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명사람들> 이명옥씨 | |
여러분 ‘자몽’을 조심하세요. | |
‘자몽’이 안겨준 사랑을 싣고 떠나는 이명옥씨의 인생 여행. | |
2003. 8. 7.강찬호 기자 | |
| |
| |
| |
| |
▲ “궁금하면 한다. 그리고 푹 빠진다. 그러나 절대 빠지지는 않는다.”는 이명옥씨 | |
| |
평범하게 살아가는 일상에는 아름다움이 깃들어 있곤 한다. 자식과 남편 뒷바라지를 하느라 정신없이 지내는 것이 보통 주부들의 일상이다. 한 남자의 아내로서, 그리고 자녀를 둔 엄마로서 삶이 고단하기도 하지만, 문득 자신의 품으로 돌아오는 그들은 삶의 기쁨이고 보람이다. 그러면서도 가끔 꿈 많았던 젊은 시절을 돌아보기도 한다. 그리고 자신이 서있는 자리에서 더 나은 자신의 모습을 상상해보기도 한다. 살아가는 모습이 어떠하든, 지금 서있는 자리가 어디이든 연애시절 아름다운 추억거리 한 페이지를 떠들어 보는 것은 삶의 작음 기쁨이고, 위안이다. 철산4동 도덕파크 타운 주민의 한 사람으로 그리고 평범한 주부로 살아가는 광명사람 이명옥씨(38)의 이야기는 그래서 더욱 의미있고 값지다. | |
| |
자몽에 사랑이 실려 왔다. | |
| |
먼저 결혼이야기부터 꺼내본다. 연애시절, 그 때의 아련한 추억 속으로 빠져보자. 지금의 남편과 결혼을 한 것이 89년도의 일이다. 지금도 서로 다툰다. ‘누가 코를 낀 것인가?’ 당시 이씨는 서울에 있는 한 출판사에서 일을 하고 있었다. 남편도 같은 직장이다. 남편은 인쇄관련 현장부서 일을 하고 있었다. 이씨가 듣기로 그 즈음이 남편이 그전에 잠시 사귀던 여자와 헤어진 지 얼마 지나지 않은 때라고 한다. 물론 이씨도 지금의 남편에 관심이 있었던 것은 아니다. 이씨의 표현대로라면, “직장의 다른 직원과 눈이 맞을랑, 말랑 할 때”였다. | |
| |
본격적인 연애 이야기 시작. | |
| |
당시만 해도 이씨에게는 이런 배경이 있다. “8남매 중에 막내딸로 자랐다. 어머니가 자유롭게 키웠다. 어머니 세대가 대부분 힘들게 결혼생활을 한 만큼, 자식들에게 만은 그런 고생을 원하지 않는 터라, 하기 싫으면 굳이 결혼을 하지 않아도 된다”고 했단다. 이런 어머니에 대해 이씨는 “엄마가 그 면에서는 진보적이었던 것 같다”고 표현한다. 그래서 자신도 독신으로 살 수 있기를 꿈꾸기도 했다. 그리고 그것이 현실적으로 가능할 수 있도록 교사에 대한 꿈을 품기도 했다. 젊은 시절 주로 여자들과 어울렸다. 남자들을 쳐다 보지도 않았다고 한다. 이런 그이기에 남자에 대해 선뜻 자신의 틈을 보일 리가 없다. 그러나 완벽한 이는 드물다. 완벽하지 않은 그만큼 틈이 보이는 것이다. | |
| |
깊고 질긴 인연의 시작은 부산 앞바다에서 | |
| |
‘얌전한 고양이 부뚜막에 먼저 올라간다.’라는 속담이 있다. 젊은 시절 연애 잘하고, 소위 잘나갈 것 같은 이들이 나중에 보면, 주머니가 텅텅 비어 실속이 없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씨도 그 어디쯤 일 듯 하다. 남자를 많이 사귄 경험이 있는 것이 아니므로 순진하다. 그러나 반면에 남자는 ‘늑대’다. 왜 이런 말이 만들어졌겠는가. 아니 땐 굴뚝에 연기가 날 리 없다. 젊은 시절 여자친구들과 이씨는 종종 주말을 이용해 부산을 찾곤 했다. 토요일 밤차 타고, 부산에 도착, 하루 놀고 밤차로 올라오는 여행이다. | |
| |
평범한 주부의 생활 이야기. 그러나... | |
| |
이씨는 결혼을 하고 아이를 키우면서 부업을 했다. 처음부터 한 것은 아니다. 아이 키우고, 집안 돌보는 일에 재미를 붙이고 있었다. 문제는 아이다. 자신이 급하고 엄한 성격이다 보니, 이것이 아이에게 불만 요인이 된 것이다. 어느 날 학교를 다녀 온 아이가 뜬금없는 이야기를 한 것이다. “친구들 엄마는 직장을 나니는데, 엄마는 왜 직장을 안다녀? 엄마 잔소리 하는 거 지겹다.” 이 말에 충격을 받았다. | |
그리고 바로 일을 시작했다. 서울 종로까지 일을 하러 다녔다. 맞벌이 동기 치고는 어이가 없다. 그리고 이 생활은 3년 동안 이어졌다. 그만두게 된 것도 아이들이 동기가 되었다. 맞벌이 생활의 문제가 나타난 것이다. 엄마가 밖에 있는 시간이 많아지니까, 다시 아이들이 엄마를 찾기 시작한 것이다. 이게 엄마의 운명인가 보다. | |
| |
도덕파크 타운 자치 부녀회와의 인연 | |
