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림중학교 벽화사업 유감
가림중학교 벽화사업 유감
  • 강찬호
  • 승인 2009.09.27 1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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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눈> 가림중학교 벽화 사업 추진 과정을 지켜보며...



▲ 광명시내 중학생들이 어린이공원 벽화 그림을 그리기 위해 밑그림을 그리고 있다.

가림중학교 학교 외벽에 벽화 그림을 그리겠다고 하여 지역에서 논란이 되고 있다. 벽화 사업을 하는 것은 그 자체를 놓고 뭐라고 할 문제는 아니다. 도심 경관을 보다 아름답게 미적으로 꾸민다는 차원에서는 오히려 권장할 만한 일이다. 

그러나 문제는 방법론이다. 또한 사회적 합의과정이 이뤄져야 한다. 이러한 측면에서 보면 이번 가림중학교 벽화 사업은 아쉬움이 남는다. 

먼저 가림중 벽화 사업은 학교가 필요에 의해 자발적으로 진행한 사업은 아니다. 학교가 필요한 경우라면 학교 예산을 통해 진행해야 하고, 만약 예산이 없을 경우나 부족한 경우는 학교 미술반이나 외부 자원봉사자를 통해 작업을 진행할 수도 있다. 또한 공공미술 차원이라고 하면 공공미술 프로젝트에 응모해서 진행하는 방법도 있다. 학교가 자체적으로 하던, 공공미술 프로젝트를 따오던 그러한 사례는 얼마든지 있고 추세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이번 가림중 벽화 사업은 시가 주도하는 사업이다. 지역구 모 시의원이 이 사업과 관련이 있다는 것과 시장과 친분이 두터운 지역 예술가가 이 사업과 관련이 있다는 것은 이 사업 예산 4900만원이 추경예산에 편성이 되면서 흘러 나왔다. 따라서 예산 편성과정부터 이 사업에 대해 시선이 곱지 않았고 논란이 제기됐다. 

예산이 편성되면서 뒷말이 터져 나왔지만 정작 이 사업은 시의회에서 주요하게 다뤄지지 않았다. 소관 상임위인 복지건설위원회에서는 이 사업 예산에 대해 거론하지 않았다. 다만 자치행정위원회와 예결위에서 나상성 의원이 왜 이 예산을 학교관련 예산으로 세우지 않고 시 문화예술 보조금 사업으로 편성한 것인지 예산 편성 방식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하는 목소리만이 제기됐다. 

관련 예산은 추경 심의를 통과했고 시는 예총으로 보조금을 내려보낼 수 있게 됐다. 예총은 해당 사업에 대해 공모를 했고 그 공모에는 당초 사업 제안에 관여했던 지역 예술가 한 명만이 참가해 작업자로 결정됐다. 이미 공모가 나갈 때부터 한 명만 응모할 것이라는 비아냥도 섞여 나왔다.

사회적 공감대를 얻기 어려운 사업 진행 방식에 대해 왜 소관 상임위는 해당 사업에 대해 전혀 문제점을 지적하지 않았을까. 시는 이 사업의 정당성을 주장하면서 해당 학교가 경관 개선을 요구했고, 4900만원의 예산을 배정하면서 '보통 벽화'가 아닌 '예술 벽화'라며 '예술성'을 강조했다. 물론 실력있는 지역예술가가 예술성 높은 벽화를 그려서 보는 이들로 하여금 그 이상의 가치를 얻을 수 있도록 하면 된다는 식의 생각을 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런 생각이 공감을 얻을 수 있으려면 사업의 동기와 과정이 정당하고 순수해야 한다. 사업 출발부터 논란이었고 결과 역시도 단 한 명 만이 응모를 해서 작업을 하게 됐다. 또한 추경이라고 하는 필요불급한 예산에 해당이 되는 것인지도 의문이다. 시장이나 지역구 의원과 관련성 역시도 자유로울 수 있는 것인지도 의문이다.

기자는 지난 여름 광명시내 한 어린이공원을 중학교 학생들이 여름방학 자원봉사로 자신들의 그림을 벽화로 그린 과정을 보도한 적이 있다.  아마도 그 그림을 지켜보는 주민들은 훈훈한 느낌을 받지 않았을까 생각하게 된다. 지역이므로 가능한 실험들이다. 

아이들의 작품과 전문 예술인의 작업을 단순 비교하는 것은 맞지 않을지 모른다. 그러나 아쉬워 한 마디 덧붙인다. 처음부터 예산을 편성하는 것이 아니라 예술성 높은 지역예술가들이 최소한의 재료비를 들여 먼저 자원봉사로 학교벽화 그리기를 해 보았다면 어땠을까. 반응이 너무 좋아 시가 예산을 편성해 이런 사업을 확장하자는 제안이 나오고 그에 편승해 마지못해 추가 작업에 들어갔다면 어땠을까. 물론 추가 작업도 자원봉사로 해나간다면 더욱 금상첨화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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