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 사는 평민’을 기르는 풀무학교 이야기
‘더불어 사는 평민’을 기르는 풀무학교 이야기
  • 강찬호
  • 승인 2007.07.20 00:19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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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셋목 더불어 숲 대화마당, 정승관 풀무학교 교장 초청



▲ 정승관 풀무학교 교장, 본질적인 교육문제를 위해, 한 숨 돌리고 갈 때.

홍성에 있는 풀무농업고등기술학교(이하 풀무학교) 정승관 교장이 광명시평생학습원이 주관하는 7월 셋·목 더불어숲 대화마당 초대손님으로 광명을 찾았다. 강연 주제는 위대한 평민을 기르는 요람, 풀무학교 이야기이다. 이날 강연은 ‘전인교육’이라고 하는 교육의 본질적인 목적과 이러한 목적을 위해 노력해 온 풀무학교에 대한 소개로 진행됐다.

정승관 교장은 자신이 더불어 숲 대화마당의 강사로 서는 것은 과분하고 학교를 이끌어 가는 이로 소개받는 것도 과분하다며, 스스로를 ‘풀무학교의 30년 학생’이라고 소개했다. 아직도 풀무학교에서 배우는 학생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그 동안 풀무학교에 머물면서 보고 들은 것을 전하겠다며 강의를 시작했다. 

정승관 교장은 지난 77년 대학을 졸업하고, 풀무학교에서 30년째 교직 생활을 하고 있다. 정승관 교장은 현재 입시위주의 교육은 교육의 본질을 벗어나 있는 것이며, 이러한 교육의 문제를 풀고자 하는 노력들이 여전히 또 다른 문제를 낳고 있다며 교육의 본질적 문제에 접근하지 못하는 현실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 문제를 위해 잠시 숨을 돌릴 때라고 제안했다.

정승관 교장은 지난 58년도에 풀무학교를 세운 이찬갑 선생과 주옥로 선생의 건학이념을 먼저 소개했다. 그리고 이들은 ‘기존 학교에 더하는 학교는 만들지 않겠다’며 ‘교육의 본질을 다하는 학교를 만들고자 했던 것’이 설립 당시의 고민이었고, 이는 ‘전인교육’으로 요약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정승관 교장은 지금 처해진 교육의 문제에 대해 언급했고, 풀무학교의 교훈과 이 학교가 추구하는 열 가지 교육목표를 풀어 설명했다. 이를 통해 풀무학교가 운영되는 원칙과 원리에 대해 청중들에게 전달했다. 끝으로 풀무학교 학생들의 생활 모습들을 담은 슬라이드를 보여주었다. 


이하 정승관 교장의 주요 강연 내용이다.

풀무학교 설립자들의 설립이념은 한 마디로 전인교육이다. 올바른 인간을 키우는 교육이다.

보통사람들은 교육문제를 말하면 대학입시를 말한다. 결국 교육문제를 해결하자는 것이 대학입시 문제 해결하자는 것이다. 대안교육도 인성교육을 하더라도, 대학입시에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말하는 것이 현실이다. 문제를 옮겨 놓는 것이지, 문제의 본질 해결하려고 하지 않는다.

무엇을 가르칠 것인가에 대해 먼저 질문해야 한다. 왜 지금 우리가 그것을 가르치지 못하는 것인가. 그렇다면 현재 제도 무엇이 문제인가라고 물어야 한다.

고등학교 3년 투자하면 평생 보장된다고 아이들에게 말한다. 아니지 않은가. 그런데도 우리 아이들에게 그렇게 말하는 것이 현실이다. 문제에 직면해야 한다.

어떤 가치의 삶을 살아야 할지, 아이들은 전혀 눈치 채지 못하고 있다. 중학교에서 고등학교 가는 아이들이 벌써부터 무엇을 먹고 살지 고민하고 있다. 어른들이 아이들을 협박한 결과이다. 평화, 생태, 환경...우리 인류가 처한 공적인 가치를 위해 이 아이들이 일을 할 수 있겠는가?



▲ 풀무학교 1년 생활모습을 담은 슬라이드. 
공동학습과 아이들의 자치활동은 중요한 교육과정이다.

둘째로 아이들이 생활이 없어졌다. 친구도 잃어버리고, 협동해서 일해야 할 대상자들, 공동체적 가치를 잃어버렸다. 이런 문제에 대해 아이들을 탓할 수 있을까? 그렇다고 아이들이 경쟁력이 있는가.

무엇을 해도 갈등에 놓인 아이들이다. 그렇다면 어떤 가치의 문제를 두고 갈등을 하게 할 것인가의 문제로 봐야한다. 본질적인 생활의 터를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에 아이들이 선택할 수 있는 것이 적다.

학생들은 어른들을 믿고 있다. 겉으로만 반발하는 것으로 보이는 것일 뿐, 어른들 말 다 듣고 있다. 그래서 어른들이 아이들에 대해 신뢰를 갖는 것이 중요하고 어른들의 역할이 중요하다. 

