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명시흥보금자리지구는 지구 내 대안학교 뿐만 아니라, 공교육 학교에도 불똥을 튀겼다. 다급해진 학부모들과 동문회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학교가 철거될 수 있다는 위기감 때문이다. 특히 학부모들은 현행 방식대로 교육 받을 권리가 있다며, 학교 철거를 반대했다. 학부모들이 1인 시위와 서명을 위해 나선 거리는 8월의 불볕더위로 뜨거웠다.
광명보금자리지구 내 노온사동에 위치한 온신초등학교는 도심 속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작은 학교이다. 작은 학교라는 특성을 장점으로 삼아 조용하게 공교육의 변화를 만들어 왔다. 작지만 내실 있는 학교로 학생들과 학부모들의 사랑을 받아 온 곳이다.
전교생 96명. 한 학년 학생 수가 15명에서 20명이다. 학교 주변이 농촌지역이자 도심 외곽지역이어서 거주 주민이 적은 탓이다. 그럼에도 역사는 광명시에서 두 번째로 오래됐다. 올해 63회 졸업생이 배출될 예정이다. 오랜 역사를 자랑하듯 이 학교 교정에는 광명시 최초 ‘3.1독립운동 광명지역발상지’ 기념비가 있다. 학교 교정은 아름답다. 학교 곳곳에 야생화가 식재되어 있다. 정자와 오솔길은 학생들과 주민들의 쉼터이다. 연못과 나무장승은 볼거리를 제공한다.
학교는 덩치가 아닌 질로서 승부를 걸고 있다. 최근 경기도교육청에서 추진하는 혁신학교가 학부모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이 학교도 경기도교육청으로부터 올해 상반기에 혁신학교로 지정돼 오는 9월1일부터 혁신학교로 운영된다. 교사와 학부모들이 일찍이 혁신학교 지정에 관심과 의지를 보여 왔다.
또 혁신학교가 취하고 있는 교육방향이나 철학에 동의하며, 내부적으로 운영해왔다. 그래서 이 학교에는 대안학교를 다니다가 온 학생들도 있다. 혹자는 공교육 속 대안학교라고 부를 정도로 이 학교에 대해 ‘애착’을 표현하기도 한다.
그런데 보금자리 지정이후 학교가 철거될 수 있다는 소문이 돌기 시작했고, 급기야 기존 학교를 철거하고 지구 내에 다른 곳으로 학교를 이전하는 것에 대해 의견을 수렴하는 공문이 접수됐다.
LH공사 측이 마련하고 있는 지구계획안에는 온신초등학교를 철거하고, 다른 곳으로 이전해 신설하는 방안으로 검토되고 있다. 사실상 기존에 다니는 학교는 사라지는 것이다. 학생들과 교사들도 공사기간 흩어져 떠나거나 다른 학교로 편입돼야 한다.
7월 말일자로 1차 의견 회신이 완료됐고, 오는 8월13일까지 추가 의견을 회신하는 긴급한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학부모들은 이 학교의 전통과 학교환경, 학습 분위기를 이유로 종전과 같은 환경에서 교육을 받겠다며, ‘학교존치’를 원하는 의견을 제출했다.
60년이 넘는 학교 역사와 전통, 200여종이 넘는 야생화가 식재되어 있는 살아있는 생태학습장, 광명지역 최초 3.1운동 발원지 그리고 혁신학교 지정에 이어 공교육 변화에 대한 교장과 교사들의 열정과 의지가 학부모들의 학교 존치 요구와 맞닿아 있다.
9일 학교존치를 요구하는 피켓을 들고 학부모들과 함께 거리로 나선 이 학교 학부모회 김미진 회장은 이날부터 거리 서명과 1인 시위에 나서며, 학교 철거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외부로 알려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 학교 학생들도 학교 홈페이지에 ‘왜 우리 학교인데 함부로 철거를 운운하냐.’며 의견을 표출하기 시작했다. 김 회장은 “엄마들이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며, “최선을 다해 학교철거를 반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권병관 온신초 교장은 2006년 부임이후 공교육 활성화를 위해 사교육을 줄일 수 있도록 학교에서 노력해와 지금은 사교육에 의존하는 학생들이 대폭 줄었고, 학교를 졸업해 중학교에 진학한 학생들의 학업 성취도 좋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학교철거 소식이 전해지자 학교가 혼란이 휩싸이기 시작했다. 엄마들은 엄마들대로 힘들어하고 동문들이 전통이 무너질까 걱정하고 있다. 학부모들이 지금처럼 우리 학교에서 배우고자 권리를 주장하는 것은 학교 정체성 문제로 정당하게 생각한다.”고 권 교장은 말했다.
권 교장은 교장으로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곤란한 입장이 됐다며, 최근 상황을 심각하고 안타깝게 받아들이고 있다. “혁신학교 지정이후 도 교육청의 지원을 받아 혁신학교로서 내실 있게 운영하고자 교사들과 똘똘 뭉쳐 준비해오고 있던 중 철거 소식을 접해, 자신도 멍멍한 상태”라고 말했다.
이 학교 30회 졸업생인 최승기 운영위원장은 “두 자녀를 이 학교에 보내고 있는데, 처음에는 작은 학교라 염려가 되어 다른 학교로 보내는 것도 생각했지만, 지금은 오히려 아주 만족한다.”며, 학교가 존치돼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 학교 총동문회도 이날 오후 2시 학교에서 학교철거 반대를 위한 회의를 갖고 ‘학교철거에 반대’하는 것으로 의견을 모았다.
학교 구성원 전체가 현재 학교를 유지하고 그 연장에서 학교를 증축하는 것에는 동의하지만, 철거를 하고 이전하는 방안에 대해서는 동의할 수 없다며, 반대하고 있는 것이다.
한편 LH공사 관계자는 학교 측의 의견을 듣고 있고 이해관계자들이 많아 의견을 수렴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신도시 차원에서 타당성을 검토할 사안으로 개별적인 사안으로만 접근해서는 안 된다며, 존치 시에 발생되는 토지이용 문제에 대해서도 검토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학교 존치 시 공가 세대로 인한 학군 문제나 주변 공사로 인한 학생들의 안전 문제 등에 대해 대책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