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의 시민사회단체 여러분, 원흥이마을로와 주십시오!
전국의 시민사회단체 여러분, 원흥이마을로와 주십시오!
  • 이승봉기자
  • 승인 2004.06.16 11: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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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초청이 될 수 있습니다. 전국의 시민사회단체 여러분, 원흥이마을로 와 주십시오!

 

 

 

▲ 원흥이마을 보존을 위해 시민단체들이 팔걷고 나섰다.

 

제안 배경

 

․2003년 3월 청주 산남3지구 택지개발사업 중 원흥이마을 두꺼비 집단서식지가 알려지면서 생태보전을 위한 청주지역 시민사회운동이 치열하게 펼쳐지고 있다. 총 33만2천평의 개발면적 중 두꺼비 핵심서식지 2만여 평을 보전하여 인접한 구룡산공원과 연결된 40만평의 생태공원을 조성하자는 것이다. 2004년 2월 17일 착공이후 토지공사 측과 시민사회 간의 대립과 충돌은 극단적인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성직자들이 단식철야농성에 돌입하고 1000인시민행동단을 결성하는 등 총력대응하고 있으나, 핵심서식지에 대한 토지공사의 전면적인 공사도발은 초읽기에 들어가고 있는 긴박한 상황이다. 이제 원흥이마을생태보전운동은 토지공사의 무차별적이며 반생태적 개발방식에 종지부를 찍는가, 낡은 법제도가 뒷받침하는 합법적인 절차 앞에 한 지역의 총 집중된 시민사회역량이 굴복하는가 하는 상징적인 문제로 확대되었다.

․그동안 토지공사가 추진해 온 택지개발사업의 방식은 사업지구로 지정된 일정면적(수십만평)을 절개․성토하여 인위적으로 평탄화시킨 뒤 그 위에 택지를 조성, 분양하는 획일적이며 반환경적인 방식이다. 그들은 귀중한 자연유산과 문화유산을 소멸시키고 있으며, 이미 무수히 많은 하천과 산림, 문화유적이 택지개발로 소실되어 왔다. 또한 저비용으로 매입하여 고비용으로 분양하는 과정에서 수십 배의 개발이익을 획득함으로써 허락된 땅 장사꾼이라는 비난을 받아 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작 토지공사 자신은 환경친화기업이니 생태적 택지개발이니 지역사회 개발을 선도하니 하는 등 거짓 선전만 요란하게 할 뿐 스스로를 혁신하기 위한 자구책을 마련하지 않고 있다.

․비록 환경철학은 취약하다고 하는 참여정부이지만 최근 공기업 개혁의지를 밝히고 있다. 이러한 시점에서 시민사회가 전국적 연대로 힘을 결집하여 대응한다면 토지공사의 개혁과 토지공사가 추진하는 택지개발사업방식을 전환시키는 결정적인 국면을 만들어 낼 수 있으리라 판단된다. 택지개발 과정에서 발생하고 있는 생태파괴 및 사회갈등에 관한 전국적인 사례를 부각시키므로써 문제점 및 개혁방향을 도출할 수 있다. 또한 구체적인 개혁과제를 작성하여 참여정부에 제출하므로써 공기업 개혁의 근거로 삼게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를 통하여 토지공사의 운영체계에 대한 실질적인 개혁의 성과를 달성할 수 있을 것이며, 환경친화적 택지개발로 전환을 유도하는 중요한 계기를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원흥이생태보전운동과 같이 어려움에 직면해 있는 전국 곳곳의 현안문제를 돌파하는데 결정적인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다.

 

경이로운 일이 펼쳐지고 있습니다.

 

수십만 마리 아기두꺼비의 이동장면을 지켜보는 것은 참으로 경이로운 일이었습니다. 청주 도심 원흥이마을은 마치 별천지 같은 곳이었습니다. 말발굽처럼 둘러싼 구룡산 자락 속에 소담한 원흥이방죽이 자리잡고 있었고 맹꽁이, 산개구리, 도롱뇽, 가재, 반딧불이, 꿩, 수리부엉이, 고라니가 그들만의 생태 공동체를 만들어 놓고 있었습니다. 수백 명의 탐방행렬이 매일 같이 이어졌고, 5만명이 넘는 아이들이 생명의 신비를 체험하였습니다.

 

원흥이마을이 사라질 위기에 처해있습니다.

 

토지공사가 추진하고 있는 산남3지구 택지개발사업 때문입니다. 오히려 잘 되었다 생각했습니다. 생태계도 보전하고 택지개발도 바꿔보자 싶었습니다. 전체 개발면적 33만2천평 중 두꺼비 핵심서식지 2만여 평만 보전하자고 하였습니다. 그렇게 된다면 주변의 구룡산 공원 38만평과 연계시켜 40만평 가량의 생태공원을 조성할 수 있다는 꿈에 부풀었습니다. 대신 다른 녹지를 대체하므로써 개발 총면적을 유지할 수 있도록 상생의 대안을 제시해 주었습니다.

