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곡된 ‘학력’, 제대로 정의되고 교육과정 재구성돼야.
왜곡된 ‘학력’, 제대로 정의되고 교육과정 재구성돼야.
  • 강찬호 기자
  • 승인 2011.12.21 0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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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명혁신교육연구회 혁신교육 강좌] 이중현 경기도교육청 장학관

이중현 경기교육청 장학관이 12월 광명혁신교육연구회 혁신교육강좌 강사로 참여했다. 그는 학력 개념이 왜곡돼 있다며 정의적 능력을 키우는 학력 개념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광명혁신교육연구회(회장 양영희, 구름산초 교사) 12월 초대강사는 이중현 경기도장학관(전 조현초 교장)이다. 조현초는 서울 근교 경기도 양평의 작은학교로 남한산학교와 함께 혁신교육의 성공 사례로 손꼽히는 곳이다.

이중현 장학관은 12월19일 구름산초에서 진행된 강의에서 ‘혁신학교란 무엇인가’를 통해 교육의 문제점을 진단하고, 조현초 사례를 통해 경기도 혁신교육을 소개했다.

학력의 개념 달라져야...지식 전달, 이해만이 아닌 ‘정의적 능력’ 키워져야...배움의 본질, 수업의 본질은 자기 생각을 만드는 것.

한국교육의 가장 큰 문제점은 학력의 개념이 왜곡돼 사용되고 있다. 이 개념이 제대로 바뀌지 않으면 교육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 학력이 무엇인가. 학력은 지적능력과 ‘정의적 능력’이다. 지적능력은 지식, 이해, 분석, 종합, 판단, 비판력, 소통능력 등이다. 정의적 능력은 성취욕구, 호기심, 도전의식, 태도와 가치, 협동과 책임 등이다. 모든 학력의 기본은 정의적 능력이다. 정의적 능력 없이 학력이 가능하겠는가.

버클리대심리학연구소에서 세계적으로 성공한 600명의 특성을 연구한 결과에 따르면 그들은 강한집중력, 살아있는 감성, 창의적 사고, 정직한 품성, 풍부한 독서력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의적 능력이 발달돼 있다는 공동된 특성이다.

우리나라 학생들이 피사에서 좋은 성적을 내고 있지만 자아 개념도, 흥미도, 과학흥미도, 자신감, 즐거움, 가치인식 등에서는 저조하다. 학력에서 정의적 능력을 키우는 것을 간과했기 때문이다. 하버드대학 등 세계 유수 대학을 가더라도 중도 탈락하는 것은 결국 정의적 능력에서 뒤처지기 때문이다.

우리 아이들이 질문을 할 줄 모른다고 평가받는다. 자기생각을 해 본적이 없기 때문이다. 배움의 본질, 수업의 본질은 자기생각을 만드는 것이다. 지식을 전달하고 기억하는 것이 아닌 생각을 만드는 것이다. 강의식 수업이냐, 토론식 수업이냐가 그래서 중요하다.

교육개혁의 주체 누구인가...교사의 자발성이 성패 좌우...혁신교육, 교육과정의 혁신이 핵심이고 주체는 준비된 교사...경기혁신교육, 교사 자발성 대폭 확대

우리사회에서 그동안 몇 차례 교육개혁이 진행돼왔지만 내용적으로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혁신학교는 공교육 정상화와 이를 위해 교육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도입됐다. 우리교육의 과제들은 획일적인 교육내용, 경직된 교육행정, 교사의 자발성 미흡, 교육지원행정 미흡 등이다.

이 중 가장 중요한 것은 ‘교사의 자발성’이다. 교사가 변하지 않으면 할 수 있는 것이 없다. 행정이 하겠는가. 서류가 하겠는가. 우리사회는 그동안 교사의 자발성을 이끌기 위해 경쟁기재를 도입했다. 그러나 부작용도 따랐다. 경쟁 도입은 교사들의 자존심을 훼손시켰고 결국 실패했다.

경기 혁신교육의 성공사례들이 나오고 있는 것은 교사의 자발성 때문이다. 도 교육청은 내년도 모든 초.중.고학교에 행정요원 1명을 추가로 배치해 교사들의 행정업무를 덜어낼 것이다.

단위학교에 대해 손을 때는 방식을 통해 개별학교의 자율성을 최대한 존중하는 방향으로 진행할 계획이다. 단위학교들이 자율적으로 교과과정을 운영하고, 학년단위 자율성을 높이도록 유도할 계획이다.

혁신학교는 교육과정의 혁신이 최대과제이다. 교육과정의 혁신, 수행주체인 교사가 준비되어 있는가가 중요하다. 학교관리자들에 대해서도 이러한 지표들을 반영해 관리자들이 학교를 이끌고 있는지를 평가할 계획이다.

교육, 신분상승 사다리?...교육을 통해 아이들의 역량을 존중하고 지지해야...분류를 위한 평가 아닌, 아이들의 성장을 위한 평가여야.

