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상 위에 꾸민 ‘내 작은 농장’
옥상 위에 꾸민 ‘내 작은 농장’
  • 강찬호
  • 승인 2009.07.03 09:4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광명사람 조정희씨. 해오름 영상전에서 옥상텃밭 선보여.

지역에서 평생학습 동아리로 활동하는 주부영상 동아리 ‘해오름’은 지난 달 12일 평생학습원에서 다섯 번째 ‘해오름 영상제’를 진행했다. 가족과 지역을 소재로 한 작품들로 잔잔한 감동을 담은 작품들이었다.

그 중에 옥상 정원을 작은 농장 삼아 살아가는 소담스런 부부 이야기를 담은 작품 ‘내 작은 농장’이 소개됐다. 작품 속에서 부부는 옥상 공간을 이용해 다양한 작물을 재배해 스스로 안전하고 건강한 먹을거리를 소비하며 살아가는 즐거움이 소개되었다.

주말농장을 가꾸거나 단독주택 옥상을 텃밭 삼아 작물을 재배하고 있는 인구들이 늘고 있고, 그에 대한 관심도 증가하는 추세이다. 또한 일본 등에서는 도심 텃밭이나 옥상 녹화사업 등을 제도적으로 지원하는 사례도 있다. 광명지역에서도 도심에서 텃밭을 가꾸고 도심을 녹화하는 사업에 대해 지원하는 방안을 찾고자 하는 모임이 진행되고 있다. 



▲ 해오름 회원들은 조정희 회원 집에서 직접 생산된 야채로 삼겹살을 맛있게 구워 먹었다.

옥상텃밭 등 도심 속에서 텃밭을 일구는 일은 개인에게 가꾸는 재미 외에도 지구온난화 등 기후변화로 더워지는 도시를 조금이나마 지키는 일이다. 또한 먹을거리를 직접 생산해 먹음으로서 안전한 먹을거리에 다가서는 일이기도 하다.

7월2일 해오름 회원들이 ‘내 작은 농장’에서 생산된 먹을거리로 삼겹살을 구워 점심을 먹으며 즐거운 한 때를 보냈다. 밖에는 날 선 천둥과 번개가 이상기후를 보여주고 있었다. 

<이하 내용은 해오름 회원인 조정희씨의 영상작품 ‘내 작은 농장’에 실린 나래이션이다.> 

“내 작은 농장.
농약과 토질오염에 찌든 우리네 먹을거리...
그러나 알면서도 먹을 수밖에 없는 도심의 서민들
옥상이라는 작은 공간을 이용하면 조금이나마
먹을거리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지 않을까?"하는 바람의 메시지를 띠웁니다.”

“여보, 식사해.” 
한가득 식탁에 놓인 야채 쌈을 한 아름 입에 넣는다.
상추, 오이소박이, 풋고추, 깻잎....
식탁은 화려하진 않아도 나름대로 푸짐하다
우리 집 식탁을 즐겁고 풍성하게 만든 야채를 나는 말하련다.
 ............
화분 몇 개와 헌 플라스틱통
그리고 시장에서 주워온
스티로폴 박스 몇 개
여기에
한약방에서 얻어 온 한약 찌꺼기,
생활하면서 나오는 음식쓰레기,
기름집에서 얻어온 깻묵을 사정없이 말리고, 썩히고, 띠운 후
등산하면서 틈틈이 배낭가득 지고 온 흙과 부엽토를 섞어서 그릇가득 넣고
씨 뿌리고,  풀 뽑고, 벌레잡고, 켵눈 따주며 지지대도 세워주고 .... 

이렇게 분주히 일에 빠지다 보면 무료하고 울적한 마음도,
식사 때도 종종 잊을 정도로 재미가 쏠쏠하다.
오늘은 나의 텃밭인  옥상 작은 농장에 아침부터 비가 온다.
빗물받이로 내려오는 빗물을 호스로 받아 이곳저곳 물통을 채운다.
여기저기 낙수를 받을 수 있는 곳이면 모두 빈 그릇을 가져다 놓는다.
비가 많이 내려 통마다 그득하다.
이렇게 받아놓은 빗물로 화분에 물을 준다.
수돗물도 아끼고 아까운 빗물 이용할 수 있으니 일거양득이다.

