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를 찾아 떠나는 30주의 여행, 그 특별함 속으로.
노래를 찾아 떠나는 30주의 여행, 그 특별함 속으로.
  • 강찬호
  • 승인 2008.04.24 21: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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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안문화의집, ' 시와 노래와 나의 이야기'... 장애아동 학부모와 일반인들이 함께 풀어가는 특별한 노래교실.



▲ 가수 손병휘씨와 함께 풀어가는 노래와의 특별한 만남. 30주의 노래 여행이 시작된다. 

간혹 취재하는 입장을 떠나 취재 상황에 몰입되는 경우가 있다. 본분을 망각한 것으로 보이지만 취재를 하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즐거운 일이다. 취재보다 상황이 재미있어 푹 빠지는 경우다. 이번 취재의 경우가 그런 경우다.

흔히 현대인들은 노래를 노래방에서 만난다. 공연장을 찾거나 하는 등의 예외도 있지만 논외로 하자. 노래방에서 노래의 맛을 즐기며 스트레스를 해소한다. 이 경우 노래를 즐기는 것은 맞지만, 어찌 보면 노래를 잃어가는 것일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해보았다. 노래를 즐긴다고 하지만, 노래에 이야기가 빠지고 노래의 맥락을 모른 채 단순하게 소비하는 것에 머물고 있는 것인지 모를 일이다. 왜 이런 생각이 들었을까. 왜 노래방 문화를 트집 잡아 보는 걸까.

24일 오전 10시. 하안동 하안문화의집(관장 민병은)이 특색 있는 문화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시와 노래와 나의 이야기’가 그것이다. 이 프로그램은 한국문화예술진흥원과 한국문화의집협회가 주최하며 문화관광부가 후원한다. 

이 프로그램은 단기간의 행사가 아니다. 매주 1회씩 무려 30주를 이어간다. 하나의 프로그램이기보다는 하나의 프로젝트(이하 교실)다. 노래를 주제로 하지만 노래에 대해 할 수 있는 모든 것이 동원된다. 노래를 가지고 노는 시간이다. 그러나 그 놀이는 노래방에서의 소비 놀이가 아니다. 그것은 노래방에서 잃어버리고 있을지도 모를 ‘노래’를 다시 찾는 과정은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참가자들은 노래를 부른다. 손에 악보가 쥐어진다. 노래 부르는 모습은 언뜻 여느 노래교실의 모습과 같을 수 있다. 그런데 이 교실은 노래보다 이야기가 더 많아질 것으로 보인다. 노래에 대한 느낌, 소감 그리고 노래에 관련된 여러 이야기들이 등장한다. 노래를 부르거나 작곡한 이, 작사를 한 이들에 대한 이야기도 기본적으로 등장한다. 

노래 장르, 리듬 등 노래와 관련된 기본적인 상식 내지 교양에 해당되는 이야기도 등장한다. 물론 노래를 맛깔스럽게 부르는 테크닉도 빠지지 않는다. 아마 이런 내용은 30회 수업 동안 기본적으로 가져가는 패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러는 동안 참가자들은 노래에 대한 기본적인 교양과 소양을 저절로 익힐 것이다. 



▲ 포크가수, 민중가수인 손병휘씨의 노래를 생으로 듣는 재미도 이 프로그램의 덤이자 선물이다.

그런데 이 프로젝트는 이외에도 노래방의 노래와 다르고, 기존 노래교실과도 확연히 다른 내공을 갖고 간다. 우선 참가 대상자들이 남다르다. 일반인들에게도 열려 있지만 주 대상자들은 장애아들의 학부모들이다. 다를 것도 없지만 다른 이들의 삶의 이야기가 노래와 함께 풀어내질 것이다. 또 이들이 주인공이 돼 노래가 만들어지고 공연도 진행된다. 강사는 “향후에 이 교실에서 어떻게 노느냐에 따라 결정될 것”이라며 “맘껏 놀 것”을 주문한다. 참가자들이 소통의 주인공이 되는 것이다.

이 교실에서 나누는 이야기도 세다. 70년대, 80년대, 90년대를 관통하는 대중음악의 흐름과 관련된 음악 이야기가 노래와 함께 다뤄질 예정이다. 각 시대별 대중음악에 대한 노래와 함께 참가자들은 노래와 얽힌 자신들의 추억과 이야기들을 나누게 될 것이다. 당대를 대표하는 대중음악인들의 특집판도 집중적으로 다뤄진다. 이영훈, 조용필, 신중현, 김민기...등 한국 대중음악의 간판들이다.

