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선거때 보자고...?
내년 선거때 보자고...?
  • 신민경
  • 승인 2009.06.22 09:46
  • 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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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교육위원회 임시회의 방청을 하고 나서 / 신민경(학부모)



▲ 지난 4월14일 김상곤 경기교육감 당선자는 압도적 지지를 보여준 광명시를 방문해 유권자들과 인사했다. 이제 김 교육감은 공약을 실행하기 위해 나서고 있지만 곳곳이 난관이다. 

6월19일 금요일 아침. 아이들을 일찍 학교에 보내고 광명에서 수원까지 차를 몰았다. 난생 처음 가보는 경기도교육청. 같이 간 동네 아줌마들과 차 안에서 이런저런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도 하고, 기말고사가 얼마 안 남아 잔뜩 스트레스 받고 있는 아이들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어느새 도교육청에 도착하였다.

10시에 본회의가 시작되었고, 30분 뒤에 소회의실에서 추가경정예산안 심사를 하였다. 본회의가 끝나고 소회의실이 어딘지 안내하는 사람도 없어서 3층으로 1층으로 우왕좌왕 하다  회의실이 4층이라는 것을 알고 가 보니 이미 회의가 시작되었다.

이번에 안산, 의정부, 광명 세 지역에서 방청권 신청을 하여 안산과 의정부는 각 두 명, 광명은 참가 인원이 많아 네 명이 방청할 수 있었다. 나머지 사람들은 4층 로비에 있는 TV로 시청하였다. 

기획관리실장인 이운선 실장님이 예산개요 제안 설명을 하셨다. 나는 경기도 교육청 예산이 9조 8백억이나 된다는 사실도 이번에 처음 알았다. 예산에 대한 항목들을 조목조목 듣고 나니 경기도민의 한 사람으로서 내가 살고 있는 도의 살림 규모와 그 쓰임새에 평소에도 관심을 기울여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예산이 어디에 어떻게 쓰이는지, 제대로 분배되고 쓰이고 있는지 말이다. 그것이 곧 우리 아이들의 교육과 어른들의 평생교육까지 영향을 주는 것이기 때문이다.

제안 설명을 마치고 질의응답을 하는 시간이 되었다. 질문은 신임 교육감의 공약에 따른 예산안에 집중되었다. 나도 ‘신임 교육감 공약에 따른 예산편성’을 어떻게 짰는지 궁금했다. 거기에는 고교 평준화를 위해 타당성을 조사하기 위한 연구용역비도 책정되어 있었기 때문에 더 귀를 쫑긋 세우고 들었다. 

3대 공약을 실천하기 위한 예산은 각각 혁신학교에 28억, 무상급식에 246억, 고교평준화 용역비에 1억6천만 원이 책정되었다고 한다. 이 내용들을 심의해서 22일 월요일에 의결하는 모양이다. 20개 공약사항 중 하나인 ‘힉생인권신장조례제정’에 관한 예산이 5천9백만 원이라고 했는데 그 부분에 대해 한 위원님이 질의가 있었다. 

그 질의의 중심내용이 뭐냐면 일선 학교에서 그러잖아도 아이들을 통제하기가 어렵다고 선생님들이 난리인데 거기다 학생인권신장 조례까지 제정한다면 학생들을 어떻게 통제, 강제, 지도할 수 있겠냐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예로 든 것이 어느 학교에 방문을 하셨는데 그 학교에서 운동장에 아이들을 모아놓고 교장 선생님이 말씀을 하시고 그 다음 국회의원님이 말씀을 하시는 동안 아이들이 하나도 듣지 않고 태도도 엉망이고 시끄럽고 해서 ‘이 아이들이 질서도 모르고 바른 자세도 모르는구나, 선생님들이 통제를 못 하는구나, 이 나라 교육이 왜 이러나.’ 걱정을 하셨다고 했다. 

그런데 초등학교 운동장에 어린 아이들을 세워놓고 국회의원님이 무슨 말씀을 하셨는지는 모르겠지만 그것이 학생인권조례제정과 무슨 관련이 있으며, 그래서 학생인권조례가 필요 없다는 식의 발언을 나는 도저히 이해하기 힘들었다. 

