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농성에 들어가며
다시 농성에 들어가며
  • 백재현
  • 승인 2009.07.16 21:31
  • 댓글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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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의원 백재현(경기 광명갑)

국회의사당 천정에는 모두 365개의 등이 있습니다. 1년을 하루같이 열심히 일하라는 뜻입니다. 딱딱한 바닥에 얇은 매트리스 한 장 깔고 누워 그 등을 올려다봅니다. “싸우지 말고 서민들이 편하게 살수 있는 세상을 만들어 달라”며 손을 꼭 잡아주시던 지역 주민들의 얼굴을 하나둘 떠올리다가 얼마 전 스스로 생을 마감해야 했던 노무현 전 대통령의 얼굴이 떠오르면서 눈을 감고 말았습니다.

다시 국회의사당 점거농성에 들어갔습니다. 민주당은 한나라당의 미디어법 날치기 통과를 저지하기 위해, 한나라당은 민주당이 의사당문을 걸어 잠그고 옥쇄에 들어가는 것을 막기 위해, 헌정사상 초유의 여야 동시 점거가 시작된 것입니다. 국민의 어려움을 해결하고 국가의 대소사를 결정해야 할 민의의 전당이 농성장으로 변한 시대의 비극이, ‘적과의 동거’라는 희극처럼 펼쳐져 있는 것이 지금 국회의 현실입니다.

잠자리는 불편하고, 탁하고 건조한 공기로 목은 아파오지만 다시 국민들에게 심려를 끼쳐드리는 것 같아 송구한 마음이 앞섭니다.

6월 국회의 파행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로부터 시작됐습니다. 전직 국가원수가 부당한 정치탄압으로 인해 스스로 목숨을 끊어야 했던 국가적 비극을 온 국민이 애도했습니다. 그리고 그 죽음이 그동안 민주주의를 후퇴시키고 서민경제를 외면해 온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에게 스스로 반성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습니다. 이명박 대통령의 사과, 책임자 문책, 국정조사실시, 특별검사 도입, 검찰 개혁특위 구성 등 민주당의 요구사항은 국민들의 이같은 기대를 바탕으로 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우리의 기대와 달리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으로부터 되돌아온 것은 추모기간이 끝나기 무섭게 단독국회를 소집해 언론악법을 통과시키겠다는 오만과 독선이었습니다. 단 한마디 사과도, 유감표명도 없었습니다. 진실은 또다시 묻혀지고 민주당과 국민들의 기대는 짓밟혔습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49재가 끝나고 민주당은 최소한 대정부질의라도 할 수 있도록 정상적인 국회를 열자고 호소했지만 그마저도 외면당했습니다. ‘우리가 노 전대통령을 돌아가시게 했다’는 자책도, ‘다시는 이런 일이 반복돼서는 안된다’는 의지도, ‘더이상 민주주의를 후퇴시키서는 안된다’는 절박함도 국민들과 민주당의 몫일뿐, 이명박 대통령과 한나라당에게는 오직 언론악법을 통과시키려는 아집밖에 남은 것이 없어 보입니다.

그들이 그렇게 원하는 언론악법은 이명박 정부가 추진해온 민주주의 파괴의 결정판이자 민주주의에 대한 사망선고입니다.  

민주주의에서 여론은 우리 몸의 피와 같습니다. 우리 몸이 원활한 피의 흐름을 통해 영양분과 산소를 우리 몸 구석구석으로 보내야 살아갈 수 있듯이 민주주의는 여론의 원활한 흐름 없이 존재할 수 없습니다.

언론은 피가 흐를 수 있도록 길을 내주는 핏줄입니다. 혈관이 심장으로부터 머리, 손발의 구석구석까지 피가 원활하게 흐를 수 있도록 해 주어야 하듯 언론이 우리 사회의 여론을 원활하게 흐를 수 있도록 해줄 때 민주주의는 살아갈 수 있습니다. 언론과 혈관이 제 기능을 못한다면 민주주의도, 우리 몸도 죽어버리고 말 것입니다.

이명박 대통령과 한나라당의 언론악법은 재벌과 보수언론에게 공영방송과 뉴스를 독점하도록 허용하는 것입니다. 민주주의의 핏줄을 재벌과 보수언론이 움켜쥐게 하려는 것입니다.

