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금자리’ 한다면서 왜 우리의 ‘학교 보금자리’를 빼앗나?
‘보금자리’ 한다면서 왜 우리의 ‘학교 보금자리’를 빼앗나?
  • 강찬호
  • 승인 2010.07.06 1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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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명YMCA볍씨학교ㆍ산어린이학교ㆍ큰나무학교, 국토부 앞 공동기자회견...14,000여명 서명부 전달

‘헌법에 보장된 우리 아이들의 배움의 권리를 빼앗지 말아 달라. 학교는 곧 엄마이고, 친구이고 선생님이다. 자연과 함께 친구가 되어 소중하게 일궈온 배움터가 위협받고 있다. 우리의 보금자리를 빼앗지 마라.’

3차 보금자리지구지정이 발표되면서 이 지구에 포함된 비인가 대안학교들이 쫓겨날 위기에 처해있다. 부천 산어린이학교와 광명의 광명YMCA 볍씨학교가 포함됐다. 대안학교 10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고, 대안교육 진영에서는 그 명성이 자자하다. 2차 보금자리지구지정에서는 발달장애대안학교인 큰나무학교가 포함돼 같은 처지에 놓여 있었다. 큰나무학교는 하안동 밤일마을에 터전을 잡고 있다가, 밤일마을이 개발되면서 부천 옥길동에 새로운 터전을 잡았다. 큰나무학교 학부모들이 출자를 해 터전을 매입하고 학교 건물을 세웠다. 평생 함께 가는 비전을 같고 진행한 일이었다.

▲ 아이들은 그동안 자연 속에서 맺어온 학교와의 인연을 뺏지 말아달라며 학교터전을 지켜달라고 호소했다.

그런데 누가 예상했을까. 정부주도 보금자리 주택지구 지정에 이들 세 학교가 나란히 편입됐다. 대안학교들은 대안교육이라고 하는 지향을 담아내기 위해 번잡한 도심이 아닌 자연과 함께 할 수 있는 미개발지 혹은 저개발지를 택해 학교 터전으로 삼아왔다. 산어린이학교나 볍씨학교도 학부모들의 출자와 남다른 결심을 통해 아이를 보냈고, 지금까지 지켜 온 터전들이다. 보금자리 주택지가 이들의 터전을 잠식하고 있다. 새로운 개발지는 기존 도심이 아닌 도심의 외곽을 찾아 이동하고, 결국 대안학교 터전과 충돌하는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

보금자리 지구지정 이후 학교터전을 지구 지정에서 ‘제척’해달라는 민원을 지금까지 시, LH공사, 국토해양부에 제출했지만, 모두 ‘불가’하다는 답변만 들었다. 그리고 7월 6일 오전11시. 볍씨학교, 산어린학교, 큰나무학교 학부모와 학생들이 과천 정부종합청사 앞에 집결해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기자회견은 여느 기자회견과는 달랐다. 아이들의 공연, 아이들의 소망, 아이들의 퍼포먼스와 함께 ‘성명서’가 발표됐다. 기자회견과 함께 14,768매의 서명용지도 국토해양부에 전달됐다.

학생들은 자연 속에서 학교생활을 해 오면서 소중하게 경험하고 마음에 담아왔던 것들을 노래로, 이야기로 표현하며 자신들의 학교가 지켜져야 한다고 호소했다. 볍씨학교 나무반 양승찬(초3) 어린이는 “볍씨학교가 없어지지 않았으면 좋겠다. 우리 학교를 지켜주세요.”라며, 학교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볍씨학교 8학년(중2) 조유경 학생은 “(자연과 함께 한) 학교 구석구석이 소중하다....3차 보금자리로 편입되면 더 이상 버텨내지 못할 수도 있고....그렇게 되면 아이들 소리 대신 공사장이 되고, 아파트가 들어서게 될 수 있다. 우리 볍씨를, 대안학교를 함께 지켜 달라. 부탁드린다.”고 호소했다.

이외에도 아이들과 학부모들은 ‘학교를 지켜달라.’는 다양한 문구의 손팻말을 들었다. 소중한 터전이 보금자리로 망가졌지만 다시 터전이 회생한다는 메시지를 화분을 통해 표현한 아이들의 퍼포먼스도 인상적이었다.

▲ 볍씨학교 학생들은 퍼포먼스를 통해 자신들의 학교가 보금자리주택지구 지정으로 위협다고 있지만, 결국 지켜낸단느 메세지를 표현했다. 그리고 지켜달라고 호소했다.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세 학교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성명서를 통해 “10년 대안학교의 역사가, 278명 아이들의 배움터인 세 학교가 보금자리 주택지구에 강제 편입되면서 포크레인 아래 사라질 위기에 처해있다.”며, “학교 터전을 지키기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보상을 받고 조성원가에 재구입하는 방식으로는 비용의 차이를 감당할 수 없으며, 비인가학교라고 해서 헌법에 보장된 아이들의 교육권이 보호받지 못하는 현실은 부당하다고 호소했다. 이에 이들 세 학교는 존치를 호소했고, 학습권 보호 차원의 대책 마련을 호소했다.

이어 ‘삶과 교육을 되살리는 대안교육연대’도 공동성명을 통해 “서민 주택공급을 명분삼아 경기부양책으로 급조해 낸 보금자리 주택사업은 많은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 개발성과만을 위해 충분한 도시계획적인 준비 없이 마구잡이식으로 진행되는 실정이어서 그린벨트의 자연생태가 파괴되고 문화유적이 유실되면 많은 사람들의 대책 없이 정든 삶의 터전을 떠나야만 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대안교육연대는 또 “제도권 밖 학교라고 해서 주택지구 개발사업에 강제로 편입시키는 것은 명백한 국민 기본권 침해이며 교육차별로 세 학교는 존치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 1만4천여명의 서명부를 국토부에 전달했다. 전달에 앞서 대안교육연대 관계자와 각 학교 관계자들이 기자들 앞에서 서명부를 들어 보였다.

현재 이들 대안학교들은 존치 요구와 함께 교육시설로서 법적지위를 확보하기 위해 ‘대안교육기관 등의 지원에 관한 조례안’을 마련하기 위해 최철환 교육의원 등과 함께 관련 조례 제정안 검토 작업을 진행해왔다. LH공사 관계자로부터 학교시설로서 긍정적인 검토를 해 보겠다는 답변도 들은 상태이다.

그러나 3차 보금자리 지구지정에 따른 지구단위계획안이 수립되고 있는 시점이어서, 이들의 존치 요구는 시간이 갈수록 더욱 쫓기는 상황이 될 것으로 보인다. 존치가 최선이나 존치되지 않더라도 교육권 확보 차원에서 학교시설로 인정받아 현재 수준에서 수평 이동하는 방안을 원하고 있다.

그렇지 않고 일반보상을 받고 나가야 하는 상황이 되면, 그야말로 쫓겨나는 것이 되고, 학교로서 본래 자리를 찾기에는 수많은 난관에 봉착하게 된다. 가장 심각한 것은 ‘학교’로서 ‘교육권’ 훼손이라는 국가로부터의 피해와 함께 그동안 독자적인 대안학교 설립과 운영 그리고 주체로서 참여해 온 자부심에 상처를 입히는 결과를 낳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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