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현장 갈수록 어려워진다."
“교육현장 갈수록 어려워진다."
  • 강찬호객원기자
  • 승인 2004.05.04 13:19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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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현장 갈수록 어려워진다."

- 광명시고교평준화시민연대, 현장 교사와의 대화의 자리 마련

 

 

 

 

▲ 왼쪽부터 광문초 박상란 선생, 가림중 고원남 선생, 광명북고 최홍자 선생

 

고교평준화에 대한 일선 교사들의 생각은 어떨까. 광명시고교평준화시민연대(이하 시민연대)가 학부모 강좌 다섯 번째 시간을 현장 교사들과 대화의 시간으로 진행했다. 5월 3일. 월요일. 오후3시 평생학습원 강의실. 초중고 교사들이 한명씩 참석을 했다. 대화는 진지했다. 2시간이 결코 길지 않았다. 참석한 교사나 참석자들은 시간의 부족을 아쉬워했다. 교육의 문제는 여전히 뜨거운 감자였다. 더 이상의 뜨거운 감자처럼 교육의 문제를 다루지 않게 될 그날은 여전히 멀지만, 한걸음씩 앞으로 걸어가야 함은 답답한 현실 속에서 가지는 일말의 희망처럼 보인다.

 

▲ 2시간이 언제지났는지 모르게 참석자들의 열기는 뜨거웠다.

 

참석자들이 질문하고 교사들이 답하는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교사경력 20년차인 가림중 고원남 교사는 “여전히 헤매고 있다. 갈수록 어려워진다. 학교나 집안에서의 장면들이 다르지 않다. 일맥상통하는 지점이 있다.”며 교육 현장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는 일의 어려움을 토로한다.

광북고로 옮겨 고등학교 생활을 새롭게 시작하고 있는 최홍자 교사도 일선 학교에서 인문계 고등학교의 경우 입시를 통해 대학진학률이 명문학교를 정하는 기준이 되고 있는 현실인 만큼, 학교 관리자들이 이러한 현실을 요구하고 있고, 이에 대해 안타까움으로 바라 볼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어쩔 수 없는 교육현실. 그것은 학생들이나 학부모 그리고 현장의 교사들 모두에게 딜레마처럼 작용한다.

특목고의 문제도 언급이 되었다. 학생들의 진로탐색시 뚜렷한 특성을 나타내는 경우는 그리 많지 않다. 결국 성적이 기준이 된다. 실업고를 선택하는 학생들의 경우도 가정형편이나 성적 부진이 선택의 기준이 되곤 한다. 외국어고 역시 마찬가지다. 대학진학에 유리한 여건을 확보하기 위해 선택을 하는 모습을 종종 보게 된다는 것이다. 특목고라는 당초의 목적이 그대로 반영이 되는 것은 아닌 현실이다. 결국 대학입학이 기준인 것이다.

인문계와 실업계 그리고 특목고. 이러한 고등학교 입학의 선택은 학생들의 진로 적성과 특성, 그리고 이에 대한 학교의 특성이 합쳐져 입학 선택의 기준이 되어야 함에도 현실은 아니라는 것이다. 대학입시 앞에서 무력할 수밖에 없음이 현실이다. 참석한 한 교사는 이런 현실에 대해 주문한다. “학부모들이 시야를 넓게 가져야 한다. 그리고 교사는 노력해야 한다.”

학부모들의 학교 참여에 대해서도 거론되었다. 어느 선까지 학교에 참여를 해야 하는 것이 좋은지를 참석한 학부모가 질문했다. 광문초 박상란 교사는 이에 대해 명쾌하게 답한다. “비합리적인 수준의 요구를 하는 학부모들이 종종 목격된다.” 좀더 노골적으로 학부모의 학교 활동이 아이의 학교 입지를 높일 것이라는 기대와 착각으로 활동하는 경우다. 이런 방식의 학교 참여는 일선 교사들이나 학교에 도움이 안 된다는 것이다. 박 교사는 요청한다. “가능한 학교 일에 동참하고자 하면 교사들의 요청이 있을 때 학급 일에 참여를 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지나친 학부모들의 간섭과 참여로 인해 교사들의 설자리가 없어지는 비교육적 상황은 만들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한편 고원남 교사는 중고등 과정의 경우 “학부모 역할이 초등학교에 비해 많지 않은 현실을 들며, 학부모들이 가능한 학교 경영이나 교과 과정에 참여 하는 것이 좋다.”고 말한다. 학교운영위원회에의 참여 등이 그런 예이다. 물론 현실에서 이러한 참여가 바람직한 방향으로 이뤄지는 일은 쉽지 않다고 교사들은 입을 모은다. 그러나 급식 문제 해결 등 학부모 참여를 통해 해결을 해가야 할 문제가 학교 안에는 많다고 한다.

