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3 하은, 꿈을 위해 “공부하죠”...고1 다은, 꿈을 위해 “소설 읽고, 소설 써요”
중3 하은, 꿈을 위해 “공부하죠”...고1 다은, 꿈을 위해 “소설 읽고, 소설 써요”
  • 강찬호
  • 승인 2007.08.20 16:11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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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일반학교 학생 하은이와 대안학교 학생 다은이를 만나 인터뷰하다. 



▲ 고1 다은(왼쪽)이와 중3 하은(오른쪽). 둘은 사촌 자매지간. 방학을 맞아 둘이 함께 지내고 있다.


여름방학이 얼마 남지 않았다. 17일 중학교 3학년 하은이와 고등학교 1학년 다은이를 만났다. 둘은 사촌 자매 간이다. 방학을 맞아 둘은 함께 지낼 수 있게 됐다. 다은이는 대안학교인 남양주 소재 산돌학교를 다니고 있고, 하은이는 광명북중학교를 다니고 있다. 대안학교는 대안교육의 지향성 외에도 다양한 학교 선택권을 아이들이나 학부모들에게 제공한다는 면에서 긍정성을 가지고 있다. 서로 다른 성격의 학교를 다니는 하은이와 다은이를 17일 인터뷰했다.

기자 : 학교생활은 재미있나요?

하은 : 재밌어요.

오, 학교생활이 재밌다고? 기자의 놀라하는 표정에 하은이의 이어지는 답변은 쉬는 시간, 점심시간을 이용해 친구들과 수다 떠는 것이 재밌다고 말한다.

기자 : 학원은요?

하은 : 단과학원 한 곳 다니고 있어요.

하은이는 대부분 아이들이 종합 학원에 다니고 있고, 학교 수업을 마치면 매일 학원으로 가는 것이 일상이라고 말한다. 한 반에 1~2명 정도, 학원을 가지 않는 아이들이 있다. 단과 학원 한 곳 정도 가고 독서실에서 스스로 공부하는 하은이는 매일 학원을 가는 부류의 아이들과는 다른 생활을 하고 있다. 참고로 하은이의 학교 성적은 수위를 달린다. 소위 말하는 ‘범생이’다.



▲ 다은이는 꿈이 작가란다. 블로그에 40여편 소설을 쓰고 있다. 하은이를 보면 
자신이 이렇게 공부 안해도 될까 내심 걱정이란다. 그런데 표정은 밝기만하다. 

다은 : 재밌어요. 기숙생활도 재밌고, 아이들과 노는 것도 재밌어요. 선생님들과 노는 것도 재밌어요.

중학교까지는 학교 안에 있는 기숙사에서 생활하다, 고등학교에 올라가면서 다은이는 학교 기숙사가 부족해 학교 밖으로 이동해 바깥 기숙사를 이용하고 있다. 6시에서 6시30분 사이에 일어나 학교로 이동한다. 7시30분까지 식사를 하고 8시 30분에 아침 조회 겸 하루 수업 준비를 한다. 9시부터 4시까지 수업을 한다. 이 학교 아이들은 방과 후에 친구들과 놀거나, 동아리 활동을 하고 있다. 동아리 활동을 여러 개 하는 친구들도 있지만, 다은이는 한 개 동아리 활동만 하고 있다. 신문부다.

다은 : 요즘 권태기다. 월 1회 정도 학교 신문을 내다가 요즘에는 계절별로 내고 있는데, 이번 여름호가 안 나왔다.

선생님 잔소리에도 불구하고 신문부 학생들은 마감일이 지나도 내지 않고 있다는 것. 다은이는 이를 두고 권태기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신문부는 일주일에 두 번 정도 나가는데, 신문부 일 빼고는 친구들과 수다 떨고 논다. 학교 안에서 생활이 이뤄지기 때문에 학원은 아예 갈 수 없다.

기자 : 꿈은?
(요즘 아이들이 꿈이 없다고 하는데, 다은이와 하은이는 어떤가하는 생각에서 나온 질문이다.)

하은 : 선생님이 되고 싶어요.

기자 : 왜요?

하은 : 아이들과 노는 것이 좋아요. 그래서 초등학교 선생님이 되고 싶어요.

하은이는 자기 생각, 주관이 비교적 뚜렷하다. 반면 친구들 중에 꿈이 없는 친구들도 많다고 말한다.

다은 : 작가요. 부업도 생각하고 있어요.

다은이가 뜬금없이 부업을 언급한다. 작가는 돈을 많이 벌지 못하기 때문에 자기 하고 싶은 작가를 하면서, 부업으로 돈을 벌어야 한다는 것이다.



▲ 하은, 앞으로 꿈은 초등학교 교사. 대안학교를 다니는 다은 언니가 부럽기도. 
시험과 비평준화는 내신 관리에 부담이고 스트레스다. 그래도 학교 친구들과 수다는 재미 만땅. 

다은이는 중학교 3학년 시절 학교 안에서 뻥 튀기 장사를 한 경험이 있다. 학교에서 지원하는 창업자금으로 친구들과 장사를 한 것이다. 창업자금으로 기구도 사고, 재료도 샀다. 월급으로 4만원을 몇 차례 받기도 했다.