아이들은 통제와 억압과 감시의 대상이 아니다. 내가 초중고교를 다니던 70년대와 80년대는 그랬다. 통제당하고 억압당했다. 고교를 졸업한 뒤 나는 꿈에 교문 앞에서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며 잔뜩 긴장했던 악몽 아닌 악몽에 한참을 시달렸다. 그렇다고 내가 걸려서 벌을 받았던 것도 아니다. 오히려 걸릴까 두려워 항상 단정하게 하려고 너무 애쓴 안타깝고 소심한 학생이었다. 질서와 자율과 자유와 방종의 뜻을 외우며 실천하려 했던 기억도 난다. 

그렇다면 학생인권조례가 제정되면 아이들이 탈선을 할까? 제멋대로 굴까? 아! 촛불을 들 수 있겠구나!  혹시 그것을 염려하시는 것인지. 그래서 이 조례에 드는 5천9백만 원이 쓸 데 없는 예산이라는 얘기인지. 그런데 아직까지 학생들을 위한 인권 조례가 없었다는 말인가? 무지한 학부모로써 이게 어찌된 일인가 싶다. 인권이 뭔가. 사람으로서 마땅히 가지는 권리 아닌가. 그런 조례조차 없었다니. 왜 이제야 만드느냐고 질책해야 할 일 아닌가? 

다음 질의가 계속 이어졌다.  아침 뉴스에 농어촌의 학생 수 300명 이하 학교에 무료급식을 시행한다는 뉴스 보도가 나온 것에 대한 질문이었다. 아직 심의 중인데 확정된 것으로 기사가 잘못 나간 것을 질책하는 내용의 질의였다. 이에 의장님은 경위를 조사해서 보고하라고 했고, 실장님은 사과와 함께 보고서를 올리겠다고 했다. 

그런데 여기서 끝난 것이 아니라 이 얘기로 거의 한 시간이 흐를 정도로 위원님들의 언성은 높아지고, 신경질적인 발언이 이어지며 무상급식에 대한 얘기들이 터져 나왔다. 어떤 위원님은 300명 이하라고 규정한 것이 잘못이라고 하셨고, 어떤 위원님은 요즘에 아무리 어려워도 열심히 일하는 젊은 부부라면 자기 자식 급식비 정도는 낼 수 있다는 말씀도 하셨다. 

무상급식에는 찬성하지만 이건 김(진춘) 전 교육감이 전부터 해왔던 것인데 굳이 김(상곤) 교육감이(그 양반이라는 호칭도 쓰시면서) 새로 하는 것처럼 하는 것은 그동안 우리는 아무것도 안 한 것처럼 보일 수 있지 않느냐, 그건 잘못된 거다, 우리도 다 했던 거다라는 말씀도 하셨다. 그럼 이 안건에 찬성을 하는 것인지 반대를 하는 것이지 듣는 나로서는 답답하기만 했다. 

무상급식의 의의가 뭘까? 급식비를 못 내는 부모도 있을 테고(구걸하는 사람 취급하는 것 같아 기분 나빴지만), 급식비 정도는 충분히 내는 부모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무상급식을 하면 질 좋은 친환경 식재료와 직영급식으로 아이들이 맛있고 건강한 급식을 먹을 수 있을 것이다. 반찬으로 튀긴 음식, 냉동조리 식품 들을 먹고 오는 아이들을 보면 차라리 도시락을 싸주고 싶을 때도 있다. 

먼저 작은 학교에 무상급식을 해서 친환경 식재료로 건강한 급식을 먹을 수 있게 하고, 점점 늘려서 경기도 전체 학교에 무상급식을 할 수 있게 한다면 좀 좋을까. 예산이 없다고? 나라 세금이 줄었다고? 종부세 깎아주지 말고 대운하 안 하면 될 것 같다. 

고교평준화 용역비 예산에 대한 질의도 있었다. 고교평준화 타당성 조사를 위한 연구 용역비 1억6천만 원에 대한 질의였다. 이 예산은 뭐냐면 평준화 타당성을 한국교육개발원이나 아니면 연구단체를 공모해서 평준화 타당성을 연구하는데 드는 연구용역비가 1억2천만 원이고, 4천만 원은 학부모들에게 나눠줄 팜플렛 값이라고 한다. 

그런데 한 위원님이 평준화는 공부 못 하는 아이들 부모가 원하는 것이라고 말씀하셨다. 한 달 전에 광명 시장님과의 간담회에서 시장님이 애들 공부 시키라고, 광명에서 갈 학교가 없으면 가까운 안양으로 보내라고 하셔서 기가 막힌 적이 있었다. 공부 못 하는 아이들이 공부하기 싫어서 평준화를 원하고, 공부 못 해서 광명에서 고등학교 다니기 창피하면 다른 도시로 가라는 말씀이신지.

