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법 만능 주의를 개탄하며 선거 변화를 기대한다.
시론>법 만능 주의를 개탄하며 선거 변화를 기대한다.
  • 이재길기자
  • 승인 2004.03.16 12:10
  • 댓글 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시론> 법 만능 주의를 개탄하며 선거 변화를 기대한다.

 

 

 

진나라 상앙의 예

 

 사마천의 사기에 진나라 재상 상앙에 대한 이야기가 있다. 상앙은 씨족 제도의 타파를 개혁의 기치로 내세우고 소가족 제도를 도입하여 이들 개인을 단위로 하여, 납세, 군역, 치안 조직을 만들었다. 이러한 개혁조치는 후일 진나라가 천하통일을 하는데 시금석이 된다. 이 개혁을 위하여 상앙은 ‘한 집에 두 명 이상의 남자가 있으면서 분가하지 않으면 세금을 두 배로 징수한다, 백성들은 5인조, 10인조의 조직으로 편성하여 서로 감시하고 연좌 책임을 지도록 한다. 범죄자를 고발하지 않는 자는 요참형에 처하며, 고발하는 자는 적의 목을 잘라온 것과 동일한 상을 내리고, 범죄자를 숨겨준 자는 적에게 항복한 것과 똑 같이 처벌한다’ 등을 골자로 하는 5개의 개혁조치 법령을 공포한다. 법이 공표되자 여기저기서 불만이 제기되었고, 급기야 태자마저 법을 어긴다. 상앙은 태자도 처벌하려 하지만 여러 반대에 직면하자 태자의 스승 공자 건의 몸에 먹글씨를 새기는 형벌을 가한다.

 후에 효공이 죽고 태자가 왕에 오르니 상앙에게 피해 당한 반대 세력인 공자 건 같은 이들의 탄핵으로 거열형-마차에 몸을 매달고 사방으로 말을 몰아 몸을 찢어 죽이는 형벌-로 죽는다. 진나라는 상앙이 재상으로 있은 10년 동안 태평성대가 지속되었다. 법을 비난하거나 찬양하는 사람조차 모조리 추방시켜 버리니 백성들은 법에 대하여 언급조차 못하였다. 길거리에 쓰레기만 버려도 처벌받으니 요참형으로 인하여 위수 강변에는 항상 핏빛으로 물들었다고 한다. 상앙 자신도 결국은 자기가 만든 법 때문에 죽고 만다.

 

인간의 불신을 조장하는 법

 

 한국 사회에 법만능의 망령이 떠돌고 있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대통령 탄핵으로 인한 헌재의 재판을 앞둔 사건과, 제 16대 국회가 통과시킨 선거법이 그것이다. 법 위에 군림하던 권력이었던 군사독재에 대한 교훈이 깊은 피해의식을 낳은 까닭인지 지금은 법의 만능주의가 마치 상앙의 때를 연상시키는 것이다. 하다못해 쓰레기 버려도 처벌 받던 진나라 시대나 지금이나 다를 게 없다. 고속도로 갓길에 쓰레기 버리는 행위나 분리 수거 하지 않거나 담배 꽁초나 침만 뱉어도 처벌받는 시대 아닌가. 반공법이나 국가보안법의 심각한 폐해인 연좌제도 지금부터 2260년 전 부터 있었다.

 법은 만들면 지켜야하는 것이다. 그러나 법은 만사에 만능이 아니다. 지금 선거법은 상앙의 강력한 법만 좇아 가는 듯한 인상을 받는다. 강력한 법의 의지는 그만큼 사회의 부패성을 반영한다. 틸리오의 법처럼 ‘눈에는 눈, 이에는 이“의 대응방식이 과연 능사랄 수 있는가. 대통령 조차 법 위반을 들어 탄핵해버리는 현실은 그만큼 민주화된 사회라고 보아야 하는가? 아니면 비이성적인 사회로 보아야 하는가? 한겨레신문 3.16일자에 보면 정신과 의사인 정혜신 씨는 이 일을 국회의원들의 미친 현상으로 보고 있다. 법이란 참 무섭다. 사람 사는 세상에서 ’법대로 하자‘는 말보다 싸늘한 말도 찾기 힘들다. 인간은 언어를 통해 의사소통하며 사는 존재인데, 법대로는 좋은 의미보다는 말이 안 통하니 법으로 하자는 것이다. 법이 강력해 진다는 말은 그 사회가 의사소통이 원활하지 않다는 반증이다. 사람 사이에 막힌 담이 높다는 뜻이다. 한자의 사이간(間)은 틈을 드러내 주는 말이다. 사람 사이에 틈이 있어야 숨을 쉬는 법인데, 법이 너무 강력하다보면 숨쉴 틈이 없게 된다. 그래서 김지하 시인은 틈의 생명철학을 노래했다. 한옥의 문풍지에 난 틈 같은 것이 사실은 공기를 실어 나른다. 밀폐는 곧 사망이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유권 해석을 두고 대통령과 야당 사이에 틈이 없었다. 대화의 여지가 없었다. 그래서 막간 것이다. 국민만 난처하게 되었다. 야당의 시각대로라면 법을 위반한 대통령을 대통령 되게 해달라고 촛불 시위에 동참해야 하니. 법을 위반 한 것이 아니라면 누가 이 책임을 질 것인가? 누구를 법대로 처리할 것인가? 그 처리에 관한 법은 또 어떤 법인가?

