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당연필'로 그려낸 삶의 풍경 그리고 소중한 날의 꿈
'몽당연필'로 그려낸 삶의 풍경 그리고 소중한 날의 꿈
  • 양영희(구름산초교사)
  • 승인 2011.10.23 09: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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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중한 날의 꿈’(10월 15일 오후 7시 광명문화원 시네마위크 마지막날 마지막 상영작) 영화와 감독을 만나고

우리에게 소중하지 않은 날이 있을까? 꿈이 없는 순간이 있을까?
매 순간 살면서 ‘이순간이 나에게 정말 소중해’라는 자각이 없더라도 우리 생의 한순간도 놓거나 지울수는 없다. 아이처럼 ‘무엇이 되고 싶다’ 라는 것만 꿈은 아니다. 하루라도 마음의 평안을 얻고 싶다는 갈망이 있다면 그건 그의 꿈이다. 우리는 매일 소중한 시간을 살고 있으며 그날그날의 꿈을 안고 살아간다.

<소중한 날의 꿈>은 지난 날들을 어루만지듯 만들어진 영화다. 10월15일 오후 7시 광명문화원 4주간 열린 시네마 위크 마지막날 마지막 상영작이었다. 영화내내 잔잔한 감동과 미소가 보는 이들 가슴에 남았다. 마치 오래된 일기장을 보는 느낌이었으며 낡은 앨범을 한 장 한 장 넘기는 추억과 그리움이 거기에 있었다. 영화를 보는 시간 내내 우리는 ‘오이랑’이 앉아 있는 교실에도 있었고, 운동장 체육대회에서 응원도 했으며, 삼색선의 스파이크를 신고 달리기도 하고, 철길도 걷고, 장독대접시꽃도 봤으며, 뻥튀기기계를 지날 때 귀도 막았다.



세상에 말을 거는 방식은 여러 가지이다.
질주하듯 속도를 즐기는 시대에 땀으로, 손으로 몽당연필 만들며 작업하는 사람들, ‘연필로 명상하기’ 사람들은 그들만의 철학과 자부심으로 사는 방식을 고집한다. 그래서 그들만이 흘리는 땀과 시간이 영화에 존재했다. 10만장 이상의 작화가 그려지고 영화는 여러 우여곡절을 겪으며 11년만에 극장에 올릴 수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그것도 잠깐. 영화배급은 또다른 질서가 지배하고. 소중한 날의 꿈은 극장에서 내려진다. 다행히도 곳곳의 영화제에서 이 작품이 초대되고 상영되며 팬들도 생겨났다. 광명문화원에서 우리는 우리들의 소중한 날을, 꿈을 다시 어루만지는 시간을 갖게 된 것이다.

이날 가족단위의 관객이 많아서 초등학생들이 많았다. 감독과의 대화시간에 아이들은 어른못지 않은 당돌한 질문도 한다. ‘다음 작품계획은? 철수부모님은 안계시나?’

대화시간 내내 진지하고 성실한 답변으로 박수를 여러번 받은 안재훈 감독은 영화에서 걸어나온 듯 수수한 느낌으로 우리를 또한번 감동시켰다. 감독을 만나니 작품이 그와 얼마나 닮았는지 알게 됐다. 평범한 사람들의 실패와 좌절 앞에 응원이 되는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던 그, 우리가 살면서 응원과 박수가 삶에서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그리고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서로를 격려하고 살아가는지 알게 해주고 싶었다던 감독의 이야기가 문화원 소극장을 잔잔하게 울렸다.

영화의 시선이, 잘나고 똑똑한 승자에게 있지 않은 것은 그렇게 이유가 있었다. 누구나 자기 인생을 소중하게 여길 기초권리를 일깨워주는 격려들이 들어있는 영화의 주인공은 오이랑이다. 이쁘지 않고 특별한 재능도 없으며 딱히 뭐가 되고 싶은 것도 찾지 못했다. 한마디로 평범한 아이다. 그 아이의 성장통 곁에 나오는 한수민, 철수 그리고 학생이름도 기억 못하는 선생님, 청각장애 삼촌과 공무원...

작화를 그리다 작아진 몽당연필을 선물로 주고 함께 사진을 찍고 늦은 시간까지 캐리커쳐를 정성스럽게 그려준 감독을 보며 영화에서 진하게 사람냄새가 나는 까닭을 알게 됐다.

영화가 그려낸 시간들은 70, 80년대이다.
‘힘들고 고통스러웠던 시간들, 터널처럼 빨리 지나가고 싶었던 시간들이 되돌아볼 때는 왜 좋은 것만 기억될까? 분명 우리들의 지난 시간이 다 예쁘고 아름답지만은 않았는데, 왜 우린 되돌아볼 때는 고통을 잊는 걸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광명문화원의 시네마위크를 보며 지역의 곳곳이 문화예술공간으로 늘 열려 있기를 희망해 본다. 엄마 손잡고 찾았던 이런 순간들이 미래의 풍성한 행복을 만들어가는 원천이 되리라 믿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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