기자 : 요즘에 관심사는?

하은 : 연예인들이죠. 드라마나 영화에 나오는 연예인들, 연예 뉴스를 많이 봐요. TV나 인터넷 검색을 통해 연예기사를 많이 봐요. 친구들도 그렇고요. (드라마) 커피 프린스, 너무 귀여워요. 친구들이 대부분 이 드라마를 보고, 줄거리를 이야기해요.

다은 : 저는 연예인은 좋아하지 않아요. 전 프랑스 가수 존 아이젠을 좋아해요. 최근에 뮤지컬에 출연하기 위해 한국에 왔는데, 어제 끝나서 볼 수 없었어요. 이 가수가 좋아지니까 프랑스도 좋아져요.

다은이는 혼자서 소설 읽고 노래 듣는 시간을 많이 갖는다. 최근 가수 존 아이젠이 좋아지는 것도 있지만, 주로 관심을 갖는 것은 소설과 노래다.

다은이와 하은이는 대부분 친구들이 옷에 대해 관심이 많다고 말한다. 연예 뉴스 외에도 포털 사이트를 통해 접하는 여러 뉴스들은 아이들의 수다 거리다.

기자 : 꿈을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나요?

하은 : 공부 열심히 하는 것 말고는 없어요.

다은 : 소설 읽고, 소설을 써요.

다은이는 자기 블로그에 지금까지 40여편의 소설을 써왔다. 짧은 소설이 많지만, 긴 소설도 쓴다. 주로 쓰는 주제는 여행이라고.

기자 : 지내면서 힘든 점은요?

하은 : 공부하는 것이 힘들어요. 시험을 하루에 다 보는 것이 아니고 3일, 4일에 걸쳐서 보기 때문에 힘들어요. 아이들 중에는 새벽 3시까지 공부하는 아이들도 있어요. 저는 오래할 때는 새벽 2시 정도까지 해요. 고등학교가면 밤도 샌다고 해요. 체력이 뒷받침돼야... 스트레스도 많아요. 또 광명시는 비평준화지역이라 내신 잘 받아야 한다는 스트레스가 아이들에게 있어요. 물론 일찍부터 손 터는 아이들도 있지만...

다은 : 저는 국토순례 가는 것이 힘들어요. 일주일 정도 매년 도보로 국토순례를 하는데, 힘들어요. 또 있어요. 인간관계가 힘든 적도 있었어요. 중학교 1학년 때 처음 기숙사 생활을 할 때 서로 잘 몰라서 적응하는데 힘들었어요.

(하은이가 끼어든다.)

하은 : 우린 안 보면 되는데...

(서로 성격이 다른 학교를 다니는 두 사촌 자매지간인 하은과 다은에게 서로의 학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었다.)

기자 : 하은이가 보기에 대안학교를 다니는 다은이가 어때 보여요? 마찬가지로 일반학교에 다니는 하은이가 다은이에게는 어떻게 보이나요?

하은 : 일반학교는 무조건 공부하는 것만 있고, 꿈이 있는 아이들도 많지 않아요. (다은) 언니를 보면 하고 싶은 것을 찾고, 익히고 하는 것 같아요. 난 무엇을 잘 하는지 모르는데, 언니는 일본어를 좋아해 일본어능력시험도 준비하고 그래요. 창업 동아리 같은 활동은 신기해요. 우리 학교도 동아리 활동, CA 활동이 있어 배우기는 하지만 적극적이지 않아요.

다은 : 일반학교에 대해 부정적인 생각이 있어서 하은이를 걱정했는데, 재밌어 해서 안심이에요. 저의 경우는 엄마가 어려서부터 대안학교로 꼬셨어요. (웃음)

하은 : 친구들과 노는 것만 좋을 뿐...수업은 아니고. 7교시 되면 아이들이 지치고 힘들어해요. 미술시간에는 다 자요. 선생님도 이해하거나 포기하는 것 같아요.
 
기자 : 세상을 향해 한 마디 한다면?.

하은 : 아이들이 매일 하는 말이 ‘입시제도 미쳤다’는 거예요. 우리나라에서 살기 싫다고 해요. 돈만 있으면 다른 나라로 가고 싶다고 말해요.

다은 : 하은이 보면 걱정돼요. 제가 이렇게 공부를 안 해도 되는 것인가 하고요. 세상에 대해 특별히 할 말 없어요. 돈이나 주세요. 돈 궁해요. (웃음. 인터뷰 중 배고 고픈지 뭐가 먹고 싶다고 한다)

다은 : 대안학교 재밌어요. 전교생이 80여명 되고요. 저희 학년은 12명이에요.

이외에도 방학 때 특별히 재밌게 지낸 것에 대해 질문했다. 이에 대해 다은이와 하은이는 “함께 만화책도 보고, 인터넷에서 노래도 찾고, 드라마도 보고 그렇게 지내요”라고 대답한다. 평범하지만, 요즘 아이들에게는 평범할 수 없는 일상이 재밌다 것이 이 둘의 답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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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기사 2007-08-22 15:06:48
그런데 애들 성은 왜 안밝혔나요?
적어도 한번은 성을 포함한 이름 전체를 알려줘야하는거 아닌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