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 피를 부르는 정부
국민의 피를 부르는 정부
  • 김성현
  • 승인 2008.06.24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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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김성현의 따뜻한 시선

상황은 점점 심각해지고 있다. 정상적인 사고를 가진 국민이라면 누구도 원치 않을 폭력이 유발되고 그 폭력의 심각성은 점점 증대되고 있는 현실을 본다. 난 이 상황이 정말 두렵다. 점점 피냄새가 다가오는 듯한 엄습하는 두려움이 나만의 기우이길 정말 원한다. 하지만 나의 바람과는 달리 하루하루 그 시간이 다가오는 느낌에 암담한 심정이 되고 만다.

설마 우리 정부가 국민의 피를 원하지는 않을테지만 그렇게 믿기에는 대처하는 방식이나 상황분석이 영 아니다. 잘못보면 피를 부르는 것으로 보이기까지 한다.

경찰력이 물대포를 쏘고 스프레이 가스를 분사하는 일은 정말 심각한 일이다. 안전사항을 지키지 않고 행하는 공권력의 잘못된 집행은 국민을 피흘리게 하며 분노하게 한다. 누구도 원치 않는 폭력 양상이 확대된다면 이는 누구의 책임으로 돌아갈 것인가. 그저 피로에 지친 전경들의 행위와 그에 맞서는 시민의 책임이라 할 수 있을 것인가. 결코 아니다. 그들은 그저 현장에서 맞부딪힌 상대일 뿐이다. 그들 모두 우리 국민이고 우리 정부가 지켜야 할 존재들인 것이다. 결국 책임은 정부에게 돌아가게 되어 있다.

보수단체들의 궐기가 심상찮다. 현충일에 한 극우단체에게 시청 앞 광장을 내주어서 충분히 폭력을 유발하는 것으로 보일만한 행동을 하더니 이제는 청계광장과 방송사 앞에서 집회를 열고 무력시위를 하며 저항할 수단을 갖지 못한 시민들에 대한 폭력을 행사한다. 경찰력은 별다른 제지없이 보수단체들의 행동을 묵인하는 것으로 보이기까지 한다. 문제는 촛불을 든 시민들의 인내가 언제까지 갈건가이다. 폭력에 노출되어 있으면서도 비폭력을 외치는 선량한 시민들의 모습은 숭고하기까지 하다. 하지만 시간이 더 지나면서 결국 국민들끼리의 폭력사태가 발생하지 말라는 법은 없다. 그래서 두려운 것이다.

정말 누군가 심각하게 부상을 당하기라도 한다면(그 이상은 상상하기 싫다.), 아니 그까지는 아니더라도 폭력이 쌍방간의 모습으로까지 간다면 이를 방치한 정부에게 모든 책임이 돌아갈 수밖에 없다.

물론 지금의 상황이 전개되도록 한 것은 역시 정부이다. 이전 정부에서는 그렇게 까다로운 조건을 가지고 협상에 협상을 거듭했었는데, 그 담당자들이었던 공무원들을 내세워 협상하여 발표한 내용이 전혀 딴판이었다. 굴욕적인 외교자세와 국민건강을 생각하지 않은 자본의 논리로 무장한 결과는 국민들의 거대한 저항을 불러올 수밖에 없었고, 그것이 하루 이틀도 아닌 수 십 일을 이어오게 한 동력이 된 것이다.

촛불집회가 내세운 주장은 처음부터 끝까지 재협상이었다. 그러나 정부는 바로 그 '재협상'만은 안한다는 고집을 부리는 상황이니 이명박 정부를 선택했던 국민들도 나서고, 보수언론의 독자들까지 재협상에 동의하는 이들이 많은 것이다. 아무 것도 모를 것이라 여겼던 중고생과 어린이들까지 나서서 정부를 규탄하고 재협상을 요구하는 상황이 되도록 이 정부는 근본적인 해결이 아닌 미봉책의 연속으로 대처해온 것이다. 정말 심각한 상황이다.

시간이 가면서 보수단체들의 반발집회가 이어지고 이제 일촉즉발의 위기가 도래한 것이다. 언제까지 정부는 손놓고 있으려고 하는 것인가. 정말 피를 부르는 상황이 오길 기대하는 것은 아니라고 믿고 싶다. 정말 국민을 아끼는 정부라 스스로 믿는다면 지금이라도 무력시위를 하는 보수단체들을 집중관리해야 할 것이고, 더욱 근본적으로는 전면재협상에 나서는 것만이 길이다. 이미 굴욕적인 외교를 했는 데 더 굴욕적일 것이 뭐가 있다고 그렇게 좌고우면하는 것인지 알 수가 없다.

공권력은 국민을 향해 폭력을 휘두르라고 있는 것이 아니다. 국민들 간에 갈등의 요소가 있으면 미리 원인을 제거하고 혹이라도 위험한 상황이 되면 먼저 나서서 위험을 제거하라고 있는 것이다. 마치 예비군복을 입고 나서서 경찰력과 시위대의 사이에서 고통을 감내하며 애쓰는 이들처럼 말이다. 난 정말 이 정부가 피를 부르는 정부가 아니길 빈다. 이를 위해서 지금이라도 적극적으로 나서서 갈등유발의 원인을 제거하길 바란다. 정말 심각한 상황은 아직 오지도 않았다. 이번이 마지막 기회일지 모른다. 기회는 지나가면 아무리 애써도 다시 잡기 어렵다.

김성현
한길성결교회 담임목사 / 철학박사(Ph. D) 
광명여성의전화 감사 / 지역자치위원
참여시민네트워크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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