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구리 작은 음악회를 다녀와서
개구리 작은 음악회를 다녀와서
  • 조은주기자
  • 승인 2003.08.19 11:06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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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구리 작은 음악회'를 다녀와서

가을을 여는 숲 속 작은 음악회

 

 

 

 ▲ 청계산 자락에서 개구리 가족들이 만든 작은 음악회가 열리고 있다.

 

청계산에는 개구리 가족이 살고 있습니다. *개구리 아빠, 코딱지 샘이 10년 동안 개구리들을 위해 개구리 논을 만들고, 차들이 쌩쌩 달리는 도로에 치어 죽는 개구리를 위해 도로 아래 개구리 통로를 만들었습니다. 얼마 전 개구리 논 옆에 작은 흙 집도 직접 지었습니다. 8월 14일 늦은 8시 개구리 논에 개구리 가족들이 함께 모였습니다.

개구리 논 옆 사랑채에서 늦여름 한 밤에 이루어진 “개구리 작은 음악회”에 함께 하기 위해서 입니다.

 

JTS(Join Together Society) 후원금 마련을 위한 음악회

 

청계산 입구로 들어서자마자 싸아하게 퍼지는 나무냄새에 벌써 마음이 설레 입니다.  사랑채에서 바라본 청계산에는 이미 어둠이 깔려있습니다. 너무 높아서 위압감을 주지도 않고, 너무 낮지도 않은, 소박하게 둥근 형태의 우리네 어머니 젖가슴처럼 포근한 산이 눈 앞에 보입니다.
저녁 식사가 끝나고 작은 음악회가 시작 됩니다. 이번 작은 음악회는 기아. 질병. 문맹 퇴치. 북한 어린이 돕기를 하고 있는 JTS(Join Together Society) 후원금 마련을 위해 열렸습니다.

JTS(http://www.jts.or.kr)는 ‘배고픈 사람은 먹어야 합니다. 아픈 사람은 치료 받아야 합니다. 아이들은 제 때에 배워야 합니다. 인류의 비극-기아. 질병. 문맹.  그러나 그 속에서 JTS는 희망을 일구어 냅니다.” 라는 메시지를 전하고 있습니다. 작년 막사이사이상을 수상한 법륜 스님이 함께 하는 단체입니다.  

 

▲ 왼쪽부터 코딱지 샘, 최남희군포예총사무국장, 김광현 전수자

 

개구리 가족들이 함께 만든 작은 '개구리 작은 음악회'

 

김명원 시인의 시를 군포예총 최남희 사무국장이낭송하면서 작은 음악회의 문이 조용히 열립니다.

김광현님(무형문화재 1호 전수자)의 가야금과 단소 연주가 이어졌습니다. 끊길 듯 끊길 듯 이어지다 현란하게 흩어지는 가야금 소리에 마음을 맡기니 그 소리의 애절함에 그만 혼이 빠져버리는 것 같았습니다. 애절한 가야금 소리는 가을 향기 그윽한 바람을 타고 온 몸을 휘감아 돌아갑니다. 소리라는 것이 들려지는 것만이 아닌 이렇게 온 몸으로 느껴지는 실체라는 느낌에 짜릿한 전율이 옵니다.
이어 ‘*길따라 물따라’ 친구들의 서툴지만 성의 있는 오카리나 연주와 하모니카 연주, 그리고 개구리 논과 정말 잘 어울리는 개구쟁이 우성이의 맑은 독창은 가야금과 단소 소리에 넋이 빠져있던 마음을 다시 사랑채 현실로 돌려 놓습니다. ‘아! 모두 함께 하는 자리 였지…’  잠시 다른 세계를 여행하고 돌아온 듯한 묘한 느낌이었습니다. 그제서야 내 옆에 있는 사람들과 아이들이 눈에 들어 옵니다.  
사랑채에 모인 사람들은 아이들의 풋사과처럼 싱싱한 연주가 끝난 후 서로 인사를 나누었습니다. 광명의 구름산두꺼비 식구들, 부평의 가족 모임 ‘참들살이’ , ‘반디 자연학교’, ‘인천 해오름’,  ‘어린이 도서 연구회’, ‘군포 문인협회’, ‘숲 해설가 협회’, 어린이 신문 ‘여럿이 함께’, ‘바른 생협’, 관모초등학교 선생님등 모두 60여명의 가족들이 함께 인사를 나누었습니다.

