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하형님을 보내고
상하형님을 보내고
  • 박민관
  • 승인 2008.06.22 2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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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사는 세상>

올 봄 어머니의 산소를 가꾸는 문제로 동분서주하시던 시골의 상하형님을 어제 뒷동산에 묻고 왔습니다.  당신이 2년간 수시로 둘러보고 돌보며 가꾸던 어머니 산소 옆이었습니다.

그 형님이 암이라는 소식을 들은 것은 지난 6월 5일이었습니다. 재숙이 조카로부터 폐암이라는 연락을 받고 다음 날 현충일에 병원에 다녀왔습니다. 5월 중순 어머니 산소에서 만난 형님은 몸살기운으로 입맛이 없다는 이야기를 하셨고, 평소 원체 건강하셨기에 그런 줄 알고 있었습니다. 혹시 하고 받은 정밀검진에서 폐암이라 판정이 난 것이지요.

현충일날 병원에서 만난 상하형님은 평시와 똑같았습니다. 단지 환자복만 입고 계셨지요. 연세가 있어 수술걱정이 되어 제가 물어봤습니다. 수술을 희망하셨는지···. 형님이 그러시더군요. 안했으면 좋겠는데, 의사가 초기라 빨리 수술을 하면 괜찮아진다고 이야기하고 자식들이 권하니 그냥 하기로 했다고 하더군요.

6월 9일 수술이 끝나고 3일째 되던 날 조카한테 또 전화가 왔습니다. 회복이 더디고 통증을 많이 호소한다고…….
다시 병원을 찾았습니다. 하지만 수일 전 건강하던 형님의 모습은 이미 찾을 길이 없었습니다. 심한 고열과 통증으로 순간순간 정신을 놓고 있는 모습은 차마 바라보기 어려웠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회복하겠지 라는 막연한 기대를 가지고 돌아왔습니다. 

그러고는 다음 날 다시 중환자실로 이송됐다는 소식과 바쁜 일상을 핑계로 잠시 잊고 있었습니다. 다급한 조카의 전화가 온 것은 지난 17일 화요일입니다. 임종할지 모른다는 의사의 이야기가 있다는 것입니다. 즉시 병원으로 갔지만 면회도 안 되는 위급한 상황이었습니다. 벌써 심장이 두 번이나 멈췄다는 이야기만 들었습니다.

너무 어이가 없는 상황들이었습니다. 수술하기 싫다는 분을 의사가 강권 하다시피 하여 수술을 하였고, 막상 개복을 하니 폐암 말기였다는 무책임한 병원 측의 말, 거기에 당뇨 등으로 인해 합병증이 생겨 생명이 위독하다는 지극히 쿨한 답변만 하더군요.

수술 전에 수술을 적극적으로 만류하지 못한 제자신이 후회스러웠습니다. 정밀검진 결과를 보기위해 당신 스스로 버스를 타고 들어온 병원을 영구차를 타고 떠나야 하는 상황이 벌어진 것입니다. 그것도 단 보름만의 일입니다. 당신의 죽음에 대한 어떠한 준비도 못한 채, 가볍게 병원 다녀온다고 나간 길이 바로 죽음으로 이어졌으니 이는 예측하지 못한 사고사와 다를 바가 없었습니다.

결국 형님은 그제 18일 임종을 하셨습니다. 어떠한 유언도 남기지 못한 채 그저 생살을 도려낸 아픔과 합병증에 몸부림치다, 남은 이에 대한 어떠한 이야기도 자신의 삶을 마무리하는 어떠한 정리도 없이 의지와 관계없이 세상의 끈을 놓고야 말았습니다.

수술을 결정한 조카들과 형수에게 화를 낼 수도 없었습니다. 아무렴 내가 느끼는 황당함이나 비통함이 그들과 비교가 되겠습니까. 사망 후 이루어진 일정은 너무도 정확하고 의례적인 일들로 이어졌습니다. 염을 하고 장지로 가서 땅에 묻는 일이지요.

염을 하면서 본 형님의 모습은 살아있을 때와 다르지 않았습니다. 단지 나는 숨을 쉰다는 것이고 형님은 쉬지 않는다는 것뿐이지요. 이렇게 작은 차이가 산자와 죽은 이와의 다른 점이지만 벌써 망인은 산자들의 기억에서 멀어집니다.

본인과 관계된 어떠한 결정에도 참여할 수 없고, 찾아온 지인들에게 어떠한 인사도 하지를 못합니다. 또 한번 죽음 앞에서 삶을 생각해 봅니다. 내 의지와 희망과 관계없이 죽음은 예고 없이 찾아옵니다. 그래서 전 항상 “지금 행복하자!”라는 생각을 염두에 둡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은 일에도 화를 내고 사소한 것에 온 신경을 다 씁니다. 그러면서 주위에 상처들도 주고........

누구나 피할 수 없는 죽음의 길이지만 아무리해도 익숙해지지 않는군요. 형님의 명복을 빌면서, 다시금 염하는 매트위에 누워있는 내 모습을 상상하며 지금의 내 삶에 충실해 보렵니다.

<편집자주> 이 기사는 오마이뉴스 <사는이야기> 6.21자에도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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