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개 시, 군의 젖줄인 안양천 투어(Tour)
14개 시, 군의 젖줄인 안양천 투어(Tour)
  • 신시온기자
  • 승인 2003.10.08 16:32
  • 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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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개 시군의 젖줄인 안양천 투어(Tour)

이 안양천이 최근에는 많이 맑아져서 청계사천에는 숭어와 참게가 살고 광명구간에는 철새가 날아온다고 한다.

 

 

 

 

▲ 안양천투어에 참가한 사람들이 바나나 나무 밑에서 단체사진을 찍다.

 

내가 살고 있는 곳에서 5분만 걸어 나가면 안양천이 있다. 봄이면 벚꽃이 눈송이처럼 날리는 모습이 아름답고, 산책길을 따라 걷거나 뛰는 사람들이 많아 활기차다. 가끔 탁 트인 야외에 나가고 싶을 때 가까운 곳에 안양천이 있어서 참 고맙다. 하지만 그곳을 거닐면서도 안양천은 분명히 오염된 물 일 것이니 들여다 볼 생각조차 않았다.

한강의 지류 중에서 최악으로 오염되었다는 이 안양천이 최근에는 많이 맑아져서 청계사천에는 숭어와 참게가 살고 광명구간에는 철새가 날아온다고 한다. 그렇게 살아나고 있는 안양천을 보기 위해 우리는 안양천의 시발점인 청계사계곡을 향해 버스에 올라탔다.

몇몇 가족이 참여하여 30여명의 인원으로 구성된 사람들은 우선 한사람씩 자기 소개를 하였다. 그리고 푸른광명21의 허기용 국장이 안양천에 대한 전반적인 소개와 오늘의 일정을 설명하셨다. 수염을 기른 허국장을 보고 아이들은 대뜸 털보선생님이라 부르기 시작했다.

 

▲ 허기용 국장이 길가에 피어 있는 식물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청계산장안에 심겨져 있는 다양한 식물들에 대해 조재걸 선생의 설명을 듣는다.

 

청계산에 내리자마자 우리를 감싸는 공기는 광명의 공기와는 사뭇 다르다. 그 서늘하고 신선한 공기는 오늘 나들이 나오길 참 잘했다는 생각을 갖게 하기에 충분했다. 양쪽으로 늘어선 수많은 초록의 잎들 사이를 걸어가는데 털보선생님은 모시물통이라는 식물을 소개하였다. 물기를 많이 머금고 있는 이 식물을 손으로 짜니까 물이 찍 나온다.

그리고 그 옛날 며느리에 대한 시어머니의 심술보 때문에 이름 지어진 꺼끄러운 며느리밑씻개를 보았다. 책에서만 보던 식물을 만나는 이 기쁨에 가슴이 조금씩 흥분된다. 며느리밑씻개에는 보라빛 좁쌀꽃이 피어있다. 초록잎사귀를 조금씩 떼어 맛을 보았다. 신맛에 모두 얼굴을 찡그린다. 일행중의 노목사님은 이 꽃을 보고 어찌나 반가워하시는지. 학생들에게 보여주고 싶어서 그렇게 찾으려해도 못찾았는데 여기서 보게 되었다고 책갈피에 고이 끼우시더니 며느리 배꼽풀과 어떻게 다른지 보여 주겠다시며 며느리배꼽풀을 찾느라 분주하시다.

손대면 톡하고 터지는 물봉선의 씨앗주머니, 보드라운 털같은 보라색 꽃향유, 관절의 모양을 닮아 관절염에 효과가 있다는 쇠무릎, 회양목, 생강나무, 칡넝쿨, 어저귀. 이런식물들을 우리는 만났다. 식물의 이름을 하나하나 알아가면서 수많은 군중들 중에 반가운 이를 발견했을 때와 같은 기쁨이 인다. 몽롱한 머리 속에 밝은 빛이 반짝거리는 것 같다. 그 대상이 자연이라 더욱 쉽게 정들고 더 빨리 이뻐하는 마음이 생긴다. 그래서 내 마음이 순해짐을 느낀다.

 

▲ 청계사천 계곡 물에 살고 있는 물속생물을 관찰하고 있다.

 

▲ 돌과 바위에는 잠자리유충과 하루살이 유충들이 붙어 있다.

