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 속 혁명, '동네한바퀴 어린이도서관' 개관
생활 속 혁명, '동네한바퀴 어린이도서관' 개관
  • 강찬호
  • 승인 2009.06.11 01: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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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명YMCA 회원들, 넝쿨도서관 이어 철산4동에 2호 주민 어린이도서관 개관



▲ 개관식 행사에 앞서 지역 어린이들이 도서관을 찾아 여는 마당 행사에 참여하고 있다. 

“골목이 놀이터인 내 아이는 5분을 못 넘기고 지나는 자동차와 오토바이와 맞짱을 뜹니다. 자동차와 오토바이가 무서운 앞집아이는 TV와 컴퓨터 게임을 친구 삼았습니다. 이웃이 고픈 엄마들은 아이를 향한 잔소리로 수다를 대신합니다. 우리 동네입니다. 하지만 오늘까지입니다....”

철산4동에 거주하는 주부 조은경씨는 그 동안 지역 아이들이 방치됐지만 어린이도서관이 생기면서 한 시름 놓게 됐다고 말한다. 조씨는 철산4동에 살고 있는 아이들을 위해 가장 시급한 것이 놀이터라고 말한다. 아이들이 맘 놓고 놀 수 있는 놀이터가 없기 때문에 도로에 나와서 논다. 그 도로는 아이들에게 위험천만한 곳이다.

도덕산 자락에 자리 잡고 있는 철산4동 구 주택단지는 광명지역에서 열악한 주거환경을 갖고 있다. 형편이 넉넉하지 않은 주민들도 상대적으로 많고, 아이들도 열악한 환경에 방치되어 있다.

결국 주민들이 직접 나섰다. 놀이터 대신 어린이도서관을 만들어 주기로 했다. 10일 ‘동네한바퀴 어린이도서관’이 문을 열었다. 주씨는 이날 도서관 개관식에서 앞의 글을 읽으며, 이 도서관을 통해 두려움 없이 친구를 만들고 꿈도 만들며 엄마들도 편안히 웃었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전했다.  



▲ 10일 오전 광명YMCA  회원들이 개관 행사를 준비하고 있다. 회원들은 자원봉사로 스스로 준비하고 운영한다.

10일 개관한 동네한바퀴 어린이도서관은 지역 주민들이 직접 일궈낸 소중한 공간이다. 녹색가게 일종인 동네한바퀴 상설나눔장터도 도서관과 같은 공간에 들어선다. 아이들이나 주부들이 동시에 이용할 수 있는 공간이다.

이 공간을 만들어 낸 주인공들은 광명YMCA 회원들이다. 특히 철산4동에 거주하는 이 단체 회원들이 주축이 되었다. 이 단체 회원들이 저렴하게 공간을 얻어 새롭게 단장하는데 많은 노력을 더했다. 그 결과 허름한 건물에 자리 잡은 공간이 제법 그럴듯하게 모양이 나왔다.

광명YMCA와 회원들이 일군 도서관은 이곳만이 아니다. 하안주공5단지에 설치되어 있는 넓은세상 도서관을 주도적으로 운영했던 경험이 있고, 철산4동 도덕산 정상 부근에 넝쿨어린이도서관을 만들기도 했다. 특히 넝쿨도서관은 열악한 환경의 지역 어린이들에게 책을 읽는 공간으로서의 기능 외에도 다양한 문화적 프로그램을 제공해왔다. 어린이도서관 공간은 작지만 주부들과 아이들이 모여 지역공동체를 형성해가는 구심점이 되었다. 



▲ 상설나눔장터가 어린이도서관과 함께 자리를 잡았다. 일석이조다.

넝쿨도서관 운영의 경험은 철산4동 아랫동네 아이들에 대한 문제를 고민하는 쪽으로 향했다. 아랫동네 아이들이 윗동네인 넝쿨도서관까지 오기에는 거리가 멀다. 아랫동네 아이들에 대한 고민의 결과가 이날 어린이도서관 개관으로 이어진 것이다. 어린이도서관을 거점으로 살기 좋은 이웃들과 함께 하려는 마을 만들기 정신이 함께 배어있다.  

넝쿨도서관과 마찬가지로 동네한바퀴 어린이도서관도 광명YMCA 회원들이 주축이 되어 자원봉사로 운영이 된다. 개관에 필요한 도서들도 광명YMCA 생협회원들이 도서를 기증해 급한 대로 마련됐다. 나눔장터 물품들도 모두 후원으로 마련된 것이다. 앞으로 도서나 물품의 후원이 동네한바퀴를 운영해가는 디딤돌이 되는 것은 당연하다. 



▲ 회원들은 낡은 공간을 새롭게 정비하느라 품을 팔았다. 벽과 화장실 등이 새로와 졌다.

김혜란 광명YMCA 생협 전 이사장은 “철산4동에 거주하는 촛불(광명YMCA 생협회원 소모임 이름)들이 많은 노력을 해 왔기에 도서관이 개관될 수 있었다. 아파트 단지에 거주하는 아이들에 비해 주택가 아이들의 혜택이 적었는데 도서관 개관이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전 이사장은 “최대한 친근한 느낌이 들도록 하고 누구나 편안하게 방문해 이용할 수 있도록 하고자 ‘동네한바퀴’라는 명칭을 사용했고, 내부 회원들의 공모를 통해 선택한 명칭”이라고 말한다. 철산4동 지역에서 주민들과 아이들이 자연스럽게 만나고 어울리는 공간을 지향하는 것이다. 

모든 것이 주민들 스스로 마련한 것이고 운영도 그 방향을 지향한다. 따라서 외부지원을 받을 경우에도 이 원칙을 전제로 한다. 광명시가 작은 도서관을 지원하기 위한 조례를 마련했다. 조례에 의해 시의 지원이 따라 준다면 좋은 일이지만 도서관의 자율성이 최대한 존중되는 전제가 있어야 한다. 김 전 이사장은 “자율권이 보장된 전제하에 외부 지원이었으면 한다. 그동안 넝쿨도서관 운영 등 어린이도서관 운영의 노하우, 전문성이 풍부하다.”

동네한바퀴 어린이도서관은 평일 오후 1시부터 저녁8시30분까지 운영한다. 나눔장터는 오전 11시부터 오후5시까지 운영한다. 낮 시간에는 광명YMCA 회원들이 자원봉사로 운영하고 저녁 시간대에는 대학생 자원봉사자들이 아이들의 학습지도도 병행할 계획이다.

철산4동에는 어린이도서관을 통한 마을 만들기라고 하는 한 시민단체의 조용한 실험이 계속되고 있다. 그리고 그런 성과가 다음 성과로 나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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