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민주주의 또 다른 실험대인 ‘초빙교사제’, 운산고는 달랐다.
학교 민주주의 또 다른 실험대인 ‘초빙교사제’, 운산고는 달랐다.
  • 강찬호 기자
  • 승인 2012.01.08 1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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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산고, 혁신학교 공감대 갖고 초빙교사제 취지 살려 교사 초빙

운산고는 지난해 개교했다. 올해1학년 학생들 입학에 따라 대거 교사들을 초빙했다. 교사 초빙은 평교사들의 추천으로 이뤄졌다. 흔하지 않은 경우로 여겨진다. (사진출처. 운산고.학생인권 관련 잔체 행사 장면)

초빙교사제가 당초 취지와 다르게 ‘변질’돼 운영된다는 지적이 일고 있는 가운데 광명시내 혁신학교인 운산고가 초빙교사제의 ‘원형’을 창출하고 있어 이목을 끌고 있다.

초빙교사제는 학교 특성에 맞게 교사를 자율적으로 선발할 수 있도록 학교에 권한을 부여한 제도이다. 자율학교의 경우 50%까지 학교에서 교사를 선발할 수 있다. 혁신학교도 이에 해당된다.

지난해 개교와 함께 혁신학교로 지정돼 운영되고 있는 운산고(교장 김경식)는 올해 초빙교사제를 십분 활용했다. 운산고는 교사들이 초빙을 원하는 교사들을 자율적으로 추천하고, 교장이 이를 전적으로 수용하는 방식을 선택했다. 운산고는 올해 충원이 요구되는 16명 교사들 중 12명을 이런 방식으로 초빙했다. 나머지 4명은 통상적인 도 교육청 인사에 따라 배치됐다.

운산고가 교장에 의해서가 아닌 평교사들의 추천에 의해 초빙교사들에 대한 인사가 이뤄진 것은 교육현장에서 매우 이례적인 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교장의 전유물처럼 여겨지는 인사권을 내려놓는 것이 현실적으로 쉽지 않기 때문이다. 초빙교사제는 교사에 대한 인사권에 대한 사안으로, 인사권을 행사하는 해당 학교 교장이 어떤 철학과 입장을 갖고 임하느냐에 따라 운영의 내용이 달라진다.

최근 언론에서는 초빙교사제가 당초 취지와 다르게 변질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교장이 초빙교사제의 취지를 살리지 못하고 교장의 친소관계 등 개인적 이해관계로 교사들을 초빙하는 사례가 곳곳에서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다. 소위 ‘줄 대기’ 인사가 학교 현장에서 이뤄지고 있다는 것이다. 내신을 내고 특정지역 학교를 희망한다 해도 학교 안에서 힘이 없으면 인사 교류에 있어 공정한 기회를 가질 수 없게 된다.

초빙교사 인사에 대해 학교 운영위원회를 거치도록 되어 있지만 이 역시도 형식적일 수밖에 없다는 것. 교사 인사에 대한 사항을 운영위에서 꼼꼼하게 살피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따라서 교장이 추천하는 교사들이 전적으로 선택될 수밖에 없고, 교장의 인사권을 견제할 수 있는 실질적인 장치가 없다는 것이다. 제도의 이점에도 불구하고 취지가 무색할 정도로 악용될 소지가 있는 것이 현재의 초빙교사제이다.

이런 상황에서 운산고 사례는 초빙교사제가 학교 자율 문화를 존중하고자 도입된 제도인 만큼 학교 스스로가 제도 취지를 살려 나가는 적극적인 사례로 받아질 것으로 보인다. 결국 구성원의 의지가 중요하고, 이를 적극적으로 수용해 민주적으로 학교를 운영하고자 하는 학교 교장의 마인드가 중요하다.

김송재 운산고 혁신부장은 “보통의 학교라면 교장이 갖는 인사권에 대해 평교사들이 어떤 제안을 하는 것이 쉽지 않은 분위기이지만, 운산고의 경우는 학교 관리자들과 학교 운영에 대한 철학이나 입장에서 평소에 공감대가 잘 형성돼 있는 분위기여서 초빙교사에 대해서도 교사들의 추천이 이뤄졌고, 존중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교장, 교감이 인사에 대한 선택권을 내려놓은 것은 스스로 생각해도 파격적이었다”고 말했다.

초빙교사제는 혁신학교 등 자율학교가 확대되는 흐름에 맞춰 최근 1-2년 사이에 그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제도 운영에 대한 잡음과 문제점도 함께 드러나면서 개선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제기되고 있다. 이런 상황이다 보니 운산고 초빙교사제 운영 사례는 가뭄의 단비와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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