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은 행운아다.
여러분은 행운아다.
  • 이원영 교수(수원대. 운하반대전국교수모임 정책위원
  • 승인 2011.09.19 09:39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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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 못 이루는 밤의 대화(3)

최근 사상초유의 정전사태는 많은 것을 말해주고 있습니다.

기강해이라든가 직무태만이 사고의 이유이기도 하지만
거대시스템은 확률적으로 미스링크가 발생한다는 점도 포함됩니다.
어딘가의 나사가 풀어진다거나, 명령 오작동이 발생한다거나, 취급자의 착각이 늘 발생한다는 것입니다.
가령 몇 년 전 대구 지하철 참화도 문제의 본질이 같습니다.
이질적인 존재가 모여서 전체가 완성되는 경우에는
그 이음매 부분에 항상 탈이 날 수 밖에 없습니다.

핵발전소도 마찬가지입니다. 그 문제가 항상 남아있는 것이죠.
핵기술뿐 아니라, 화학 재료 금속 전기 등 수많은 부문이 모여 만들어진
이 거대기계는 늘 탈이 날 수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스리마일과 체르노빌 사고의 본질은 바로 그겁니다.
어느 누구도 감히 안전을 장담할 수 없습니다.

후쿠시마는 새로운 유형을 보여줍니다.
그동안 내부안전에 자신해온 핵기술자라 할지라도
이번 지진과 같은 외부로부터의 이질적 요소에 취약할 수밖에 없습니다.
안전이란 전체시스템으로 보면 이런 이질적 요소에 취약하다는 것이 드러난 것이죠.
또, 외부로부터의 지진이나 테러뿐 아니라 멀쩡했던 내부 사람이 무슨 이유에서인지 갑자기 예측 못한 파괴를 저지르면 어떻게 됩니까?
이런 건 정말 막을 수 없습니다.

통계전문가가 하는 얘기가 33:1의 법칙이 있다고 합니다.
한번 사고가 드러났다는 것은 서른 세 번의 유사상황이 발생했는데 그것이 겉으로 드러나지 않았을 뿐이라고.
교통사고가 난 현장을 분석해 보면 항상 "일어날 뻔한" 구조적 상황에 놓여있음이 드러납니다.
그러한 경우들을 모두 수집해서 통계를 내보니까
33:1 이라는 숫자가 나오더라는 겁니다.
서른세번 사고날뻔하다가 한 번꼴로 터지는 것.
그러고 보니 33이란 숫자가 참 묘한 데가 있습니다.

지금 전 세계에 4백개가 넘는 핵발전소가 있는데
확률적으로 얼마 전 프랑스 사고와 같은 작은 사고는 끊임없이 일어나게 되어 있습니다. 그러다가 큰 사고로 이어지는 것이죠.
그렇습니다. 핵발전소 사고는 구조로 보면 명백히 확률게임입니다.
핵마피아가 강요하는 러시안룰렛.

이런 위험한 물건이 그러면 어째서 지금까지 방관되어 왔는가?
여기에는 '지구온난화와 온실가스를 감축하는 일에 핵에너지가 유효한 수단'이라는 주장이 그럴싸하게 먹혔던 것이 큰 이유로 보입니다.

하지만 이 주장은 틀렸습니다.
일본정부나 핵마피아들이 그 주장을 하고 있는데
국제사회에서는 씨가 안 먹힙니다.
왜 그런가?

물론 핵발전 그 자체는 이산화탄소를 내뿜지 않습니다.
그들이 주장하는 온실가스배출 수치는 발전하는 시점의 것입니다.

그러나 핵발전이 성립하려면 최소한도
1) 거대한 발전소를 건설, 운영해야 하고,
2) 우라늄을 채굴, 운반, 농축해야 하며,
3) 핵폐기물을 처리해야 하고,
4) 최종적으로는 수명이 다한 원자로를 폐쇄해야 합니다.
그 모든 과정에서 막대한 화석연료가 소모되지요.
5) 또하나의 치명적인 약점은 수요공급조절에 따른 원자로 가동을 중단할 수가 없어서 버리는 전기가 너무 많다는 겁니다. 심야전기가 그래서 나온 것인데 값싸게 공급한다는게 오히려 배보다 배꼽이 더 커져서 지금 한전을 궁지에 몰아넣고 있습니다.
6) 게다가, 아시다시피 핵에너지로 난방을 하려면 다른 에너지와는 달리 전기를 다시 열로 바꿔야 하는데 이 과정의 에너지손실 등등해서 낭비가 엄청납니다.
최종적으로 배출되는 온실가스 수치는 그들이 주장하는 수치보다 훨씬 막대하지요. ‘청정’에너지 운운하는 것은 완전히 거짓말입니다.
게다가 사회적으로도 입지 송전 상의 국토파괴는 약과이고 지역사회의 분열 그리고 토지이용결손에 따른 사회적 충격과 에너지손실 생태적 손실 또한 계측할 수 없는 부분입니다.

생태적 손실에 대해,
일본의 핵과학자 출신 언론인인 히로세 다카시는 다음과 같이 증언합니다. 그는 경제협력기구(OECD)의 1970년대 보고서를 번역한 일이 있었는데, 거기에는 다음과 같은 구절이 있었다고 합니다. “원자력발전소의 온배수는 바다로 배출되어도 열이 바다 속으로 바로 확산되지 않고 ‘핫스포트’라는 열덩어리가 되어 부유한다. 그 때문에 대륙붕의 생물이 심대한 영향을 받는다. 얕은 데에 있는 어란(魚卵)이나 치어는 2~3도라는 작은 온도변화에도 죽고 말기 때문이다”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요즘 동해안이 이상합니다.
감은사지와 문무대왕릉이 있는 경주 감포는 경치도 좋고 해서
제가 젊을 때부터 가끔 가서 바다낚시도 하던 곳이었는데
예전에는 그나마 수확이 있었지만 요즘에는 전혀 그렇지 못합니다.
그 일대 남북으로 핵발전소들이 깔려있는 것과 무관하지 않겠지요.