 이번에 개정된 선거법은 우리 사회의 의사소통의 틈을 또다시 차단하고 있음을 보게 한다. 실로 대한민국처럼 법이 안 지켜지는 나라에서 아이러니하게도 법의 망령이 얼마나 드센지를 개정된 선거법은 여실히 드러내고 있다. 선거법 위반을 신고하여 당선무효에 해당하면 취고 2억원의 포상금을 받게 하였으니 간첩 신고 최고 포상금 1억원의 두 배가 넘는다. 적보다 더 무섭고 같이 살지 못할 자가 정치인들 중에 있다는 말이다. 전직 광명시 의원인 ㄱ 씨는 이번 17대 국회의원으로 출마한 후보들과 안면이 있어서 직간접으로 도와주어야 하는 처지이고 부탁을 받기도 하는데, ‘선거법이 무서워 처신이 어려울 뿐만 아니라 예전의 방식대로 선거에 임했다가는 그야말로 피보게 생겼다’고 말했다.

 

16대 국회가 잘한 것도 있어

 

 지금 거리에선 “국회를 해산하라”는 구호를 쉽게 접하는데, 16대 국회가 잘한 것도 있다. ‘한국정치사에 기록될 대형사고를 친 선거법 개정안이 그것이다’고 주간지 사시저널은 보도하였다. 이 잡지는 선거법 개정안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돈쓰면 죽는다”라고 하였다. 지난 13일 치러진 열린우리당 광명시 갑구 시민참여 경선에서는 이원영 씨가 승리해 국회의원 후보가 되었다. 경선 승리 후 이 후보 측에는 여러 사람들이 전화를 해와 거부하느라 당황했다고 한다. 흔히 말하는 선거 브로커들이다. 각종 모임을 주도하고 있는 이들이 선거특수를 노리고 한자리 하자는 것이다. 법은 강화되었지만 국민의 의식과 선거에 나선 후보들의 의식은 그 법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현상이다. 그런 현상은 국회의원 선거를 두 번 치루어야 할지도 모를 만큼 많은 선거법 위반 적발로 드러나고 있다. 가족밖에는 믿을 이가 없을 만큼 포상금 액수가 높아 감시의 눈길이 무섭기 때문에 적발 건도 많다.

 광명의 국회의원후보 선거참모로 활동 중인 000 씨(남, 55세)는 인사차 광명시 선관위에 들렀는데, 예년 같으면 서로 인사를 나누는 편안한 분위기였는데 지금은 완전히 다르다고 말한다. 아예 범죄인 취급하는 듯한 분위기를 느껴 몸조심해야겠다는 생각이 저절로 들더라는 것이다. 그만큼 선관위도 두 눈 치켜뜨고 감시한다고 보아야 한다. 지금이 어느 시국인가. 대통령마저 선거중립 위반에 대하여 탄핵되었고, 그 기저엔 선관위의 유권해석이 자리하고 있지 않은가. 그러니 선관위 시각에선 무서울 놈이 없다. 그만큼 책임이 막중하기도 하고.

 그렇다면 신고한 사람은 마음이 편할까? 기자가 잘 아는 분의 고향 후배인 모 목사는 선거운동원으로부터 10만원을 받은 것을 신고했다가 주변의 비난에 시달리고 있다고 한다. 감시감독을 넘어서서 간첩 신고보다 더 많은 포상을 한다는 것은 사회의 불신을 조장하고 인간의 틈을 막아 버리는 역효과를 부르는 것이다. 자본의 망령으로 돈은 얻고 사람은 잃어버리는 삭막함이 선거법이 출마자나 유권의 몸에 적응될 때가지 부작용을 양산할 것이다.

 

현실을 도외시한 선거법이지만 돈 선거는 사라질 것

 

 이번 선거법 개정안은 참으로 잘된 일이면서도 너무 현실을 도외시한 측면이 없지 않아 있다. 출마자의 신원을 까다롭게 적용하여 범죄자의 출마를 원천적으로 차단한 것은 바람직한 개정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후보자 차원에서 후보자를 알려야 하는 선거 홍보나 유세의 경우 정보화의 물결에 뒤쳐진 이들에 대한 배려가 배제되어 아쉽다. 후보자 합동 연설회의 경우 흔이 운동장 선거로 연상되는 선거 연설이 금지되고 방송을 통한 합동연설로만 제한하였다. 이는 지방이나 지역 방송의 시청률이 저조한 것을 해결할 방도를 도외시한 측면이 없지 않다. 선거유세의 경우도 어깨띠 조차 후보 본인만 하게 되고 2인 이상이 유세를 다닐 수 없다. 한마디로 체력전이다. 그 근본에는 생활정치를 하라는 권고가 담겨 있다고 보인다. 그러나 선거법이 그러하다면 각 정당은 중앙당 공천방식을 통한 지역의 생활정치와 관련이 없는 인사는 배제해야 함에도 그 관행은 여전하다.

