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명사람들>하안5단지‘쌀순이’아줌마,이인영씨를만나다
광명사람들>하안5단지‘쌀순이’아줌마,이인영씨를만나다
  • 강찬호기자
  • 승인 2004.05.11 14: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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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안5단지‘쌀순이’아줌마,이인영씨를만나다.

하안5단지 ‘쌀순이’ 아줌마, 이인영씨를 만나다.

  

1. 광명의 좋은 사람들. 두 번째 주인공을 찾아.

  지난 호에서 동원서점의 정의신 대표는 주저 없이 이분을 선택했다. 며칠 전에 약속한 일정에 맞춰 하안동 주공5단지 관리사무소로 향했다. 예정시간보다 조금 늦게 도착했다.

2. 책속에서 넓은 세상을 만나는 하안5단지 ‘넓은세상 도서관’을 찾아.

  관리사무소 입구 쪽 건물에 ‘넓은세상 도서관’이란 문구가 금빛으로 예쁘게 새겨져 있다. 너무 예쁘다. 무광택의 금속느낌을 주는데, 도자기로 만든 것이란다.
  ‘책 속에서 넓은 세상을 만나자’라는 의미를 담고 있는데, 주민 공모로 정해진 것이다.
  도서관이 위치한 2층으로 향했다. 2층으로 향하는 중간 계단 벽에는 아동 그림책에 나오는 액자들이 걸려있다. 문을 조용히 열고 들어갔다. 오늘의 주인공 이인영씨. 그리고 다른 자원봉사자 한분이 열심히 일을 하고 있는 중이다.   

  두,서너명의 아이들이 책을 보고 있고, 책을 빌리러 나온 주부는 책을 고르는 중이다.
  눈인사를 주고 받았다. 하던 일이 바쁘다. 일이 마칠 때가지 도서관을 둘러보았다. 책이 많이 늘었다. 어린이 책들만이 아니라 성인들이 읽은 만한 책들도 많이 구비돼있다. 도서는 한권, 한권 비닐 카바가 씌워져 있고, 일련번호가 부여돼 있다. 자원봉사자들의 손길이다. 주민들이 오래 이용할 수 있도록 하고자 한 섬세한 배려다.
  독서에 열중인 어린이에게 조용히 말을 걸어본다. “여기 자주오니?” “예” 벌써 책이 두 권째 진도를 나가고 있다. “앞의 책은 읽은 거니?” “예” “몇 학년?” “5학년” 유익한 내용을 담고 있는 만화책이었다. 조용하게 그리고 간단하게 답을 하고는 바로 삼매경에 빠진다.
  도서관 한쪽 벽에는 상단 전면에 벽화가 환하게 그려져 있다. 동화책 <곰 사냥을 떠나자>에서 따온 그림이다. 도서관을 만들 당시, 강좌를 해주었던 어느 선생님의 도움으로 그릴 수 있었다고 한다.

3. 하안5단지 주민의 자랑거리로 자리를 잡은 도서관

  이 도서관은 하안5단지 자치부녀회가 2000년부터 준비를 하여, 2001년 1월에 본격적으로 문을 열고, 주민들을 상대로 대출 서비스를 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이인영씨는 이렇게 시작된  자치부녀회 도서관 일을 실제적으로 책임을 맡아 진행한 장본인이다.   자치부녀회의 의지와 그 일을 맡아 할 수 있는 책임 있는 사람이 있었기에 2년이 채 안되어 월 3천권의 주민 대출이 이루어지게 된 것이다.
  현재는 500여명이 회원등록을 하고, 정기적으로 이용하는 아파트 단지 주민들에게 가장 사랑받는 공간으로 자리를 잡게 된 것이다.

  도서관리 일을 분주히 한 후, 새로 자원봉사를 시작하는 분이 도착하자 도서대여 방법, 컴퓨터 운용 등의 방법을 꼼꼼히 설명한다. 그런 후에서야 시간을 낸다. 짧은 시간이지만, 이인영씨가 얼마나 이곳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지, 그리고 바쁘게 일을 하는지를 알 수 있겠다. 가벼이 차를 받고서 자리를 옮겨 본격적인 만남을 가졌다.

4. 요즘은 ‘마음공부’중!

  “글쎄요. 왜 제가 칭찬을 받았는지 도무지 알 수 없네요”
  “좌우명요?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하자. 하고 자 하는 일은 끝까지 하는 거예요. 그러다보면 너무 앞서가는 경우도 있어요.(웃음)...”
  “요즘 관심분야요? 종교..마음을 닦는 일..”
  종교가 원래 있었냐고 묻자, 시댁이나 친정은 다 불교인데, 정작 자신은 어렸을 때 누구나 한번씩 가보는 교회에 가 본적이 있고, 대학 때는 카톨릭 쪽에 관심을 가져보기도 했었다고 한다. 정작 지금은 다시 돌아 온 느낌이란다.

    사람들과 만나면서 사람에 대한 이해를 위해심리학에도 관심이 있다고 한다. 한마디로 사람과 마음공부에 관심이 있는 듯 했다. 일을 쫒고 사람을 많이 만나다 보니, 당연한 과정이려니 생각하고 있는데, 으왜로 이 분야에 관심을 갖게 된 동기는 정작 남편 때문이란다.
  놀랍다. 무슨 소린가 궁금해 하는데, 남편이 ‘조선인’(?)이란다. (이 부분을 생략해야 하나, 포함해야 하나, 고심했다. 그런데 생각해보니 남편의 특성이 마음공부의 계기가 되면서도, 한편으로는 이인영씨가 왕성한 활동을 소신껏 펼 수 있는 기회로 작용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아가 사람과 마음공부의 문제는 남편의 문제에 국한되는 문제는 아니리라는 당연한 생각)
  그리고 다음주부터는 정토회에서 운영하는 ‘불교대학’에 다닌다고 한다. 이쯤되면은 이인영씨가 어떤 관심을 가지고 살아가고 있는 지 알 사람은 알 것 같다.