대다수 국민들이 언론의 독점을 우려하고 있습니다. 민주당은 재벌과 보수언론의 방송사 장악을 허용하지 않더라도 방송산업을 발전시킬 수 있는 대안을 제시했습니다. 한나라당 소속인 박근혜의원 조차도 국민들의 우려를 수용해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이야기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한나라당은 재벌과 보수언론에게 방송사의 소유를 허용하는 내용만을 고집하고 있습니다. 그들에게는 방송산업의 선진화나 민주주의는 관심대상이 아닙니다. 오직 재벌과 보수언론에게 줄 선물만을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결과는 언론의 독과점이고 민주주의에 대한 사망선고입니다.

민주당의 이번 농성은 ‘재벌과 보수언론의 이익을 위해 민주주의를 희생시킬 수 없다’는 절박함에서 시작됐습니다. 언론의 민주화 없이는, 언론의 다양화 없이는 민주주의는 그 뿌리부터 썩어 갈 것입니다.  

한나라당은 지금이라도 재벌과 보수언론의 이익이 아니라 국민의 이익, 민주주의의 미래를 더 먼저 걱정해야 합니다. 언론의 독과점을 우려하는 국민들의 여론에 귀를 기울여야 합니다. 그것이 민주주의와 국회의 파국을 막는 길이자 진정으로 서민을 위한 길입니다.

한나라당이 오만과 독선을 버리고 국회가 정상화돼서 ‘서민들이 편하게 살 수 있는 세상’을 여야가 함께 만들어 갈 수 있기를 기대해 봅니다.


2009.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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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표 2009-07-19 00:13:29
MB악법저지 특히 한나라당의 미디어법 날치기 통과를 막아내는 일은 모든 의정활동중 최우선 과제로 삼아야함은 당연한 일이라 생각됩니다
미디어악법은 언론을 장악하여 민주주의 후퇴시키고 장기집권을 위한 한나라당과 이명박정권의 첫번째 수순이기 때문이다.이런 중차대한 시점에서 양비론적인 시각은 위험한 발상이며 백의님처럼 소신을갖고 투쟁하는 분들의 동력을 저하시키는 일로서 백번 삼가해야 할 일이라 생각됨

도사견 2009-07-17 01:50:01
정치는 밥먹여 주어야 합니다. 민초들의 밥을 먹여 주어야 합니다. 정치가 부동산 값을 천정부지로 치솟게 하고, 부자들만 먹여 살려주면은 그들 말고는 아무도 희망이 없습니다. 정치가 너무나 뜬구름 흘러가고 있습니다. 방랑시인 김삿갓보다 더 유랑하고 있습니다. 수 많은 사람들은 아우성인데 정치는 구름위에서 흘러다니고 있습니다. 한국사회에 소음공해에 무엇에 하루도 귀가 조용할 날이 없는데 가는데 마다 시끄럽습니다. 사람들은 밥을 먹고 살아야 합니다. 정권에 정권을 이어서 진행되는 부동산은 불패의 신화가 되고 있습니다. 생산적인데는 돈은 없고 부동산에 돈은떠돌고, 번 사람은 번사람대로 술집에 열받은 사람은 열받은대로 술집에 아마도 세계에서 한국처럼 술집이 많은 곳은 없을 것입니다. 술집도 불패하는것이 한국의 현실인지. 술속에 담가져 있는 한국인들의 뇌리는 아마도 얼코올에 젓담가 있을 것입니다. 거리를 돌아다니다가 보면은 애들도 아이스크림먹고 껍질을 휙버리고 담배피는 사람들은 불도 끄지 않은채 휙버리고, 한국의 거리가 깨끗한 것처럼 보이는 것은 시민의식이나 정치수준이 높아서가 아니라 많은 돈을 청소하는데 쓰기 때문이랍니다. 일자리가 없으니 꽁초나 휴지라도 버려서 일자리 창출하자고요. 청소하시는 분들,,,,,,밤늦게 돌아다녀 보면은 뼈꼴바집니다.
그들에게 장관 봉급을 줍시다. 한국 사회 선진화하는데 그들이 일등공신이니까요, 청소하시는 선생님들 감사합니다.항상

