茶를 알면, 다른 세상을 만날 수 있다.
茶를 알면, 다른 세상을 만날 수 있다.
  • 강찬호
  • 승인 2007.06.22 09: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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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중기획> 평생학습동아리 전통차 모임 ‘다모’를 찾아서



▲ 차를 통해 예를 갖추고 사람을 만난다. 전통차 모임 다모.


차를 주제로 모인 학습동아리 ‘다모’ 모임을 찾았다. 도심 속 일상에서 잠시 쉬어가고, 느림의 시간을 갖는 이들의 모임이다. 다소 낯설지만, 그리고 짧은 시간이지만 다도의 세계를 살짝 엿봤다.

평생학습원 4층 다목적강의실이 다모의 모임 공간으로 활용되고 있다. 다도를 하기에 그리 안성맞춤의 공간은 아니지만, 이들은 그저 너른 공간을 이용해 모임을 할 수 있음에 대만족이다. 이런 모임 공간이 있다는 것 자체가 감사할 뿐이란다. 모임이 시작하는 시간은 화요일 오전 10시. 기자가 방문한 시간은 19일 오전 11시로 모임이 진행되는 중간이다. 

회원 중에 단전을 지도하는 이가 있어 다도를 시작하기 전에 단전을 한 후다. 단전을 한 후 다구(다기와 찻상)를 펼쳐, 준비해 온 차를 함께 시음한다. 이미 교양과정을 이수하고 지도자 과정에 있거나 이수한 이들이 ‘행다’를 시연하고, 처음 교양과정에 참여하는 이들은 행다를 지켜본다. 끓여진 물로 차를 우리고, 준비된 잔에 차를 따른다. 그리고 함께 참여한 이들끼리 일대일로 대화를 나누며 차를 마신다. 차려 입은 한복은 예를 갖췄고, 흐르는 전통음악은 마음의 평정을 부른다. 

이날 등장한 차는 녹차. 지난 주 회원들이 차 재배지 현장을 방문하고서 구해 온 차다. 경남 사천에 있는 한 암자에서 차를 구했다. 청정지역에서 유기농으로 재배를 한 차다. 재배지를 방문한 회원들이 3시간 30분 동안 찻잎을 땄고, 가마솥에서 증제한 차다. 이 모임의 회장을 맡고 있는 정은하(53) 회장은 차 맛이 특별히 맛있다며 차를 권한다. 차 맛을 평가하기에 기자는 차의 문외한이지만, 그 부드러운 맛과 살짝 스미는 녹차의 텁텁한 맛으로도 좋은 차라는 느낌을 가질 수 있었다. 다식으로는 복숭아를 이용한 음식이 등장했다. 물론 회원 중에 한 명이 준비해 온 것이다.

이렇듯 다모는 차를 중심으로 모인 모임이다. 다도 모임이다. 회원들이 함께 차 재배지를 찾아 나서기도 하고, 전통찻집을 찾아 나서기도 한다. 전국이 대상이다. 물론 중국과 일본 역시 예외는 아니다. 각 자 구입해온 차를 다모 모임을 통해 함께 시음하는 것은 다모의 즐거움이다. 그 차를 음미하고 차에 대해서 대화를 나눈다. 누가 어디서 구해, 어떻게 차를 내 놓느냐에 따라 차의 맛은 그때마다 다르다. 사람마다 다르다. 차의 향기가 그 사람의 향기가 된다. 그래서 다도에는 정도가 없다고도 말한다. 차에 답이 없다. 



▲ 다모 회원들이 행다를 시연하고 있다.

정은하 회장은 20여년 동안 사회 현장에서 여장부로 일했다. 그리고 요리·춤·노래·서예 등 자신을 찾기 위해 안 해본 일이 없을 정도라고 한다. 그러다 우연이 다례원에서 진행하는 행다를 만나게 되었고, 그때 가슴이 울렁이는 경험을 했다. 앞만 보고 달려 왔던 인생이고, 때론 허무함을 느끼기도 했지만 차를 대하면서 ‘저렇게 사는 것인 인생이구나’하는 깨달음을 얻었다. 지금도 PC방을 운영하며 바쁘게 살고 있지만, 다모 모임이 있는 날은 어김없이 모임을 찾는다. 다모 모임 그 자체가 느림이고, 반복되는 일상에서 다른 삶을 사는 과정이다. 일상에서 얽혀있는 복잡한 일도 이 시간을 통해 실타래처럼 풀리는 경험을 하기도 한다. 지금은 50을 조금 넘은 나이지만, 50대 후반에는 지방 어딘가에 적당한 곳을 찾아 전통찻집을 준비해 오는 이들을 맞이할 계획도 세웠다. 영리를 쫓는 것이 아니라, 삶을 쫓는 것이다.

이외에도 다도의 멋은 많다. 정은하 회장은 다도에 대해 종합예술이라고 말한다. 음악이 있고, 다기와 다구, 옷, 차, 그리고 다화가 함께 조화를 이룬다. 단순하게 차를 마시는 것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차를 마시며 선을 쫓고 마음가짐을 달리하는 것 역시 차의 오랜 역사가 말해 주는 힘이다. 가족들 역시 차를 함께 마실 수 있다. 차의 맛을 저절로 찾아가는 가족들의 모습을 보기도 한다. 다모는 경로당이나 청소년 기관, 지역 유관기관 등을 찾아가 다도를 알리며 자원봉사를 하기도 한다. 다도의 재미에 푹 빠진 회원들은 정례적인 다모 모임에서 가족들이나 다른 이야기를 할 시간이 많지 않다. 차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만으로 시간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 다모 정은하 회장은 다도를 통해 자신을 찾을 수 있었다고 말한다.

다모는 차를 알고 즐기는 이들의 모임이지만, 한편 든든한 후원자를 가지고 있다. 원광디지털대학 차문화경영학과의 도움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차에 대해 교양과정뿐만 아니라 본격적으로 공부를 원하는 이들을 위한 교육과정이 마련돼 있다. 전문 과정을 원하면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있고, 안내를 받을 수 있다. 다모와 함께 지역에 있는 다례원이 이런 매개 역할을 한다. 다례원의 고혜숙 원장은 지역뿐만 아니라 전국적인 네트워크가 있다고 말한다. 원광대에서 주최하는 다도 관련 전국 행사에 참여할 수도 있는 것은 이런 네트워크의 힘이다. 국내만이 아니라 국제적인 교류 기반도 확보하고 있다. 다모는 작은 모임이지만, 개인의 관심 여하에 따라서 차의 세계로 깊이 있게 빠져 갈 수 있다는 것이다. 다례원을 찾으면 차 한 잔 마실 수 있다. 산지에서 온 차를 직접 구입할 수도 있다. 차를 찾는 이들에게 도움을 주고자 하는 마음이자, 정성이다. 끝으로 다모는 차를 보관하고 관리하는 곳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일상에서 살짝 벗어나 차와 함께 다른 삶으로 침잠해 보심은 어떨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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