| |
도덕파크 자치부녀회가 창립 회원을 모집할 때였다. 어느 때처럼 에어로빅을 하러 가는 길인데,이 모임에 참여하는 아는 분이 급한 일 때문에, ‘참여가 힘드니 대신 가달라’는 부탁에 우연치 않게 자치부녀회에 발을 들이게 되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첫째 아이가 초등학교 다닐 때 학교 일에 참여를 한 적은 있지만, 이씨는 그런 일이 힘이 들었다. 말이 많은 곳이 싫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단체에 소속이 되는 것보다는 혼자 움직이는 것을 좋아하는 부류에 자신을 포함시켰다. | |
| |
자치부녀회 활동, “자신을 죽여 버렸다.” | |
| |
부녀회 활동과 관련해 어려운 점을 물었다. 이씨는 한마디로 표현한다. “자신을 죽여 버렸다.” 그리고 이어간다. “(혼자 사는 부류였는데, 자신을 죽이고 일을 위해) 들어주고, 때로는 일을 부탁하기도 하고...어떤 때는 내가 왜 이렇게 희생해야 하나, 서글프기도 하고. 싫어하는 사람하고는 섞이는 것을 싫어하는데, 싫어도 해야 되는..." | |
| |
능력있는 멋진 애인을 꿈꾼다. | |
| |
이씨는 꿈도 많고 욕심도 많아 보인다. 기질이 적극적인 사람이라는 것이다. 앞서 이유대로 이씨는 교사에 꿈을 간직하고 살았다. 그리고 사범대에 입학을 하기도 했다. 예정대로라면 이 꿈은 무난히 달성이 될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누구에게나 시련은 있다. 어쩔 수 없이 꿈을 접어야 할 때가 오기도 한다. 그래서 인생인가보다. 8남매를 둔 가족인데, 아버님이 어려서 돌아가시는 바람에 경제적 어려움이 늘 따라 다녔다. 대학 1,2년은 과외도 하고, 아르바이트도 하면서 학비를 벌었다. 그러나 그것을 지속할 수 없게 되었다. 당시에 과외를 금지하는 조치가 취해졌다. 그런 저런 이유가 겹쳐 학업을 지속하지 못하고, 삶의 현장으로 나섰다. | |
| |
인생, 질 때가 많아지는 전투다. | |
| |
이쯤이면 인생에 대한 이씨의 생각이 궁금하다. 기자가 질문한다. “인생이 아름답다고 생각하세요?” “인생은 드라마다. 지나고 나면 아름답지만, 순간순간은 전쟁이고, 전투다. 그런데 나이가 들어가면서 질 때가 많은 전투임을 깨닫게 된다. 10대,20대 때는 남이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많이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30대에 들어서면서는 운명이구나, 인정하고 꺾이는 인생체험을 많이 하게 된다.” 이씨가 들려주는 인생에 대한 생각이다. 어찌 보면 누구나 공감하는 평범한 생각일 수도 있다. 누구나 한번쯤은 경험하면서 흘러가는 인생길이고 여정이다. 그러나 이 곳에 아름다움이 베어 있지 않다고 누가 말할 수 있을까? 그러면서 덧 붙인다. “전원 속에서 살고 싶다. 사람이 적은 곳에서. 깊은 산 맛이 나는 산 입구에서 산에 오르는 이들이 들려 맛있게 음식을 먹고 갈 수 있도록 음식점 같은 것을 하면서 살 수 있었으면 한다.” 도심 인근 산이 아니다. 깊은 산 맛이 나는 그 어디쯤이다. 그리고 음식점도 그저 음식점이 아니다. 산을 찾는 이들을 위한 곳이다. 꿈을 이어가는 사람들은 아름답다. 꿈을 간직하고 살아가는 사람은 아름답다. 그들에게는 향기가 난다고 누군가 이야기했다. | |
| |
자신은 다이아몬드다. | |
| |
이씨는 얼마 전에 지역 한 시민단체에서 운영한 ‘나를 찾아 떠나는 주부캠프’라는 프로그램에 참여한 적이 있다. 강화도로 갔다. 명상도 하고, 답사도 했다. 자신을 돌아 볼 수 있어서 좋았다고 한다. “자신은 다이아몬드다. 그러나 몇 각인지는 모른다. 사람들은 자신의 한 단면에 대해서 이야기 한다. 그 단면들이 모아지는 어딘 가에 자신이라는 존재가 있다. 때로는 모순이고, 혼란한 정체성을 간직하고 있다. 그렇게 살다가 죽는다. 인간자체는 불안정하다.” 선뜻 자신을 누구라고 단정 짓는 것에 대해 여유가 생긴 것이다. 있는 그대로를 인정해가는 것이리라. | |
| |
| |
| |
| |
| |
<광명시민신문 강찬호기자 tellmech@hanmail.net> |
저작권자 © 광명시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