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명사람들> 나, 표현예술치료사! 홍진숙씨
광명사람들> 나, 표현예술치료사! 홍진숙씨
  • 강찬호객원기자
  • 승인 2004.05.20 11:08
  •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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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명사람들>

나, 표현예술치료사! 광명사람 홍진숙씨

  

 

 

▲광명표현예술치료회 초대 회장을 맡아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는 홍진숙씨

 

자신의 감추어진 무의식, 내면을 볼 수 있다는 것은 어떤 경험일까? 자신이 아닌 다른 이들이 이러한 경험을 갖도록 안내함으로써 삶의 건강성을 찾을 수 있도록 안내를 하는 이가 있다. 21년을 소하동에서 살고 있는 광명사람 홍진숙씨다. 그는 표현예술심리치료사다. 어린시절 좋은 엄마 같은 역할, 즉 양육자의 역할을 통해 예술치료사의 역할을 다하고자 한다.

우리 사회에 ‘-쎄라피(therapy)’라는 분야가 등장했고, 이제 하나의 흐름으로 자리 잡고 세분화하는 경향이다. 춤, 미술, 음악, 아로마 등의 접두어가 따라 붙는다. 그에 따라 갈래가 생긴다. 홍씨는 미술치료사다. 덧붙여 몸의 동작을 통해 자신을 표현하도록 이끈다. 미술치료사를 넘어 예술치료사다.

 

웃기는 광(창고)이 치료공간으로 탈바꿈

 

홍씨는 최근 즐겁다. 하늘과 같이 모시고 사는 남편과 최근에 의견이 맞지 않았던 문제에 대해 동의를 얻었고, 그것이 현실적 결과물로 결실을 맺었기 때문이다. 광(창고)을 변형하는데 성공한 것이다. 리모델링이라고나 할까. 뒷마당 쪽에 평범하게 자리 잡고 있었던 그저 ‘웃기는 광’이었던 것이, 이제 어엿한 치료실로 바뀐 것이다. 2평이 안되는 공간이다. 그러나 독자적인 공간을 확보하였다는 것은 홍씨에게 숙원사업 중에 하나고 감사할 일이다. 초기 의견이 다르기는 했지만 용도변경에 기꺼이 응해준 남편 또한 고맙다. 기독교 신자이기에 목사님을 모시고, 조촐하게 개소식을 가졌다. 오는 5월 22일부터 실제 치료공간으로 이용할 계획이다. 단독주택인 홍씨의 집은 앞마당과 뒷마당을 갖추고 있어, 치료에 참여하는 아이에게 더욱 좋은 여건을 제공할 수 있다는 장점 역시 기쁨이다. 마당의흙을 밟을 수 있는 것은 도시에서 누리기 힘든 복이다.

 

치료에서는 심리적 안정감이 중요

 

한편 치료 과정에서 치료를 받는 이 못지않게 치료를 이끄는 이의 심리적 안정감도 중요한데, 독자적인 치료 공간을 확보하게 된 것은 그러한 안정 효과를 얻는데 최적이다. 그 동안은 평생학습원에 마련한 치료공간이나 지역의 다른 기관의 공간을 이용했는데, 자체 치료실을 갖는 것이 주는 안정감에 비해서는차이가 난다. 집단상담에는 그래도 괜찮지만 개별치료 과정에서 개별적인 공간에 대한 요구는 더욱 절실하다는 것이 홍씨의 생각이다. 어머니 자궁과 같은 편안함을 줄 수 있는 아득한 공간이라고 의미를 덧붙이기도 한다. 2평이 안되는 공간이지만 홍씨에게 그 의미가 각별할 수밖에 없다. 기꺼이 모아 놓은 사재를 투자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

▲2평남짓 자신만의 치료공간을 갖게된 홍진숙씨는 어머니의 자궁같이 편안함을 줄 수 있기를 희망하고 있다.

 

나, 표현예술치료사!