엊그제 꽃이 핀 것 같던 오이는 어젯밤 비에 한 뼘이나 자라 
아이(i)라인을 자랑하듯 자라 있고,
무성한 줄기와 잎을 뽐내고 커가는  애호박이 눈을 즐겁게 하고,
촉촉한 수분을 먹고 커가는 풋풋한 고추와
주렁주렁 익어가는 탐스런 방울 도마도가  마음을 부자로 만든다.

오이, 가지 ,풋고추, 방울토마토와 같은 열매채소에서
배추,  돌산 갓, 상추,  쑥갓,  치커리 같은 쌈 채소!
부추, 파, 쪽파 같은 양념류에 이르기까지
넓지 않은 이곳에 조금씩 상자마다 다른  씨를 뿌려
자라가는 모습과  먹는 즐거움을 함께 즐긴다.

농약을 사용하지 않다보니 조금만 눈길이 덜 가도 벌레가 제 세상이다.
더구나 여름 배추에는 파란 배추벌레가 더더욱 극성이다
나비로 날아다닐 때는 운치도 있고 보기 좋은데
그 애벌레는 영.....
그래도 벌레가 먹다 남은 갓을 뽑아
오늘 저녁 메뉴로 구수한 된장국이나 끓여야겠다.

옥상의 야채를 수확하는 일은 대부분 남편의 몫이다
지난봄  갑자기 뇌경색으로 쓰러져 그 후유증으로
목소리와  몸의 감각을 잃어  많이 불편해 한다.
정신치료와 운동을 병행할 수 있는 이 일은 아주 좋은 소일거리다.
그래서 아침저녁  필요한 만큼  조금씩 자주 뜯어 온다.
벌레가 먹은 것도 좋고, 작고 삐뚤어지고, 못생겨도 좋다
푸른 야채와 탐스러운 열매는
쳐다보는 것만으로도 몸과 마음을 건강하게 한다.



▲ 조정희씨가 회원들에게 나눠주기 위해 남은 야채를 비닐봉지에 담고 있다. 
 
이 꽃 저 꽃 날아다니며  꽃가루 잔치를 하는 꿀벌은 분주하기만 하고
큰 키를 자랑하며 탐스럽게 피워있는 해바라기의 모습은
어느 유명 화가가 그린 한 폭의 명화를 연상케 한다.
그 옆에 올망졸망한 포도는
촛불 앞에서 레드와인을 먹는 연인을 상상할 수 있어 좋고,
빨래 줄을 휘감으며 힘차게 자라나는 호박 줄기.
그 호박잎에 빛을 빼앗긴 고추와 가지는
빛을 향하여 자신의 키를 있는 대로 키우며
어우러져 있는 모습에서 건강한 생명력을 얻는다.
제멋대로 커가던 화초들도 밤사이 꽃을 피우며 예쁜 자태를 뽐내고
화분 여기저기 빈 공간엔 바람이 실어다준 비듬나물이 커 가고
어릴 때 찾아다니며 맛있게 따먹던 까마중이 튼실하게 열려 익어가니
추억이라는 풍경을 가슴에 안을 수 있어 행복하다
 
넉넉히 심어진 쌈 채소와 풍족히 열린 애호박은 우리만 먹기엔 좀 많아
이웃에게 조금씩 나누어 주며 "옥상에서 기른 유기농 야채"라는 말을 강조 한다.
감나무에 감이 너무 많이 열려 솎아 주었는데 나머지 감이 자꾸 떨어진다.
이제는 떨어지지 말아야하는데 비바람에 못 견디고 떨어져 몇 개 남지 않았다
몇 개나 수확할 수 있으려나...
떨어지는 감을 보는 마음이 안타깝다.
무농약 무비료로 직접 기른 야채들...
부추와 풋고추는 송송 썰어 조갯살을 넣어 해물전을 부처 먹고
애호박은 나븟나븟 썰어 새우젓에 볶아놓고
깻잎은 양념간장에 재워 장아치로 만들고
풋풋한 겉절이엔 돌산 갓과 솎음배추가 좋다
비듬나물은 살짝 데쳐 새콤달콤 고추장에 무쳐 놓고
오이는 부추를 넣어 소박이로 만들고
넉넉한 쌈 채소에 밥 한공기가 어느새 다 비웠다
 
옥상에 만든 작은 내 농장
온몸을 따스한 희망으로 채우고
우리 부부의 건강을 살찌우는 곳
오늘도 이 작은 농장에서
마음의 여유와 풍요를 얻는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