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심2] “애들한테 돈 달라고 할 수도 없고…”
[민심2] “애들한테 돈 달라고 할 수도 없고…”
  • 조혜령
  • 승인 2008.03.25 0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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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통신.광명시민신문 공동기획]광명시 노점단속에 하소연하는 늙은 노점상 
 
지난 17일 오후 3시 광명 시청 앞. ‘생존권 쟁취’라 쓰인 파란색 헬멧을 쓴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도로에 앉아있다. “노점상도 사람이다”며 절실한 마음을 전하려 하지만 구호를 따라하는 것도 힘이 든다. 

광명시는 지난달 18일부터 ‘깨끗한 거리 유지’ ‘시민 보행권 보장’을 위해 광명시 노점 철거에 들어갔다. 노점상인들은 철거에 크게 반발하며 시청 앞과 철거 현장에서 노점 철거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는 상태다.
이날 시위에 참가한 69세 노점 상인은 “시청에서 깡패를 동원해 상인들 물건을 뺏고 마차를 끌어갔다”고 말했다. 노점에서 야채를 팔고 있다는 그는 “오늘 아침도 쌀이 없어 라면을 먹고 나왔다”며 “노점해서 벌어먹겠다는 게 잘못이냐”고 항변했다.

철산동 앞에서 양말 노점을 하고 있다는 황봉연씨(72)도 시장의 노점 철거를 강하게 비판했다. “철거 피해는 아직 없다”는 황씨는 “이 나이에 애들한테 돈 달라고 할 수도 없고 늙은이가 뭐 먹고 사냐”고 한숨지었다. 노점철거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전재희 의원을 만났지만 “시장이 한나라당을 탈당한 상태고, 이 문제는 시장이 할 일이다”는 대답을 들었다고 한다. 이어 그는 “시간이 지날수록 힘이 든다”며 “앞으로 당선될 국회의원이 이 문제를 꼭 해결해 서민이 먹고살게 해 달라”고 당부했다.

나승환 전노련 광명지부 동부지역장은 “대안도 제시하지 않은 채 시가 노점을 철거하려고만 한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단속 이야기가 나올 때 하안동의 1백90여개 노점을 순차적으로 줄이고 환경도 자발적으로 깨끗이 유지하겠다고 시에 말했다. 그런데 담당 과장이 바뀌면서 1월30일 용역을 계약하고 2월15일 노점상을 철거하기 시작했다. 우리 퇴근시간인 새벽 3시에 맞춰 몰래 노점 자리에 큰 돌을 갖다 놨다. 장사할 자리를 아예 차단시켜 놓은 거다.”

나 지역장은 “광명시가 노점을 없애려고만 한다”면서 “강제 철거가 아닌 상인들이 살 수 있는 대안, 대책을 요구한다”고 말했다.

이날 시장과의 면담을 가진 나 지역장은 “큰 성과는 없었지만 이제 시작이니 우리 요구사항을 계속 주장하고 전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총선이 얼마 남지 않은 시점, 나 지역장은 “노점상인들이 편히 장사할 수 있게 해야 한다”며 “소외된 도시빈민을 배려할 수 있는 사람이 당선됐으면 좋겠다”는 소망을 전했다.

조혜령 기자 cho@ytongis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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