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복 칼럼>한국의 지도층
이태복 칼럼>한국의 지도층
  • 강찬호
  • 승인 2008.02.26 0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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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정부의 수석과 장관 후보자들의 재산내역이 공개되면서 갑론을박이 치열하다. 대다수 국민들은 뭔가 잘못됐다고 느끼고 있는데, 주요언론들은 감추기에 바쁘다. 하루이틀 지나면 파문이 가라앉을까? 물론 주요언론이 여론의 초점을 돌리면 조금 수그러들지 모르지만, MB정부에 대한 국민들의 기대는 집권 초반부터 흔들리게 되었다.

이 파문을 지켜보면서 더 큰 걱정이 드는 것은 세 가지였다. 첫째는 이른바 조, 중, 동으로 대변되는 언론들의 이중잣대다. 과거 정부 시절에는 부동산투기나 표절 등에 대해 대서특필하면서 집요한 공격을 퍼부었던 언론들이 아니였던가. 드러난 사실만 보더라도 그때보다 몇 배 문제가 심각한데, 축소와 숨기기에 온갖 편집재주를 부리고 있다. 참 양심도 없다는 생각을 금할 길이 없다. 저렇게 철저하게 당파적인 관점을 갖고 있으면서 겉으로는 불편부당을 외치고 도덕적 해이를 질타해왔으니 앞으로가 걱정이다. 언론의 감시, 비판적 기능이 작동하지 않는다면 한국사회의 건강성이 위태로워질 것이다.

둘째는 과거보다 심하게 요령 좋게 군대 안가고, 자식들의 국적이 외국인, 특히 미국인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국제화의 흐름 속에서 일반인들이야 일부 그럴 수 있다 손치더라도 국무위원의 경우는 사정이 다르다. 국가의 안보와 국민의 안녕을 최우선으로 결정해야 하는 직책을 맡는 것이므로 그에 합당하게 철저한 애국심과 국민전체의 이익을 우선할 수 있는 자세가 충만한 인물을 선택해야 한다. 군 복무가 싫어 군대에 빠진 사람이 국가안보를 위해 자기목숨을 내놓을 리 없고, 미국인 자식을 두고 있는 부모가 한국인의 삶과 한국의 경쟁력을 향상시키기 위해 헌신봉사하는 것을 기대하는 것은 애시당초 무리이다. 그런 조건에 있는 사람들이 한국정부의 책임있는 자리에 앉아서는 절대로 안된다.

셋째는 인물난이 여전히 심각하다는 것이다. 김대중, 노무현 정부 때 장기적인 경기침체와 실업사태 등을 겪었던 것은 문제해결능력을 갖고 있는 인재들을 발굴해 적재적소에 배치하지 않은 채 학력이나 지역, 연고 등만을 고려해 적당히 배치한 결과이다. MB정부의 인선결과를 보면, 이런 과거 정권의 틀에서 벗어나지 못할 뿐만 아니라, 그간 사적인 부를 축적하는데 열심이었던 이들이 다수 포함돼있다. 이들이 국가의 정보와 권력을 개인의 사사로운 이익으로 전환하지 않을까 걱정이 되지 않을 수 없다. 다만 현장을 유난히 강조하는 대통령이기 때문에 탁상공론식의 행정은 조금 극복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이 인재문제는 MB정부만의 문제가 아니라 한국사회와 대한민국 전체의 문제다. 오늘의 한국사회는 어느새 어린 시절부터 “경쟁에서 이기면 된다”는 승리지상주의가 최고의 가치가 되어 버렸다. 또 외국에서 공부하고 일했다 하면 무조건 대접하는 사대주의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하지만 우리 현실과 맞지 않는 이론을 배워오거나 탁상에서 머리를 굴려 승진하거나,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고 개인 재산을 불려온 이들이 사회지도층의 대부분을 형성한다면 우리의 미래는 없다.

구조적 위기에 빠져 있는 한국경제를 누가 탈출시켜 대한민국 경제를 도약시킬 것인가. 어떤 지도층이 심각한 사회갈등과 분열을 극복하고, 공동체를 발전시켜갈 법과 제도의 정비, 대화와 통합을 실천해갈 것인가. 국민을 위해 헌신봉사하고, 사적인 이익을 뒤로하고 공공의 이익을 추구할 수 있는 인물, 여러 현안문제에 해박한 지식을 갖고 발로 뛰어 각계각층을 감동시킬 수 있는 인물들이 절실히 필요하다.

게다가 행정부를 견제하고 비판해야 할 국회의 예비후보를 뽑는 각 당의 공천과정도 마찬가지다. 지도층의 자질과 전문성을 따져 인재를 선발하기보다 계파와 외형적 경력의 화려함, 재력만을 따지고 있다. 그런 인물들이 국회에 진출해서 제 역할을 할 수 없다. 한국의 지도층이 대우받기만 바랄 뿐, 국민을 위해 봉사할 줄 모르고 국민생활과 거리가 먼 여가만 즐긴다는 평을 듣는 것은 출세지상주의에 빠져든 한국지도층의 자화상이다. 우리 모두가 추락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MB정부는 국민여론에 귀 기울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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