이처럼 사고가 발생하지 않더라도
그들이 안전한 상태라고 주장하는 영역에서 발생하는 손실도 큽니다.
계측할 수 없는 생태계파괴 손실 그리고 건강손실 때문에 이를 치유하느라 쓰는 시간과 에너지는 다 무엇입니까?
핵산업체는 몰라서 환경을 파괴하는 게 아니라 ‘확신범’으로서 환경을 파괴하고 있는 것이죠.
독일이 탈핵의 길을 줄기차게 달려온 것도 바로 이런 이유겠지요.

▲ 독일엥젠마을

다시 독일이야기가 나왔는데, 지난 견학에서 얻은 큰 이야기 하나는
탈핵에 의한 재생가능에너지 분야의 고용이,
2030년이면 독일이 자랑하는 자동차산업의 전체고용을 추월할 것이라는
베를린대 미란다 슈로이어 교수의 예측이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핵발전소 가동하는데에는
거대자본과 소수인력이 필요하지만 재생가능에너지는 다르죠.
태양에너지, 풍력, 지열, 바이오가스 이 네가지가 주종인데,
이들 모두 공통된 것은 모두 설치되는 동네에 알맞게 만들어져야 한다는 것입니다.

태양광이나 태양열 패널은 대기업도 중소기업도 참여해서 만들고 있는데
요점이 되는 것은 이를 설치하고 운영하고 유지관리하는 일에 많은 손이 필요하다는 점입니다. 이는 장소성 고용창출과 직결됩니다.
가정마다 기업이 성립됩니다.
많이 생산해놓고 적게 쓰면 나머지를 팔아서 수입이 생기거든요.
투자와 생산과 소비와 절약과 판매가 연동되어 움직이니 기업적 마인드가 아니 나올 수 없습니다.

이번에 가본 엥젠이라는 독일마을은
수십호밖에 안되는 작은 마을이면서
SOLAR COMPLEX라는 거창한 이름을 붙이고 있는데
이들은 바이오에너지는 자체소비하고 태양전기는 바깥에 팔아서 상당한 소득을 챙기고 있었습니다.

풍력은 거대프로펠러가 돌아가는 사진에 익숙해져있지만 현장을 다녀보면 마을마다 소규모의 풍력발전도 보입니다. 지난 여름 충남홍성의 홍동면에 간 적이 있는데, 작은 태양패널과 더불어 작은 프로펠러를 함께 설치한 장치로 마을 가로등을 밝히고 있더군요.
이쪽 기술은 우리나라가 뒤처져있다고 들었는데 발전할 여지도 크고 관련고용이 훨씬 다양하게 창출되는 여건이 됩니다.
지열과 바이오에너지도 마찬가지입니다. 생산, 운영, 유지 관리 모두 지역에서 벌어지는 것이고 그 지역의 사람들이 이 일에 관여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슈로이어 교수의 예측이 이해가 됩니다.

음미해보면,
재생가능에너지는 지역자립형으로 조달되는게 이상적이라는 점,
그리고 그것은 환경적으로도 지속가능하고,
경제적으로도 지속가능하고,
커뮤니티의 능력을 끌어올려준다는 의미에서 사회적으로도 지속가능하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소위 "에너지자립마을"은 어떻게 보면 새 문명적 가치를 위한 목표이자 전략이자 수단이라고 할 만합니다. 시대를 초월하는 불변의 가치를 담아내고 있네요.

이러한 내용을 포함하여 독일에서는 앞으로 이 부문의 전망과 비전을 대단히 중시하고 있습니다.
함께 다녀온 박란희 선생님(환경재단 기획위원)이 기고하여 주간조선에서는 "에너지패권"이라는 컨셉트로 대서특필했지요. 간명하고 박력있는 문장으로 실감나게 쓰신 글입니다.
http://weekly.chosun.com/client/news/viw.asp?nNewsNumb=002164100001&ctcd=C01
http://weekly.chosun.com/client/news/viw.asp?nNewsNumb=002164100002&ctcd=C01

보다 상세한 내용은 얼마 전 국회에서 발표한 독일견학교수리포트 입니다.
다녀오신 선생님들 거의가 글을 주셔서 역은 책입니다.
PDF파일로 되었는데 용량이 커서 제 웹하드에 올려놓았습니다.

www.webhard.net
ID leewysu
P 1234
F 독일견학리포트
파일명 독일견학리포트2011.pdf

마침 어제 일요일인데도 한양대에서
대학생환경단체인 "청맥" 회원들 모임이 있었습니다.
이들은 서울시내 각대학별로 환경동아리에서 모인 그룹인데,
4대강문제도 관심을 많이 보여서 그동안 친하게 지내던 학생들이었습니다.

초청받아 가서 독일견학 갔다온 슬라이드와 책자를 보여주고
4대강과 탈핵에 대한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었습니다.
강연을 마치고 함께 막걸리를 한잔 했지요.
그러면서 그들에게 한마디 건넸습니다.

"여러분의 일생을 걸만한 가치있는 놈이 나타났다.
80년대 "민주화" 때 여러분의 선배들은 거의 목숨을 걸었다.
그리고 성공했다.
이건 그보다 훨씬 큰 놈이다.
핵발전를 중단시키면서 동시에 대안문명을 만들어야 하고
게다가 지구촌 모두에 성공시켜야 하는 엄청난 일이다!
여러분은 행운아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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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dy 2011-10-27 20:49:05
I have been so beiwldreed in the past but now it all makes sens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