 

토지공사 참으로 무대포입니다.

 

1년 반이 넘는 청주시민들의 노력에 대한 그들의 답은 생태이동통로 하나 만들어 준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생태학자들마다 한결같이 서식지 보전이 불가능하다고 하니 어떻게 수용할 수 있겠습니까? 토지공사는 대화를 일방적으로 거부하고는 지난 2월 17일부터 벌목작업과 택지개발을 본격화하였습니다. 그 후 현장에서는 매일 같이 치열한 몸싸움이 계속되었습니다. 어느 날엔 새벽 5시 용역인부 200여명을 동원하여 공사를 강행하였습니다. 자연안내자로 참여하는 어머니자원교사 한 분이 삽날에 이마가 찢겨져 경찰조사까지 받았는데, 그들은 우리끼리 싸우다 다쳤다고 주장합니다. 한번은 공사관계자가 낫을 들고 찾아와서 협박하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오히려 우리를 명예훼손, 업무방해, 기물손괴, 폭행 등의 혐의로 고소하였습니다. 모두 4건입니다. 5월 24일 공사방해중지가처분신청이 판결되자 이제는 출입조차 통제하려 합니다. 어쨌든 공사는 대부분 진척되었고 현재 두꺼비 핵심서식지 2만여평 정도만 남겨놓은 상황입니다.

 

마지막 공사도발이 초읽기에 들어갔습니다.

 

핵심서식지 만이라도 지켜보고자 안간힘을 썼습니다. 토지공사 점거 및 단식농성 등 할 수 있는 방법을 동원하여 공사를 지연시키고 있습니다. 만일의 도발에 대비하여 원흥이지킴이 1000인시민행동단을 조직했는데 1,067명이 참여하였습니다. 5월 30일 안개 낀 새벽 6시 '원흥이생명평화를 위한 시민동원령'을 내렸더니 700여 명의 시민들이 모였습니다. 6월 16일 저녁에 예정된 2차 시민동원령에는 1500명 이상이 모일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대화국면이긴 하지만 안하무인 토지공사는 곧 형식적인 대화를 중단하고 공사를 강행할 것입니다. 사람 사서 한번 욕먹고, 하루 밀어부치면 끝난다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밀리기 싫다는 것입니다. 선례를 만들기 싫다는 것입니다.

 

절박합니다. 도움을 요청합니다.

 

한 지역의 총 결집된 시민사회역량이 낡은 제도와 합법적 절차라는 근거로 밀어부치고 있는 한 공기업에 굴복되지 않도록 연대와 지원을 바랍니다. 원흥이마을생태보전운동은 토지공사의 생태파괴적 택지개발에 제동을 거는 상징적 사안이 되었습니다. 반면 두꺼비 핵심서식지에 청주지방법원·검찰청이 입주하기로 되어 있어 상황은 더욱 복잡합니다. 한국토지공사와 대법원을 동시에 상대해야 하는 일입니다. 밀리고 밀린 토지공사는 이제 대법원 핑계를 대며 버티고 있습니다. 대법원은 아예 꿈쩍도 하지 않고 있습니다. 현재 청주시민들은 지방법원 앞에서 '원흥이 생명평화를 염원하는 60만배(拜)'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싸움은 막바지에 이르고 있습니다. 2-3주 내에 결판이 날 것입니다.

 

6월 18일, 여러분을 원흥이마을로 초청합니다.

 

전국적 여론형성이 미흡했다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다행히 6월 16일에는 KBS 환경스페셜에서 '원흥이마을의 두꺼비'가 방영될 예정입니다. 꼭 보시고 이틀 후 청주를 방문해 주시기 바랍니다. 여러분들이 마지막 원군이 될 것입니다. 토지공사도 개혁하고 택지개발 방식도 바꾸고 원흥이마을에 평화가 찾아올 수 있도록 많은 관심과 참여 바랍니다.

 

2004년 6월 14일

 

청주지역 43개 단체와 각계인사 130명으로 구성된 상생의 대안 실현을 위한 원흥이생명평화회의 공동의장

 

강태재(청주문화사랑모임 회장) 김승환(충북민예총 회장) 노영우(충북참여자치시민연대 대표) 도종환(시인) 박덕규(원불교충북교구 교무) 박시룡(한국교원대학교 교수) 변지숙(충북여성민우회 대표) 성방환(전교조충북지부 지부장) 신성국(청주영운동성당 신부) 이철기(청주환경연합 대표) 허 원(서원대학교 교수)

 

  

<2004. 6. 16  이승봉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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