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년 전통의 온신초, 보금자리지구로 ‘휘청’
60년 전통의 온신초, 보금자리지구로 ‘휘청’
  • 강찬호
  • 승인 2010.08.09 16:45
  • 댓글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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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부모회 및 동문회, 학교 철거 반대 vs LH측, 의견 수렴 중...존치 시 문제 검토해야.

광명시흥보금자리지구는 지구 내 대안학교 뿐만 아니라, 공교육 학교에도 불똥을 튀겼다. 다급해진 학부모들과 동문회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학교가 철거될 수 있다는 위기감 때문이다. 특히 학부모들은 현행 방식대로 교육 받을 권리가 있다며, 학교 철거를 반대했다. 학부모들이 1인 시위와 서명을 위해 나선 거리는 8월의 불볕더위로 뜨거웠다.

광명보금자리지구 내 노온사동에 위치한 온신초등학교는 도심 속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작은 학교이다. 작은 학교라는 특성을 장점으로 삼아 조용하게 공교육의 변화를 만들어 왔다. 작지만 내실 있는 학교로 학생들과 학부모들의 사랑을 받아 온 곳이다.

전교생 96명. 한 학년 학생 수가 15명에서 20명이다. 학교 주변이 농촌지역이자 도심 외곽지역이어서 거주 주민이 적은 탓이다. 그럼에도 역사는 광명시에서 두 번째로 오래됐다. 올해 63회 졸업생이 배출될 예정이다. 오랜 역사를 자랑하듯 이 학교 교정에는 광명시 최초 ‘3.1독립운동 광명지역발상지’ 기념비가 있다. 학교 교정은 아름답다. 학교 곳곳에 야생화가 식재되어 있다. 정자와 오솔길은 학생들과 주민들의 쉼터이다. 연못과 나무장승은 볼거리를 제공한다.

▲ 온신초는 내실있는 운영을 통해 학부모들의 기대에 부응해왔다. 최근 혁신학교 지정으로 그 기대는 더욱 커지고 있다.

학교는 덩치가 아닌 질로서 승부를 걸고 있다. 최근 경기도교육청에서 추진하는 혁신학교가 학부모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이 학교도 경기도교육청으로부터 올해 상반기에 혁신학교로 지정돼 오는 9월1일부터 혁신학교로 운영된다. 교사와 학부모들이 일찍이 혁신학교 지정에 관심과 의지를 보여 왔다.

또 혁신학교가 취하고 있는 교육방향이나 철학에 동의하며, 내부적으로 운영해왔다. 그래서 이 학교에는 대안학교를 다니다가 온 학생들도 있다. 혹자는 공교육 속 대안학교라고 부를 정도로 이 학교에 대해 ‘애착’을 표현하기도 한다.

그런데 보금자리 지정이후 학교가 철거될 수 있다는 소문이 돌기 시작했고, 급기야 기존 학교를 철거하고 지구 내에 다른 곳으로 학교를 이전하는 것에 대해 의견을 수렴하는 공문이 접수됐다.

LH공사 측이 마련하고 있는 지구계획안에는 온신초등학교를 철거하고, 다른 곳으로 이전해 신설하는 방안으로 검토되고 있다. 사실상 기존에 다니는 학교는 사라지는 것이다. 학생들과 교사들도 공사기간 흩어져 떠나거나 다른 학교로 편입돼야 한다.

7월 말일자로 1차 의견 회신이 완료됐고, 오는 8월13일까지 추가 의견을 회신하는 긴급한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학부모들은 이 학교의 전통과 학교환경, 학습 분위기를 이유로 종전과 같은 환경에서 교육을 받겠다며, ‘학교존치’를 원하는 의견을 제출했다.

60년이 넘는 학교 역사와 전통, 200여종이 넘는 야생화가 식재되어 있는 살아있는 생태학습장, 광명지역 최초 3.1운동 발원지 그리고 혁신학교 지정에 이어 공교육 변화에 대한 교장과 교사들의 열정과 의지가 학부모들의 학교 존치 요구와 맞닿아 있다.

9일 학교존치를 요구하는 피켓을 들고 학부모들과 함께 거리로 나선 이 학교 학부모회 김미진 회장은 이날부터 거리 서명과 1인 시위에 나서며, 학교 철거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외부로 알려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 학교 학생들도 학교 홈페이지에 ‘왜 우리 학교인데 함부로 철거를 운운하냐.’며 의견을 표출하기 시작했다. 김 회장은 “엄마들이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며, “최선을 다해 학교철거를 반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 아름다운 교정은 학생들과 주민들에게 쉼터 역할을 하고 있다. 지역 최초 3.1 독립운동기념비도 눈길을 끈다.

