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눈>이명박 정부 첫 대규모 노점 집회, 그 실익은 무엇?
기자의눈>이명박 정부 첫 대규모 노점 집회, 그 실익은 무엇?
  • 강찬호
  • 승인 2008.03.23 17: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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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1일 면담 자리에서 이 시장이 시의 주장을 확인하는 사진을 제시하고 있다.

지난 21일 광명시는 수도권 노점 상인들의 집회로 도시가 몸살을 앓았다. 다행히 집회규모는 당초 알려진 3천여명 규모보다 작았다. 1천여명의 규모였다. 수도권 전국노점상연합회 소속 노점 상인들 외에도 경기도경찰청 소속 2천여명의 경찰 병력이 별도로 배치됐다. 엄청난 사회적 비용대비 실익은 무엇인가?

광명시는 집회일 전일부터 집회 당일 시청 주차장 폐쇄를 알렸다. 그리고 당일 시청 주차장을 폐쇄했다. 집회에 따른 행정력의 투입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행정력과 별도로 시민들이 감수해야 할 부분도 있었다. 주차 문제나 교통문제의 불편 감수가 그것이다.

21일 진행된 노점 상인들의 집회를 두고 이런 저런 정황을 열거하는 것은 노점 상인들의 집회에 대해 비판하기 위함이 아니다. 광명시 행정력, 막대한 경찰 병력의 투입 그리고 시민의 불편이나 당일 수도권 노점 상인들의 집회참여까지 이날 집회에 따른 사회적 비용이 만만치 않았음을 강조하고자 함이다. 그렇다면 사회적 비용대비 효과나 성과는 무엇인가.

기자는 1천여명의 집회 인원과 2천여명의 경찰병력이 대치하고 있는 동안 노점 대표들과 광명시장을 포함, 광명시 관계자들의 면담을 2시간 정도 지켜봤다. 그리고 현장을 지켜본 소감은 안타까움과 실망감이었다.

그동안 노점 단속을 두고 꼬리잡기처럼 노점과 용역 그리고 시의 행정집행이 이어지는 과정을 지켜보며 예상되지 않은 바도 아니었다. 그러나 막상 엄청남 사회적 비용을 치르며 진행된 노점과 시측의 면담은 어이가 없었다.

“빼앗아 간(강탈해 간) 마차를 돌려 달라. 마차 안에 현금이 있었다. 현금을 돌려 달라.” “노점은 생존권이다. 없앤다고 없어지는 것이 아니다. 현실적인 대책을 세워라. 다른 지역도 단속보다는 대화의 자리로 끌어오고 있다. 전노련도 대책을 마련 중이다.” “재래시장과 노점이 상생할 수 있다.”

“지난 11개월 동안 노점 측에 자체정비안 마련을 요구해왔다. 그런데 결과가 없다. 노점을 100개소 이하로 줄여야 한다. 한 달 동안 노점 영업을 중단해야 한다. 또 다시 집회를 한다면 대화에 응하지 않을 것이다. 당장 내일부터 노점을 중단해야 한다. 노점이 오히려 주변 상가들의 생존권을 위협하고 있다.”

이날 면담을 통해 시 측과 노점 측의 대화는 팽팽했다. 어떤 타협안을 놓고 최종적인 조율을 위해 만난 자리가 아니라 원칙론과 원론이 오고 갔을 뿐이다. 지루한 말씨름도 등장했다. 마차를 돌려주는 문제를 갖고서 이날 면담을 했다면 이것은 우스운 코미디다. 더욱이 그 동안 대화의 단절로 인해 대화의 물꼬를 트기 위해 만난 자리라 해도 역시 코미디다. 밖에서 대기하고 있는 1천명의 노점 상인들과 2천여명의 경찰 병력을 생각해보면 된다. 무엇을 위해 이날 자리가 마련된 것인지 모두지 이해가지 않는다.

무조건 한 달 간 영업을 중단해야 한다는 이 시장의 주장이 15일로 줄어들었고, 여기에 마차수를 절반으로 줄여야 한다는 단서 조항이 붙은 채 이날 면담은 끝났지만 결정된 것은 없다. 방안 마련을 고민하자는 것이고 일정에 대한 시한을 뒀을 뿐이다. 이것이 이날 성과라면 성과다.

이런 상황을 의식한 듯 노점 대표는 실무자들로 구성된 실무협의체 구성을 면담 도중에 제안했다. 실무자들 선에서 처리해야 할 일은 그 선에서 처리를 해야 하는 것이 효율적이라는 것이다. 실무적인 결정은 그쪽에 맞기고 주요한 문제에 대해서 양측의 대표들이 해결하는 것이 적정하다는 입장을 개진한 것으로 보인다.

모든 것을 시장이 틀어주고 있다는 인상을 노점 대표 측에서 받은 것이다. “시장 혼자서 다 하라”는 비아냥 섞인 말투가 노점 측으로부터 면담 중에 튀어 나오는 것도 이런 맥락 때문이다.

노점 문제에 대해 정말 시장이 모든 것을 틀어주고 있는 것인지, 아니면 일선 실무부서 라인에서 소신껏 일을 하지 않는 것인지. 공무원들의 무조건적인 충성이 일을 그르치는 것인지, 아니면 시장의 소신 행정을 여과 없이 뒷받침하고 있는 것이 문제인지.

노점과 시 해당 부서 사이에 그 동안 잦은 접촉과 대화가 진행됐을 것이다. 그리고 그런 사이 서로를 알 만큼 알기도 했을 것이다. 무엇이 문제인지, 어떻게 서로 협조를 할 것인지 모를 바도 아니었을 것이다. 그런데 그런 공식적, 비공식적 대화 채널이 어느 순간 무너진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대화의 단절과 어느 한 쪽을 인정하지 않는 일방적인 접근은 결국 갈등의 증폭으로 이어지고 엄청난 사회적 비용을 치르는 과정으로 나아가고 있다. 이런고로 이명박 정부 대규모 집회 1호가 광명시 노점상인 집회로 기록됨에도 결과는 ‘대화 합시다’로 끝나는 것이다.

민주주의는 이해당사자간의 밀도 있는 대화가 전제돼야 한다. 그리고 이런 전제위에 중립적이고 공익적인 배심원을 배치한다. 법은 그 후에 아주 나중에 적용해도 늦지 않다. 해외세일즈도 중요하지만, 지역경제와 서민경제의 조정 역할도 중요하다. 대화할 시간이 없다는 것은 코미디다.

그리고 시장이 가진 잣대에 소신껏 다양한 해법을 가지고 달려드는 공무원들이 광명시에는 있는 것인지 없는 것인지 아리송이다. 조직 내 소신 행보와 유연한 대화 채널 부재가 예산 낭비 사례로 이어지는 것을 목격한 것이 그리 오래지 않았다. 광명시 공직사회에서 눈치 보기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이런 맥락에서 흘러나오는 것은 아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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