 

청계산의 계곡으로 내려갔다. 바위를 훑고 내려가는 이 맑은 물은 피라미같은 생물이 살고 미역도 감을 수 있는 2급수란다. 이 곳에 사는 물속 생물들을 관찰하기로 했다. 바위나 나뭇가지에 붙어서 사는 잠자리 유충과 하루살이 유충들을 찾기로 했는데 쉽사리 눈에 보이지 않는다. 여기저기 옮겨다니며 눈으로만 훑어보려고 해서는 안보일 것 같다. 바위에 쪼그리고 앉아 물 속의 돌 하나를 꺼내어 뒤집어서 가만히 들여다 보았다. 많은 유충들이 바쁘게 움직이는 모습이 보인다. 그러고 보니 이들이 보호색으로 자기보호를 하고 있구나. 바위의 짙은 갈색을 띄고 있는 부분에서는 움직이지 않고 있다. 마치 내 눈에 보이지 않는 구멍이 있어서 그 생물들이 그곳으로 재빨리 숨어 들어가는 것처럼 언뜻 돌 색갈과 생물이 구분이 되지 않는다.

 

▲ 안양시에서 자연하천으로 복원한 학의천. 물이 상당히 깨끗해 졌다.

 

점심을 먹고 안양시 학의천으로 이동했다. 무성한 풀들 사이로 흐르는 맑은 물을 따라가고 있는데 이따끔씩 아이들 몇몇이 물 속에 발을 담그고 놀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 도시에서 잃어버렸다고 생각한 광경이 펼쳐지니 참 놀랍다. 옛날에는 이 하천에서 동네 아낙들이 빨래하고 아이들은 미역감았겠지. 저렇게 하천이 살아나고 있다면 그런 모습을 또 볼 수 있는 것 아닌가.

 

▲ 참가자들이 조를 나눠 학의천의 수질을 검사해보고 있다.

 

학의천에서 수질검사를 하기로 했다. 털보선생님의 설명을 듣고, 수질검사를 하는데 필요한 여러가지 시약과 도구들을 들고 조별로 검사를 시작했다. 총 다섯 가지 검사를 한사람에 한가지씩 맡아서 하는데 아이들은 마치 과학자가 된 듯 진지하다. 하지만 아무래도 피라미들이 노니는 물 속에 들어가는 것이 더 좋은 듯, 할 일을 마치고는 물 속에 들어가기 바쁘다. 벌써 옷을 다 적시고 돌다리에 앉아 있는 개구쟁이도 있다.

학의천 주변의 식물은 벼과식물, 국화과식물, 마디풀과 식물이 계단식으로 분포되어 있는데 자연 스스로 나름대로의 생태계를 이루어 가는 것이라 한다. 안양과 광명이 다른 점은 안양이 그 생태계를 그냥 둔다는 것이고, 광명은 풀들을 베어내고 인위적으로 다른 식물을 심거나 주변을 주차장, 체육시설, 위락지로 개발하여 오염물질이 그대로 하천으로 흘러 들어간다는 것이다. 안양은 학의천을 살리기 위하여 한 부서에서 일괄적으로 정책을 시행한다하니 그래서인지 하천의 주변엔 주민들이 쉴 수 있는 공원 말고는 별다른 인위적인 시설이 없다. 소풍 나온 주민들이 참 평화로워 보인다.

 

▲ 안양천에서 가장 오염이 심한 구일역부근. 목감천이 안양천에 합류하는 지점이다.

 

다음은 오염도가 높은 목감천을 보기 위해 구일역으로 왔다. 생활하수와 부근의 주차장에서 흘러든 오염물질 때문에 탁한 물이 흐르고 있어 물 근처까지 내려갈 생각이 나지 않는다.
그래도 앞으로 정화시설이 들어설 계획이라 이 더러운 물도 곧 깨끗해 질 수 있다하니 다행스럽다. 그래서 안양천 전구간이 모두 학의천처럼 된다면, 그래서 이곳에 사는 생물들이 모두 편한 숨을 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 즐거운 점심시간 모습. 처음 만난이들도 이 시간을 통해 벗이 되었다.

 

이 글을 쓰기 위해 메모한 종이를 들추니 노목사님이 아이들에게 보여주라고 넣어주신 며느리배꼽풀에서 윤기 반지르르한 까만 씨앗하나가 떨어졌다. 씨앗하나에 찬란한 꽃과 열매를 꿈꾸듯이, 안양천을 향한 우리의 관심 하나하나가 철새와 물고기들의 낙원을 이루는 씨앗이 되길 소망한다.

 

 

  

<2003. 10. 8 글: 신시온기자 사진: 이승봉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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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심당 2003-10-08 16:32:24
생생한 안양천 이야기 감사합니다.

조한충 2003-10-08 16:32:24
금천교에서 목동까지 주 욱 걸어가다보면 많은 철새를 볼 수 있습니다. 더욱 많이 찾아 올 수 있도록 모두 노력합시다

노바리 2003-10-08 16:32:24
기사만 읽어도 현장에 직접 가있는 듯한 기분입니다. 참 좋네요.

김희수 2003-10-08 16:32:24
안양천 전구간에서 물놀이 할 날을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