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 힘이 있고, 답이 있다.
현장에 힘이 있고, 답이 있다.
  • 강찬호 기자
  • 승인 2011.06.11 00: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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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셜 디자이너’ 박원순 변호사, 전교조 교사아카데미 시민공개강좌 강연.

박원순 변호사는 21세기는 창조성, 혁신 그리고 상상력의 시대라고 말한다. 그는 현장을 가보면 세상의 변화를 읽을 수 있다며, 현장을 강조한다.

박원순 희망제작소 상임이사는 ‘소셜 디자이너’이다. 사회에서 다양한 창안을 통해 세상을 살 만한 곳으로 만들어 가자고 희망을 이야기한다. 전국을 누비며 새로운 아이디어로 세상을 개척하는 일꾼들과 공동체를 소개하고 있다. 1,000개의 직업을 새롭게 제안하며, 세상을 다르게 보자고 주문한다. 그에게는 지역이 곧 현장이고, 블루오션이다. 젊은이들이 대기업만을 찾고 공무원을 희망하는 속에서는 새로운 희망을 찾기 어렵다고 단언한다. 21세기는 창조와 혁신 그리고 상상력의 시대라며 주도적으로 삶을 개척하는 도전을 강조한다.

6.10항쟁 하루 전인 9일 박원순 변호사가 광명시를 찾았다. 전교조 광명지회가 주최하는 교사아카데미 시민공개강좌에서 강연을 했다. 평생학습원 2층 강당에서 진행된 그의 강연은 두 시간 동안 진지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 박원순 변호사는 사회 전반의 문제를 훑으며 암담한 현실을 진단했다. 그리고 그 속에서 다시 희망을 찾자며 세상으로 걸어 갈 것을 주문했다.

과거 잊지 말고 성찰해야...사회적 약자를 돌보는 사회가 좋은 사회...민주주의는 끊임없는 감시와 참여의 대가.

박 변호사는 평생학습원 주변의 상업지구 퇴폐문화를 언급하며 강연을 시작했다. 평생학습원이 외로운 섬처럼 존재하며, 주변의 어수선한 환경은 대한민국의 축소판처럼 보인다고 말했다. 박 변호사는 과거를 돌아보고 성찰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근대화를 외면했던 쇄국정책, 그리고 일제시대를 거쳐 분단과 독재와 가난의 시절. 마치 과거가 없었던 것처럼 살아가는 지금의 모습이 도저히 이해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군사독재정권에 맞서 희생됐던 과거가 절대로 잊혀지지 않는다며, 지금도 동시대의 상처가 고스란히 남아있다고 말했다. 희생자들을 기억하고 위로하며 그들이 빛 속으로 걸어 나와 새로운 시대를 살아가도록 해야 한다며, 비극적인 조건에 처해있는 사회적 약자를 돌보고 배려하는 사회가 진정으로 좋은 사회라고 말했다.

박 변호사는 근대화 과정에서 미래를 준비했던 일본이나 베트남의 사례를 언급하며 그들에 비해 우리사회는 여전히 식민지 잔재나 군사독재의 잔재가 남아 있고 민주화의 기반도 취약하다고 말했다. 깨지기 쉬운 질그릇처럼 위태한 민주주의 위에 놓여 있다며, 민주주의는 영원한 감시와 참여의 대가로 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렇지 않을 경우 민주주의는 새장 속의 새처럼 언제든 날아가 우리의 손을 떠날 수 있다고 말했다.

분단 고착화와 불신 안타깝다. 경제 올인 대통령 절대 뽑지 말아야...집권전략 없는 진보정당 안 돼...지역부터 집권하고 혁신해야.