5. 광명을 누비고 다니는 ‘쌀순이’

  이인영씨는 광명시에 올해로 8년째 살고 있다. 하안8단지에 살다가 5단지로 이사해 지금까지 살고 있다.
  광명시에서 살면서 광명시에 대해 드는 생각은 ‘편하다’라는 느낌. 비슷비슷한 수준, 환경에 있는 사람들이 모여서 살고 있는 특성 때문인 것 같다고.
  간혹 일산과 같은 신도시가 부러운 때도 있다고 한다. 지역에 도서관들이 많고, 그 도서관들이 ‘동화읽는 어른모임’과 같은 지역사회 모임에 적극적으로 개방되어 있는 경우.

  보통사람들이 신도시를 선호하는 것과는 조금은 바라보는 시선이 다르다. 일을 할 수 있는 가능성, 여건이 좋은 곳을 찾는다.
  그런 기질 때문인지 이인영씨는 무척 바쁘다. 어렸을 때 별명이 ‘쌀순이’였단다.  틈만 나면 밖으로 나가 돌아다니는 특성 때문.
  넓은 세상 도서관 자원봉사활동, 광명동화읽는어른모임 소모임 ‘어린왕자’ 활동(2001년도 광명동화연합 회장이기도 함), 사단법인 어린이도서연구회 북부지회 부회장, 광명YMCA 생협 등대모임, 볍씨학교 학부모 활동 (초등학교 1학년, 3학년 두 자녀들을 지역 초등 대안학교인 YMCA 볍씨학교에 보내고 있다).
  그리고 새로 시작할 불교대학 수강. 이쯤 되면 누가 평범한 주부라고 믿을까 싶다. 그런데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얼마 전에 광명 새마을문고 이사로 참여하기로 했다. 다소 생경하지만, 5단지 ‘넓은세상 도서관’처럼 지역에서 ‘작은 도서관 만들기’ 활동이 필요하고, 그 연장선에서 새마을문고에서 찾을 수 있는 일이 있을 것 같아 참여하게 되었다고 한다.
  나아가 함께 하는 회원들과 함께 철산3동, 4동에도 그 지역에서 일하시는 분들과 협력해서 ‘작은 도서관 만들기’ 일을 추진 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하안5단지에서의 활동 사례를 지역에 확산하고자 하는 좋은 뜻이 이런 열정을 불러일으키는 듯 하다.
  광명YMCA 회원활동, 광명동화읽는어른연합활동, 5단지 마을만들기 활동. 그 한복판에 이인영씨는 서있다. 하안5단지는 도서관 사업 외에도 단지신문 ‘산울림’을 만들고 있고, 마을축제로서 단지 축제를 매년 진행하고 있다. 올해 너른세상 도서관에서는 단지 축제를 맞이하여, 독서공모전을 준비 진행 중이고, 올 봄에 이어 가을 축제 때 아파트 단지 벽을 이용해 ‘슬라이드 쇼’를 보여줄 계획도 검토 중이라고 한다.

  반면 이런 외향적인 활동에도 불구하고 정작 본인의 가슴은 냉냉(!)하다고 한다. 소위 쿨cool하다고. 그러나 이인영씨를 아는 사람이라면, 그 말을 액면그대로 받아 드릴 사람은 아마도 별로 없을 것이다.
  많은 사람을 만나고, 다양한 활동을 하다보면 한 사람 한 사람 만남에 한계가 있을 수도 있다. 쿨!하다는 것은 미덕이 될 수 있다. 특히나 새로운 영역, 일을 만들어 가는 이들에게는 더욱 그렇다.
  사회적으로 저명한 여성지도자 어떤 분은 말한다. 한국사회 여성은 쿨!해야 한다고. 아직은 여성들에게 한국사회 현실이 그리 만만한 곳이 아니지 않은가.

  얼마 전까지 마을도서관에는 소위‘책 읽어 주는 여자’가 있었다고 한다. 물론 자원봉사자다. 지금은 개인사정으로 하지 못해, 그 영역이 비어 있다. 정작 본인도 해보고 싶은데, 쑥스럽다고. ^^. 관리사무소 어르신들이 그런 역할을 맡아 주는 것도 좋을 것 같은데, 아직 그런 분이 나타나지는 않고 있다.

  도서관 입구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는 내내, 도서관을 찾는 아이들과 아줌마들의 발길이 계속된다. 인터뷰 도중 인사를 주고 받고, 안부를 나눈다. 사람 내음 나는 동네다.
  대출증을 목걸이로 만들어 목에 걸고, 혼자 책을 빌리러 오는 꼬마 친구들도 있다고 한다. 어려서부터 자연스럽게 책을 접하고, 도서관을 이용하는 습관을 들이게 된다. 살아있는 교육이다. 아파트 단지, 작은 마을 단위에서 가능한 모습이다.
  주부들이 나서서 아이들의, 주민들의 공공 공간을 가꾼다. 우리사회의 미래요, 희망이다. 칭찬이 아깝지 않을 만큼 열심히, 뜻있는 일에 매진하는 이인영씨 같은 분을 만나는 일은 보람이다.

  언젠가 모임에서 개인의 자유를 구속하는 것들이 무엇인지에 대해 나눈 적이 있다고 한다. 칭찬에 약한, 칭찬에 자유를 구속받는 다는 다음 주인공 추천으로 만남을 정리했다.

  <2002년 9월 9일.  강찬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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