기말 시험이 다가오자 며칠 전 중학생인 아이가 늦게까지 공부하다가 책상에 엎드려 자길래 자리에 눕히려고 어깨를 살짝 들었는데 깜짝 놀라면서 “나 안 잤어. 한 쪽 눈만 잤어. 한 쪽 눈만 잤어. 한 쪽 눈은 안 잤어.”라고 말한 일이 있었다. 이 무슨 일인가 말이다. 자기는 진짜 안 잤다고, 한 쪽 눈만 잤다고, 한 쪽 눈은 뜨고 있었다고...너무 측은해서 안 자고 공부해야 한다는 아이를 달래며 안고 재웠다. 아이는 공부 못 해서 내신이 안 나오면 공부 못 하는 학교에 가고, 너무 창피할 거라고 생각하고 있다. 그런 생각을 할 수밖에 없도록 만드는 곳이 내가 살고 있는 이 도시이다.

어떤 위원은 전체 예산이 9조라고 해도 빚이 4038억 원인데 아무리 1억6천만이라도 이렇게 ‘흥청망청’ 써서 되겠냐고 하셨다. 분명 빚은 맞지만 4038억 원은 갚아야 하는 빚이 아니고 교과부가 지급보증을 서서 지방채를 발행한 것인데 나라에서 원금과 이자를 갚아주기로 한 것이라 했다. 

그래서 빚은 빚이지만 갚지 않는 빚이라고 몇 번을 얘기해도 그 말을 못 알아듣고 한 말 또 묻고, “그거 빚 맞죠?”라는 말을 수도 없이 하신다. 답변 할 때 안 듣고 왜 저렇게 이해를 못 하시는지. 빚은 맞지만 안 갚아도 되는 거라는데...... 그래도 “4038억의 빚을 져가면서 이런 추경을 해야 하나?”라고 말 하는 위원님! 말귀를 못 알아듣는 건지 귀를 닫고 회의하는 건지...나라에서 돈을 따내서 경기도교육을 위해 예산을 확보했다면 칭찬은 못 해줄망정 이런 식으로 억지만 부리면 안 되지 않을까!

광명시에 사는(안산이나 의정부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모든 사람들이 100% 평준화에 찬성하리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공부 못 하는 아이들 부모만 찬성하는 것도 아니고, 공 부 잘 하는 아이들 부모는 또 모두 반대하는 것도 아닐 것이다. 

평준화가 되면 집값이 떨어진다더라, 평준화가 되면 아이들이 공부를 안 한다더라, 어차피 경쟁시대인데 미리부터 경쟁을 시켜 단련시키는 게 더 낫다, 교육정책이 비평준으로 가고 있는데 왜 우리는 이제 와서 거꾸로 가냐 등 평준화를 반대하는 의견도 있다고 들었다. 

그런데 평준화를 한 안양의 경우 집값 떨어졌다는 이야기 못 들었고, 어떤 근거에서 그런 이야기를 하는지 모르겠다. 오히려 비평준화 때문에 살던 광명시를 떠나 다른 곳으로 이사 가는 경우를 많이 보았다. 또 공부 하는 아이들은 특목고가 있기 때문에 어디에 살든 특목고를 목표로 열심히 한다. 그 몇 퍼센트의 아이들을 제외한 나머지 아이들의 인생의 목표가 최소한 고교진학이 되어서는 안 되는 것 아닌가? 

인생은 뒤로 돌아가지 않는다. 미래를 계획하고 준비하며 열심히 사는 것도 필요하지만 그 하루하루가 행복해야 한다고 나는 생각한다. 어떻게 될지 모를 미래 때문에 지금이 불행하다면 잘못 사는 것이다. 듣기만 해도 예쁜 나이 열넷, 열다섯, 열여섯 살의 아이들이 “공부가 인생의 다”라며 잠도 못 자고 학원으로 뱅뺑이 돌려지고 있다. 우리 아이도 예외는 아니다. ‘어차피 경쟁사회’라는 말도 맞지 않는다. 그 ‘어차피’를 만든 것도 사람들이고 그러면 그것을 없앨 수 있는 것도 사람들이다. 