분단도 고착화되고 있고 거꾸로 가고 있다고 말했다. 신뢰를 바탕으로 통일을 향해 가는 것이 아닌, 오히려 원한을 쌓고 있다며 안타깝다고 말했다. 박 변호사는 쪽박은 한 번 깨지면 오래가고, 쌓여진 불신은 큰 상처로 남게 될 것이라며 지난 10년의 햇볕정책이 중단된 채 이어지지 못한 것이 아쉽다고 말했다. 박 변호사는 흡수통일은 남쪽에 재앙이 될 것이라며 1국가 2체제 방식이 당분간 유지되는 통일방식이 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경제에 올인하는 대통령은 앞으로 절대 찍어서는 안 된다며 경제는 경제만으로 성장하는 것이 아닌 사회가 온전하게 갖춰져야 경제성장도 따라 준다고 말했다. 박 변호사는 최근 경제문제에 관심을 갖고 공부를 하고 있다고 덧붙이며, 경제를 발전시키고자 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반문했다. 경제성장을 중심으로 달려온 우리사회의 자화상이 무엇인지 진단했다.

농촌공동체가 붕괴했고 도시학교에서는 아이들의 언어 속에 욕설이 난무하다. 자살률은 세계 1위이고, 아이들의 행복지수는 오이시디국가 중 최하위다. 한국인들에게만 있다는 ‘화병’은 한국인들의 겪는 정신적 스트레스를 말해주고 있다. 공무원이던, 대기업 종사자들이던 자존감은 추락해 있다. 자기비전 없이 동동거리며 밥벌이를 위해 살아간다. 이런 현실이니 부패가 곳곳에서 만연해 있다. 최장 시간 노동에 노동생산성은 낮다. 이런 현실 속에서 한국사회 미래가 있는지 반문했다.

교사들도 마찬가지 현실이라고 진단했다. 창의성과 상상력이 약동하는 교육현장이 돼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현실이다. 박 변호사는 우리사회가 사람을 바라보는 관점을 바꿔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는 최근 핀란드, 스웨덴 교육현장을 둘러봤다며, 경쟁이 아닌 협동을 통해 학습하고 뒤처지는 학생들을 배려하는 시스템이 인상적이었다고 말했다. 교육에 대한 확실한 투자가 이뤄지고 있고 이는 곧 미래에 대한 투자라며, 배울 점이라고 말했다.

박 변호사는 우리사회에도 전환점을 맞고 있다고 말했다. 진보교육감의 당선은 행운이자 동시에 불행이 될 수도 있다며 되고나서 제대로 된 정책을 준비하고 실행하는 것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행사를 쫓아다니고 늘 술에 취해있는 자치단체장들의 사례도 있다며 이런 단체장들이 어떻게 시정을 제대로 챙길 수 있겠냐고 반문했다. 정당 공천제의 현실이라는 것이다. 결국 시민들이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왜 이런 행사에 오냐며 그 시간에 정책을 고민하도록 요구하는 시민운동을 전개해야 한다고 말했다.

진보정당에 대해서도 한국사회처럼 썩어빠진 정당 구조에서 집권전략이 없다면 어떻게 정당일 수 있냐며 브라질 룰라 대통령처럼 10년 안에 집권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지방도시를 먼저 집권하고 그곳에서 혁신하는 모습을 통해 인정을 받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총론보다는 각론, 컨테츠가 있어야...생태적 삶과 감수성 회복해야...21세기, 창조와 혁신 그리고 상상력의 시대.

박 변호사는 총론 보다는 각론이 준비돼 있어야 한다며 현장에서 정책을 풀어낼 수 있는 콘텐츠와 실력을 강조했다. 우리사회는 기초는 부실하고 위만 둥둥 떠 있는 모습이라며 기초를 다지는 과정이 필요하고 그것은 곧 신뢰이고 법치주의라고 말했다. 법을 지키면 손해를 본다고 생각하는 사회에서 무엇을 믿을 수 있겠냐며 신뢰 회복을 강조했다.


박 변호사는 단기적으로 보면 우리사회가 절망 투성이지만 그래도 희망을 만들어가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를 위해 공동체를 복원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희망제작소는 전국에서 이뤄지는 공동체 활동을 소개하고, 학교의 희망을 소개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교사는 지역발전과 커뮤니티의 자산이므로 그에 합당한 역할을 해야 한다며, 교사들의 지역사회 참여를 주문했다.