풀무학교는 학교의 전반적 운영을 아이들이 스스로 해가고 있다. 학생들 학생회나, 생활관(기숙사) 운영위원회, 전체회의 등을 통해 아이들이 자치활동을 배우고, 공동생활을 익히고 있다. 공동생활이라고 하는 터전을 풀무학교 아이들은 가지고 있고, 그 생활 속에서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을 배워가고 있다

풀무학교의 교훈은 ‘더불어 사는 평민’을 기르는 학교다. 처음에는 위대한 평민을 기르는 학교였다가 바뀐 것이다. 하나님과 이웃, 지역과 세계, 자연과 모든 생명과 함께 더불어 살아가는 평민을 기른다는 것이다.

풀무학교는 열 가지 교육 목표를 가지고 있다.

첫째, 성서위의 학원이라는 교육목표다. 형식과 교리에 치우친 기독교가 아니다. 성서와 예수의 가르침을 있는 그대로 접하는 것이다. 여기에는 기독교라고 하는 종교적 틀이 중요하지 않다. 기독교인이 아니더라도 이 학교를 다닐 수 있다. 함께 성서를 읽고, 그 가르침을 배우고자 한다.

때론 이런 가르침의 영역은 교사들에게도 중요한 원칙을 제공한다. 교사들이 학생들과의 관계에서 (인간) 교사로서의 한계에 봉착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럴 경우 교사의 입장으로서만 문제를 바라보는 것이 아닌, 성서의 가르침을 통해 문제를 바라보는 것 역시 중요하다.

둘째 교육목표는 기본층의 평민이다. 평민이란 자기와 남의 가치를 자각, 존중하면서 주어진 자기실현과 사회 기여에 힘쓰는 기본층의 ‘깨어나는 평민’을 말한다. 자기 자각이라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기에 이를 돕는 것이 교육이다.
 
아이들의 생활을 지켜보면 잘 하는 사람과 못하는 사람의 경계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함께 사는 것이 어느 정도 공감대가 형성이 되면, 서로 보완적인 관계를 형성해간다. 아이들이 스스로 적절하게 이러한 조화를 만들어 간다.

전체 28명 신입생들 중에서 2명의 아이들이 장애가 있거나, 사회적으로 도움이 필요한 아이들을 선발한다. 이 아이들이 함께 생활하는 것을 지켜보면, 이 아이들 역시 아무런 문제가 없음을 알 수 있다. 오히려 문제가 되는 것은 아이들을 바라보는 주변의 시선일 뿐이다. 문제가 아님에도 자꾸 문제라고 여기면서 교육의 여지를 협소화해가는 것이 오리혀 문제다.

셋째 목표는 머리, 가슴, 손의 조화이다. 풀무학교는 대학을 가는 것이 우선적인 목표가 아니다. 설립초기 이창갑 설립자는 대학을 갈 사람은 아예 이 학교에 오지 말라고 했다. 지금은 90% 이상이 대학을 가고 있다. 대학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올바른 인간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하는 교육이 우선이고, 이런 학생들을 대학이 뽑아가는 것이라고 이해해야 한다.

단편적으로 교과과정에 편성된 노작교육은 오히려 아이들을 일로부터 멀어지게 할 수 있는 우려가 있다. 일과 생활이 분리되지 않도록 하는 것 필요하다. 일과 생활이 자연스럽게 몸에 배도록 하는 것이 인성 발달에 도움이 된다. 따라서 노작교육 지도 교사는 어떤 과목보다도 전문성 필요하다. 아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놀이가 바로 일이다. 일 할 수 있도록 조건을 만들어 주는 것 중요하다. 일에 몰입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고, 일이라고 하는 것이 본래 목적에 닿을 때 교육적 효과 나타난다.

노작교육 외에도 풀무학교에서는 공동학습이 많이 이뤄진다. 10월에 열리는 학교축제 풀무제를 위해 4월에 주제를 정한다. 그리고 이 주제에 맞춰 학교 교과 과정이나 동아리 활동들이 맞춰진다. 그리고 전반적인 과정을 공동을 준비하고 진행한다.

매주 목요일마다 저명인사나 졸업생, 때론 학생들 중에서 진행하는 다양한 문화시간의 강연이 그렇고, 학생들의 수학여행 역시 공동학습 맥락에서 진행된다. 진로교육 역시 같은 맥락이다. 학부모들 중에서 직업 분류를 정하고, 학부모 강사들이 애정을 토대로 직업 소개를 한다. 학생들이 3학년 때 제출하는 졸업논문 역시 아이들이 졸업 후 정하는 진로와 괴리되지 않는 경우도 종종 있다.

