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다스러운 엄마가 말 잘 하는 아기를 만든다고?
수다스러운 엄마가 말 잘 하는 아기를 만든다고?
  • 조경숙
  • 승인 2012.01.19 00: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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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조경숙 연세언어치료연구소장

아기의 언어발달을 위해서 말을 많이 해주면 아기의 말이 발달하느냐고 질문합니다. 잘 알고 있는 것처럼 언어발달 중인 아기에게 언어적인 입력이 필요합니다.

아기 엄마가 말수가 많다면 언어적인 입력의 양이 많아질 것이고 아기 엄마가 말수가 적다면 언어적 입력의 양이 적어질테지요. 말수가 적은 엄마는 아기에게 필요한 만큼 언어적인 입력을 주지 못 할 거라 생각되는 건 별로 이상할 게 없습니다.

하지만 자칫 아이에게 말만 많이 해주면 된다는 인식은 아이에게 비뚤어진 언어생활을 경험하게 합니다.
엄마가 말을 걸 때 아기들은 어떻게 할까요?

상담을 청했던 정우 엄마는 아이가 자폐라며 노심초사하였습니다. 아무리 불러도 대답을 하지 않는다는 겁니다. 엄마 손을 잡고 연구소에 들어온 정우는 별로 특별하지 않은 평범한 아기였어요.

필자가 “정우야”라고 부르자 정우는 사슴처럼 사랑스러운 눈망울로 바라보았습니다. 엄마가 “정우야”하고 부르자 정우는 들은 체 만 체 놀이에만 집중합니다. 몇 번을 불러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정우는 엄마가 자기를 테스트하려 한다는 것을 아는 듯이 엄마가 시작한 ‘대답하기’ 놀이에 관심을 보이지 않았습니다.

아이의 관심을 무시하고 엄마의 관심사로 아이에게 말을 걸고 지시하고 질문하자, 아이는 엄마와의 의사소통을 회피한 것이죠. 대화를 할 때 두 파트너의 대화의 양이나 차례가 균형적으로 지켜져야 합니다. 탁구는 대화에 비유되기 좋습니다. 말이란 남이 시켜서 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자발성도 존중되어야 합니다.

아기가 말을 배우는 과정에는 이런 대화의 원리들이 모두 함께 체험되어야 합니다. 아기가 몸짓, 발성, 제스처를 통해 어떤 의도를 표현하면 엄마는 그에 대해 반응하는 것이 가장 알맞은 방법입니다.

서울대학교 심리학과의 곽금주 교수는 영아기 어머니의 언어적 반응성과 아기의 의사소통 능력과 언어능력을 연구하였습니다.(김연수, 곽금주, 2010) 12개월에 어머니의 반응성은 15개월 아기의 어휘능력과 상관관계가 있다는 연구 결과를 얻었다고 합니다.

아기의 몸짓, 발성, 제스처를 격려하고 아기가 탐색하도록 촉구하고 아기에게 질문하되 엄마가 아기를 대신해서 대답도 해줍니다. 대화 파트너로서의 아기 역할을 엄마가 몸소 보여주는 것이죠. 수다스러운 엄마가 되기보다, ‘반응’하는 엄마의 모습을 따라보세요.

 

조경숙 연세언어치료연구소장

한국외국어대학교 불어학과 학사, 동대학원 불어학과 석사
연세의료원 언어치료사 과정 이수
한국언어치료전문가협회 언어치료사 (1급), 감독자
노원을지병원 이비인후과 언어치료실 근무 /서울특별시립 아동병원 재활의학과 언어치료실 근무/김효재언어장애연구원 근무
현 연세언어치료연구소장 (구 광명 연세 언어연구원)
치료실: 02-2683-7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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