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도 사람이다. 때리지 마라.”
“우리도 사람이다. 때리지 마라.”
  • 강찬호객원기자
  • 승인 2004.04.20 1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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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도 사람이다. 때리지 마라.”

셋금더불어숲 대화마당, 성공회 이정호 신부와 함께

 

 

 

▲ "왜 오래된 친구들을 내쫓으려 하는가?" 이정호 신부가 강연하고 있다.

 

이주 노동자, 그들은 우리 사회 부족한 노동력을 빼앗아 가는 이방인인가? 아니면 정당한 인간적 권리와 시민적 권리를 가진 이주(!) 노동자인가?

경기도 성공회 남양주 교회 이정호 신부는 이주노동자도 정당한 인간적 권리를 가진 인간으로써 우리 사회에 통합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이주 노동자 문제를 풀어가는 방향이라고 제시한다. 이를 위해 필요한 제도적 개선과 인식의 전환을 요구한다.

아름다운 사람과 함께 하는 셋∙금대화마당. 2004년 4월 16일(금) 평생학습원 강당. “왜 오랜 친구들을 내 쫓으려 하는가.”라는 주제로 이정호 신부의 대화마당이 진행되었다.

 

이주 노동자, ‘제 네들’ 아니다.

 

“20년이나 오래된 친구들을 왜 내쫓으려 하는가? 이에 대한 답을 동의 받고 싶다. 성직자 생활을 오래 한 것은 아니지만 그 시간의 대부분을 이주 노동자들과 보내고 있다.”며 이주 노동자들의 인간적 권리 회복을 위해 일하고 있는 이 신부는 대화마당의 시작을 통해 청중들에게 조용히 주문한다.

이 신부는 먼저 용어의 정리가 필요하다고 한다. “제 네들, 왜 그래.” 이주 노동자들에 대해 산업현장 등에서 사용되는 흔한 예다. 언어는 사회를 반영한다. 용어에 비친 이주 노동자는 ‘제 네들’이다. 천시하고 아이로 취급한다. 이주 노동자로 부르거나, 외국인 노동자로 부르는 것이 옳은 표현이다. 이주 노동자가 국내에 들어와 산업현장에 종사한 지가 20년이 지났는데도, 이들에 대한 태도가 전혀 변하고 있지 않다는 것이 이 신부의 생각이다.

이 신부는 이주 노동자의 문제를 세계화 흐름에 따른 불가피한 추세로 파악하면서 이들의 권리가 박탈이 되고 인간적 권리가 존중이 되지 못하는 것은 일종의 ‘자작극’ 때문이라며 문제의 원인을 찾는다. 이주 노동자 문제는 정부와 관련 기업들이 서로의 이해관계를 통해 묵인하고 방치한 결과라는 것이다. 또한 이들의 송출 과정이나 국내 알선을 주선하는 과정에서 이해관계인들의 역할이 작용하였다는 것이다. 그리고 정부와 기업의 필요에 의해서 들어 온 이들이 이제 쫓겨나게 되는 상황에 처해진 것이다. 억울한 것은 쫓겨날 상황에 처해진 이주 노동자들이다.

이 신부는 요청하고 있다. 이들을 무자비하게 쫓아내는 것은 옳지 못하다. 사람으로 대우해야 하고, 우리 사회에 통합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그러면서 세 가지 해결책을 제안한다. 대화마당에서 청중들과 공감할 수 있는 수준에서.

 

이주 노동자 사면해야

 

첫째가 이들에 대한 사면이다. 이미 이주 노동자들은 한국 사회문화에 익숙한 이들이다. 이들이 필요한 생산현장이 존재한다. 고용허가제라고 하는 ‘제도’의 실시를 위해 이들을 쫓는 것은 그 동안 정부와 유착관계에 있는 기업의 잘못이 전혀 고려되지 않은 행위이고 결정이라는 것이다. 이 제도에 따르면 국내에 3년 이상 체류한 이주 노동자는 내 쫓고, 3년 미만인 이주 노동자는 체류 기간을 1년 연장을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결정에 대해 이 신부는 ‘마녀사냥’이라고 규정한다. 그러면서 한 일간지에 게재된 보도를 인용한다. 고용허가제와 연계해서 실시하는 산업연수생 제도가 현대판 노예제도라는 것이다.

 

산업연수제, 폐지해야

 

이 제도의 폐지를 주장한다. 이 신부가 제시하는 두 번째 대안이다. 산업연수 제도에 의해 국내에 들어오는 이주 노동자는 1,500만원의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또 이주 노동자들이 종사하는 산업현장은 그들의 현실과 괴리되어 있는 곳이 많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예를 들어 김치 공장에 종사하는 예가 그렇다. 그러나 무엇보다는 산업연수 제도가 이미 들어와 국내에 체류하고 있는 10만 여명의 이주 노동자를 불법 체류자로 규정하는 근거가 되기 때문이다. 이들에 대한 사면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코리안 드림’이라는 허상의 꿈은 차치하고서라도, 그들의 ‘작은 꿈’이라도 이루고 돌아갈 수 있도록 이 사회가 허용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노동의 권리 인정돼야

 

세 번째로 이주 노동자들에 대한 ‘노동의 권리’가 인정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이주 노동자들의 노동은 착취의 대상이었다. 이들의 건강과 목숨을 담보로 기업가들이착취했고, 정부는 이를 방치했다.

