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고교 상향평준화와 교육감 선거
[시론]고교 상향평준화와 교육감 선거
  • 양두영
  • 승인 2009.01.25 2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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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두영(광명시 교육복지 시민모임 상임대표)

전국에서 가장 먼저 고교평준화제도를 실시했던 서울시 교육청이 2012년까지 서울시내 모든 초·중학교에 최소 하나씩의 영재학급을 만들어 학급당 최대 20명을 수용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아직까지도 고교 비평준화 제도로 많은 학생, 학부모, 교사들이 고통받는 광명시에는 많은 시사점을 주는 뉴스이다.

이 발표 이후 영재학급 계획이 우열반이냐 아니냐는 논란이 주를 이루었지만, 고교평준화와 교육복지 모임에서 일하는 내가 관심을 가진 부분은 바로 그 학급의 학생수가 15명에서 최대 20명이라는 사실이었다. 왜 그런 좋은 교육환경을 소수의 특권층에게만 주겠다는 것일까? 그 학급에 선발될 소위 ‘우수학생’들의 절대 다수는 부모의 경제적, 문화적 자본이 탄탄하고 각종 사교육(학교수업의 재탕인 학원수업이 아니라 1대1 과외나 적어도 2~4명의 과외)으로 ‘맞춤형 교육’을 받아온 학생들임이 불을 보듯 뻔하다. 하지만 학교의 모든 수업을 15명 수준으로 한다면, 웬만한 수준의 학생들도 영재까지는 아니어도 수재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 광명을 비롯한 경기도의 교육환경은 매우 열악하다. 학급당 학생수가 40명을 넘어서고 있고, 교육복지는커녕 ‘사육’하고 있는 실정이다. 혹시 학부모들은 이런 상상을 해 보신 일이 없는가? 학생들이 선생님에게 제출한 수행평가 작품에 대해 선생님들이 일일이 코멘트하며 평가해 주는 상상, 학생들이 수업시간에 쓴 글에 대해 선생님들이 일일이 첨삭지도하는 상상, 특별히 공부잘하거나 문제있는 학생이 아닌 평범한 우리 자녀와 한달에 한두번은 한시간씩 이야기하는 담임 선생님! 이렇게 교육받으면 학생들의 성적은 틀림없이 쑥쑥 올라간다. 인성지도, 능력개발 모두 비약적으로 성장할 수 있다. 하지만 지금의 학교에서는 불가능하다. 수퍼울트라킹왕짱 선생님 1천명 중에 한명을 만난 억세게 운 좋은 학생이나 논술첨삭지도, 1대1 고액과외 전문강사와 만나는 1% 특권층 부모를 만난 학생이 아니고서는.

교육청은 돈을 정말 필요한 곳에 써야 한다. 광명의 특정 고교에게만 수십억의 돈을 지원하는 것이 아니라 모든 학교의 학급당 학생수를 획기적으로 줄여서 한 학급에 있는 학생들에게도 ‘개별화교육’이 가능하게 해야 한다. 선생님들이 학생들의 모든 학습결과물을 검토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를 주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학급당 학생수의 대폭 축소와 차선책으로 교사 임용을 확대하여 교사 1인당 수업시수를 줄이고 교재연구와 학습결과물 검토와 피드백에 시간을 투자할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 이렇게 해야 ‘상향 평준화’될 수 있고 교육이 복지의 한 영역이 될 수 있다. 이것을 가능하게 할 수 있는 큰 힘을 가진 사람이 주지하다시피 경기도교육감이다. 교육감 선거가 몇 달 남지 않았다. 우리 고교평준화와 교육복지 시민모임 뿐만 아니라 광명의 모든 학생, 학부모, 교사가 교육감 선거에 관심을 가져야할 이유이다.

* 광명시 교육복지 모임의 정식 명칭은 “광명시 고교평준화와 교육복지 실현을 위한 시민모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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