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복 칼럼> 제대로 된 서민대책을 집행하라
이태복 칼럼> 제대로 된 서민대책을 집행하라
  • 이태복
  • 승인 2009.06.30 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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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정부가 최악의 국면에서 벗어나기 위해 친서민정책을 표방하고 나섰다. 국민생활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는데 서민을 위한다면서 그동안 내놓은 정책들은 서민들에게 아무 효과도 없는 것들이었다. 이제는 이벤트성 쇼가 아니라 정말 서민을 위한 정책을 추진할 수 있을까? 말 그대로 서민생활의 안정을 도모할 수 있는 구체적인 정책이 나왔으면 좋겠다. 하지만 어쩐지 영 믿음이 가지 않는다. 정부가 강력하게 추진하겠다는 민생법안의 내용을 따져보면, 실효성 있는 대책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우선 서민행보로 시작한 이문동 골목에서 대형수퍼가 들어오지 않게 해달라는 영세상인들의 호소에 대해 법적으로는 할 수 없고 협의체를 만들어 논의해보자는 해법을 제시했다. 이는 무언가 대통령이 잘못 알고 있거나 대기업들이 주도하는 대형수퍼들의 시장잠식에 대한 문제의식이 적다는 것을 의미한다. 왜 법적인 제한이 안되는가. 이미 외국은 대기업들의 영세상권 침식에 대해 많은 제한과 규제를 만들어 놓고 있다. 현재 국회에도 여러 입법안이 제안돼 있는 실정이다.

최근 정부가 서민중시정책을 강조하면서 소액 신용대출을 확대한다는 방안도 나왔는데, 그 내용을 보면, 그야말로 생색내기에 지나지 않는다. 그동안 1천여명에게 연2%로 2천만 원 내에서 신용대출해주던 것을 고작 3천명으로 늘리겠다는 것이다. 제2금융권과 고리대금업을 이용할 수밖에 없는 사람들이 2백만명, 신용불량자가 2백50만명이 넘는데 누구 입에 풀칠도 할 수 없는 수준이다. 임대주택문제도 마찬가지이다. 기왕에 해왔던 임대주택건설계획에 약간 수치를 늘인 정도에서 포장만 바꿔 요란한 선전을 해댈 것이다.

이런 현상은 김대중 정부가 IMF 구제금융을 반환한 뒤 본격화한 중산․서민층 대책을 발표할 때도 똑같고, 노무현 정부 때 분배중시론이 나왔을 때도 비슷했다. 기왕에 해왔던 경제정책에 약간의 수치만 높여 신장개업을 했기 때문이다. 그때 그 정책을 입안하고 집행했던 이들이나 그 후배들이 똑같은 자리에 앉아 같은 일을 하고 있는데 어떤 변화가 있겠는가.

이명박 정부의 2009년 1/4분기 경제운영 성적에서 가장 큰 문제점으로 드러난 것이 소득분배 격차가 사상 최악으로 커졌다는 것이었다. 상위소득 20%가 하위소득 20%보다 8.8.배나 많아진 것이다. 이 수치는 정부가 겉으로 무슨 얘기를 해도 정책의 공정성과 균형이 무너져 있다는 뚜렷한 증거이다. 그동안 추진해 온 부동산과 종합소득세, 법인에 대한 감세가 22조 원에 달하는 반면에 국가부채로 60조원의 천문학적인 자금을 썼지만, 그게 대부분 상위계층으로 들어갔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그러면, 이명박 정부가 서민들의 생활안정을 위해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정책을 추진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첫째, 최근 발표된 하반기 경제운용계획은 과거 정부가 썼던 정책의 재탕 이외의 무엇도 아니다. 그런 수치관리정책으로는 서민생활 안정은 불가능하다. 서민생활안정대책도 없고, 중소기업 대책도 턱없이 부족하다. 새로 짜 구체적인 서민대책 내용이 반영돼야 한다.

둘째, 친서민정책에 맞지 않은 비정규직 확대방안, 공기업의 수량적 구조조정정책 등을 비정규직 보호와 질적인 구조조정정책으로 전환한다는 분명한 태도 표명이 필요하다.

셋째, 단기 일자리 중심으로 짜여진 엄청난 국민세금을 낭비할 것이 아니라 지금 당장 안정적 일자리를 만들 수 있는 부품소재와 바이오, 공공보건소, 보육, 요양, 생활체육시설 등에 투자해 사회인프라도 확보하고 안정적인 고용을 만들어가야 한다.

넷째, 찔끔찔끔 사회복지예산을 늘려 복지제도를 누더기처럼 만들지 말고 4대 안전망을 획기적으로 정비하는 정책을 추진하되 지자체의 일반 행정직을 재교육시켜 복지서비스에 집중배치해야 한다.

다섯째, 매달 서민생활을 옥죄는 기름값, 핸드폰, 카드수수료, 약값 등 거품을 확실히 빼 서민들의 한달 생활비의 부담을 줄이고 6조원 이상의 자금으로 소액신용대출과 서민금융 활성화 방안을 구체화해야 한다.

이명박 정부가 이번에도 서민정책을 살려나가지 못하면 국민생활은 더 힘들어지고 한국사회의 갈등은 더욱 심각해질 것이다.

이태복 /전 보건복지부 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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