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머리로 남의 행복을 설계할 줄 알아야
네 머리로 남의 행복을 설계할 줄 알아야
  • 강찬호
  • 승인 2007.06.25 11: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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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소기업 착취하는 대기업 방식으로 안돼. 사회책임 다해야. 

김영호 유한대학 총장은 ‘다 주면 다 받는 세상’이 될 것이라며, 기업이 사회적 책임성과 지속가능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미 세계는 이 방향으로 나가고 있는데, 우리 사회는 아직 이러한 메커니즘을 확보하고 있지 못하다며 우려했다. 

김영호 총장의 강의를 들은 한 참석자는 "맛있는 비빔밥을 먹은 느낌이다. 경제학이라고 하는 사회과학이 인문학과 만나는 느낌을 갖게 되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지난 21일 평생학습원(원장 김홍규)에서 진행한 더불어숲 김영호 총장의 주요 강연 내용을 요약했다. 

김 총장은 이날 강연에서 먼저 세계화로 말문을 열었다. "배 타고 비행기 따고 다른 나라에 가서 경쟁하는 것이 세계화가 아니라, 바로 우리 지역에서 동네 슈퍼마켓에서, 가정에서 세계화가 진행되고 있고, 글로벌 경쟁이 이뤄지고 있다"고 지적한다.

단적인 예를 핸드폰으로 들었다. 핸드폰의 기초기술은 미국에 있고, 핵심기술은 일본에 있다. 그리고 나머지 부분에서 한국이나 중국, 일본 등이 경쟁하고 있다. 애국심으로 호소하는 시대는 지났고, 무엇으로 국제 경쟁에서 이길 수 있는 고부가가치를 창출할 것인가의 문제가 과제로 남아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우리의 현실은 어떤가? 여전히 과거 패러다임의 가격 경쟁 체제를 유지하고 있다고 말한다. 대기업은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중소기업의 납품단가를 낮추는 것에 의존하고 있다. 가장 손쉬운 방법으로 중소기업의 납품단가는 매년 10%식 낮아지고 있다고 지적한다.

이런 대기업의 경영 방식으로 인해 하청, 재하청으로 이어질수록 중소기업은  갈수록 어렵고 가장 밑바닥에는 외국인 노동자 착취, 인권유린, 범죄, 자살 등 우리사회의 가장 어두운 그림자들이 드리워져 있다고 지적한다.

결국 대기업의 가장 밝음 면과 우리 사회 중소기업들의 가장 어두운 면이 동전의 양면처럼 걸쳐 있다는 것이다. 대기업이 중소기업의 몫을 빼앗은 구조에서 사회양극화는 더욱 심해진다. 상위 20%와 하위 20%의 격차가 8배 이상 나고 있다는 것이다. 10배가 넘어서면 사회적 폭동이 야기될 수도 있다고 우려한다. 



▲ 땅이 사람보다 돈을 더 버는 나라, 선진국 될 수 있나?

중소기업에 대한 대출을 통해 은행권이 지난 해 13조 순이익을 내는 구조 역시 문제라고 지적한다. 선진 금융기법을 통해 은행의 이익을 내는 것이 아니라, 이자와 수수료를 통해 이익을 내고 있는 현실에서 중소기업이 겪는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는 것이다.

사람이 정상적으로 노동을 해서 얻는 소득보다도 부동산이 벌어 드리는 소득이 훨씬 많은 우리나라의 모습이 정상적인지에 대해서도 언급한다. “이런 나라 없다. 어떻게 선진국 될 수 있는가”

한국 금융구조에 대한 문제점도 언급한다. 세계유동자금들 중에서 단기성 투기자금인 해지펀드들이 국내에 대규모로 유입되어 머무는 것은 불안한 징조라는 것이다. 이런 구조에서 한국 금융자본이 흔들리고 우리만의 페이스를 갖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최근 정부가 추진하는 한미FTA 역시 같은 맥락에서 우려스럽다고 말한다. “FTA 위력이나 세계화의 위력을 잘 모르고 있는 것이다” FTA나 세계화의 파고를 넘기에 우리 정부나 사회의 대응 정도는 아직도 미숙하다는 판단이다.

이미 선진국들은 세계화 시대를 살아가기 위해 앞서 가고 있는데, 우리사회는 과거의 패러다임에 머물고 있다는 것이다. 선진국들은 상대(국, 기업)를 인정하고, 상호 이익을 모색하며 사회적 책임성을 다하는 방향으로 나가고 있고, 이는 경제가 경제에만 머무는 것이 아닌 인문학적 사고를 포함하고 있다고 말한다.

선진국의 앞서가는 모습 중에 한 면이라며 최근 빌게이츠가 학위를 받는 졸업장에서 한 연설을 인용한다. “인간의 진보, 발전이라고 하는 것의 목적은 발전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닌 사회 불평등을 줄이는 것이어야 한다”는 내용이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한 말이다.

김 총장은 최근 자신이 몰두하고 있는 문제 역시 기업의 사회적 책임 문제라고 말한다. “기업이 환경에 대한 책임을 다하고, 기업의 지배구조가 반듯하고 정상적이어야 한다.” 기업의 지속가능성 역시 같은 맥락이다.

또 이러한 맥락에서 사회적책임투자(SRI) 개념을 언급한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성을 평가하고, 이러한 기업에 장기적이고 안정적으로 투자할 수 있도록 사회적책임투자자금을 지원하는 메커니즘이다.

필란드나 일본 등 선진국은 이러한 사회적책임투자자금이 대량 유입되어 그 사회의 장기적인 투자 자금으로 활용되고 있지만, 우리나라 현실은 단기자금 중심의 투기성 자금이 대량 유입되어 있다는 것이다.

김 총장은 우리 사회가 이러한 메커니즘을 확보하도록 시급하게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기업은 사회책임성을 확보하고, 소비자도 녹색구매나 재활용 등을 통해 이러한 메커니즘을 만들어 가는 일에 동참해야 한다. 개인만으로는 어렵지만, 함께 나서면 가능하다고 말한다. 또 개인과 국가를 넘어 이러한 ‘전환’은 지구적 차원에서 진행 중에 있다고 말한다. 

김영호 유한대학 총장은 전 산업자원부 장관이자, 애덤스미스 이래 세계 100대 경제학자에 포함되기도 했다. 김 총장은 공직에 있다가 물러나 유한대학에 머문 이유를 강연 중간에 들려준다. 유수한 다른 대학으로 갈 수도 있었지만, 그는 이곳에 머물렀다. 유일한 박사의 묘소를 방문하고 그 분의 묘비에 새겨진 글을 마주했다. “네 머리로 남의 행복을 설계할 줄 알아야 한다” 김 총장은 “그 동안 이 글과는 멀리 떨어져 살아 온 삶이지만, 나도 이제 연습해보고자 유한대학을 맡았다.”고 말한다. 김 총장은 이날 강연은 우리 사회 단면에 대해 쓴소리를 아끼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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