이외에도 참가자들은 함께 공연을 보며 공연 이야기를 나누고, 직접 DJ가 돼 노래를 선곡하고 참가자들에게 들려주기도 한다. CD와 영상을 통해 노래를 경험하기도 한다. 이쯤이면 30회로 진행되는 이 교실이 다양한 노래와 함께 여러 이야기들과 놀 거리로 채워질 것이라는 기대감을 가져도 좋을 것 같다.      

그럼 진행은 누가하나. 가수 손병휘씨다. 아는 사람은 알고 모르는 이들은 모를 수 있다. TV를 쫒는 가수가 아니니 대중들에게 낯설 수 있다. 라디오를 통해 알려지기도 한 그이고, 시와 노래를 엮어서 잔잔하게 대중들에게 감동을 전해주는 나팔꽃 모임의 멤버이기도 하다. 

그에게는 포크 음악을 상징하듯 통기타가 들려져 있다. 광명도 여러 차례 방문하고 공연도 했다. 광명시평생학습원과의 인연 때문이다. 혹시 자신을 모르는 이들을 위해 4집의 음반을 낸 베테랑(?)이라고 짐짓 농을 건네기도 한다.

그는 노래를 재미있게 엮어 참가자들과 소통의 고리를 만들어 주는 대중적 언어를 구사한다. 참가자들은 재밌게 강사의 이야기에 빠져든다. 공연을 업으로 하는 가수가 매 주 고정적인 시간을 내는 것이 그리 쉬운 일일까. 그 이유를 묻자, 민병은 관장은 손병휘씨와 장애아동들과 어떤 인연을 맺는 계기가 있었고, 그 연장에서 특별한 시간을 할애하게 된 것이란다. 장기간 가수와 소통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다는 것 그 자체만으로도 특별한 시간이다.


  
기자는 색달라 보이는 이 프로그램을 취재하기 위해 수업이 시작되는 첫 날 수업 현장을 찾았다. 불행이도 늦게 도착해 앞부분 10여분을 놓쳤다. 하안문화의집 강의실 판서에는 “샹송, 칸쵸네, 칸시온, 송”이 적혀있다. 이미 약간의 설명이 지나간 것이다.

이어 강사는 “봄이 왔으니 노래를 안 부를 수 없겠죠”하며 준비해 온 악보의 곡으로 시선을 옮긴다. 봄을 주제로 여러 곡들을 선정했다. 그렇게 시작한 첫 곡이 ‘봄이 오는 길’이다. 통기타를 연주하며 먼저 노래를 들려준다. 이렇게 가수의 노래를 생(生)으로 듣는 것은 이 교실의 또 다른 재미이자 덤이다.

노래를 마치자마자, 강사는 말한다. “노래를 한 곡 무조건 마치면 손뼉을 치는 것은 국제적 매너입니다.” 청중들의 웃음과 박수가 이어지면서 강사는 다시 말을 잇는다. “이렇게 손뼉을 치는 기원은 그리스 고대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악보는 참고자료입니다. 리듬을 탄다는 것은 노래의 느낌을 살리는 것입니다.” 노래와 상황에 맞게 이런 저런 내용들이 자유롭게 언급되며 참가자들은 그 노래와 이야기 속으로 빠져든다.    

 

이어 이정선의 노래 ‘봄’으로 이어진다. “이정선씨의 노래는 유신체제 가사 검열을 피해 자연으로 옮겨집니다. 이 노래는 폴카 리듬입니다. 폴카 리듬은 북유럽 춤에서 나온 리듬입니다. 추운 곳이니 뛰는 것입니다.” 노래와 리듬, 그리고 작곡가에 얽힌 이런 저런 이야기들이 전달된다. 그렇게 봄과 관련된 여러 버전의 노래들이 이 교실에서 흘러갔다. 때론 전곡으로, 때론 소절로.

강사는 말한다. “아는 만큼 보인다고 하잖아요. 우리들이 즐기는 노래에 대한 ‘교양’을 쌓는 기회가 될 것입니다.” 그리고 당부한다. 시작하는 첫날이니, 용두사미(龍頭蛇尾)는 사절이라고. 기대를 갖고 참가자들이 지속적으로 참여하는 수강자의 의무를 다하라는.

철망산 아래 하안문화의집에서는 매주 목요일 오전 10시 노래와의 긴 여행이 이어진다. 혹 몰라서 아직 차표를 구하지 못한 이들이 있다면 서둘러 그곳으로 발걸음을 옮겨 보는 것이 어떨지.

하안문화의집 02)898-3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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