박 변호사는 21세기는 생태적 삶이어야 한다며 생태적 감수성의 회복을 요청했다. 1천개의 직업 중 ‘시멘트 제거사’도 있다며, 앞으로 생태를 복원하는 기술이 더욱 필요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대학 등록금에 대해서도 반값이 아닌 면제해야 하며, 입학기념으로 아파트까지 제공하는 방향으로 가야한다고 농담 아닌 농담을 던졌다.

이미 4대강 뿐만 아니라 지천까지 훼손되고 있다며 강의 생태적 복원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또 원전에 대해서도 정부에서 진실을 호도하고 그 부담을 후손들에게 전가하는 것은 염치없는 조상들이 되는 것이라며 적극적인 탈원전과 신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을 주문했다.

박 변호사는 독일의 경우 ‘생태세상의 유령이 독일 전역을 떠돌고 있다.’며 이미 원전 중단과 신재생에너지로의 전환 그리고 이 속에서 새로운 신성장동력을 찾고 있다고 소개했다. 영국도 다르지 않다며 사례를 언급했다. 결국 우리나라는 다시 이들을 뒤쫓아 가게 될 것이라며 세상 변화의 핵심을 보지 못하는 현실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박 변호사는 21세기는 창조성과 혁신, 그리고 상상력의 시대가 될 것이라며 획일적인 교육이 아닌 자유롭고 창의적인 교육환경을 만들어준다면 우리에게도 희망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좀 더 치밀하고 꼼꼼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정부와 기업, 시민사회가 함께 거버넌스를 이뤄 협력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엔지오 등 시민사회 역할에 주목해야 하고 이곳에서 수많은 일자리를 만들어 낼 수 있다고 말했다. 문화예술의 영역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영역으로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21세기는 융합의 시대라며, 교실 안에서만 교육을 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며 교실이 제일 먼저 없어져야 할 곳이라고 말했다. 온 세상이 교실이라며 현장에서 배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변호사는 세상은 결국 합리적인 세상으로 나아갈 것이라며, 다만 시간의 문제일 뿐이라고 말했다.

투표에 참여하고 전자투표 제도를 도입하고 선거 전과, 선거 후의 과정에도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평소에 주권행사를 하고 참여를 통해 참여 민주주의를 이뤄가야 한다고 말했다. ‘소셜’ 바람이 불고 있다며, 지역에서 인문학 카페를 만들고 시민이 주체가 되는 다양한 엔지오를 만들어 참여 민주주의를 이뤄가야 한다고 주문했다. 곳곳에서 학습이 이뤄지는 학습사회를 만들어야 하고 주변부터 바꿔가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청중의 질의도 많았다. 질문에 대한 답변을 통해 교육이나 복지 등 미래에 대한 투자의 중요성을 강조했고 소기업이 살아나야 한다고 말했다. 부산저축은행 사례에서 보듯 부패가 만연한 현실에서 MB도 결국 부패로 망할 것이라고 말했다. 야권연대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진보는 분열로 망하고 보수는 부패로 망한다는 말이 있듯 자기를 버리는 정치적 결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큰 정치지도자는 당파를 넘어서서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북한인권 문제에 대해서는 보편적 인권문제로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이를 정치적으로 악용하는 경우는 문제라고 말했다. 공교육과 사교육 문제에 대해서는 공교육 정상화가 생각보다 빠르게 올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진보교육감이 있는 것은 그 자체로 행운이라며, 누군가 그 자리에 있는 것만으로도 힘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런 희망이 좀 더 전략적이고 임팩트해져야 한다며 교사의 열정과 제도적 지원이 함께하면 공교육 정상화가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박 변호사는 큰 시대적 방향은 변하고 있고 그것은 현장으로 가면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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