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 시대에 생각하는 '청백리' 정신
'스마트' 시대에 생각하는 '청백리' 정신
  • 이효성
  • 승인 2011.04.28 13: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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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이효성 광명문화원 사무국장

온통 '스마트'한 세상이다.

영어사전 한구석에서 잠자고 있었을 이 단어는 스마트폰의 열풍과 함께 TV같은 테크노롤지 분야뿐만 아니라 교육, 문화, 경제, 경영, 행정, 정치 등 인문사회 과학 영역까지 파고들고 있다.

스마트(smart)라는 단어를 다음 영어사전에서 검색해 보면 “재치있는”, “똑똑한”, “눈치빠른” 이라는 한국어 해석이 나온다. “총명한”, “지혜로운”으로 해석되는 인텔리전트(intelligent )와는 미묘한 어감의 차이가 발생한다.

빠르게 변하는 세상에서 총명함과 지혜보다 임기응변과 시류에 잘 편승하는 스마트한 사람이 각광을 받는 시대가 된 것이다. 바야흐로 스마트하지 못한 사람은 도도한 물결에 적응하지 못하고 도태하기 쉬운 세상인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꼭 세상의 이치가 그렇게만 돌아가지 않는 법이다.

당시에는 무척이나 스마트한 판단과 행동이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잘못된 방향으로 일이 진행되는 경우가 있다. 또한 개인의 이익을 위해서는 매우 스마트한 행위지만 단체나 사회구성원들에게는 해악을 끼지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이는 재치 있고, 똑똑하지만 총명하고 지혜롭지 못하기 때문이다.

도쿄전력과 일본 원자력 산업회가 원자력 발전소의 비율을 확대시키기 위해 수많은 자료와 과학적인 실험결과를 왜곡하여 원자력 발전소의 비중을 높인 것은 단기적으로 성공했을지 모르지만 결국에는 전 세계적인 재앙을 불러오는 결과가 됐다.

부산저축은행 직원들이 영업정지 전날 자신의 친인척 예금을 미리 인출한 것은 매우 재치 있고 눈치 빠른 행동이었지만 은행에 대한 신뢰를 박살내고 말았다.

스마트한 세상이 미래보다는 현재의 이익을, 공익보다는 사익을 우선시 하는 분위기를 만들고 있는지도 모른다. 결국에는 현재의 이익은 미래를 담보로 잡히고, 사익은 공익을 담보로 하고 있는 것이다.

고리타분하고 먼지가 털털 날 것만 같은 청백리 정신을 다시금 꺼내드는 이유는 이런 시대적인 분위기 때문이다.

지난 2010년 6월 2일 지방선거가 끝나고 “한겨레 21”은 역사에 뛰어난 발자취를 남긴 목민관들을 7회에 걸

쳐 소개하는 연재물을 기획했고, 첫 편으로 조선의 대표적인 청백리이면서 광명의 향토인물인 오리 이원익 선생의 청백리 정신을 소개했다.

오리 이원익 선생은 공직생활을 마치고 베옷을 입고 낙향했고, 말년에는 돗자리를 팔아 연명할 정도로 청렴한 선비였다.

또한 광해군 때 인목대비 폐비를 강력하게 반대하다 유배길에 오르는 고초를 겪기도 했다.

오리 이원익 선생의 청렴은 단순히 재물에만 국한된 맑고 검소한 굳은 뜻이 아니라 개인의 욕심을 위해 무엇인가를 탐하고 움켜쥐는 일체의 행동을 멀리해 맑고 검소한 생활을 꾸리는 것이라고 한겨레 21은 정의했다.

오리 이원익 선생이 청백리 정신을 실천했던 이유는 개인적인 욕심이 없었기 때문이 아니라 그것이 사회전체의 시스템을 유지할 수 있고, 공익과 부합했기 때문일 것이다.

오는 5월 12일(목)부터 14일(토)까지 3일 동안 오리문화제가 개최된다.

광명문화원은 이번 문화제를 통해 낡은 창고 속에 먼지에 쌓인 것 같은 청백리 정신을 다시 꺼내 조명하고자 한다.

13일(금)에는 청백리 심포지엄을 통해서 청백리 사상의 현대적인 의미로 재해석하는 작업을 할 것이다. 14일(토) 실내체육관에서 열리는 메인 행사에서는 아나바다 장터와 경실련의 도시농부학교를 통해서 소비사회에서 검소하게 사는 법을 체험하고, 시민들이 광명시 공직자들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를 맘껏 할 수 있는 “신문고를 울려라” 코너도 마련된다. 청백리를 상징하는 퍼포먼스와 함께 시민들의 대동한마당 놀이도 한판 벌어진다.

또한 세자빈의 신분으로 청나라에 인질로 끌려갔음에도 불구하고 장사와 농사를 통해 조선의 인질들을 구출한 민회빈 강씨에 대한 뮤지컬을 상연하여 현대적인 의미에서 노블레스 오빌리제 정신을 청백리 정신과 접목시킬 것이다.

문화제가 끝난 다음 광명문화원은 부설로 “청백리 연구소”를 설립하여 학술, 교육 등 청백리와 관련된 다양한 사업을 벌일 예정이다.

조선시대 선비들에게 유행하는 말이 있었다.

“이원익은 속일 수 있지만 차마 속이지 못하겠고, 유성룡은 속이고 싶어도 속일 수가 없다”

모든 것이 스마트로 통하는 시대, 눈치 빠르고 임기응변에 능하지 않더라도 살아가는 정도는 있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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