경쟁을 부추기는 사람들은 누구인가? 한 달에 몇 백만 원짜리 과외를 받고, 외국어학연수를 다니는 아이들과 우리 아이들과는 처음부터 공평한 경쟁이 이루어질 수 없다. 그것을 다 무능력한 부모 탓이라고 할 수 있을까? 왜 서로 나누며 더불어 사는 방법은 이야기 하지 않는가. 

많이 가진 사람이 많이 내놓고, 덜 가진 사람들은 다른 것을 내놓고(꼭 물질일 필요가 없다.), 그렇게 서로 나누며 살 수 있는데 그저 경쟁을 부추기며 줄 세우려고만 든다. 누구를 위한 줄 세우기인가. 서울시가 비평준화로 가려고 한다고 그러는데 그런 교육정책을 펴는 사람은 법원에서 벌금 150만 원을 확정 받아 교육감 자리를 내놓아야 하는데도 아직도 버티고 계신다. 

회의가 끝나고 나서 아줌마들이 하도 답답해서 물어보았다. 도대체 교육위원들은 누가 뽑느냐고. 지금까지는 교장단을 비롯한 학교운영위원들이 뽑았다고 한다. 내년부터는 지자체 선거 때 주민 직선제로 뽑는다고 한다. 우리는 투표에 무관심하면 안 된다. 

투표는 우리의 목소리, 우리의 의견을 낼 수 있는 합법적인 공간이다. 내년 선거 때 보자고 한 마디씩 하는 아줌마들의 목소리에 힘이 들어간다. 사람들의 의식은 진화한다. 권력은 누리는 자리가 아니다. 국민이 우리를 위해 일 잘 하라고 주는 자리이다. 작은 물방울이 파도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파도를 두려워 할 줄도 알아야 한다. 내년 4월이 지방자치 선거이다. 얼마 안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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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생각 2009-07-19 13:42:49
아주 글 잘 읽었습니다.

이상한 나라의 풍경이 교육위원회 사이에서 일어나고 있군요..

작년 한나라당 뽑은 사람들은 모두 피눈물 흘리고 반성해야 합니다...

동동이 2009-06-24 23:20:11
세상이 분업화 되었다는 말에 속지 말아야 합니다.
사람의 손, 발, 머리가 하는 일이 다르지만 모두 한 몸뚱이에 달려있는 것을 되새겨야 합니다. 이렇듯이 사회는 정치가 교육가 주부 회사원 등등의 전문가가있읍니다. 한 몸뚱이에 손, 발, 머리가 있듯이 우리 시민 모두가 정치가, 교육가, 주부, 학부모, 회사원의 역할을 잘해야 합니다.
누구에게 맡길 것이 없는 것입니다. 모든 방면에 자기일처럼 나설 책임 그것이 바로 선거인 것입니다.

찐빵엄마 2009-06-23 23:52:52
무식한 교육위원들...
무식의 끝을 보여주는군요.
진정으로 아이들을 위한 교육을 바라는건 잘못이 아닌데
교육조차 정권에 휘둘려 제길을 못가고 있으니 통탄할 일입니다.
국민이 선거한번 잘못하면 나라가 어떻게 되는지
민주시민 여러분들은 똑똑히 기억하시고 제발 정신차려 투표합시다.

폴라리스 2009-06-22 22:38:58
잘 다녀오셨고 평생을 살면서 투표는 반드시 하시기 바랍니다.
우리나라는 절차적 민주주의는 분명히 이루어졌습니다. 그러나 실천적 민주주의는 요원해 보이는 군요. 정치인이 되려면 철학과 분명한 소신 그리고 원칙을 지니고 있어야 하겠지요. 그러나 지금 주위를 돌아보면 정치꾼들만이 판을 칩니다. 유럽의 아이들은 우리의 청소년이 학원에,
시험에 멍들어 갈 때 어떻게 인생을 살아갈 것인가를 고민한다고
합니다.
불꽃같은 눈을 들어서 시민이 사회 변혁의 주체로 서야 합니다.
자본가가 착취하는 우리의 잉여노동의 가치만큼 우리는 힘을 길러야 합니다. 시민사회가 진정한 힘을 가질 때 권력의 개들도 두려움을 배워 갈 것입니다. 주변의 많은 분들과 진지하게 참여의 정치를 논해 주시면
세상이 조금은 밝은 길로 들어서지 않을까요?
그리고 우리의 아이들도 푸르른 하늘을 바라볼 수 있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