강아지 2009-07-17 01:38:43
요사이 한나라당 민주당이 국회에서 농성을 하는 것을 보면은 참으로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모를 일이다. 한나라당이나 민주당이나 그것이 소신이라면, 한국 사람 하나도 잘 못 살 사람 하나도 없을 것이다.
양당은 자기의 패를 내고서 제대로 협상을 해야 할 것이다. 이미 사람들은 알고 있는데 왜 의원나리들만 모르고 있는지 직권상정도 안되고,
오랜동안 미우러도 안된다. 끝까지 가서 해결을 보아야 할 것이다. 비정규법과 함께 여름 휴가는 그만두고 끝까지 가서 해결하고 가을 정기국회를 맞아야 할 것이다. 세상은 변화해가는데 정치만 영호남 찾고 그것에 기반을 두고서 줄서기하고 어느 공직자는 전라도놈이까 그러지 하고 어느 선출직 공직자들은 지역에 기대어 당선을 기대하고.그것은 한참 후진성을 드러내도 모자라 더 바닥을 보아야 하는지. 한국사회에 명예는 하나도 없는 것 같다. 전직대통령도 패대기쳐야 분풀이가 되고, 어느 정당이 집권해도 마찬가지면 빨이 이민을 가든지 자식들 이민을 보내야 할 것 아닌가.

폴라리스 2009-07-16 22:39:32
시기상으로 서거정국이 끝났을때 분명 민주당은 6월 국회의 장에서 투쟁의 명분을 가지고 임했어야 하는 것이었다고 봅니다. 상층 지도부의 지도역량에 회의적인 생각이 드는 것은 저만의 착각일까요? 국회에서 싸우며 명분을 가지고 장외투쟁을 각계각층과 연대해서 진행했더라면 저토록
오만한 한나라당의 독선을 민중의 힘을 등에 업고 넘어서 갈 수 있었으리라 봅니다. 아울러 지금 진행되는 미디어법 직권상정이라는 최악의 수도 감히 그들의 입에서 이야기 하지 못했을 것이고요. 정치란 민의에 기반을 두어야 하지 않을까요? 기득권의 이해 득실에 따라서가 아니라 진정으로 국민의 생각에 기초한 정당 정치만이 정치와 국민과의 유리됨을 막을 수 있습니다. 권력관계(Power Relationship)의 중심에서 항상 법은 소수의 이익을 대변하고 있습니다. 지금 우리나라의 현실을 보면 참으로 개탄스러운 것이 그들이 지금 하고있는 일들을 그들의 밥그릇 싸움이라고 모든 국민이 생각하면서도 참여와는 무관한 국민들의 행태라는 것입니다. 국민이 현명해야 한다고 봅니다. 냉정한 이성으로 판단하고 엄준한 국민적 잣대로 평가하여 올바름을 추구할때 더이상 구태스럽고 몰염치한 그들의 행태는 두려움과 존중으로 바뀌는 세상이 될 것입니다. 다시 바람이 불기를 희망합니다. 그것은 정치권에서 올 수 없습니다. 의원님이 아무리 외쳐도 이미 국민은 눈을 감았습니다.
의원님이 만나는 사람들은 의원님의 눈안에 있는 사람들일 뿐입니다.
다시 불어오는 바람은 진정성을 담고 국민 스스로가 주인이라는 인식의 바탕에서 다양성을 담보하고 하모니를 연출할 수 있는 하나의 구심이 떠 오를때 가능합니다. 의원님도 충청권 연대설을 아시듯이 매체가 발달된 현시대에서 정치를 논하는 많은 자생적인 모습들이 존재합니다.
의원님이 진정으로 가셔야 할 길은 그들의 소리를 한 목소리로 담아낼 수 있는 그릇의 역할 동무의 역할, 밑으로 부터의 소통의 역할을 하셔야 의미있는 모습의 의원상이 되실 겁니다. 한나라당을 말하기 이전에
그들의 모습과 행위를 국민들도 알고 있다고 보시면 됩니다. 그리고 그들과 무관하게 의원님이 걸어가야 하는 길에 대한 그리고 민주당의 전국정당을 지향하기 위한 깊은 자기반성과 고민이 있어야 하리라 봅니다.

광명1동 2009-07-16 22:36:29
백의원님 소신 변치마시고 열심히 활동해주시기 바랍니다.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