 

홍씨가 설명하는 표현예술치료사란 심리적 불안이나 사회적 장애를 겪는 이들에 대해서 그들이 겪었던 무의식 혹은 언어 이전의 상처 등에 대해서 그림이나 동작을 통해 안전하게 표출할 수 있도록 안내함으로써 치료 효과를 찾도록 하는 이들이라고 한다. 또한드러냄의 과정에 대한 피드백 역시 같은 방식으로 진행을 한다. 이러한 예술치료에 대해 홍씨가 힘주어 주장하는 것은 ‘안전’이다. 심리적으로 안전해야 한다는 것이다. 언어로 무의식 속에 내재되 있는 상처를 표현하도록 할 경우 오히려 그 방식이 상처가 될 수 있는 반면, 그림이나 몸의 동작을 통해 이끌어 내는 과정은 훨씬 ‘안전’하다는 것이다.

 

예술치료와의 만남

 

홍씨가 예술치료와 인연을 맺게 되는 과정은 자연스러웠다. 교육청에서 운영하는 청소년심성수련 과정을 이수하고, 학교에서 청소년집단상담 활동을 해오던 중, 재교육 과정에서 미술치료 과정을 접하게 되었다. 그리고 이어 평생학습원에서 미술치료과정이 개설이 되었다. 이미 맛을 본 홍씨이기에 1기 과정에 바로 수강을 신청했다. 3개월 과정의 교육이었다. 이러한 교육 과정을 6,7단계에 걸쳐 이수를 해야 기본교육과정을 마치게 된다고 한다. 한국표현예술치료협회에서 운영하는 교육과정에 참여해서 교육을 이수하고, 본격적인 활동에 나서고 있다. 그를 찾는 요구는 많다. 일주일이 스케줄로 빼곡하다. 복지관이나 학교, 청소년 관련 시설, 정신지체복지관, 개별치료 등을 위해 바쁘게 움직인다.
몇 개월 전에는 광명표현예술치료회를 창립하고, 초대 회장을 맡았다. 평생학습원에서 미술치료과정을 이수한 수강생들이 주도가 되어 창립을 했다. 회원들은 자신들의 활동공간과 지역에서 지속적으로 임상활동을 하면서 서로의 활동을 지원하고 돕고자 한다. 또한 임상활동 등을 통해 지역 복지관 등에서 자원봉사활동을 하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낳기도 한다. 초대 회장을 맡은 만큼 광명예술치료회에 대한 홍씨의 애정은 각별하다. 밖에서 보기에도 좋은 모임이어야 하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안에서부터 좋은 모임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회원들에 의한 집단역동성이 살아있는 모임이기를 희망한다는 것이다.

 

미담 한편

 

방문하는 기관이 다양한 만큼 홍씨가 만나는 이들도 다양하다. 그 중에 치료의 효과들을 경험하는 이들을 지켜보는 것은 보람이다. 치료사로서 어쩌면 당연한 이야기다. 그러나 이 당연함 속에 좋은 엄마와 같은 양육자의 역할을 하고자 하는 그의 치료사로서의 철학이 진정성으로 존재하고 있는 한, 이러한 보람은 그저 단순한 결과의 산출 이상의 의미일 것이다.
홍씨는 또 하나의 미담을 독자들에게 전달해 달라고 한다. 한 가정의 아이들인데, 지속적인 예술치료 과정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비용이다. 치료과정에 실비가 들어간다. 그 비용의 많고 적음을 떠나 치료 과정에서 소요되는 비용에 대해서는 가능한 치료사들의 부담으로 전가되는 것에 대해 홍씨는 반대의 입장을 가지고 있다. 그런 터에 광명예술치료회의 한 회원이 광명공동육아협동조합의 협조를 통해 그 비용을 지원받을 수 있도록 했다는 것이다. 6개월 과정을 통해 이 아이들은 치료 과정에 참여를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남편은 하늘이다.

