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장고에 자물쇠가 있는 나라?
냉장고에 자물쇠가 있는 나라?
  • 김미애
  • 승인 2010.12.13 10: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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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연재]인도의 생활문화 체험

인도에 살며 유난히 눈에 띠는 간판들은 'trust'라는 단어이다.
'도대체 왜들 그렇게 못 믿고 사는 걸까?

내가 살았던 아파트에 들어갈 때에도 사람을 믿지 못해 여러번의 확인 작업이 따랐다.
물론 살고 있는 나야 게이트를 그저 통과했지만
방문객들은 게이트에서 부터 신원확인에 들어가고 신분증을 맡기고, 방명록에 기재하고,
아파트 안에 들어와서도 1층 로비에서 다시 방명록 기재를 하게 된다.
어디 그뿐인가 경비는 방문할 가정에 인터폰으로 직접 확인 한 후 방문객을 통과 시켰다.
아마도 한국의 타워팰리스가 인도에서 본을 받아 그런 과정을 거치게 하는 것 같다.

▲ 냉장고 문에 자물쇠가 있다. 닫고 또 닫는다. 지키고자 하는 무엇 때문에.
▲ 지키고 또 지킨다. 안에 것을. 밖으로 부터.

그런데 내가 내 집을 들어 올때는 아무런 문제가 없는데
내가 방문객 입장이 되었을 때는 정말로 짜증나고 피곤하게 여겨진다.
(나는 확인받고 기다리는 시간이 싫어서
"나 얼마 전에 여기에 이사왔는데 당신 나 아직 몰라?"라고 하면서 들어간다)

그런데 방문을 마치고 나올 때도 또 다시 점검을 받는다.
차량 트렁크까지 검색하고 혹시 가져가는 물건이 있으면 주인에게 바로 확인을 한다.

그런 검문 검색을 해 주는 데도 그곳에 사는 사람들은 문 단속을 또 한다.
집 안에 들어서면서도 세 단계를 거쳐 문을 잠그고
장거리 여행시는 예전에 쌀 뒤주에나 걸었던 커다란 자물통을 밖에 걸어 놓고 간다.

더 특별한 것은 냉장고에도 자물쇠가 있다는 것,
요즘에는 그런 냉장고를 자주 볼 수는 없지만 구식 냉장고를 가지고 있는 집에서는
여전히 자물쇠 달린 냉장고를 사용하고 있다.

이유는 집에서 일하는 서번트들이 주인이 먹는 음식에 손을 못대게 하는 것.
냉장고에 자물쇠가 있으니 그 외의 장농, 책상, 모든 물건을 보관하는 곳에도
철저히 자물쇠를 사용한다.

필요한 물건을 한 번에 열고 꺼내가는 한국인들은 속 터질 노릇이다.
잠겨진 자물쇠는 그들 마음에 잠겨진 자물쇠이고
그들만의 기득권을 빼앗기고 싶지 않는 소유의 자물쇠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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