권병관 온신초 교장은 2006년 부임이후 공교육 활성화를 위해 사교육을 줄일 수 있도록 학교에서 노력해와 지금은 사교육에 의존하는 학생들이 대폭 줄었고, 학교를 졸업해 중학교에 진학한 학생들의 학업 성취도 좋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학교철거 소식이 전해지자 학교가 혼란이 휩싸이기 시작했다. 엄마들은 엄마들대로 힘들어하고 동문들이 전통이 무너질까 걱정하고 있다. 학부모들이 지금처럼 우리 학교에서 배우고자 권리를 주장하는 것은 학교 정체성 문제로 정당하게 생각한다.”고 권 교장은 말했다.

권 교장은 교장으로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곤란한 입장이 됐다며, 최근 상황을 심각하고 안타깝게 받아들이고 있다. “혁신학교 지정이후 도 교육청의 지원을 받아 혁신학교로서 내실 있게 운영하고자 교사들과 똘똘 뭉쳐 준비해오고 있던 중 철거 소식을 접해, 자신도 멍멍한 상태”라고 말했다.

이 학교 30회 졸업생인 최승기 운영위원장은 “두 자녀를 이 학교에 보내고 있는데, 처음에는 작은 학교라 염려가 되어 다른 학교로 보내는 것도 생각했지만, 지금은 오히려 아주 만족한다.”며, 학교가 존치돼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 학교 총동문회도 이날 오후 2시 학교에서 학교철거 반대를 위한 회의를 갖고 ‘학교철거에 반대’하는 것으로 의견을 모았다.

학교 구성원 전체가 현재 학교를 유지하고 그 연장에서 학교를 증축하는 것에는 동의하지만, 철거를 하고 이전하는 방안에 대해서는 동의할 수 없다며, 반대하고 있는 것이다.

한편 LH공사 관계자는 학교 측의 의견을 듣고 있고 이해관계자들이 많아 의견을 수렴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신도시 차원에서 타당성을 검토할 사안으로 개별적인 사안으로만 접근해서는 안 된다며, 존치 시에 발생되는 토지이용 문제에 대해서도 검토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학교 존치 시 공가 세대로 인한 학군 문제나 주변 공사로 인한 학생들의 안전 문제 등에 대해 대책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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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움 2010-08-11 23:16:08
이젠 지식기반사회로써 사람이 교육이 곧 자원입니다. 그런데 사람무시, 교육무시 해서 개발한들 속빈 강정일뿐입니다. 공교육에서 새로운 혁신을 꿈꾸며 모범사례로 급부상하는 이 학교를 아주 쉽게 아이들의 레고블럭 맞추듯 그냥 허물었다 다시 세웠다 할일이 아니지요 시대를 거슬러 올라가는듯 함이 답답합니다.

온신의 아이들.. 2010-08-11 17:59:46
아이들이 걱정하고 있습니다. 우리학교가 철거되는거냐고 걱정하고 있습니다.
왜 학교를 철거하고 아파트를 짓냐고 묻습니다.
학교에 계속 다니고 싶은데 어떻하냐고 속상해 합니다.
온신의 아이들을 지켜주세요..
꼭 철거하지 않더라도 어른들이 조금만 더 양보하고 이해해주면 분명
방법이 있을꺼라고 생각합니다.
새로운 건물만 가득한 광명에 문화와 전통이 있는 학교도 보금자리만큼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시대의 흐름 2010-08-11 14:42:58
... 옛날 서당으로 되 돌아가야 맞는다...

광명 나그네 2010-08-11 11:15:21
한마디 더...공사의 안전과 효율을 위하여 지역 문화 유산을 파괴 한다...(온신초는 지역 문화 유산, 아니 우리나라 3.1 운동 정신의 귀중한 자료임)...낡은 온신초를 없애고 멋지게 새로 지어서 더 멋진 3.1운동 기념지를 세운다...아니죠...문화유산은 한마디로 정의해서 "그냥 그대로 그자리에..."가 최상, 최선 입니다. 서울 금화고가를 위해서 독립문의 위치를 바꾼 그 미련함을 또 되풀이 해야 하나요?

광명 나그네 2010-08-11 10:33:26
지금 LH공사가 예정 했던 많은 지역의 택지개발이 LH공사 측의 과도한 부채로 백지화 예정이랍니다...해당 지역들은 난리죠...쉽게 이야기해서 돈이 없다는거죠. 한 개인의 가정도
부채가 과도하면 즉시 허리띠를 졸라 매고,신규 소비를 억제 합니다. 몇십억씩 투자해 놓은 조용하고 아름다운 이쁜 학교를 부시고 새학교로 대체 한다...단지 공사의 편의 때문에? 이것은 우리 세금을 낭비하는 것입니다...죄악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