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손에는 ‘편지’, 한 손에는 ‘생명 먹거리’
한 손에는 ‘편지’, 한 손에는 ‘생명 먹거리’
  • 강찬호
  • 승인 2008.01.20 16:44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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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살림 광명지역대표, 철산3동 최평자씨.


철산3동에 거주하는 최평자(51)씨를 18일 광명우체국 사랑의 일일찻집 행사장에서 만났다. 그리고 자리를 옮겨 인근 하안동 전통찻집에서 못다 나눈 대화를 이어갔다. 아는 것만으로도 좋은데 만나보니 더 좋은 것은 기분 좋은 인연이다. 

최평자씨는 이날 우체국 일일찻집 행사장을 개인 자격이 아닌 우체국 고객대표로 찾았다. 편지의 가치를 일찍부터 발견하고 우정사업본부에서 진행한 편지쓰기 행사로 우체국과 오랜 인연을 맺었다. 우정사업본부 편지가족 모임에 터줏대감으로 참여하고 있다. 그리 맺은 인연으로 광명우체국 고객위원 대표로 참여하고 있다. 고객의 불편이나 서비스 개선 등 고객 입장을 대변하는 활동이라고 짐작해본다.

우체국에서 자리를 옮겨 며칠 전 아는 지인으로부터 소개받은 하안동 전통찻집을 소개하니, 이미 방문해 접수를 한 곳이란다. 아마 광명지역에서 문학이나 삶의 향기가 묻어 나오는 곳이 있다면 이미 그의 레이더망에 다 걸려 있으려니 생각하는 것이 편하겠다. 어설프게 아는 척 할 것 없이 귀를 쫑긋 열고 얘기를 듣는 자세로 전환. 조용한 찻집 한 곳에 자리 잡고 인심 좋은 듯 주인장의 차 대접을 받으며 대화에 몰입한다.

최평자. 그 이름은 그를 알던 모르던 이미 많은 시민들에게 각인돼 있을 것이다. 글과 글 쓰는 것을 좋아하니, 글 쓰는 일에 참여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의 지역사회 임무 중에 하나가 광명소식지 시민기자 역할이다. 광명소식지는 시에서 발행하는 시정 소식지이다. 광명소식지에 지역의 소식을 담는 공간이 있고, 그곳에는 ‘최평자 시민기자’가 등장한다. 일찍부터 편지로 다져진 글 사랑은 지면기사에서도 따뜻하고 훈훈하게 이어진다.

문학은 사람을 늙지 않게 한다. 문학을 통해 읊는 삶에 대한 사랑과 사람에 대한 애정은 만년 ‘문학소녀’로 머물게 한다. 넉넉한 시선이 있고, 천진함이 묻어 나와 사람과 사람 사이를 이어준다. 아직도 삶에 질문을 던지고, 스스로 존재에 많은 의문을 표시하곤 한다. 젊다는 증거들이다.

젊은 날에 비운의 삶을 마감한 시인 기형도는 광명지역과 오랜 인연을 맺은 시인이다. 그의 문학을 아끼고 기억하기 위해 광명지역에도 그를 기리는 모임, 기형도기념사업회가 있다. 기형도 시인의 누이가 참여하고 지역의 몇몇 인사들이 모여 소박하게 모임을 가지고 있다. 최평자씨는 현재 이 모임의 대표를 맡고 있다. 문학과 맺은 그의 지역 인연 중에 하나다.

또 있다. 훨씬 오래 전에 맺은 지역인연이다. 최평자씨는 하안시립도서관 빛누리 독서회의 초대 멤버 중에 한 명이다. 따라서 빛누리 독서회는 광명지역에서 가장 오래된 독서모임일 것이다. 15년 이상 이 모임에서 활동하고 있다. 올해 빛누리 12번째 문집을 준비하고 있다. 30여명의 규모를 유지하는 이 모임이 오랜 세월 변치 않고 유지되는 데는 최평자씨와 같은 원조 멤버들이 자리를 지키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이 모임의 회장을 맡고 있다. 누군가 자리를 맡아야 하는 역할이 필요하다면 그 자리를 채워주고 있는 것이다. 매년 연초에 회원들이 모여 일 년 읽을 책을 정하고 한 달에 두 번 정례모임을 진행하고 있다. 문학기행을 떠나고, 출판기념회를 가지며 독서모임 안에서 소중한 인연을 맺어가고 있다. 독서모임을 통해 서로 다른 생각들을 토론하다 보면 이 모임이 주는 즐거움과 유익은 한, 두 가지가 아니다.

최평자씨는 2008년 신년을 단식으로 시작했다. 충북 영동 물한리 어느 곳에서 진행되는 5박6일 신년단식 행사에 참여했다. 생명과 평화를 주제로 단식과 참회, 사람들과의 만남을 경험했다. 새해 삶에 대한 소망과 기대를 보다 깊이 안아 보고자 하는 마음으로 시작했을 터이다. 기대를 채워주는 단식 행사가 됐는지는 모를 일이지만, 소중한 인연 하나를 간직하고 돌아온 마음 만은 기쁨으로 보였다.

신년을 단식으로 시작한 인연에는 지역 한살림과의 인연이 앞서있다. 한살림은 전국소비자생활협동조합(이하 생협) 중에 하나다. 광명지역에서 조합원의 규모가 1,000여명에 이른다. 먹거리에 대한 인식이 개선돼 생협에 대한 관심은 꾸준하게 증가하고 있다. 최평자씨가 한살림에 가입한 것은 10년 전 일이다. 먹거리 관심과 생협에 대한 일반인들의 관심이 형성되기 한참 전이다. 지역에서 함께 일하는 지인의 소개로 가입하게 돼 지금까지 한살림 활동을 계속하고 있다. 5년 전부터 한살림 물품 이용과 모임에 보다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그리고 올해 한살림 광명지역 대표라는 책임을 맡는다. 여러 소모임 활동, 조합원 전체를 대상으로 하는 행사 등 신경을 써야 할 일이 많아지고 있다. 조합원들의 참여를 이끌어 내고, 한살림 활동이 지역과 연계될 수 있도록 사업 영역을 찾는 것 역시 과제로 놓여 있다.

글쓰기와 글읽기로 문학소녀의 길을 벗어나지 않으며, 한살림 활동을 통해 먹거리 운동과  생명운동의 길을 힘차게 걷고 있는 이가 최평자씨다. 그는 지역 편지가족들과 함께 한 달에 두 번 광명종합사회복지관이 90여명의 지역 청소년들에게 배달하는 도시락에 ‘편지’를 실어 보낸다. 한 점, 한 점 마음을 담아 써내려가는 편지가 사람들의 마음을 이어가는 그 힘을 알고 있기에 편지 쓰는 일을 그는 한시도 멈출 수 없다. 지역과 사람들에 대한 오래된 인연으로 이제 지역을 떠나려도 아까워서 떠날 수 없는 상황. 최평자씨의 지역사랑은 더 넓고 깊어져가고 있다. 그리고 자아 정체성과 존재이유를 묻는 '대답 없는 질문'을 남모르게 계속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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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백준 2010-03-15 14:54:46
광명여성의용소방대원 최평자 아줌마 혹시 광명여성의용소방출신 틀림 없는데

김백준 2008-03-02 19:23:28
최평자 아줌마는 광명여성의용 부녀소방대원 아닌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