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이 자신을 미워한다고 생각되면?
선생님이 자신을 미워한다고 생각되면?
  • 강찬호 기자
  • 승인 2011.10.25 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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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하중 ‘자치법정’ 현장을 가다.

학생들 스스로 질서를 세워나가는 과정으로 소하중 자치법정이 2회째 열렸다.

“다음 자치법정 개최 시 배심원으로 참여, 아침 일찍 등교하여 플랜카드 들고 교내 캠페인 참여하기(1주일), 교과 선생님들께 ‘수업 잘 들었어요’ 사인받기(1주일).”

학교 교내 규칙을 어겨 ‘과벌점’을 받은 학생들에 대해 검사 심문과 변호사의 변론, 증인의 발언, 배심원의 재판 의견이 반영돼 최종적으로 판사의 판결이 내려졌다.

소하중학교(교장 김성숙) 자치법정이 지난 10월19일 오후1시 다목적실에서 열렸다. 판사석에 3명, 배심원 역할을 하는 판결도우미석에 10명, 서기 2명, 검사석 3명, 변호인석 3명, 과벌점자석 3명, 질서담당관 2명, 방청석에는 100여명의 학생들이 참석해 재판을 지켜봤다. 재판장이 입장하자 참석한 모든 이들을 일어나 예의를 갖췄다. 이 학교 교장 선생님도 이날은 방청석 일원일 뿐이었다.

“나는 학교의 명예를 걸고 이 법정에서 성실한 태도로 진실만을 말할 것을 맹세합니다...양심에 따라 숨김과 보탬이 없이 사실 그대로를 말하고 만일 거짓말이 있으면 위증의 벌을 받기로 맹세합니다.” 과벌점자, 판결도우미, 증인들의 선서도 실제 재판과 동일한 내용으로 이뤄졌다. 재판 과정은 방송반의 현장 촬영을 통해 전 교실에 생중계됐다. 법정을 실제로 옮겨 놓은 듯 했다. 재판 진행과정도 동일했다.

자치법정 판사는 자치법정 시작에 앞서 “처벌 목적이 아닌 서로 이야기를 들어보고 처벌 하는 쪽이든, 받는 쪽이든, 상대 입장을 이해하고 학생 스스로 학교 질서를 세워가는 목적”이라며, “지나치게 몰아세우지 말 것”을 당부하며 재판 진행과정을 안내했다.

이날 자치법정은 교사의 정당한 지시에 불이행, 무단외출, 학습분위기 저해, 수업 준비 부족, 청소 및 주번 활동에 참여하지 않은 경우 등을 통해 ‘과벌점’을 받은 3명의 학생에 대해 자치법정이 열렸다.

자치법정은 진지했다.

“선생님의 지시를 따르지 않았는데 왜 그런 것이지요.” “까먹었습니다.” “선생님이 시켰는데 까먹은 것이 잘 할 일인가요.” “아니요” “선생님에게 잘못했죠. 학생인데 공부를 왜 안 하나요.” “(답없음)” 검사의 심문에 이어 변호인 변론 시작. “실내 소란, 학습 분위기 저해 혼자 했나요.” “친구랑 같이 했습니다.” “벌점은 같이 받았나요.” “아니요. 혼자 받았어요.” ‘이의 있습니다.’ 검사가 이의를 제기했고, 벌점을 다 같이 준 것인지 확인했다. 이어 판사는 검사의 이의제기를 기각했다. 자치법정을 담당하는 교사가 깜짝 등장해 ‘기각’에 대해 용어 설명을 하고, 참석자들의 이해를 도왔다.

자치법정은 갑론을박 뜨거웠다. 재판 참석이 불량한 방청객의 경우 재판장으로부터 퇴장을 당하기도 했다. 당일 5번이나 벌점을 받은 경우에 대해 변호인은 “선생님이 해당 학생을 미워서 그런 것 아니겠냐. 하루에 다섯 번이나 벌점을 먹이는 것은 부당하다. 선생님이 자신을 미워한다고 생각되면 그 수업을 듣고 싶겠냐.”며, 억울함을 변론했다.

검사 심문과 변호인 변론이 마무리된 후 판사는 판결도우미 의견을 준용해, 과벌점자의 유죄를 인정하고 최종 판결을 내렸다. 자치법정은 폐회했다. 폐회 후 법정에 참석했던 김성숙 교장은 “1회 때 보다 나아지고 있다. 다만 아쉬운 것은 벌에는 강한데 변호인의 변론이 약한 듯하다. 발전된 법정을 기대한다.”며 짧은 소감을 말했다. 정용연 학교운영위원장도 소감을 통해 “자치법정이라는 크고 작은 경험을 통해 큰 성장의 발판이 될 것이라고 기대한다.”고 말했다.

소하중 자치법정은 자치 법정이 열리기 1주일 전에 누계 지도점수가 31점 이상인 학생을 대상으로 열린다. 이 학교에는 학생복장, 출결, 수업태도, 교정태도, 생활태도 등 평가영역에 67개 벌점항목이 있다. 자치법정에 원하는 학생들의 사전 신청을 통해 접수를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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