겉돌고 있는 민생후보들
겉돌고 있는 민생후보들
  • 강찬호
  • 승인 2008.04.02 2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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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복(전 보건복지부 장관)

요새 여야를 막론하고 많은 후보들이 ‘민생후보’임을 강조하고 있다. 국민들의 어려움을 해결해 주겠다는 것이다. 국민생활이 힘들다는 것을 알기는 안 모양이다. 그런데 어느 지역 유권자들이든 반응이 별로다. 왜 국민들은 자신들의 어려움을 해결해 주겠다는 후보들에 대해 시큰둥할까?

 미덥지 않기 때문이다. 이제 국민들도 겪어볼 만큼 겪었기 때문에 말 따위에 신뢰를 보내거나 크게 구체화 될 것이라고 믿지 않게 되었다. 문민, 국민, 참여정부를 거치면서 온갖 화려한 구호에 귀를 기울였지만, 기대가 실망으로 바뀌어 더 속고 싶지 않은 것이다. 더 속고 싶지 않아서 흠을 다 알면서 경제나 살렸으면 하는 바램으로 이명박 정부를 탄생시켰는데, 경기가 좋아질 기미는 보이지 않고 날이 갈수로 생활은 팍팍해져 속이 이루 말할 수 없이 갑갑해진 국민들이다.

 이명박 정부가 기름값, 핸드폰요금 등 민생과제를 최우선적으로 해결하겠다고 했을 때만해도 국민들의 기대는 컸다. 청계천 복원과 서울시 교통체계 개편을 밀어부친 실력으로 시급한 한 달 생활비를 줄여주길 고대했던 것이다. 하지만 10% 유류세 인하 효과는 일주일도 가지 못했다. 핸드폰요금은 각종 할인제도만 요란할 뿐 실질적인 인하효과는 없었다. 카드수수료도 대선 직전에 내리는 시늉만 일부업종에서 하고나서 흐지부지 되었고 은행금리는 올라가기만 할 뿐 내려올 기색조차 없다. 약값만 일부 품목이 내렸지만, 더 비싼 신약들이 쏟아지고 있다. 사교육비는 엉뚱한 영어 몰입바람으로 줄기는커녕 회화학원비만 늘어났다.

한 달 생활비에서 목돈이 빠져나가는 현실이 이 모양인데 어느 누구 말이 귀에 들어오겠는가?

그렇다고 국민들에게 다른 무슨 뾰족한 대안이 있는 것 같지도 않다. 기대가 언제나 실망으로 끝났으므로 아예 마음을 주지 않으려는 태도다. 그래서 어느 당파에도 속하지 않는 국민들이 많고 여론조사에도 70~80% 국민들이 응답하고 있지 않다. 대개 대선과 다르게 총선은 투표율이 높기 마련인데 이번 총선 투표율은 매우 낮게 나올 것 같다. 정책도 뒷전이고, 인물도 사라졌고, 정당들도 난립하고만 있지 차별이 없다.

 하지만 어느 경우이든 냉소주의로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국민들의 닫힌 마음도 충분히 이해가 가고, 나라의 꼴과 국민들의 사정도 딱하지만,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첫째는 이명박 정부가 정신을 똑바로 차리고 민생과제를 시급히 해결하여 국민들의 희망을 살려내는 것이다. 정책수단과 방법도 갖고 있으니 의지만 있으면 얼마든지 가능하기 때문에 가장 현실적인 길이다. 기름값 인하 효과가 없자 정부가 최근 정유사 독과점구조를 깨기 위한 작업을 타진하고 있는데 조금 지켜보면 판단할 수 있을 것이다. 만약 이명박 정부가 자신들이 내건 민생과제조차 해결하지 못한다면 민심은 크게 요동칠 것이다.

둘째는 정부정책을 비판하고 견제해야 하는 야당이 제 역할을 온전히 수행하는 길이다. 정권을 잡고서도 민생경제를 엉망으로 만들어 논 사람들이 여전히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조건에서 공염불이기 십상이지만, 그래도 그런 역할이라도 해주었으면 좋겠다. 하지만 권력의 타성을 버리지 못한다면 국민들은 다른 선택을 찾아나설 것이다.

셋째는 국민들 속에서 자발적으로 주체적으로 우리 문제를 우리가 해결하겠다고 나서는 방법이다. 사실 이 길이 정도이다. 나라의 주인은 국민인데 국민들이 언제까지 남 탓만 할 것인가. 스스로 자구책을 찾아나서야 변화가 시작될 수 있다. 비록 하나의 힘으로 결집되는 과정이 쉽지 않겠지만, 그런 국민의 여망을 모아내고 절실히 갈구하는데 길이 열리지 않은 역사는 없었다.

 희망은 삶의 주체가 일으키는 아름다운 불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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