쥐똥나무의 슬픔
쥐똥나무의 슬픔
  • 강찬호
  • 승인 2009.08.28 17: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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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눈> 철산2동 보도정비공사를 보며



▲ 8단지 앞 쥐똥나무가 인도와 차도를 구분하고 있다. 이런 쥐똥나무가 행정을 하는 공무원들의 눈과 인근 일부 상인들에게는 도시미관을 해치는 존재로 받아 들여지고 있다. 시는 쥐똥나무 제거 작업에 한 창이다. 다음은 내 차례?

인도변에 식재되어 있던 쥐똥나무가 어느순간부터 조금씩 광명에서 사라지고 있다. 대신 철재 방호울타리가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다. 

쥐똥나무는 그자리를 10년 가량 지켜왔다. 인도변에 식재되어 차도와 경계를 나누고, 완전하지는 않지만 차도로 무단횡단을 하는 이들을 막는 역할도 해왔다. 쥐똥나무는 삭막한 아스팔트 도시에서 작은 녹색섬으로 그 역할을 해온 도심 속 녹지대이기도 하다. 때가되면 꽃을 피워 지나는 행인에게 기쁨도 준다. 매연에 찌든 도심 속에서 꾿꾿하게 삶을 지탱하는 우리네 삶의 한 모습같기도 하다. 보는 이에 따라 시각은 다르겠지만.

그런데 그런 쥐똥나무가 행정과 주변 상인들에게는 애물단지 취급을 받고 있다. 그런데 이도 엄밀하게 따지면 사실의 전부는 아니다. 시는 일부 상인들, 그것도 동에서 목소리를 높이는 상인들의 요구를 민원이라는 이유로 수락해 쥐똥나무를 없애고 그 자리에 철재 방호울타리(보행자 울타리) 시설물을 설치하고 있다. 기자가 28일 가본 현장은 철산2동 보도정비공사. 이미 3백여미터 구간에 쥐똥나무가 제거되었다. 대신 설치될 철재 시설물들이 대기하고 있다.

해당 동 관계자는 주변 상인들의 민원 때문에 공사를 진행하게 됐다고 설명한다. 시민들이 쥐똥나무 울타리에 쓰레기를 버려 지저분하다는 것이다. 물건을 내리거나 할 때도 걸림이 된다고 한다. 이런 답변은 관련 부서인 교통행정과 도로과, 녹지과로 이어진다. 



▲ 철재 방호 울타리와 쥐똥나무가 나란이 이웃하고 있다. 녹지대는 계속 밀려나고 있다. 거꾸로 달리는 행정의 전형이다. 



▲ 철산2동 앞 인도변에 식재됐던 쥐똥나무는 패어져 사라졌고, 그 자리를 대신한 철재 울타리가 대기하고 있다. 인근 상인들은 쥐똥나무 꽃을 보지 못하게 돼 아쉽다며 행정을 비판한다.

인근 상인들 몇몇을 만나 보았다. 동 관계자와 전혀 다른 이야기를 한다. 상인 A씨는 "왜 쥐똥나무를 제거하는지 모르겠다. 쥐똥나무 꽃이 피면 예쁘다. 그렇잖아도 옆집과 어제 그런 얘기를 했다. 이런 것 왜 하나. 예산 낭비하는 거다." 기자가 '행인들이 쓰레기를 버려서 그렇다'고 질문하자 "쓰레기도 잘 치워간다."고 말한다. 다른 상인 B씨도 "어제 비가 왔는데 시는 다음 날 가로등에 설치된 화분에 물을 주고 간다. 말이 되나."한다. 시민들 눈에 비친 행정의 한 단면이다. 그는 "목소리 큰 상인 누구의 말 한 마디에 쥐똥나무가 없어진 것이다."라며 말을 아낀다. 물론 무관심한 상인도 있다. "돈이 있으니까, 그렇게하겠지요"하며 다소 냉소가 섞인 답변을 하기도 한다.

시는 8월 17일부터 10월 15일까지 일정으로 이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공사 예산은 3천9백만원이다. 도로과 관계자는 보도 경계석을 교체하고 방호 울타리 시설물 설치를 포함한 예산이라고 말한다.

보는 시각에 따라 보행자 안전을 위해 설치물들이 설치될 수도 있다. 또 쥐똥나무에 비해 이러한 구조물이 더 도시미관상 좋게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어떤 것이 도시미관에 좋은 것인지는 시민들에 따라 찬반이 나뉠 수 있는 것이다. 녹지대의 한 종류인 쥐똥나무인지, 철재 설치물인지. 

문제는 특정인들의 민원을 주민 전체의 의견인 양 취급하는 행정의 접근 방식이다. 민원을 수렴해 전체의 여론으로 다시 확인해 보는 과정이 생략된다. 여론의 왜곡이 일어날 수 있는 우려가 있다. 이미 시는 상인들의 의견이라고 해서 사업을 진행하고 있지만 다른 의견을 가진 상인들도 있다. 하물며 행정의 혜택을 누리는 주민들의 전체 의견은 또 어떨까. 목소리 큰 민원이 주민 전체의 의견인 것처럼 호도되는 것은 지양되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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