 광명시선거관리위원회는 4월 15일 실시되는 국회의원선거의 선거비용제한액을 산정한 결과 광명시 갑 지역구는 1억 5천 5백만원, 을 지역구는 1억 4천 9백만원으로 결정되었다고 발표했다. 선거비용이란 선거운동을 위하여 소요되는 금전 · 물품 기타 모든 재산상의 가치가 있는 것으로서 후보자가 부담하는 비용을 지칭하는 것으로 후보자는 회계책임자를 선임하고 제한액 범위 내에서 선거비용을 사용하여야 하며, 선거사무장, 선거사무소의 회계책임자, 예비후보자의 회계책임자가 제한액을 0.5%이상 초과 지출한 사유로 징역형이나 300만원 이상의 벌금형을 선고받으면 당선자의 당선이 무효가 되는 것이다.

 전국적으로 선거비용은 이와 유사할 것이다. 선거 해에 받을 수 있는 후원금의 한도액이 1억5천만원이며, 100만원 이상의 후원금인 경우 공개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런 근거 위에 국회의원 정족수로 보면 대략 450억 선이고 각 정당 출마자들의 숫자를 곱하면 이번 총선의 비용이 예상액이 나온다. 후보자들은 선거비용의 대부분을 인건비와 사무실 임대비, 차량, 인쇄, 방송 등의 유세에 지출될 것으로 보이는 바 선거법으로 보면 많은 액수요, 관행으로 보면 너무도 적은 액수일 것이다. 이에 따라 선거 특수를 노리는 브로커들의 설자리도 없어질 것이다. 음성적으로 선거비용이 지출되지 않는다면 말이다.

 

선거 변화 바람 예고

 

 열린우리당의 광명 갑 구 경선은 17대 선거의 변화를 예고한 것으로 보인다. 위원장을 포함 8명의 경선관리위원회는 12 번의 기나긴 회의를 거듭하면서 양 후보 간의 공정한 경선을 유도하느라 최선을 다했다. 밥그릇 앞에 놓고 양보한다는 일은 어려운 것이다. 사사로운 일도 후보 측에서 보면 심각한 문제로 보이는 게 당연하다. 우여곡절을 거듭하면서도 양 후보가 시민참여 경선에 임한 것은 광명의 정치사에 큰 획을 그은 일이다. 기자가 시민단체 추천으로 참여하여 전 과정에 임하여 본 소회는 위원들이 결벽증에 걸린 환자처럼 너무 깨끗하려다 자충수 내지는 자승자박하는 경우가 많았다는 것이다. 너무 틈이 없어 가혹하다는 개정된 산거법 보다 내부 서약이 더 엄격했기 때문이다. 한 후보는 공정성에 문제가 되어 선거운동이 제역받아 큰 타격을 받기도 했다. 이 점은 광명시 선관위가 경고 수준으로 해석했는데도 내부 경선 원칙이 더 엄격했다는 반증이다. 후보가 결정되고 난 뒤 위원장의 첫 축하 인사도 선거법 위반하지 말라는 것이다. 기자가 편파의 시비가 있을 수 있음에도 그 어느 누구보다 중립을 지키려 했음과 그 어느 당에도 소속되지 않은 객관성을 지니고 있음에 한 점 부끄러움이 없는 까닭에 이 예를 든다. 분명한 것은 선거의 변화가 오고 있다는 점이다.   

 아직은 후보들이나 유권자들의 의식이 선거법이 요구하는 바를 충족 시키지 못하는 수준이지만 여하튼 이번 4.15 총선은 그 어느 때 보다 공정한 선거전이 될 것이다. 개정된 선거법의 무서운 칼날과 선관위를 중심으로 하는 감시단의 충혈된 눈, 대통령까지 탄핵한 빌미를 제공한 선거의 첨예한 대립각이 그 점을 명확하게 드러내 주고 있지 않은가. 그로 인해서 16대 국회의원들은 상앙이 죽기 전에 외친 말대로 “내가 만든 법 때문에 내가 죽게 되다니” 하고 비명을 지르며 국회에서 사라질 이가 많을 것이다. 그리고 그들이 설자리에 틈이 없는 만큼 국민들의 의사소통에도 당분간은 숨 쉴 틈마저 더욱 좁혀질 것이다.

 

 

  

 <2004. 3. 15  이재길기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1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입당해말어 2004-03-16 12:10:35
열린우리당의 경선 선관위가 결벽증 환자처럼 깨끗하려했다니 재미있습니다. 그럼 광명시 선관위보다 내부 후보에 대해 더 엄격했단 말인데요 우리당-, 제발 그렇게만 해주세요. 그러면 저도 입당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