학업성취도 향상을 위해 서열화는 여전히 유효한가? 라는 질문도 제기되었다. 이러한 논리는 학교 서열화, 학교 안에서의 서열화 등을 정당화하는 논리로 받아들이도록 작용한다. 교사들은 이에 대해 현실적 측면과 교육적 측면에서 솔직한 고민을 토로한다. 수업진행시 수업 이해 정도의 차이는 분명히 존재한다고 한다. 교사들이 진도를 중심으로 학업성취도를 중심으로 이런 상황을 대한다면 교사들 역시 이런 상황이 편하다. 그러나 이것이 반드시 교육적인가에 대해서는 생각의 여지가 있다는 것이다. 한 교사는 다른 예를 든다. 특별활동이다. 평소 학업 성적이 좋지 않은 아이가 요리 시간에 두드러진 능력을 발휘하는 경우다. 학업성취도의 기준이 무엇이냐에 따라 결과는 달라지는 것이다. 때문에 평준화를 통해 아이들의 다양성을 찾도록 하고 인정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교사들은 자녀들을 어떻게 교육하는가? 라는 질문도 제기되었다. 참석한 한 교사는 “마음껏 놀게 한다. 놀자주의다. 그러나 교사들도 저마다 상황은 다 다르다.”고 한다. 또 다른 교사는 “방과 후 지역 대안학교에 아이를 보내기는 하지만, 정작 자녀들 일에 신경을 쓸 시간이 많지 않다. 방치다. 그러나 아이에 대한 믿음은 있다. 노는 일 밖에 모르는 둘째아이를 위해서 최근에 관심을 가지는 것이 독서다. 자녀지도와 관련해서 교사나 일반 학부모가 다를 것이 없다. 그러나 진정한 교육에 대해서 고민을 더 하는 것은 사실일 것이다.”라고 말한다.

최근 들어 게임이나 채팅 등 아이들이 컴퓨터 환경에 노출되면서 언어 사용에 많은 변화가 일고 있다. 그들만의 언어 세계가 있다는 것이다. 이런 현실은 국어 교육에 많은 영향을 미친다. 문제 이해 능력도 떨어지고, 실제로 올바른 국어 표현 능력도 떨어진다. 이런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초등학교 고학년 아이들에게 받아쓰기를 시켜보기도 한다. 결과는 우려스럽다고 한다. 상황이 이럴 진데, 아이들은 학교를 벗어나면 학원으로 향한다. 공교육 안에서 아이들의 기초 학력을 책임져주기를 바라는 것이 학부모의 마음이지만, 여전히 한 반에서 많은 아이들이 교육을 받는 현실에서는 기본학력조차도 책임져주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라는 것이 일선 교사들의 토로다. 그렇다고 학원 교육으로 대변되는 사교육이 문제를 해결해 주는 것도 아니라는 것이다. 결국 갈 길은 한 길인 듯 보인다.

창의성 있는 아이, 줏대 있는 아이, 올바로 사회에 적응하는 아이들로 키우는 일 즉 경쟁력 있는 아이들로 키우는 일은 결국 현 구조의 극복이 중요하다고 교사들은 말한다. 그 길이 멀고도 험하다. 그러나 가야 할 길이라고 말한다.

학교를 벗어나 귀가하는 길. 교실에 그 많은 아이들 중에 오늘도 말 한마디 못한 친구들의 얼굴들이 스친다. 미안함이 있지만 현실에서 어쩔 수 없다. 이제 교사들의 짐을 덜어 주고, 좀 더 교육적 환경을 만들어 주는 일. 그것을 위해 공교육의 평준화가 어떤 단초를 주는 것인지. 평준화를 통한 교육적 메시지가 무엇인지를 참석자들은 '가야 할 길'로 뜻을 모은다.

 

  

 <2004. 5. 4  강찬호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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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혜숙 2004-05-04 13:19:31
평준화에 대한 논의가 일반 학부모들에게도 좀 알려질수없을 까요? 평준화를 찬성하는 어머님들이 많으심에도 불구하고, 그힘의 결집을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셔 하거든요.

조은주 2004-05-04 13:19:31
광명시 고교평준화시민연대에서는 학부모 모임을 만들기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학부모 모임을 통해 평준화 그리고 근본적인 교육문제에 대한 고민을 나누고 해결하기 위한 노력을 작은 것 부터 해보려고 합니다. 함께 하실 분들은 연락주세요. 시민연대 사무국 2614-1224 입니다. 더 많은 시민과 학부모들이 함께 할 수 있는 장을 만들기 위해 더욱 노력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