 

또 하나의 감사함을 전해달라고 한다. 남편이다. 홍씨는 남편을 하늘처럼 생각한다. 서슴없다. 다른 사람들은 이런 자신에 대해 의아스럽게 생각하기도한다. 당연하다. 요즘의 풍속도에 따르면. 그러나 홍씨는 확고한 생각을 가지고 있다. 남편에게 힘을 실어주는 것이 결국 자기에게 돌아온다는 것을 삶의 경험을 통해 간직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매로 만나 한 눈에 ‘이 사람이다’ 여기고, 바로 결혼을 한 사이다. 종교를 가진 홍씨이기에 ‘GOD’이 존재한다. 그러나 그 다음은 남편이다. 남편은 ‘GOD’ 다음 ‘god’란다. 그러면 남편은 ‘(G와 g의) 중문자’란다. 소문자로는 약하다는 것이다. 드러나는 것은 행복이다. 그러나 홍씨가 정말로 남편을 생각하며 행복을 연상하는 이유는 남편의 내조다. 지원이다. 가능하면 집에서 있는 것보다는 밖에서 활동하기 바라는 것이 남편이다. 무언가를 배울 수 있는 것에 참여하기를 바라고, 그것을 위해 기꺼이 지원을 아끼지 않는 남편이다. 이런 남편이기에 자랑을 하고 싶은 것이 홍씨의 솔직한 심정이다.

누군가를 치료하는 이는 어떠해야 하는가. 인터뷰 내내 치료과정에 대해 궁금함이 일어 질문을 하기도 하면서 인터뷰 목적을 잊고고 길을 잃기도 했다. 궁금함이 많이 일었고, 호기심도 유발되었다. ‘무의식은 어떻게 드러나는 것일까? 그 드러난 상태라는 것은 또 어떠함일까? 오, 나의 무의식은? 치료 과정을 통해 어떤 변화가 수반되는 것일까?’ 질문이 꼬리를 이었다. 그러나 인터뷰가 목적이지, 예술치료과정에 대해 교육을 받고자 함은 아니기에 제한된 시간을 의식해야 했다. 아쉬웠다. 생소하고 알지 못하는 분야이기에 내용 이해가 어떤지 스스로 자문했다. 이해한 것은 이해한 것이고, 그렇지 못한 것은 그렇지 못한 것이다. 그게 속 편하다. 그래도 몇 마디 다가온 말들은 있다. 아이를 돌보는 ‘엄마의 마음’, 치료사로써 판단에 가져야 할 ‘확신’, 표현에 대한 해석에 있어 ‘신중함’ 그리고 바쁘고 늦은 시간이지만 성의껏 인터뷰 요청에 대해 시간과 마음을 내주는 모습에 ‘신뢰관계’를 경험한다.

 

가족의 열매, 홍진숙씨

 

나무를 통해 가족을 표현하면, 흔히 어머니는 나뭇가지로 표현되고, 자녀들이 가족의 열매로 표현되지만, 홍씨 가족의 경우에는 오히려 자신이 ‘열매’란다. 엄마 같은 딸이 오히려 자신을 돌보기도 하고, 아버지 같은 남편이 자신을 돌본다고 한다. 그런 그이기에 자신은 아이들의 시선에 눈높이를 맞출 수 있는 어린 아이 같은 치료사가 되기도 한다고 한다. 홍씨를 만난 이 날의 소감 역시 이를 벗어나지 않았다.

 

 
<2004. 5. 20  강찬호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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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명선 2004-05-20 11:08:12
처음 시작하실때의 모습이 떠오릅니다. 너무나 열정적인 모습...아름답습니다.

전혜미 2004-05-20 11:08:12
활동도 열심히 하시고 이렇게 신문에도 나오시니 정말 기쁩니다.

윤순희 2004-05-20 11:08:12
축하합니다! 예술심리치료사 자격증 취득과 개별치료실 오픈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