미래학자들이 말하는 미래사회 모습은 어떤가. 지식의 증가 속도는 지금의 두 배이다. 지금의 교과서, 지식 습득 방식이 의미가 있을까. 지식을 찾고 활용하는 능력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학교 모습은 어떨까. 교사, 교장이 지금처럼 존재할까. 교실은 필요할까. 평생직장이 있을까.

우리아이들이 살아갈 미래사회 모습을 상상해본다면 무엇이 아이들의 미래를 위해 중요할까. 아이들을 위한 진로지도는 어떠해야 할까.

학교교육에 대한 요구도 변화 받고 있다. 기성세대들은 신분상승의 사다리로 바라보고 있지만, 신세대들은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싶어 하는 ‘마니아적 속성’을 갖고 있다.

90년대 교실붕괴 원인도 다시 집어봐야 한다. 아이들은 부모세대가 이뤄놓은 경제적 안정, 민주주의, 문화적 다양성에 기반해 신분상승이 아닌 마니아적 속성을 통해 자신들이 하고 싶은 것을 하고 싶어 한다.

그런데도 학교는 여전히 국영수를 중심으로 아이들을 줄 세우려 한다. 변화하는 아이들의 가치체계를 수용 못해서 교실붕괴가 일어나는 것이다.

우리들은 뉴스를 통해 절망하는 아이들의 소식을 접한다. 대한민국 교육을 이대로 둬서는 안 된다. ‘이건 아니다’라고 절규해야 하는 상황이 지금 아닌가 생각한다. 교사는, 학교는 무엇이어야 하는가에 대해 질문해야 한다.

왜 학력을 국영수로만 바라봐야 하나. 왜 인간의 능력을 국영수로만 바라봐야 하는가. 교육을 통해 한 아이가 가지고 있는 역량을 존중하고 지지해주는 것이 중요하다. 지금 우리가 하고 있는 것이 교육일까, 아니면 선발기능만 남아 있는 것일까.

학생을 점수기준으로 보지 않아야 한다. 평가의 기준도 다시 봐야 한다. 학생을 분류하기 위한 평가인가. 성장을 위한 지지와 격려로서 평가여야 하는가.

조현초, 삶을 가꾸는 수업...아이들을 살리는 평가...정의적 능력 키우는 아이들이 반드시 성공한다 신뢰.

6학급의 농촌학교인 조현초는 이러한 교육의 문제점을 바탕으로 지난 2007년 후반부터 6개월동안 집중적으로 대안을 마련하기 위해 노력했다. 그 결과를 교육과정에 반영했다. 교육내용 다양화, 교육복지, 새로운 마을학교 만들기, 학교혁신의 새로운 모델을 만들자고 했다.

이는 9개의 교과과정으로 재구성됐다. 디딤돌학습, 다지기학습, 발전학습, 통합학습, 문화예술학습, 생태학습, 창조학습, 동아리활동, 어울마당이다. 이 중 발전학습은 학생들이 스스로 만들어 가는 학습과정은 학생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창조학습은 문화예술과 생태를 결합한 형태이다. 동아리활동이나 어울마당 등 아이들이 준비하고 진행한다. 문화예술수업도 지식과 기능 습득이 아닌, 창의성, 감수성, 사회성을 함께 기르는 과정으로 진행된다.

이외에도 국제교류, 작가와 만남, 진로적성검사가 진행되고 있다. 진로적성검사는 각 학년별로 수준별로 진행되며, 학년이 오를 때마다 기록이 차곡차곡 쌓여 자료로 전달된다. 교육의 시작은 아이들의 이해로부터 시작되는 것이라면, 이 자료들은 그러한 자료들로 활용된다.

조현초의 수업은 ‘삶을 가꾸는 수업’을 지향한다. 올바른 학력, 지성과 인성, 공동연구와 실천을 통해 수업을 만들어 간다. 교육내용 재구성, 학생과 학생활동 중심 수업, 감동이 있는 수업, 정의적 능력, 배움과 나눔이 일어나는 수업이다.

평가의 관점도 다르다. ‘아이들을 살리는 평가’여야 한다. 아이들을 격려하고 아이들의 자존감을 높이는 평가여야 한다. 아이들이 자기생각을 만들도록 돕고, 또 다른 학습으로서의 평가가 되도록 한다. 개인의 수월성을 살리도록 돕는다.

학교 내 일제고사 없다. 교사마다 가르치는 것이 다른데 어떻게 획일적인 방식으로 평가할 수 있는가. 점수화하지 않고 대여섯가지 평가척도를 통해 상중하를 평가한다.

이는 분류를 하기 위한 평가가 아니다. 아이들을 격려하고 새로운 학습이 일어나도록 하기 위한 평가이다.

혹자는 혁신학교를 나온 아이들이 기존 교육시스템에 적응할 것인지 반문한다. 당장은 객관식 평가 떨어질지 몰라도 정의적 능력을 키워준 아이들이 끝내 성공할 것이라고 믿는다. 믿음, 신뢰의 문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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