이와 관련하여 이 신부는 이들을 대상으로 산업현장에서 일어나는 상습적인 욕과 폭행, 임금체불, 회식 자리를 통해 회교도인 이들에게 고기를 먹도록 강요하는 일, 종교적인 권리를 인정하지 않는 일 등 여러 사례들을 소개하였다. 용인 정신병원에서 7년이나 정신병자로 취급되어 갇혀 있다가 돌아간 네팔 여성 ‘찬드라’ 이야기는 아는 이들에게는 알려진 이야기자만 우리 사회 비인간성의 단면을 보여준다. 이주 노동자들이 비인간적인 산업현장에서 일하고 있는 것이 우리 사회에 알려진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고 한다. 95년경 명동성당 들머리에서 “우리도 사람이다. 때리지 마라.”라며 쇠사슬을 묶고 처절하게 절규를 외친 네팔 노동자의 절규가 사회에 알려지면서다. 노동 인권단체나 언론에서 이 문제에 주목하면서다.

20년 동안 이주 노동자들에 대한 인권탄압 사례집만도 벌써 세권이나 나왔다. 이 신부가 활동하고 있는 외국인노동자대책협의회에서 발간한 것이다. 이주 노동자 문제 해결을 요구하며 명동성당 들머리에서 민주노총 산하 평등노조에서 농성을 하고 있다. 150여일이 넘었다. 이 신부는 이주 노동자 문제가 결코 남의 나라 이야기가 아님을 지적한다. 이미 우리 사회가 성장을 해오면서 겪었던 일이고 지금도 관련이 있다는 것이다.

1백년전 미국 하와이 사탕수수 밭에서 일한 한국인들, 60∙70년대 독일에서 일한 광부나 간호사들, 중동이나 월남전에 들어갔던 한국인들 역시 타국에서 일한 한국인들이었다. 지금도 다른 나라에서 일하는 한국인이 450만이 넘는다. 1백여국이 넘는 곳에서 한국인들이 일을 하고 있다. 일본에서 불법으로 서비스업에 종사하는 한국인들도 5만명이 넘는다. 국가의 다름으로 인한 차별이 아닌 인간으로써 이주 노동자들의 권리가 옹호되어야 하는 이유 중에 하나다.

 

이주 노동자, 수입품 아니다.

 

“이주 노동자들은 수입품이 아니다. 그들은 기계가 아니고 사람이다. 이들을 보는 이중적 잣대가 우리 사회에서 작용하고 있다. 이런 시각이 교정되어야 한다.” ‘외국인 탑승’이라는 표지판을 부착하고 달리는 외국인들에 대한 시선과 우리 사회에서 가장 열악하고 힘든 산업현장에 신체와 목숨을 담보로 일하는 이주 노동자들에 대한 시선. 그 잣대가 다르다는 것이다.

이날 대화마당에서 청중들은 많은 질문을 했다. “조선족 동포들이 국적을 요구하고 있는데, 이들에 대한 생각을 말씀해 주십시오.” “국내 이주 노동자 자녀들의 교육 문제에 대해서 말씀해주십시오.” “외국인 노동자 문제가 잘 알려져 있지 않아 본격적인 문제해결이 나오지 않는 것은 아닌가?” “이주 노동자들에 대해 왜 그렇게 잔혹한가? 공교육에서 다민족 이해 교육이 부재하는 것에 기인하는 것은 아닌가?” “이주 노동자들이 거주하는 지역 주민들과의 관계는 어떤가?” 질문에 대해 이 신부는 성의껏 답변을 해 주었다. 그리고 시간 부족으로 대화마당은 아쉬움 속에 문을 닫았다.

가족의 생계나 꿈을 쫒아 먼 이국땅에 와서 가장 열악한 산업현장에서 일하다 150만원을 받고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싸늘한 주검으로 돌아간 필리핀 노동자의 이야기가 더 이상 들리지 않도록, 이제 우리 사회는 누구와 적극적인 대화를 시도해야 하는가.

이정호 신부는 1990년부터 경기도 성공회 남양주 교회에서 사제로 일하고 있다. 외국인노동자를 위해 ‘샬롬의 집’을 운영하고 있다. 현재 외국인노동자대책협의회 공동대표로 활동하고 있다.

 

 

  

 <2004. 4. 20  강찬호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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