풀무학교 학생들이 직업을 선택하는 기준을 위해 직업 선택 십계명을 가지고 있다. 학생들의 자신들의 개성과 천성을 존중하고, 높은 정신을 가지고 낮은 곳에서 생활하는 것, 직업은 충분히 오랜 시간을 준비하는 것이 필요하고 학교는 이를 준비하는 곳이라는 것, 수입이나 명예보다 어렵고 힘든 곳을 찾아 이웃을 위해 봉사할 수 있는 직업을 찾는 것, 직업에는 귀천이 없다는 것, 기존의 길보다는 새로운 길을 찾아 나서도록 하는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넷째 작은 학교의 원칙을 지켜가고 있다. 전교생이 75명이다. 최근 지원자가 많아지면서 규모를 키우자는 요청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지금껏 작은 학교 원칙을 지켜가고 있다. 가능한 풀무학교와 같은 학교들이 각 지역에서 생겨나는 것이 더욱 바람직하다고 보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작은 학교는 이 학교의 교육적 목표와도 맞닿아 있는 학교 운영이다. 작은 학교이기 때문에 서로 배려할 수 있고, 공동체적으로 문제를 해결해 갈 수 있다.

학생 전원이 생활관 생활을 하고 있다. 전교생이 생활관에서 생활하는 것은 지난 94년부터 가능해졌다. 생활관 생활을 통해 학교는 예배하고, 배우며, 생산하고 생활하는 공동체를 지향한다. 아이들은 선·후배가 함께 생활함으로서 서로 문제 해결 능력을 키워가고 함께 생활하는 방식을 익힌다.
 
다섯째, ‘머리도 없고, 꼬리도 없다’는 교육목표를 가지고 있다. 모든 것은 민주적으로 운영된다. 교장이란 말 역시 없다. 문제가 생기면 먼저 아이들이 문제에 대해 해결 방안을 찾는다. 그리고 아이들의 해결방안에 대해 교사들은 조력자 역할을 한다. 이 학교 구성원 중 5% 정도를 차지하는 교사들이지만, 아이들의 문제 해결에 대해 아이들과 교사들 간의 신뢰를 전제로 문제 해결을 위해 조력하고 있다.

대부분 아이들이 스스로 문제를 잘 해결해가는 모습을 보인다. 어떤 문제에 대해 지속적으로 논의하다 보면 학교가 추구하는 교육적 목적에 부응해가는 모습을 보게 된다. 이런 논의 과정은 효율성의 문제로 접근해서는 안 되며, 오히려 이러한 과정이 근본적인 효율성을 담고 있다.

일곱째, 밝은 학교 생활이다. 아이들이 학교 주인이 되면 밝아진다. 자신들이 하고 싶은 일 하고 있기에 아이들은 밝다. 설령, 아이들이 인상을 쓴다 해도 그것마저도 밝게 인상을 쓰고 있다. 아이들은 어른들에 대해 말을 다 듣고 있다. 아이들과 교사들 간에 신뢰 관계는 아이들이 스스로 알아서 한다고 해도, 오히려 교사들에게 더 많이 조언을 구하는 모습으로 나타난다.

여덟째, 더불어 사는 지역과 학교를 목표로 한다. 학교가 있는 곳은 홍동면이라고 하는 면 단위 지역이지만, 지역 안에 생활협동조합, 신용협동조합, 지역 전체 유기농이 행해지고 있다. 풀무공동체라고 주민들이 의사를 밝히지 않더라도, 이미 풀무공동체에 소속되어 있는 모습이다. 졸업생들이 졸업하고서 지역에 남아 지역운동을 이끌어 가는 이들도 있다.

아홉째, 국제이해를 목표로 하고 있다. 이미 일본의 몇몇 학교와 자매학교를 맺고 있다. 60년대부터 중국어, 일어를 교육해왔다. 한국과 일본 그리고 중국은 동양의 삼형제 나라여야 한다는 것 때문이다. 이 세 나라의 평화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결국 국제이해 교육은 평화의 가치로 바라보는 교육이다.

끝으로 사학의 책임을 교육의 목표로 한다. 공립학교와 별개로 사상을 깊게 하는 것이 사학의 건학이념이다. 그 사학의 건학 이념을 충실하게 하는 것이 곧 사학을 바로 세우는 것이다.

내년이면 풀무학교 설립 50주년이다. 풀무학교는 앞으로 50년도 이런 교육 목표를 가지고 풀어 갈 것이다.

불합리한 교육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또 다시 문제를 만들어 내기 보다는 교육의 문제, 본질적인 문제에 접근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한 숨 돌릴 때다.

※ 강연의 주요 내용은 강연의 전문이기 보다는 강연 내용을 발췌 정리한 것이고, 문맥을 전달함에 있어 오류가 없는 한도 내에서 다소 재구성 한 부분도 있음을 밝힙니다. 강연은 존칭이지만 존칭도 생략했습니다.-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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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2007-07-27 16:59:27
<지금까지 50년~,앞으로도 50년~ 같은 목표를 가지고 학교를 운영한다>는 말씀이 가슴에 와 닿습니다(교육은 과연 백년대계이니까요^^)
우리 아이들도 밝고 건강하게 자라나서 풀무학교에 다닐 상상에 미소가 번집니다. 그리고 <지금 여기에서 행복해 지는 연습>을 꾸준히 노력하겠습니다.^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