이어서 별바라기 샘의 맑고 투명한 오카리나 선율이 흐릅니다. 눈을 감았습니다. 넓은 풀 밭에 두 팔을 활짝 펴고 누워있는 듯한 편안한 느낌입니다. 김영동님의 ‘초혼’이 이렇게 부드럽고 평온하다면 이어진 드라마 ‘명성황후’의 ‘나 가거든’ 연주곡은 심장이 조였다 풀렸다 하는 것처럼 마음을 헤집어 놓는 처절함입니다. 연주가 끝나고 나서도 쉽게 눈을 뜰 수가 없었습니다. 이렇게 두 시간 여의 음악회가 끝이 났습니다. 마치 여행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온 것 같은 기분 좋은 피곤함이 몰려왔습니다.

사람들은 음악회가 끝나고도 일어날 생각을 안하고 있습니다. 개구리 집으로 다시 자리를 옮겨 이번엔 야외 평상에서 다시 자리를 잡습니다. 비 온 뒤 하늘이 맑아서인지 별의 반짝임이 유난히 깨끗합니다.  산 아래로 부는 바람에 한기마저 느껴지는 늦여름의 밤의 연주회는 그렇게 사람들의 따뜻한 마음과 시원한 바람과 아이들의 졸음과 걸쭉한 막걸리와 함께 새벽을 향해 이어졌습니다.

 

* ‘길따라 물따라’는 코딱지 류창희 선생님과 함께 우리 산천을 다니며 생태학습을 통해 우리 나라의 들꽃과 나무를 공부하고, 아름다운 자연을 지키고자 노력하는 초등학생, 중학생들의 모임입니다.

*개구리아빠 코딱지 류창희 샘 홈페이지 http://www.ecomadang.com

 

▲ 왼쪽부터 '길따라 물따라' 친구들, 독창하는 우성이, 별바라기 샘

 

 

 

 

가을의 기도/ 김 명원

 

가을에는
봄부터 여름 내내 자신들의 상처와 수고를 키워 온 나무들에게나
배꼽을 드러내놓고 마음껏 뛰노는 아이들에게
부끄럽지 않게 하소서.

독한 냄새와 매운 먼지 속에서
눈물겨이 일해 온 이웃들과
홀로 살아가는 독거 노인에게나 소년소녀 가장들의
가장 힘겹고 외로운 마음 한 닢까지 찾아 가
우리 손을 따스히 내밀게 하소서.

커피 한 잔에 지불되는 오천 원으로
북한 어린이 한 명에게 한 달간 영양식이 공급되는
우리의 편견과 무지를 깨닫게 하소서.

배고프고 목마르고 굶주린 자들에게는 자비의 식사가
아프고 괴롭고 병들어 죽는 이들에게는 치유의 은사가
배우지 못하고 가난하여 굴종되는 아이들에게는 배움의 기회가
평등한 가을 햇살처럼 온 누리에 화평하고 아름다이
공평히 비추이게 해 주소서.

가을에는
울게 하소서, 남이나 북, 동과 서,
터질 듯 미움과 사나운 욕심
시시로 무릎 꿇던 절망마저도
붙들고 마주보며 용서하게 하소서.

삶의 에움길에서 방황하며
알면서 모르면서 죄짓고 사는 우리들
가득 차서 무거운 몸과 마음을
가벼이 비워내고 흙 내음 채워
때때로 꽃이 되게 해주소서.

가을에는
등뒤에 항시 푸른 하늘이 있음을 우러르며
더욱 겸손하게 해주소서.
나 하나 사는 세상이 아니라
우리 모두가 함께 사는 세상임을 깊이 알아
세상의 모든 것 하나하나 정다이 이름 부르며 대답하며
사랑하게 하소서,
서로가 되게 해 주소서.

 

 

 

  

<2003. 8. 18   조은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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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 2003-08-19 11:06:30
아름다운 음악회였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