에 맞춰 일하지 못한 것이 아직도 아쉬움이 남지만, 공무원은 봉사를 하면서 월급을 받을 수 있는 유일한 직업 중에 하나라며 공무원들이 열심히 일하면 일할수록 시민들의 이익과 직결된다는 사실을 후배들이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시민들을 위해 봉사하고 시민들을 위한 서비스 개선에 매진해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끊임없이 공부하는 자세를 잃지 않아야 한다고 말한다.

새삼 민주주의의 기본원리이자 원칙으로 여겨지는 ‘for the people, of the people, by the people'이라는 문구가 와 닿는다며, 공직은 공익을 위한 봉사자임을 잊지 않아야 한다고 강조하다.

시가 추진하고 있는 역세권 개발과 음악밸리 사업, 가학 폐광산 개발 사업 등은 시가 이제껏 추진해보지 않은 거대한 프로젝트라며, 후배 동료들이 이 일을 잘 추진해 주어 광명시를 새로운 단계로 발전시켰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강 전 국장은 이제 평범한 시민으로 돌아가 지금까지 부인을 위해 잘 하지 못했던 역할을 찾아 나서고 있다. 평소 환경문제에 대한 관심을 담아 생태하천 사업을 추진하는 작은 업체에 참여해, 환경 문제 분야에 일익을 담당하는 역할도 준비하고 있다.

이하 인터뷰 전문이다.

기자 : 공직생활 시작과 광명과의 인연은요?

강신일 국장 : 지난 76년 시흥군 과천면에서 시작했습니다. 군대를 갔다 와서 학교 졸업을 하고 7급 공채로 공직생활을 시작했습니다. 79년 시흥군 광명출장소로 와서 지금까지 근무하고 있습니다. 당시 광명시는 ‘마누라 없이는 살아도 장화 없이는 살 수 없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진흙 구덩이었습니다. 개봉교와 한진아파트까지만 포장이 되었고 나머지는 비포장 진흙이었습니다. 광명시가 서울시로 편입된다는 말도 있었지만, 오히려 광명시가 되고서 눈부시게 발전했습니다. 광명시가 교육문제만 빼면 서울외곽보다는 더 빠르게 발전했다고 봐야합니다.


기자: 퇴임사를 하신다면요?

강 국장 : 개인이자 공직자로서 맡은 바 소임 끝낸 것 영광입니다. 상하 동료들 덕분이고 그들의 배려 때문입니다. 고맙게 생각합니다. 혼자 힘만으로 정년퇴직 하는 것 쉽지 않습니다. 부하 직원의 영향도 받고, 선배 직원들의 영향도 받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더 영광입니다.

둘째로 시가 개청 이래 중차대한 시기에 도래했습니다. 역세권 개발, 음악밸리, 폐광산 개발 등 대규모 프로젝트가 추진되기 때문입니다. 시에 정체성을 부여할 수 있는 일입니다. 백년지대개 중차대한 일이고 후배공직자들이 능동적으로 수행한다면 가능한 목표라고 봅니다. 선배로서 지켜보고 싶습니다.


기자 : 음악도시 등에 대해 시민적 공감대가 아직은 낮은 것 같은데요.

강 국장 : 폐광산은 수도권 유일의 경암산(단단한 돌산)으로 단단해 안전성이 높다고 합니다. 내부가 7층으로 이뤄졌구요. 서울 유니버셜스튜디오처럼 동굴영화관, 동식물박물관 등 다양한 체험과 관광이 가능하도록 개발할 필요성이 있습니다.

음악밸리 사업 역시 4~5년 동안 관련 전문가들과 함께 의견 수렴을 거쳐서 마련한 사업입니다. 광명시는 그린벨트는 많고 개발면적이 적은 상황이어서 음악밸리 사업이 타당성이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기반시설이 없는 가운데 문화관광부 지원을 따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7만평 도시기반시설 확보를 했고, 부지매입에 대해 다양한 방법이 있을 것이라고 봅니다. 기반시설을 갖추고 아마추어 양성 등 음악의 기초에 투자해야 합니다. 관련 사업이 10대 국책사업에 포함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가시화되면 달라 질 것입니다.



▲ 명예퇴임식 후 축하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 광명시청 제공)

지방자치제가 되어서 지자체는 행자부나 도에 소속된 것이 아닙니다. 지자체 간에 경쟁해야 하고, 그 경쟁은 공익을 우선으로 합니다. 주민 복지, 주민들에게 돌아갈 서비스 혜택을 제공하기 위한 아이디어 창출 경쟁을 하는 것입니다. 따라서 공무원들에게 사명감을 부여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신규 공무원 교양교육 시에 ‘공직생활 후회한 적 없다. 봉사하면서 봉급 타는 직장 공무원 밖에 없다. 천직으로 알고 시민 봉사 열심히 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공무원은 공복입니다. 한자로 ’하인 복‘자 입니다. 자긍심 갖고, 시민 봉사해야 합니다. ‘for the people, of the people, by the people'의 의미를 새롭게 느끼고 있습니다. 지방자치가 진정한 민주주의라고 봅니다. 잊으면 공무원 아닙니다. 

기자 : 아직도 군림하려는 공무원들이 있는 것 같은데요.

강 국장 : 민주주의 금방 되는 것 아닙니다. 국민의식이 선진화돼야 선진국 됩니다. 옛날에 비해 상당히 발전했습니다. 물론 개선점 많이 있습니다. 민원창구를 방문해 봐도 알 수 있습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공무원 스스로 느껴야 합니다. 무엇보다도 실천이 중요합니다. 

기자 : 아쉽거나 기억에 남는 것이 있다면요?

강 국장 : 공직생활 처음하면서 고생 많이 했습니다. 지금은 달라졌지만 주말을 쉬어보지 못했습니다. 일에서 보람을 찾았습니다. 안 거쳐본 이들은 그 맛을 모릅니다. 시민들에게 더 친절하고 시민의 입장에서 이루지 못한 일들이 있습니다. 더 시민들의 목소리를 경청하고 시책에 반영해야 하는데 미흡한 것들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시민들이 시정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들이 확대돼야 합니다. 마음으로 다가가지 않으면 안 됩니다. 찾아가서 마음으로 대화해야 합니다. 

기자 : 공직생활에 대해 자평한다면 몇 점이나 줄 수 있나요?

강 국장 : (웃음) 60점이나 줄 수 있을까? ‘패기 없다. 추진력이 없다’라는 평가를 듣기도 하는데...글쎄. 정이 많아서 일까요. 기술파트는 가보지 못했고, 30개부서 정도 거친 것 같습니다.

기자: 퇴임 후 계획은요?

강 국장 : 광명시에 계속 살 것입니다. 서울에서 태어났지만, 광명시가 사실상 고향입니다. 환경문제에 평소 관심이 많았습니다. 지구 온난화 문제 등 지구 전체에 대해 위기의식 갖고 대처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다음 세대를 위해서도 대비해야 합니다. 광명시에 있는 생태하천 시공업체에 가서 일할 생각입니다. 관심 분야로 간 것입니다. 백수가 되니 더 바쁩니다. 아내와 시장도 동반하고, 드라이버가 되기도 합니다. 은행이나 동사무소 업무도 직접 갑니다.  

기자 : 퇴직 후에 관련 업체로 가서 물의를 일으키는 경우도 간혹 있는데요. 퇴임 후 일이 그런 것과 관련 있는 것은 아닌지요.(웃음)

강 국장 : (웃음) 난 그런 일 못하는 사람이에요. 개인적인 일로 누구에게 그런 일 해본 적이 없어요. (웃음)


기자 : 끝으로 쓴소리 하나 해주신다면요.

강 국장 : 시의 주인은 시민입니다. 공직자로서 역할과 소임을 다해야 합니다. 군림해서는 안 됩니다. 봉사하는 공직자로서 신념이 필요합니다. 시민들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해 연찬하고 노력해야 합니다. 질 좋은 행정서비스 향상을 위해 부단히 공부해야 합니다. 열정과 긍정이 필요합니다. 무관심하고 회피하고 비난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대화가 중요합니다. 동료 간에, 상하 간에, 시와 유관기관, 산하단체 간에 대화가 필요합니다. 시민단체도 마찬가지입니다. 또 단체 간에 대화도 부단히 필요합니다. 애로사항 서로 듣고 나눠야 합니다. 의제만 놓고 이야기하다 보면 잘 안 됩니다. ‘다 시를 위해서 하는 일이다’ 생각하고, 열린 마음을 갖고 한 번에 해결하려는 것이 아니라, 두세 번 만나서 해결한다고 생각하고 만나야 합니다. 대화만 있다면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강신일 전 국장은 공직자로서 시민들을 위해 봉사하는 자세와 공부하는 자세를 강조했다. 또 끊임없이 대화하려고 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31년 공직생활의 노하우라면 노하우다.

강신일 전 국장은 1948년 2월 서울에서 태어나 휘문고등학교와 고려대학교 불어불문학과를 졸업하고 1976년 12월 31일 시흥군 과천면을 시작으로 공직에 입문했다. 1981년 7월 시흥군 광명출장소가 광명시로 승격되면서 광명시로 공보, 상공, 사회, 기획 시정계장 등 주요 부서를 역임하고 감사담당관, 의회사무국 전문위원, 민원처리과장, 시민과장, 총무과장 등을 두루 거친 후 1999년 9월 4일 지방서기관으로 승진, 기획실장, 행정지원국장, 의회사무국장을 역임 했다. 특히 민원처리과장으로 재직 시 One-Stop 행정시스템을 국내 최초로 구축, 시민들의 번거로움을 해결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으며 문화재 정비 및 축제 등을 통한 지역문화 발전에 크게 기여해 왔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1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지인 2007-06-26 00:48:10
그 동안 고생많으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